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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키보토스에서 선생님으로 산다는 것 20

이예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09 22:15:26
조회 1402 추천 32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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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79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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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별 헤는 밤 1






시로코의 일을 도우며 잠시 아비도스에 머물러 있을 때였다.

시로코는 잠시 할 일이 있다며 밖으로 나간 상태.

따라서 사무 업무는 전부 내 할 일이 되었다.

그래도 시로코가 나를 어느 정도 신뢰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쓸쓸함과 어둠으로 가득 찼던 교실은 조금씩 빛이 들기 시작한다.

마음에 든다.


 "끄으으으응...!"


피곤해서 잠시 기지개를 편다.

허리에서 뚜둑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앉아서 좀 무리한 것 같다.

카페인이 있었다면 몇 시간이고 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유우카가 뭐라고 했으려나?

항상 일하라고 하면서 내 건강을 염려하는 굉장히 모순적인 아이다.

...이 곳의 유우카는 뭘 하고 있을까?

무사했으면 좋겠네.


잠시 쉴 겸 청소나 할까?

하는 심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 도구를 찾는다.

...청소 도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 난 분명 일을 땡땡이 치려는 게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냥 다른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것조차 못하게 하네?


하는 수 없이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퍽!


......아...아!!!!!

왜 꼭 통증은 부딪히고 몇 초 뒤에 몰려올까?

책상 다리에 새끼 발가락을 부딪혔다.

...당연하게도 굉장히 아프다.

작은 부위일수록 고통은 더한 법이다.

시로코가 봤다면 개그 하냐고 물었겠지.

없어서 다행이다.


통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통증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해야겠지.

왜냐하면 아까 발가락을 부딪힐 때

책상 서랍 속에서 뭔가 중요해 보이는 걸 발견했으니까.


서랍 속에서 물건을 꺼낸다.

...이건......


 "...노트... 인가?"


누군가의 노트

이름은 지워져 있다.

먼지가 쌓여있지 않은 걸 보면 최근까지 누가 관리한 것 같다.

아마 시로코겠지...

일기에 이름이 붙여져 있다.


 "별의... 꿈?"


굉장히 낭만적인 이름이네.

......

누구의 노트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안에는 분명 이 세계에서 고통 받았던 어떤 학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거겠지.

...시로코의 노트일 수도 있고.

...남의 이야기를 훔쳐 보는 취미는 없지만.

이번 한번만 용서해 줘, 노트의 주인아.


노트의 기록은 한 사람의 삶.

삶이란 곧 하나의 세계.

기록을 조심스럽게 넘긴다.

천천히... 또 하나의 세계로 발을 들이민다.






***






계절로 지나가는 하늘에는

그 무엇도 가득 차 있지 않다.


나는 그 모든 걱정으로

무색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하다.


가슴속에 하나둘 사라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내일의 아침이 오지 않는 까닭

오늘의 밤이 남은 까닭

내 이야기가 다한 까닭이다.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

별 하나의 시와

별 하나의......


별... 하나의......






 "호시노 쨩, 거기서 뭐 해?"


 "......"


 "호시노 쨩?"


 "......"


 "저기요~."


...거슬린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냥 우리 귀여운 호시노 쨩이 보고 싶어서 왔지~."


......

일이 귀찮아질 것 같다.


 "...하실 일은 다 끝마치신 겁니까?"


 "으응? 할 일?"


 "빚 변제에 관련해서 말입니다. 할 일이 산더미 일텐데요?"


 "아...그게......"


...설마 다 내팽겨 치고 온 건가, 이 인간?

아니, 내가 아는 당신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미, 미안해. 하지만 도저히 내 능력으로는 처리를 못하겠어!"


 "......"


 "아! 그러고 보니 호시노 쨩도 여기서 땡땡이 치고 있었잖아!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해?"


...부정할 수 없네.

나 역시 지나친 일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시 쉬러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의 원인이 바로 당신이잖아.

어떻게 사람이 일이란 걸 하나도 못할 수가 있어?

1+1이면 2가 되어야 하는데 당신은 -2 수준이잖아.

...라고 면전에 말하기도 이제는 지친다.

그냥 넘어가자.


 "......그래요, 슬슬 돌아가죠."


 "아! 나 아직 쉬지도 못했는데?"


......

이제는 뭐라 말할 힘도 없네.

여러모로 대단한 선배다.

전교 꼴찌에 바보, 그런데 덤터기로 맡은 학생회장 자리...

무슨 기괴한 조합인지 이제는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그 밑에서 일하는 게 바로 나다.

바보의 밑에서 일하는 건 바보 뿐은 아니지만

당신 밑에서 일하다 보면 나도 진짜로 바보가 되는 것 같아.


 "...당신은 쉴 자격 없어요."


 "히잉... 너무해."


학교에는 불빛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유일한 빛은 아침 햇살과 같은 태양빛 뿐.

우리 학교는 전기세 낼 돈도 이제 없다.

