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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블루 아카이브를, 다시 한번 #10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30 17:46:55
조회 5461 추천 36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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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42자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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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화


생의 릴레이




"하아, 하아.......!"


고성당을 빠져나와 회합실을 가로지른다. 폭발의 흔적이 짙게 남은 그곳은 파쇄된 바닥과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주위에 흩어져있다. 조금 전까지 존재했던 거리가 실로 순식간에 폐허가 됐다. 그 두려움에 간담이 서늘해지면서도 하스미와 히나타는 발을 움직인다.


"으....... 쿨럭――"

"선생님......!"


갑자기 선생님이 기침한다. 살짝 열린 입가에서 거품 섞인 피가 흐른다. 각혀이다. 폐에 뭔가 좋지 않은 상처를 입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의 몸에 부담을 끼치지 않게 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잔해가 어지러운 발판에 여전히 멈추지 않는 유혈. 지금은 무엇보다도 속도가 요구되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의 바로 옆을 한 발의 탄환이 스친다.

총성이 울리자 하스미는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즉시 확인하고 선생님을 자신의 몸으로 감싼다.


"―――"

"고, 공격.......!"


히나타가 홀스터에서 재빨리 애총을 뽑고 돌아보자 잔해 위에서 창백한 인영이 보였다. 불길 속에서 그림자가 된 모습의 윤곽, 그러나 강한 빛을 받고 있는 인물임에도 확실하게 시인할 수 없었다.


"하스미씨, 선생님을! 제가 공격하겠습니다!"


양손으로 그립을 움켜쥐고 순간적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더블 탭, 총격은 두 번, 발사된 총알이 그 인영의 머리에 명중하고 후방으로 흐르듯이 넘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대로 잔해 위로 구를 터였던 그림자――그러나 순식간에 안개처럼 홀연히 사라진다.


"사, 사라졌어――!?"


예상치 못한 그 결말에 히나타는 무심코 경악한다.

순간 다른 방향에서 총성, 총알이 날아와 히나타의 어깨를 스쳐 뒤쪽 잔해에 착탄했다.


"또......!"


히나타는 하스미와 선생님의 방패가 되는 위치에 서면서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어쨌든 탄막을 칠 필요가 있었다. 무의식중에 발사된 총알은 네 발, 그 중 한 발은 대상의 옆구리를 스치고 나머지는 다리, 가슴, 배에 착탄했다.

그리고 총에 맞은 인영은――역시 안개처럼 사라져 버린다.


"뭡니까, 저건......!?"

"모, 모르겠어요!"


선생님을 끌어안으며 하스미는 곤혹스러움을 드러내고 히나타도 당황한 듯 자신의 총을 바라본다. 총은 발사되고 있다. 총알도 명중했다――그런데도.


"명중했을 텐데, 전혀 반응이 없고......!"


마치 실체가 없는 허상을 쏘는 듯한 느낌이었다.

느닷없이 나타나서 느닷없이 사라지는, 마치 그림자처럼.


"애초에, 저건 사람입니까? 마치――"


――유령같은.

그 말을 입에 담기보다 빠르게 새로운 인영이 출현한다. 잔해 위에, 갑작스럽게, 아무 전조도 없이

나타난 숫자는 셋, 각기 다른 의상, 총기를 들고 하스미와 히나타, 선생님을 내려다본다.

불길에 드러난 그 모습이 두 사람의 시야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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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 의상은――"


그 특징적인 모습을 본 히나타는 숨을 삼켰다.

유령처럼 나타난 인물――그 모습에 기억에 남아있었으니까.

뇌리에 스쳐지나가는 것은 고서의 내용, 언젠가 흥미삼아 손에 쥐었던 시스터후드의 역사. 고전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아득한 옛날의 일.


"시스터 히나타?"

