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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맑은 모양의 논-그래피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17 19:44:57
조회 3093 추천 26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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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8772자 


핫산모음 링크


파파고 기반 

의역 

허접임 

오타오역 지적환영


------


밖은 부슬부슬, 5월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장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학교에도 가지 않은지 2일. 계속 자기 방 침대에 세모낳게 눌러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애용하는 파카를 입은 흰 머리의 소녀, 오마가리 하레는 또 후회했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2학년인 그녀는 원래 소속된 베리타스의 부실에서 자주 마시던 에너지 드링크를 한 손에 들고 신형 드론 제어 루틴을 개발하느라 바빴다. 

그랬었는데, 엊그제부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지낸다. 가끔씩 후회하는 마음에 눈물을 쏟고는 한다. 밖에서 계속 내리는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하레가 왜 이러는지, 사건의 시작은 이틀 전이다. 



"으으... 안 되겠다. 또 갈아엎자."

서버실처럼 컴퓨터가 쌓인 방이 블루라이트로 비춰진다. 

하레가 소속된 해커 동아리 베리타스의 부실에서 하레는 혼자 눈앞의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수치를 보고 엎드렸다. 

베리타스의 부부장인 치히로로부터 부유형 신형 드론의 제어 프로그램을 맡은 지 벌써 한 달. 하지만 하레는 슬럼프에 빠져 있다. 

"다용도 어태치먼트에 여러 가지를 장비할 수 있게 되어 있어. 하지만 부유형이라 다는 장비마다 무게중심이 달라지니 그때그때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지..."

엎드린 채 뺨을 책상에 딱 붙이고 졸린 눈동자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아무도 줍지 않는 혼잣말을 늘어뜨린다. 하지만 아무리 그러고 있어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기일까지 프로토타입도 못 만들어."

하레가 만들고 있는 건 같은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엔지니어부가 제작한 드론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 하레의 눈앞에 있는 진한 먹색의 그것은 동그란 구형 드론으로, 프로펠러로 추진하고 초소형 리액션 휠에 의해 자세를 제어하기 때문에 고도의 제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동안 밀레니엄의 다양한 기기를 개발해온 하레였지만, 이런 막다른 골목은 입학 이후 처음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밀레니엄에서도 손꼽히는 기술자인 하레가 슬럼프에 빠진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의 개발에서는 하레가 조건을 정의하고, 그 기기로 하고 싶은 것, 목적을 스스로 정하고 그에 맞춘 하드웨어, 기계 부품 등을 선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완제품 하드웨어를 넘겨받았다. 게다가 기성품이 아닌, 그 엔지니어부의 특주품이다. 이건 하레에게는 첫 경험이었다. 

"하드웨어부터 선정하지 못하면 이렇게 어렵다니."

하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책상 옆에 놓인 깡통을 집었다. 에너지 드링크 '요괴 MAX' 다. 하레가 굉장히 즐겨 마시며 냉장고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저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비었...으...짜증나."

하레는 다 마신 요괴 MAX의 빈 깡통을 휴지통에 던져 넣는다. 빗나간다. 또 화를 내며 쓰레기통에 주워담았다. 그리고 비치된 냉장고를 열어보고 절망한다. 

"...없어. 다 마셨구나...사러 가야겠네."

하레는 완전 카페인 중독으로, 이 에너지 드링크가 없으면 퍼포먼스가 뚝 떨어진다. 한시라도 빨리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작업을 멈추고 쇼핑을 가야 한다는 사실에 하레는 또 짜증이 났다. 

"아무래도 뭐가 잘 안풀리네."

그렇게 말했을 때, 하레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착신음이다. 이름은...코누리 마키.

[하레 선배, 도와줘-!]



밖에 비라니, 혼자라서 몰랐다. 그러고 보니 장마다. 

하레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합류한 마키와 학원으로 돌아간다. 

비도 도와 인적이 드문 쓸쓸한 도로에 핀 수국과 참나무의 특징적인 붉은빛만이 아름답게 비친다. 하지만 하레의 마음은 꽃을 보고도 기쁘지 않았다. 

우산이 두 개. 빗소리를 BGM으로 마키의 말이 멈추지 않는다. 

"너무한 거 아냐 발키리 녀석들! 날 막으려다가 갑자기 최루탄으로 제압했어!"