왜냐하면...

......이 인간이 학교를 카이저에 팔아먹었으니까.


그렇다. 이 사람은 원수다.

선배라 불릴 자격도 없는 원수.

그래서 난 이 사람을 지금까지 선배라고 불러본 적이 없다.

난 오로지 학교를 위해서 일하고 있을 뿐이다.

학교의 빚을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채로

계속해서 빚을 갚아 나간다.


언젠가 갚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그래, 하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하지만 학교에 애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나도 바보다.

학교가 팔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던 바보.

그렇다면 어째서 이 사람의 밑에서 일하는가?

그건......

...왜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 없는 일이다.

내가 당신의 밑에서 일하는 건... 당신을 증오하면서도 일하는 건... 

그건...

그래, 이건 자비다.

내가 당신을 불쌍히 여기기에 베푸는 자비에 불과하다.

당신은 당신의 이름대로 꿈이나 꾸고 있어라. 언젠가 행복해질 거라는 터무니 없는 꿈을.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자비이다.


 "그건 그렇고 호시노 쨩은 언제쯤 나를 선배라고 불러줄 까나?"


 "......어째서 제가 당신을 선배라고 부를 거라 생각합니까?"


 "그야 호시노 쨩은 내 후배이고... 무엇보다 귀여우니까!"


 "그 귀엽다는 말 좀 하지 마십시오. 듣기 거북합니다."


거슬리는 말만 하는 사람이다.

...짜증난다.


 "하지만 호시노 쨩이 귀여운 건 사실인 걸? 인상을 조금만 더 피면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귀여워질 텐데?"


 "...필요 없습니다. 그런 거 학교를 지키는 데 도움도 안 돼요."


 "그치만... 귀여움도 여자로서의 무기라고? 이렇게 머리를 쓸어 넘기면...?"


 "손대지 마!!"


빈 학교에 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 또 저질렀다.

딱히 당신에게 화 내려던 건 아니었는데.

당신에게는 그럴 가치조차 없는데.

...이게 다 당신이 거슬려서 그런 거야.


 "어... 왜 화를 내는 거야, 호시노 쨩?"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호시노 쨩..."


 "잘 들어요. 우린 단순한 협력 관계일 뿐이야. 학교의 존속을 위한 협력 관계. 당신은 언제나 웃는 표정으로 행복한 꿈이나 꾸고 있을지 몰라도 난 아니야! 그러니까..."


 "......"


 "...그러니까... 발목 잡을 생각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요."


웃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는 건 상당히 큰 죄책감이 든다.

설령 상대방이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늘 웃어주던 사람의 표정이 굳어버리는 것 만큼 좋지 않은 것도 없다.

그러나... 당신은 좀 현실을 볼 필요가 있어.

망할 꿈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다고!


......

아까는 평생 꿈이나 꾸라고 말했다가

이제는 꿈에서 깨라고 하는구나, 나는...

역시, 내게 자비를 베푸는 건 무리였네.


 "화내서 미안합니다. 일이나 하러 가죠."


 "......응, 그래."






일은 끝나지 않는다.

이건 학교를 팔아 먹은 우리에게 주어진 형벌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죄인에게... 형벌은 끝이 나서는 안 된다.


 "호시노 쨩."


 "......"


 "호시노~ 쨩?"


......왜지?

난 당신에게 늘 상처를 주는데도

왜 자꾸 내게 다가오려고 하지?

...불쾌하게.


 "...무슨 일이시죠?"


 "그... 별건 아니고..."


 "별거 아니라면 그냥 가만히 계시죠."


 "아니야, 별거야!"


"......뭐죠?"


 "...우리 잠깐 나갔다 올까?"


나갔다 와? 이 밤중에?

할 일도 쌓여있는 와중에?

당신은 현실을 볼 줄 모르는 겁니까?


 "나갈 거라면 혼자 다녀오십시오. 전 여기 있겠습니다."


 "아, 안돼!"


 "...왜요?"


 "어... 그게... 내가 밤눈이 어두워서... 같이 갈 사람이 필요해."


...거짓말을 할 거면 그 꼼지락거리는 손부터 뒤로 치운 다음에 하시죠.

세상에 그렇게 티나는 거짓말을 처음 봤습니다.


 "...그냥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시죠?"


 "응, 할 이야기가 있어."


이쯤 되면 바보를 넘어서 뇌가 백지로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 잠시 바깥 공기나 마시러 갈까?

대충 장단만 맞춰주면 되겠지.


 "...가시죠."


 "응!"






학교 근처에는 자판기가 하나 있다.

다만 딱히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음료수가 채워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떤 바보가 이 자판기를 관리하겠다고 나서기 전까지는...

덕분에 우리는 돈도 없는데 자판기 안 음료수까지 채워야 되었다.

바보라도 꾸준함은 여전한지 자판기 안에 음료수는 일주일에 한번 씩 가득 채워 놓았다.