"저 옷차림,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검은색으로 통일된 특수 예장. 찢어진 긴 윔플, 육체의 절반까지 동화된 검은 의상. 어떤자는 레오타드 같은 옷을, 어떤자는 온몸을 덮는 수도복을, 어떤자는 트임이 들어간 드레스 같은 옷을――

공통적인 것은 윔플과 금이 간 채 점멸하는 헤일로, 그리고 얼굴을 가리는 방독면. 창백하게 빛나는 육체가, 그 눈동자가, 히나타를 꿰뚫고 있었다.


"......저건, 『성도회(聖徒会/せいとかい)』의 복장이에요."

"성도회――?"


하스미는 순간적으로 학생회(生徒会/せいとかい)의 문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다르다. 그녀가 지칭하는 것은 기존 조직이 아니다. 시스터후드, 그리고 학생회(せいとかい)의 울림――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녀들의 전신인 『성도회』를 칭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가진 조직은 이 넓은 키보토스 내에서도 단 하나.


"설마, 유스티나 성도회를 말하는 건가요!?"

"네......!"


유스티나 성도회――계율을 어기는 자에게 징벌을, 그 목적으로만 조직된 전투집단. 옛 트리니티의 어두운 부분이라고 해도 좋다. 폭력을 주저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계율을 수호하는데 앞선 자들.

그러나 그녀들은 아득한 먼 옛날의 존재들이다. 하스미의 표정에 곤혹과 경악이 번진다.


"유스티나 성도회, 수백 년 전 사라진 계율의 수호자....... 그게 어째서 여기에!?"

"읏, 물러서세요!"


히나타가 소리치며 하스미의 어깨를 밀어냈다. 선생님을 끌어안은 채 하스미는 몇 걸음 옆으로 비틀거렸고 히나타가 교대하듯이 그 자리에 선다. 순간 여러 발의 총알이 히나타의 몸에 박힌다. 총성이 울리고 둔탁한 통증이 히나타의 몸을 꿰뚫었다.

돌아보자 유스티나 성도회들이 총구를 겨누고 있고 총구에서 초연이 피어오른다.


"으윽.......!"

"시스터 히나타!"

"괜찮, 아요!"


양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던 히나타는 소리친다. 맞은 곳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두려울 정도의 신비 농도――몇 발을 맞으면 급소가 아니라도 전투 불능이 될 수 있다. 히나타는 살갗을 태우는 듯한 통증에 얼굴을 찡그리며 권총을 겨눈다.

그리고, 잔해 너머에서 속속 출현하는 인영을 발견하고 숨을 삼킨다.


"읏....... 비정상적인 숫자.......! 안쪽에 수십, 아니 수백규모――!?"



"죽어어어어!"


츠루기의 주먹이 안면에 꽂히고, 땅에 몇 번이나 튕기면서 잔해에 충돌하는 아리우스 학생.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토하는 미사키. 어깨에 멘 세인트 프레데터를 흘끗 보고 그녀는 중얼거린다.


"......이대로라면 이쪽이 전멸인가."


주위에 있는 남은 팀은 10명 내외, 그렇게나 있었던 동료는 그 사이에 쓰러져 실신해있다. 만만하게 본 건 아니지만, 역시 평범한 수단으로는 안 되는 모양. 그 폭발을 입고도 여전한 츠루기의 육체는 큰 손상을 보이지 않았고. 수십 발의 총알을 맞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터프한 정신――아니, 거기에는 순수한 분노도 포함되어 있겠지.


최악의 경우, 이 세인트 프레데터를 쏴서 같이 생매장이라도 될까――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의 귀에, 아련한 바람소리가 닿았다.


"......!"


미사키의 배후에 출현하는 인영, 마치 땅에서 솟아나듯 그녀들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검은 윔플, 금이 간 헤일로, 얼굴을 가리는 방독면. 그것을 인식하고 미사키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복제[미메시스]된 성도회, 제 시간에 맞췄네."

"........."


그녀의 목소리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성도회는 츠루기에게 총구를 겨눈다.

미사키는 이글거리는 고성당의 불길에 비친 흐린 날씨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조약에 조인했구나, 아츠코."



"이것으로, 조인은 완료되었다."

"........."


고성당, 지하.