코누리 마키. 베리타스 소속 1학년. 하레의 후배다. 몸집이 작고 원기가 넘치며 사람을 잘 따른다. 해커로서는 아직 견습이지만 호기심이 많고 영감이 넘치며 의욕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지식을 흡수해서 순식간에 좋은 해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선배로서의 편파적인 시선을 거르고도 하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호기심과 영감이 억제되지를 않는 체질인 것 같아, 가끔 무모한 행동으로 주변 사람을 곤란하게 하기도 한다. 오늘처럼. 

"잠깐, 좋은 벽을 발견했을 뿐인데! 저 지하도가 너무 음침한 분위기여서 내가 밝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딱히 벽 페티쉬라 할 만한 건 아니고, 마키의 또 다른 취미는 그래피티. 

에어로졸 아트라고도 불리는, 벽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주로 이름 같은 글자를 그리는 아트다. 그 솜씨는 베리타스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고, 베리타스의 엠블렘도 마키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선로 아래를 횡단하는 지하도의 한편에서 발견한 좋은 벽에 무단으로 스프레이를 뿌리는 바람에 신고를 받고 발키리 경찰학교 학생들에게 인계되고 말았다. 

"그래도, 하레 선배가 데려와 줘서 다행이다. 진짜 고마워. 잘못했다간 세미나에 넘겨져서 반성실행이었을거야."

조금 전 전화는, 경찰학교 소속 파출소에서 마키가 건 것이다. 하레는 같은 베리타스 멤버로서 마키를 데려가게 되었다. 경찰학교 학생에게 고개를 숙이고 같이 혼났다. 그 바람에 하레는 요괴MAX도 사지 못했고 개발도 계속하지 못하고 있다. 저대로 의자에 앉아 있었어도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겠지만, 그 사실이 또 하레의 기분을 불안정하게 몰아친다. 

(바쁜데 왜 내가 이런 일을...)

사고가 검게 물든다. 마키의 얘기가 귀에 전혀 안 들어와. 하지만 다음 말은 왜인지 선명하게 하레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다들 규칙, 규칙이라니, 규칙만 계속 지키려고 들면 내 영감이, 그래피티가 빛을 못 보잖아!"

"시끄러워..."

그만, 입 밖으로 나가 버렸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하레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 입 밖으로 나가버린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에?"

믿을 수 없는 걸 보는 듯한 표정으로 마키는 선배를 본다. 그 얼굴을 봐도 하레의 새어나와버린 말은 멈추기는 커녕 하염없이 쏟아진다. 

"그렇게 벽에 낙서하고 싶으면, 제대로 허락받고 해 줘."

(그러면, 내가 굳이 파출소까지 가지 않아도 됐는데.)

마키가 그래피티를 낙서라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말하다니. 돌이켜보면 하레는 자기 자신이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때의 하레는 하드웨어라는 제약 하에 프로그램 개발을 하던 중이었고, 그 때문에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막혀버렸다. 

그리고 하레도 마키랑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규칙을 무시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엔지니어부가 부품 하나하나 정성껏 만든 드론을 앞에 두고, 자신에게 기대를 걸어준 치히로를 앞에 두고 그런 건 할 수 없다. 그래서 룰을 경시한 마키에게 버튼이 눌린 것이다. 

마키는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도, 그 안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왜 그런...그래피티는 낙서가 아니야! 하레 선배는 알아줄 줄 알았는데!"

빗소리를 긁어내는 날카로운 마키의 외침과도 비슷한 목소리가 귀에 박혔고, 하레는 늘 밝은 이 후배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래도 긁어대는 게 멈추질 않는다. 우산을 든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실렸다. 

"몰라! 알 리가 있겠어! 그래피티가 대단하더라도! 그게 누군가를 감동시킬수 있어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은 그냥 낙서야!"

이번에는 마키의 손에서 우산이 떨어졌다. 그 밝은 빨강 머리를 비가 적신다. 마키는 하레에게 뭔가 작게 말하려다 달려나갔다. 

"선배는 아무것도 몰라!"

떠나면서 그렇게 외쳤던 목소리가 하레의 귀에 울려퍼졌다. 