그걸 소비하는 건 우리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자기도 쓸데없는 짓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언젠가 후배들이 생겼을 때... 여기서 뽑은 음료수를 마시며 책상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라고 한다.

이런 학교에 후배가 생기는 것은 둘째 치고 당신이 없어지면 음료수 채울 사람도 없다는 걸 왜 모를까?

난 이걸 관리할 생각이 없으니까.


 "자, 내가 살게. 원하는 걸로 마셔!"


 "......"


...말해도 모르겠지.

얌전히 캔커피 하나를 뽑는다.

딸그락~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음료수가 나온다.


 "잘 마시겠습니다."


 "응, 그래!"


......

달이고 별이고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사막에서 별이 잘 보인다는 건 헛소리였던 모양이다.

얌전히 커피나 마시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조금 쌀쌀하다.


 "조금 춥지 않아?"


 "...아뇨, 별로."


 "그렇다고 하기에는 조금 떨고 있는데?"


 "......"


추위에 떨고 있는 내게

당신은 내게 무언가 건넨다.

...파란색 목도리다.

거의 닳지 않은 새 목도리였다.


 "...자, 내가 둘러줄게?"


 "손대지 말라고...!"


 "어허! 선배의 정성을 무시하면 안돼요, 호시노 쨩?"


...오후의 일도 있고 해서 그냥 하게 두었다.

목도리는 어느새 나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

...놀랍도록 포근하고 따뜻했다.


 "...호시노 쨩."


 "......왜요."


 "...내가 밉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그야 난 바보고, 눈치도 없고, 성적도 꼴등인 데다가... 또..."


...생각보다 잘 알고 있어서 놀랐다.

그 외에 당신을 싫어하는 이유는 많지만.


 "...미안해."


 "...뭐가요?"


 "...너에게 존경 받는 선배가 되지 못해서."


......

사과를 하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진심 어린 사과였다.

나는 절대로 하지 못할... 그런 말.


 "난 언제나 꿈을 꾸며 살아왔어. 학교의 빚을 다 갚고 언젠가 호시노 쨩과 여러 즐거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


 "그건 다르게 말하면 늘 꿈속에 갇혀 있다는 뜻이지. 그래서 난 실패자인지도 몰라. 현실을 보지 못하는 실패자."


 "...그 누구도 당신에게 실패자라고 한 적 없어요."


 "그래? 호시노 쨩은 날 실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구나?"


...사실 조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속에 품고 있던 말과 반대로 말해버렸다.


 "하지만... 내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이 그렇게 믿는다면 그런 거야."


 "......"


 "호시노 쨩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해?"


 "...저... 말입니까?"


나는...

......

나 역시... 실패자.

당신과 같은... 실패자.

이 세상에 희망 따윈 없다는 걸 알면서도

희망을 찾아 헤매는 헛된 방랑자.


 "난 말이야. 호시노 쨩이 좋아."


 "...갑자기?"


 "갑자기가 아니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처음 부터?"


 "겉으로는 짜증도 많이 내고 모난 구석도 많은 귀염성 없는 아이지만... 내면에는 누구보다 다른 이들을 생각하는 상냥함을 갖추고 있거든."


  "...저에게 상냥함이란 없습니다."


 "아니, 있는 걸?"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는... 언제나 소중한 것들의 곁에 머물고 있다고...

닿을 수도 없고... 가끔은 지금처럼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서 빛나고 있는...


 "...하나의 별빛처럼 말이야."


......

나는 별이 아니다. 빛을 낼 수도 없다.

나는 무채색의 허상이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그러니까 당신의 말은 틀렸다.

...그렇게 믿을 것이다.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

별 하나의 시와

별 하나의......


별... 하나의......


......






별 하나가... 거슬려






---------------------------------------

일주일만에 돌아온 작가.

시험 공부하다가 갑자기 글쓰고 싶어서 돌아왔다.

...사실 시험 공부는 거의 안하고 일페에서 사온 만화랑 유우카 소설만 읽고 있음.

소설이 제일 만족스럽습니다. 재밌어요.

나도 소설 작가라서 뭔가 내적 친밀감이 생깁니다.

다음 화가 언제 나올지는 나도 미지수입니다. 아마 이번 주 내로 올 것 같기는 한데...

그리고 일러페 잘 즐기고 왔습니다.

선생님 코스프레하고 갔다 왔는데 사진도 많이 찍고 원하는 것도 많이 사서 좋았다.

앞으로 동인 행사 때 종종 출몰할 예정.

12월 서코까지 어케 기다리냐...

이번 화는 외전입니다. 본편은 아니지만 본편과 큰 연관이 있어요.

스안분이 아니라면 이게 누구의 어떤 이야기인지 알 겁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그리고 제 소설을 잘 읽으신 분이라면 "...어?" 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것도 나중에 이야기로 풀겠습니다.

작가는 개추와 댓글을 먹고 삽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도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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