텅 빈 공동 속에 서 있는 아리우스와 섬뜩한 두 머리의 나무 인형. 금이 간 머리에 입과 눈을 그린 턱시도 차림의 인물. 그는 당당한 모습 그대로 차가운 광택을 보이는 손끝으로 옷깃을 여몄다.


"나무 인형이, 말하는 건가."

"――무례하군."


아리우스 중 한 명이 무심코 그런 목소리를 냈다.

순간, 담담한 모습을 보이던 그의 목소리에 짜증과 분노가 묻어난다. 그 섬뜩한 외모도 어우러져 그가 뿜어내는 분위기는 어둡고, 공포스럽다.


"나를 부른다면 예술에 대한 경의를 담아 『마에스트로』라고 칭하길 바란다."

".......읏."


게마트리아 소속――마에스트로.


검은 양복, 베아트리체, 골콩트&데칼코마니, 각각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기를 계속하는 구도자이며 그 중 한 명인 그 역시 자신을 예술가라 칭하는 자. 나무가 부딪치며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는 낭랑하게 노래하듯 고한다.


"흠, 하지만 그대들에게 아직 예술이 무엇인가 하는 건 시기상조인가.......? 그렇다면 유감이지만 그대들과 즐거운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군. 지성, 품격, 경험, 그리고 신념――그것들을 갖추고 오는 게 좋다, 키보토스의 학생들이여,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말기를."


그에게 있어서 그녀들은 좋은 대화 상대가 될 수 없다. 그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부족한 것처럼 비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잘라버리는 듯한 짓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원석일지라도 언젠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 아름다운 보석으로 변모할지도 모르니.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그는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이리라.

다름아닌――그 자[성자]가, 그렇게 믿고 있으니.


"본래라면 이런 일에 도움을 주는 건 본의가 아니지만, 그 수호자들의 『위엄』을 복제[미메시스]할 수 있다는 점에는 흥미가 있었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참고 그대들을 돕도록 하지. 계율을 수호하는 자의 혈통――그 로열블러드의 『계명』이 동작하는 모습을 보게 된 건 다행이라 할 수 있겠군."

"........."

"덕분에 나의 실험은 더욱 『숭고』로 다가갈 수 있겠지."


그의 앞에 선 아리우스 학생――아츠코[공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스쿼드 멤버인 그녀의 역할은 이곳에서 로열블러드의 이름으로 조약에 서명하고 계명을 동작하게 하는 것. 그리고 수호자의 위엄을 복제하는 공정은 눈앞의 인물[마에스트로]만이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녀[마담]은 약간의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그의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지금, 수백 년 전 존재했던 계율의 수호자들은 다시 그 힘을 되찾고 계율을 어기는 자들을 징벌하기 위해 총을 들고 행진을 개시한다.


이것이야말로 아리우스의 노림수――결코 쓰러지지 않는 불사신의 군단과의 계약.


"......흐음, 설명은 지루하고 의미없는 짓일까, 그럼 약속대로 지하에 있는 교의까지 안내받도록 하지."

"........."


두 팔을 벌리고 과장되게 그런 말을 하는 마에스트로에게 공주는 조용히 발길을 돌린다. 목표는 어두컴컴한 통로, 공동에서 이어지는 비밀 통로. 그녀의 등을 머리를 흔들며 바라보던 그는 조용히 그 한 걸음을 내딛는다.


"자, 가볼까――"


――내 예술의 끝으로.



다수의 총알이 잔해를 두들긴다. 파쇄된 파편이 주위로 튀고 분진이 주위를 덮는다.

선생님을 감싸며 근처 잔해에 몸을 기댄 하스미는 멀리 보이는 유스티나 성도회 중 한 명을 저격했고, 그 몸이 꺾인 걸 확인하고 외쳤다.


"리로드 하겠습니다, 엄호를!"

"네......!"


바로 옆의 잔해에 몸을 숨긴 히나타는 그 목소리에 화답해 즉석에서 응사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완전히 밀리고 있었다.

