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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비 갠 뒤의 하레 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4.21 10:57:19
조회 1708 추천 1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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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번역기

에덴조약 스포일러





데이트를 마친 후의 나는 마치 불에 타서 재가 된 것 같았다.

무엇을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데다 전혀 진정할 수 없었던 나는 베리타스 부실에서 뛰쳐나왔다. 그렇게 정처없이 학교 안을 돌아다녔지만, 전혀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밀레니엄 밖으로라도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스터디 에어리어를 도는 모노레일을 탔다.


"......"


좌석 한 구석에 자리잡고 반대편 창문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있을 때 정신이 안정되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그냥 그렇게 좌석에 몸을 맡기고 내 주변에 펼쳐진 학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창밖에는 데이트 날과는 달리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다.

흔들림도 거의 없는 고속 모노레일.

그렇게 밖을 내다보고 있자니 자신이 마치 타임리프를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몇 바퀴나 학원을 돌고 있었다.

누군가가 타면 그 대신 누군가가 내리고 다시 달린다. 같은 곳을 달리고 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은 항상 다르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 자신도 한 바퀴 전에 바라보던 나보다 시간이 흐른 존재가 되어 있다――

그런식의, 조금 철학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있다 라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 공백 같은 시간이 기분 좋았다.


"어라? 하레, 드문 일이네."

"......어?"


어느새 나는 잠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말을 걸었을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유우, 카? ......무슨 일이야?"

"퇴근길. 이제 세미나로 돌아갈 거야."


유우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옆에 앉았다.

내가 멍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어서인지 유우카는 웃었다.


"잠이 덜 깼구나."

"으음..... 어느새 잠들어버렸는지......"


열차 안은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창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샬레의 일까지 맡겨서 미안해. 힘들지?"


유우카가 그렇게 걱정하는 말을 건네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급속히 졸음에서 각성상태로 향했다. 안도감과 비슷한 몽환적인 기분에서 나는 어떤 어색함을 느꼈다.

아무것도 모르는 유우카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그건 괜찮아. 유우카는...... 힘들겠네."


자세히 보니 유우카는 피곤해 보였다. 좌석에 깊숙히 앉으면서도 약간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로 등을 구부리고 있다. 내가 그렇게 지적했을 때 그녀가 짓는 찡그린 웃음은 그 피곤함을 전혀 감추려 하지 않았다.


"지난주에 『C&C』에 임무를 맡겼는데 그게 말이지......"


크게 한숨을 내쉬는 유우카는 대량의 서류를 안고 있다.


"선생님도 함께였지?"

"응. 브레이크 역할을 해줄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선생님은 우리와 데이트를 하기 직전에 세미나에서 초청을 받았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 바쁜 업무의 틈틈이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준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나도 내일 낮잠이라도 잘까봐. 그렇게 해도 괜찮겠지?"

"......"


일에 질렸는지 유우카가 될대로 되란식의 말을 꺼냈다. 그리고 한동안 나는 유우카가 푸념하는 걸 건성으로 대답하며 들었다.

내가 선생님과 사귀게 된다면...... 유우카는 뭐라고 할까?

아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잠 못이루고, 세미나 일도 내팽개치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반대 입장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유우카는 내가 엊그제 선생님과 데이트 했다는 사실을 모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우월감보다 죄책감이 더 강해졌다.


"어라. 하레도 그거 샀구나."

"어?"


유우카가 가리키는 것은 그저께 선생님이 사준 인식표였다.

인식표――


"아――깜빡했어!"


나는 소리를 높이며 일어섰다. 서둘러 스마트폰 화면을 보니 마침 우타하 선배와 약속한 시간이었다.


"무, 무슨일이야?"

"미안해, 유우카! 나, 우타하 선배랑 약속이 있어서.......!"


모노레일이 막 승강장에 진입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나는 바로 내리기로 하고 재빨리 유우카에게 그렇게 말했다.


"우타하 선배랑? 신기한 일이네. 다음에 봐!"

"응. 또 샬레에서!"


선배의 이름을 무심코 입밖으로 내뱉은 걸 후회하며 나는 유우카에게 손을 흔들고 모노레일에서 내렸다.

가을의 해질녘은 빠르다.

내가 달리는 동안에도 해는 점점 기울어간다.

우타하 선배는 웃는 얼굴로 나를 맞아주었다.


"늦었구나."

"미, 미안해. 유우카랑 얘기하다 늦어졌어......"


나는 거친 호흡으로 그렇게 말하며 무릎에 손을 얹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역시 달리는 건 나에게 맞지 않는 거 같아.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약속은..... 지켜야 하잖아?"


가까운 벤치에 앉아 우타하 선배의 배려에 그렇게 답했다.

선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유우카와는 무슨 얘기를 했어? 요즘 바쁜 거 같던데."


의외로 선배는 본론을 꺼내기보다 먼저 그렇게 물었다.

나는 선배에게 유우카로부터 들은 얘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선배답지 않다는 위화감이 목구멍에 걸린다.

나는 선배가 말을 꺼낼 때가 언제인가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자각했을 때, 나는 그 위화감에 대한 해답을 얻은 것 같았다.

그렇구나.

선배도 마찬가지다.

이 관계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럼, 데이트는 어땠어?"