그 때부터, 스스로도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정신 차려보니 이 방에 돌아와 있었고, 그대로 이불에 싸여 잠들어 버렸다. 

비에 젖었는데도 감기에 걸리지 않은 게 기적이다.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진정될까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와 죄책감으로 무기력해진다. 어두운 우주 공간에서 천천히 블랙홀의 중력에 사로잡혀 끌려가는 듯한 부유감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이틀이 지났다.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 계속 머리가 멍해진다. 

(뭣보다, 잘 되지를 않는다.)

드론도, 마키도, 나가자니 비를 맞게 되고, 냉장고에 요괴 MAX도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마키에게 한 말이 용서되는 건 아니야.)

뭔가를 탓하면 조금 편했을지도 모른다. 우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하레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마키는 하레에게 처음 생긴 후배였다. 하레 자신은 그다지 교제를 잘하는 편은 아니어서, 마키가 베리타스에 왔을 때 잘 지낼 수 있는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마키는 사람을 잘 따르고 쾌활하여 하레를 곧잘 따라주었다. 자신에게는 없는 재능이 있고, 존경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장난을 좋아하는 건 옥의 티지만, 함께 있어서 즐거웠다. 

또, 게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도 있어서 하레도 마키와는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 부서져버렸어...)

2일동안, 왜 그런 말을 해버렸는지,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말하고 싶다. 하지만, 모든 것을, 마키의 일도 드론의 일도 내팽개치고 계속 이불에 싸여 있고 싶다. 그게 차례차례 하레를 덮친다.


그리고 지금은, 카페인이 부족한 흐릿한 머리와 시야로 참대에서 무릎을 껴안고 그 무릎에 이마를 붙이고 떨고 있다. 잠옷으로 쓰는 낡은 후드티도 언제 갈아입었는지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뭘 먹었는지도, 안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띵동...

(마키한테 사과해야지...)

띵동, 띵동.

(하지만, 알고는 있지만,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띵동, 띵동, 띵동.

(학원도, 드론도......마키와의 일도, 다 내던지고 싶다...)

띵동.

"시끄러워..."

그것이, 그저께 마키에게 한 말과 같은 것임을 알고 하레의 뺨에 눈물이 맺혔다. 그 덕분인지 머리가 좀 맑아지면서 하레의 원룸에 초인종이 계속 울리는 것을 깨달았다. 

환청은 아닌 것 같다. 하레는 집을 비운 척을 할까 하지만 그만둔다. 계속 눌러대는 초인종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기백 같은 걸 느끼게 했다. 

(누구지...치히로 선배인가...아니면, 유우카...?)

자신을 걱정해 줄 만한 사람을 떠올리며, 내가 걱정받을 자격이 있기는 한가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었고, 침대에서 일어나 전등도 켜지지 않은, 하지만 익숙한 자기 방으로 나아가 현관문을 열었다. 

어느새 해는 뜨고 있고, 줄곧 어두운 방에 있던 하레는 빛에 순간 눈이 먼다. 눈이 익숙해지자 현관 앞에 서 있던 건 빨간 머리의 소녀. 

"마키..."

하레는 그 이름을 무심코 말했다. 

마키랑 만나면 사과하자. 그렇게 생각했는데, 좀처럼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그건 마키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아, 두 사람은 그대로 말없이 서로 바라보게 된다. 

하늘은 여전히 흐리고 비는 그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눈이 잠깐 안 보이다니 하레는 얼마나 오랫동안 어둠 속에 있었는가. 

그저께 길가에 떨어뜨린 채 두고 가 버렸을 우산을 든 마키는 교복 차림이었다. 하레와는 달리 평범하게 등교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쪽이 욕보일 일은 끌어안는 것 같아 하레의 마음 속에서 또 죄책감이 커졌다. 

마음을 먹은 듯 마키가 하레의 손을 잡았다. 

"가자!"

갑자기, 그런 말을 듣고는 당황한 하레는 그대로 밖으로 끌려나온다. 

"잠, 잠깐. 그..신발 좀 신을게, 우산도."

"아, 응...미안."

마키는 머리를 긁적였다. 



둘이서 빗길을 걷는다. 이틀 전과 마찬가지로. 단지, 다른 것은 마키가 말이 없다는 것과 그저께 걸었던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하레는 마키를 바라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기색은 없이 그저 앞으로 가는 것 같다. 하레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리고. 