신기루처럼 아련하게, 소리 없이 출현하는 그녀들은 히나타와 하스미의 퇴로를 끊고 조용히, 그러나 엄숙하게 포위하듯 움직이고 있다. 감상에 젖을 겨를도 없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유스티나 성도회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하스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예비 탄약을 꺼내며 얼굴을 찡그린다.


"읏, 잔탄이 적어....... 이래서는――"


손바닥에 구르는 탄약을 바라보며 그녀는 험악한 표정을 한다. 도저히 충분한 탄약량이 아니다. 정면으로 계속 싸우면 3분도 채 걸리지 않아 전부 쏴버릴 정도.

보급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탄약이 떨어지면 적 세력을 붙들기조차 어려워진다. 히나타도 마찬가지인지 허리에 손을 뻗어 예비 매거진을 잡으며 숨을 삼킨다.

남은 탄창은 3개――이것으로 이 곳을 돌파하는 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돌파하지 못하면, 희망은 없다.

입을 굳게 다물고 탄창을 끼워넣은 그녀는 중얼거린다.


"적어도 선생님만이라도――......!"


떨리는 목소리를 내며 히나타는 선생님과 하스미를 본다.

유스티나 성도회는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그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걸음을 멈추는 것 자체가 하책이다. 녀석들의 포위망을 뚫고 한 사람이 미끼 겸 후위로 남는다면, 어쩌면 일말의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불리한 도박이었다. 탄약도 없고 증원도 바랄 수 없으며 단독으로 불사신 같은 유스티나 성도회를 상대해야 한다. 십중팔구, 미끼 역할을 한 학생은 여기서 힘이 다하리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전원――여기서 죽는다.

그럴 바에야, 한 사람의 희생으로 끝난다면.


"하스미씨! 제가――"


제가 돌파구를 열고 후위를 맡겠습니다.

그렇게 외치려 했지만, 그 성량을 웃도는 굉음이 갑자기 들려왔다.


갑작스럽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날아온 것은 총알의 비.

인상적인 사격음에 무시무시한 신비가 담긴 그것들이 주위 일대를 강타하고 잔해와 함께 유스티나 성도회를 일소했다. 흙먼지와 파쇄음, 그것들을 눈앞에 두고 히나타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흘린다.


"큭, 이건......!?"


선생님을 보호하듯 끌어안으며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바라보던 하스미.

몇 초쯤 지나 모래먼지가 걷히고 확실한 탄흔이 인상적으로 새겨진 가운데 총격을 행한 인물이 잔해를 밟아 부수며 나타난다.


"――선생님, 무사해!?"

"――게헨나 풍기위원장?"


나타난 것은 피 묻은 머리를 흩날리는 게헨나 풍기위원회의 위원장 히나. 그녀는 애총인 디스트로이어를 겨드랑이에 끼고 귀기 어린 표정으로 외친다. 설마 게헨나 풍기위원회의 톱이 나타날 줄은 몰랐던 하스미는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 감정을 품은 것은 히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스미가 안고 있는 사람의 모습, 그 피 묻은 샬레 제복을 바라보며 무심코 숨을 삼킨다.


"읏......?!"

"――으........."


작은 신음을 흘리며 괴로운 듯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선생님. 그 피투성이인 모습, 천이 겹겹이 감긴 왼팔. 그 사라진 끝을 인식하며 그녀는 순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무서운 것을 본 것처럼 꼼짝 못하고 표정을 공포로 물들인다.


"―――"


몇 초, 공백이 있었다.

하스미는 히나를 바라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원수라고도 할 수 있는 게헨나, 개인적인 호오를 논하자면 손을 잡는 일 같은 건 논외.

하지만――


"선생님.......――"


품 안에 있는 선생님을 강하게――강하게 껴안고, 그녀는 목소리를 짜낸다.

유스티나 성도회와 선생님의 상태, 지금 여기서 게헨나와 싸우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하스미는 잘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의지해야 할 것은 눈앞의 풍기위원장.

솔직히 말하면 배알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듯한, 참을 수 없는 굴욕과 초조함을 느꼈다.

하지만――


"시스터 히나타, 경계를!"

"앗, ㄴ, 네.......!"


선생님을 안고 달려가는 하스미. 향하는 곳은 잔해 위에 선 히나, 그녀에게 재빨리 다가간 하스미는 피 묻은 선생님을 한 차례 꼭 껴안고 그녀에게 내민다. 안긴 선생님은 힘없이 목이 축 늘어졌고,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선생님을, 부탁합니다――풍기위원장."

".......!"

"트리니티의 수뇌진은 거의 괴멸 상태입니다. 시스터후드도, 티파티도 없는 지금,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정말 수습할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하스미가 취한 선택은 게헨나의 풍기위원장――히나에게 선생님을 맡기고 자신들이 후위를 맡는 것.

츠루기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그녀의 실력은, 부아가 치밀지만 신뢰하고 있다. 만일 선생님을 안고 전투를 치르더라도 그녀라면 간단하게 당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단독 전투력이 뛰어난 그녀에게 선생님을 맡기고 자신들이 이곳에서 미끼겸 후위로 남아야 한다.

선생님의 생명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면――그것이 최선.

선생님의 제복을 꽉 움켜쥔 채, 하스미는 귀기 어린 표정으로 외쳤다.


"그 몸과 바꿔서라도 지켜주세요!"

"―――"


그 강렬한 감정에――선생님의 용태에.

히나는 할 말을 잃고, 혹은 두려움에 떤다. 떨리는 손을 뻗어 선생님의 팔을 잡는다. 그녀 안의 나약한 자신이 얼굴을 내밀어 용기와 사명감을 웃돌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희미하게 움직이는 선생님의 눈꺼풀이, 그 온기가, 그녀의 등을 강하게 밀었다.

숨을 삼키고, 이를 악물고, 뱃속으로 두려움을 가라앉힌다.


".......맡겨둬."


두려움을, 고통을, 후회를 눌러죽이고,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보다 키가 큰 선생님을 가볍게 한 팔로 끌어안고 고성당과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나간다. 목표는 트리니티 중앙구, 본 교사. 자신에게 있어서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지만, 상관은 없다. 지금은 선생님을 구하는 일이야 말로 최우선.

안은 선생님은 평소보다 살짝[팔 하나만큼] 가볍게 느껴졌다. 그것을 애써 의식에서 멀리하며, 히나는 눈물을 삼키고 걸음을 옮긴다.

조금이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강하게.

그렇지 않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시스터 히나타! 퇴로는 저희가 지킵니다!"

"ㄴ, 네......!"


하스미는 달려가는 히나의 등에서 고개를 돌린다.

대신하듯 히나타의 목소리가 울렸다.


"서, 선생님을....... 선생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울려퍼진 그 목소리에 히나는 목소리로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등이 웅변하듯 말하고 있다.

――절대로 지키겠다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린 두 사람은 근처 잔해에 몸을 숨긴 채 탄약을 확인한다. 선생님을 맡긴 이상 조금이라도 이 자리에서 적의 발을 묶어야 한다.


"......탄창은 몇 개 남았나요?"

"나, 남은 건 3개――아, 아니, 지금 장전된 걸 제외하면 2개 뿐이에요....... 제 가방을 찾는다면 좀 더 싸울 수 있었을 테지만."

"없는 걸 찾아도 소용없습니다. 최악의 경우엔――맨손으로 상대해야 할 거 같군요."


그런 말을 주고받는 가운데――다시 두 사람 앞을 가로막는 유스티나 성도회.

히나의 사격으로 소멸된 그녀들이 속속 부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출현하는 건 근소하지만 타임 랙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마치 불사신의 군대처럼 되살아나는 그녀들에겐 감정도 적의도 보이지 않는다. 무기질적인 괴물이 묵묵히 행진하는 듯한 섬뜩함만 있었다.


"정말이지, 진짜 귀신이라도 상대하는 기분이――!"