(아직 사과하지 않았어)

두 사람은 말을 주고받지 않고 빗소리와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가 물보라를 일으키는 소리만을 배경음으로 계속 걷고 있었다. 

"아..."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엊그제 말다툼을 벌였던 그 장소다. 생각이 나서 더 이상은 오고 싶지 않았던 그 장소. 하레는 그만 멈춰 버렸다.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올 수 있어서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마키가 데려오지 않았다면 여길 지나가는 걸 철저하게 피했을 수도 있으니까. 

"조금만 더"

라고, 멈춰선 마키가 그렇게만 말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 것 같다. 하레는 황급히 마키의 뒤를 따라간다. 

(이 앞은...)

맞아. 저 어두운 지하도가 있었어. 마키가 그래피티를 그리려다 신고된 그 현장이다. 그 지하도의 존재는 하레도 알고 있었다. 丁자로 되어 있고 조명도 어둡다. 확실히 마키의 말대로 음침한 분위기를 느꼈던 기억이 있다. 

마키는 그대로 지하도로 달려간다. 하레도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기억과의 위화감을 깨닫는다. 

(벽면의 무늬가...달라?)

丁자 길의 가운데 세 갈래 교차로에서 마키는 멈춰 섰다. 길이 좌우로 갈라져 있다. 

하레가 그 위화감의 정체를 확인하기 전에, 뒤돌아본 마키가 득의양양하게, 하지만 불안이 섞인 표정으로 스위치로 뭔가를 조작했다. 그리고.

"아..."

하레에게서 나온 건 감탄이었다. 팟, 하고 지면에 설치된 조명이 지하도 벽면에 빛을 뻗었다. 지하도의 음울한 분위기가 환하게 변했다. 

그 벽에 그려진 건, 하늘색의 그래피티...가 아니었다. 아니, 확실히 마키가 애용하는 스프레이가 사용되었고, 그 표현 방법도 마키의 특기인 그래피티의 문맥이 도처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벽면에는 그래피티라 할 수 있는 요소, 문구(말)가 없다. 즉, 지금 하레의 눈 앞에 있는 것은 풍경화였다. 

흐린 구름 아래, 심지어 이 지하도에 나타난...뚫린 것 같은 푸른 하늘. 흐르는 구름은 머리 위와 같은 회색빛이 아니라 새하얗다. 기분 좋은 맑은 하늘에 데포르메된 작은 새가 날고 있다. 사실적이지는 않지만, 생기가 넘치는 게 금방이라도 날갯짓을 할 것 같았다. 

"이거..."

"허가는 제대로 받았어. 이 지하도는 밀레니엄 직할이니까, 세미나에 부탁했어. 치히로 선배 도움을 받아서, 요즘 비가 많이 와서 밝은 하늘을 그리고 싶다고 했더니 허락받았어."

하레의 의문을 앞서가듯 마키가 대답했다. 이번에는 하레에게 등을 돌리고 자신의 작품을 본 채로 말한다. 

"왜, 이런..."

하레는 마키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못한 것도 잊은 채 말했다. 

"치히로 선배한테 들었어. 하레 선배가, 슬럼프래. 잘 안 풀리는 것 같대."

"앗."

치히로에게도 간파당하고 있었다. 부원들을 잘 봐주는 치히로라면 간파당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알게 되자 하레는 그만 숨을 멈췄다. 

"나는, 그런 걸 몰라서. 그저께도 밤 새서 피곤한 몸으로 나를 데리러 와 줬다는 걸 알고, 그랬더니, 그만 몸이 먼저 움직여 버렸어. 그래서 맑은 하늘을 그리고 싶다는 건 절반은 거짓말."

"......"

모처럼의 푸른 하늘인데, 하레의 시야는 번져 버린다. 후드티의 옷자락으로 닦아내고, 재차 눈에 새긴다. 마키는 그런 하레를 보고 뺨을 긁적인다. 

"하레 선배가, 낙서라고 했을 땐 슬펐지만...그래도, 이걸 혼자서 열심히 그리다가, 처음으로 낙서여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하레 선배랑 화해할 수 있다면, 하레 선배가 건강해질 수 있다면."