그런 푸념을 흘리던 중, 갑작스럽게 측면에서 잔해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별동대인가 하고 두 사람이 경직되어 있으면 검은 제복을 입은 학생들――정의실현위원회의 멤버들이 얼굴을 비춘다. 앞머리로 눈이 가려진 그녀들은 알기 쉽게 어깨를 움찔하고 외쳤다.


"하, 하스미 선배......!?"

"! 당신들, 무사하셨군요......!"


생존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며 희색을 띠는 하스미. 둘러보면 얼마 안 되지만 시스터후드 멤버도 여럿 섞여 있다. 폭발로 벗겨졌는지 윔플을 쓰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큰 부상은 보이지 않는다.


"시스터 히나타......!"

"여러분,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시스터에게 다가간 히나타는 그녀들의 무사함을 기뻐한다. 아무래도 폭발이 일어난 뒤 인근 학생들끼리 뭉쳐 눈에 보이는 부상자를 구조하면서 고성당을 빠져나가려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광장을 빠져나간 끝에 이 곳에 도착한 걸까.

하스미는 그녀들의 무사함을 기뻐하면서도 그 표정을 의도적으로 험악하게 바꾸며 물었다.


"자세히 설명할 틈이 없습니다, 여러분, 아직 싸울 수 있겠습니까?"

"저, 절반 정도는....... 나머지 절반은 총을 분실하거나 부상을 입어서――"


물음에 우물쭈물 대답하는 정의실현위원회 멤버. 시선을 뒤로 돌리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폭발의 영향으로 크든 작든 전원이 부상을 입고 있어 상처가 없는 사람은 전무. 후방에는 같은 동료에게 어깨를 겨우 걸을 수 있거나 업혀 있는 자가 보인다.

모인 인원은 30명 내외, 그 중 15명 정도는 총을 갖고 있어 전투 가능. 5명 정도 총을 분실했고 나머지는 모두 부상이라 행동 불능이라는 상황이었다.

전력으로서는 불안하다. 하지만 둘뿐이었던 걸 생각하면 기적 같은 증원. 하스미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알겠습니다.」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스미 선배, 이걸――"


정의실현위원회의 한 사람이 허리의 파우치를 풀어 하스미에게 내밀었다.


"탄약이에요, 저는 폭발로 총을 잃어서......."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를 표하고 그것을 허리에 차는 하스미.

그러는 동안에도 차례차례 숫자를 늘리는 유스티나 성도회. 그녀들은 잔해 위에 서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눈치챈 학생들 사이에 동요가 일었고, 전위를 담당하던 정의실현위원회 학생들이 총을 겨눈다. 그런 그녀들 사이를 빠져나와 하스미는 앞으로 뛰어오른다.


"――저는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가혹한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애총의 코킹을 행하고 손끝으로 잔탄을 확인한 그녀는 모두를 북돋으려는 듯이――강렬한 각오를 담은 눈동자로 말했다.


"조금 전 폭발에 휘말려 선생님이 부상을 입었습니다――오른쪽 눈 실명, 왼팔은...... 제 눈앞에서 절단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

"선생님은 지금 게헨나 풍기위원장이 보호해 철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고성당 밖으로 손끝을 향한다. 그 방향을 보자 멀리 보이는 누군가의 등. 작고, 서서히 멀어지는 그것이긴 하지만, 등에 멘 흰색이 시야에 스쳤다.

선생님이다――선생님이 누군가에게 업혀 고성당에서 멀어진다.


"적의 추격을 허용하면 선생님이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선생님의 퇴로를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그렇기에, 이 자리에서 싸워 달라고――그녀는 온몸으로 전한다.

상처가 아프고, 당장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두렵고, 희망이 보이지 않고, 고개를 떨구고 싶어지는. 그 마음은 이해한다.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만은 허락할 수 없다.

얼마만큼의 상처를 입었든, 얼마만큼의 두려움을 느끼든.

이 자리에서 싸워달라고.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한 유스티나 성도회가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총성을 들은 위원들이 총을 손에 들고 엄폐물에 숨고, 부상자들은 모두 큰 잔해 뒤로 대피한다. 총격이 한창인 와중에 당당하게도 몸을 숨기지 않고 전선에 선 하스미는 응사하며 전력으로 외쳤다.


"――선생님의 퇴로를 사수합니다! 전원, 사력을 다하세요!"


총성이 울린다.

대답은, 공격으로만 이뤄졌다.


정의실현위원회와 시스터후드의 즉석혼성부대. 사거리가 짧은 시스터후드 멤버가 앞에 서고 후위에 정의실현위원회의 학생이 붙는다. 조금 전까지 압도적인 수의 차이에 밀리던 학생들은 수의 힘으로 일시적인 대치를 이룬다.

높이 쌓인 잔해 위에서 이쪽을 쏘아대는 성도회들은 차례차례 날아드는 총알 앞에 사라져간다.


"아얏......!?"


그러나 이 쪽도 손실이 없을 수는 없다. 전위를 담당하던 시스터 중 한 명이 총에 맞아 넘어진다. 머리에 일격, 이마에서 피가 흘러 순식간에 의식을 잃는다.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총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이 황급히 뛰어나와 끌며 회수를 시도한다.

하지만 몇 초 만에 의식을 되찾은 그녀는 끌려가고 있다는 걸 깨닫자 흐르는 피를 닦지도 않은 채 귀기 어린 표정으로 사격을 계속했다.


"내, 내가...... 내가, 선생님을 지키는 거야......!"


총 없이 잔해 뒤에서 떨고 있던 정의실현위원회 학생이 서서히 일어선다. 총이 없는 학생에게 싸울 방법은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서 겁먹고 있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건――싫었다.

모든 탄환을 동료에게 맡겼던 그녀는 아무것도 들지 않고 잔해에서 뛰쳐나와 외친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앗!"

"――?"


목소리로 적의 주의를 끌고, 잔해를 뛰어올라 돌진.

유령처럼 서 있는 성도회의 팔을 잡고 그대로 전력으로 구속했다. 정말 잠깐이지만 구속된 유스티나 성도회가 곤혹스러운 감정을 드러낸다.


"빨리 쏴! 빨리!"


총이 없다면 없는 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적을 구속하고 순간적으로 틈을 만든다.

그리하면 동료가 적을 쏠 한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그것을 본 다른 멤버들도 숨을 삼킨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들은 속내의 두려움을 눌러죽이고 뛰쳐나갔다.


"우와아아아아!"

"지, 질까보냐!"


차례차례 뒤에서 달려나오는 정의실현위원회 멤버들, 앞선 학생들을 따라 맨손으로 유스티나 성도회에게 달려든다. 총을 들고 있지 않은 학생, 부상당한 학생, 그 전원이 일제히, 발을 끌면서까지 유스티나 성도회에 맞선다.


"죽어도, 지키는 거야――!"

"으아...... 으윽!"


눈에 보이는 유스티나 성도회에 맞서는 그녀들, 그러나 근력도 신비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뿌리쳐지고, 땅에 내동댕이쳐지고, 도달하기도 전에 총격에 쓰러진다. 비명을 지르며 아스팔트 위를 구르는 학생들.

하지만 피를 토하며, 눈물 흘리며, 괴로워하며――그녀들은 일어나 다시 뛰기 시작한다.


"쏴라, 계속 쏴!"

"콜록, 콜록...... 으읏!"


총을 겨눈 학생들은 아무리 상처입어도 발포를 멈추지 않고.

총상을 입은 학생들은 그 몸을 던져 길을 연다.

그녀들은――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 몸을 방패삼아서라도.......! 선생님만은 절대로 보내는 거야!"

"절대로, 가게두지 않아......!"

"―――!"


전장은 난전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총을 잡혀 근접전에 들어가는 자[성도회] 붙잡혀 구속을 풀려고 발버둥치는 자[성도회] 차례로 달려드는 정의실현위원회에 주춤거리며 후퇴하는 자[성도회]

총을 들지 않은 학생이 총격을 받아 벽이 되어 후방의 동료를 지원한다.