"마키...미안, 미안해. 피곤했다는 핑계로 마키한테 심한 말을 해버렸어. 나, 마키가 부러워서."

하레는 참지 못하고 뺨을 적시며 사과를 했다. 그리고 하레는 스스로 입에 담자 비로소 알아차렸다. 방 안에서 우물쭈물 생각만 할 때는 몰랐는데, 엊그제 말다툼의 원인은 질투심이었다. 

영감이 넘쳐나고, 그걸 아무런 주저 없이 표현할 수 있는 마키를 질투해 버렸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해버렸다. 내 마음 때문인데, 마키에게 상처를 줬어.

그리고 '나는 틀어박혀서 우울해하는 동안 마키는 나를 위해서 열심히 푸른 하늘을 그리고 있었구나' 라고 생각하자, 후회와 죄책감에 더해서 자신의 한심함까지도 커졌다. 

"아냐, 나야말로 하레 선배가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었는지 몰랐어. 미안해."

마키는 그렇게 말하고는 오른손을 내민다. 

"화해, 괜찮지?"

조금 전 현관에서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하레가 마키의 손을 잡았다. 

"응...응!"

그렇게, 화해하고 한동안 두 사람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마키가 하레를 보고 말했다. 

"이제, 하레 선배 차례네."

그 말의 뜻을, 하레는 순간 알 수 없었다. 

"어...?"

"드론 개발, 계속하는 거지?"

그렇다. 마키와 화해할 수 있었던 지금도, 후회도 죄책감도 한심함도 사라지지 않는다. 하레의 마음 속에 그것들은 아직 남아있다. 그건 마키에 대한 미안함으로 남아 두 사람의 관계에 응어리가 되어 남을 것이다. 

마키는 눈앞의 '푸른 하늘'을 만들어 그걸로 응어리를 치우고 극복하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키랑 정말로 이전처럼 돌아가기 위해선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어.

"응, 할 거야. 이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냐 아냐."

"응?"

눈앞의 풍경을 보던 마키는 다시 한번 하레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건 말야, '맑은 모양'*." *- 하레모요오 - 하레 모양이라고 읽힘 

"...그렇구나, 맑은 모양."

하레의 마른 눈물 자국에 웃음이 났다. 



"좋아, 완료."

7월. 장마는 완전히 그칠 무렵. 하레는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건물 중 한 곳의 옥상에서 드론 제어 프로그램의 최종 시험을 마치고 있었다. 

결과는 양호. 그보다도, 그 때의 슬럼프는 대체 뭐였나 싶을 정도로, 부드럽게 개발이 완료되었다. 


노트북을 두드리며 하레는 지금까지의 일을 되돌아본다. 


(그 때의 나는, 너무 생각이 많아서 멈춰 버렸어.)

엔지니어부의, 그리고 부부장의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아서, 너무 완벽한 프로그램을 목표로 해서, 그때마다 뜻대로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답을 준 건 마키였다. 

마키는 자신을 표현하는 데 주저가 없다. 그게 나쁜 면으로 나와 버리기도 하지만, 하레는 그걸 따라가기로 했다. 

즉, 생각난 걸 표현해 보고, 테스트에서 드론을 띄워보고 피드백한다. 그걸 반복하는 심플한 방법. 트라이 앤 에러.

이런 단순한 생각을 못 했던 그때의 나 자신이 한심하다. 

"역시 어태치먼트가 있다고, 뻣뻣하게 이것저것 붙이려니까 어려워지네.

다용도라고는 해도, 컨셉을 좁히지 않으면...인공지능 유닛이라면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네."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하레는 다시 한번 날려보려고 드론을 확인한다.

그 때는 도색도 없었고 먹색이던 그 드론에 하레는 도색을 칠하고 있었다. 흰 바탕에 파란 줄이 눈길을 끄는, 마키 말로는 '맑은 모양'. 하늘을 나는 동그란 구형 드론과 어울려 마음에 든다. 

떠오른 드론에 7월의 강한 햇살이 비춘다. 

손으로 차양을 만들고 가늘게 뜬 하레의 눈에 비치는 건 그 지하도에서 본 것과 같은 맑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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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빠가 없기를

모양 형태 고민하다가 모양으로 밀었는데, 더 좋은거 있으면 추천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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