처음 총에 맞은 시스터 후드 멤버, 시스터 중 한 명이 파우치에 손을 넣는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탄창을 찾을 수 없다. 방금 쏜 게 마지막이었다.

슬라이드 스톱된 애총을 내려다보고 그녀는 조용히 지면에 총을 내려놓는다.


"후우, 후웃..... 나, 나도......!"


머리에 총탄을 맞은 영향으로 떨림이 멈추지 않는 다리. 그러나 잔하에 기대어 일어선 그녀는 혼심의 힘으로 두 다리를 뻗어 땅을 밟아 떨림을 멈춘다.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겠지만, 그것으로 상관없었다.

파우치에 손을 넣고 탄창 대신 꺼낸 것은 두 개의 수류탄.

시스터후드의 일부 인원에게만 지급되는 척탄병장이다.

안전핀을 뽑고 레버를 움켜쥔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앞을 바라본다.


뇌리에 스쳐지나간 것은 언젠가 눈앞에서 일어난 참상[아리우스 학생이 행한 자폭공격].


"――부디, 주님의 가호가 있기를......!"

"――!?"


그녀는 자신을 고무하듯 외치며 유스티나 성도회 앞으로 뛰어들었다.

수류탄을 양손에 쥐고 잔해를 뛰어올라 안전 레버를 놓는다. 가능한 한 무리가 밀집한 곳으로 돌진한 그녀는 폭발하기 직전에 수류탄을 앞으로 던졌다.

허공에서 회전하는 수류탄. 순간, 성도회가 쏜 총알이 시스터의 흉부를 강타했고 통증에 얼굴을 일그러뜨린 그녀는 마지막으로 떠나가는 선생님의 등을 향해 외쳤다.


"선생님, 무사하세요――!"


순간――폭발.


주위에 서 있던 유스티나 성도회가 다수 휘말려 소멸하고 폭발의 여파를 받은 시스터가 땅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대로 잔해의 언덕을 굴러 떨어져 온몸을 부딪치며 땅바닥에 힘없이 쓰러진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헤일로가 소실되었다[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자폭......!?"

"그, 그럴수가――!"


근처에 있던 정의실현위원회가 깜짝 놀란 목소리를 흘리고, 히나타가 비명을 눌러 죽인다. 쓰러진 시스터를 주변에 있던 학생이 황급히 회수한다. 뒤로 끌려가는 그녀의 옷은 너덜너덜했고 피부에는 파편이 박혀 적지 않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 바보같은 짓을......!"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흘리는 하스미. 재빨리 애총에 총알을 넣고 코킹하며 눈에 보이던 성도회 중 한 명을 쏜다. 다양한 총을 손에 쥔 그녀들은 아직 그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잇달아 다가오는 그것들을 앞에 두고 증오를 품은 시선을 보내는 그녀는 그 감정 그대로 숨을 들이키며 외쳤다.


"움직일 수 있는 자는 적의 움직임을 멈추세요! 제가 끝내겠습니다! 총이 있는 자는 엄호를!"


전해에서 몸을 내밀고, 발을 뻗는다. 이제와서 수비에 전념한다고 어떻게 되는 게 아니다.

전력으로――그저 전력으로 저항한다.

자신의 목숨조차 계산하지 않고, 단 1초를 벌기 위해.

힘차게 애총을 겨눈 그녀는 그 진홍빛 눈동자를 불태우며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한 발짝도 보내지 않습니다――남김없이 전부 쏘아 쓰러뜨리겠습니다!"




――――――――――――――――――――――




학생은 의식을 잃으면 헤일로가 소실된다는 공식 설정이 있기 때문에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안심해주시길.


선생님은 학생을 위해 목숨을 걸고.

학생은 선생님을 위해 목숨을 건다.

이거야말로 순애,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 관계인가요.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그런 선택을 하게 한 것을 미래영겁 후회하고.

학생들은 선생님을 지키지 못한 것을 미래영겁 후회한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기에 일어나는 아름다운 순환......

훌륭해, 감동적이야, 하지만 무의미해[그래도 선생님은 편해지지 않아].




다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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