마침내 선배가 그렇게 말을 꺼냈을 때, 나는 내장에 무거운 게 실린 듯한 둔한 통증을 느꼈다.

유우카의 얼굴이 스쳐갔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우타하 선배의 표정에서 미안함을 느꼈다.

내가 선택되면...... 두 사람은 뭐라고 할까?

베리타스의 모두는 어떨까.

엔지니어부의 아이들도 마찬가지.

샬레에 속한 모두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 죄책감일까?"


우타하 선배는 모든 걸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고 숨김없는 감정을 말하기로 했다.

선배에게 숨겨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그런 건 느끼지 못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나는 샬레의 부부장이라는 직함을 이용해 계속 찬스를 엿보았다. 우타하 선배와 「동맹」을 맺고 유우카가 없는 틈을 타 선생님과의 거리를 좁히려 하고 있었다.

그것이 부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누군가가 선생님과 맺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와 선배는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것은 이 싸움에서 분명 이론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하지만 양심이 삐걱거리는 소리는 난다.


"그럼 포기하는 걸까?"

"큭......그건 아니야!"


선배의 말에 나는 튕기듯 일어섰다.


"나는...... 제대로 고백했으니까!"


설령 그것이 유우카를 배신하는 일이 되더라도.

선배와의 우정을 저버리는 일이 되더라도.

그래도 나는...... 자신이 선택받기를 바라고 있다.

선생님에게 선택받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 나도 고백했어. ――선생님에게 나를 여자친구로 삼고 싶지 않냐고."


선배는 왼손을 들며 나를 쳐다봤다.

분명 선배는 그 맑은 눈동자로 선생님을 똑바로 바라봤겠지.

그 약지 손톱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선배도 진심이다.

그래서 나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선생님에게, 선생님의 연인이 되고 싶다고, 요구했단 말이야......"


공원 정자에서의 그 순간――

선생님은 분명 침을 삼키며 나를 원하고 있었다. 내가 선생님만을 생각하게 된 것처럼 선생님도 나만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나는 그렇게 단언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선생님의 손이 살짝 움직였으니까.


"답장은 오늘이 아니어도 좋지만, 꼭 답장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그런가......"


그때 선생님은 나를 과소평가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건 분명 지금 눈앞에서 놀라움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우타하 선배도 마찬가지.

오마가리 하레는 양식적이고 차분한 소녀라고, 그렇게 생각했겠지.

아니야, 둘 다.

나는 해커니까.

반드시――마음을 해킹해 보겠어.

침묵이 흘렀다.

가을바람이 몰아친다.


"선생님도...... 고민하고 있겠지?"

"......그렇겠지."


선생님은 어른이고, 무엇보다도 선생님이었다.

이렇게 어프로치했지만 정말 학생을 선택할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쪽도 선택되지 않는다, 라는 가능성이 높지만."

"그건 동의해. 그래도, 선생님이 우리를 거절해도 접근하는 학생은 점점 늘어날 거라고 봐."


선배는 「그렇겠지」라며 내 말에 동의했다.

에덴조약 사건을 거치면서 선생님의 지명도와 영향력은 커져만 갔다.

가까운 장래에 선생님은 모든 키보토스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될 거다.

선생님을 둘러싼 인간관계는 더 복잡해지고, 더 촘촘해지며, 더 정치적인 무게감을 더해갈 것이다. 선생님이 특정 누군가를 선택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될 때가 올 터.


"그렇다면 선택해줬으면 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그래서 나는 내가 선택받지 못한다면 우타하 선배가 선택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적이자 공투상대이자 친구인 선배라면....... 선생님을 빼앗겨도 상관없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선배를 깊이 신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럼, 하레."


선배가 내 이름을 부르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응."

"이번에는 우리가....... 선생님에게 데이트 신청하자."


그건 그날 라멘을 먹으며 결정한 일.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

선생님이 그 의도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나는 마침내 「동맹」이 끝나는 순간을 깨달았다.


"......"

"......"


둘이 함께 서서 같은 사람을 생각한다.

시야 한구석에 희미하게 보이는 선배의 손가락이 선생님을 향한 그리움을 엮어내고 있었다.

선택받는 것은――단 한사람.

그것을 위해 경쟁하고, 그것을 위해 공투해 왔다.

우리는 그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끝났어, 선배."


먼저 끝낸 것은 나였다.

나는 한동안 선배의 스마트폰 소리를 듣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두 사람이 함께 선택되면 좋을텐데――

그런 이루어질 수 없는 세상을 바라기도 하면서.

우타하 선배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원망하기 없기다?"

"물론. 웃는 얼굴로 축복해줘야지."

"그래."

"그럼 서로 다른 메시지를 보내자."


이쪽으로 향한 우타하 선배의 스마트폰에는 평소 선배의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애틋한 연모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치사하네.

이럴 때까지 갭을 보여주다니.


"17시가 되는 순간에 보내자."


우리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고 왼손을 전송 버튼에 갖다 댔다.

이토록 영원에 가까운 순간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17시.

전송을 누르는 순간, 우리는 힘이 빠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아......."

"심장에 안좋네, 이건."


힘없이 웃는 우타하 선배에게 나도 힘없이 웃었다.

그렇게 그저 하늘을 올려다본다.

황혼빛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어떻게 되려나."


우타하 선배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사람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글쎄. 곧 답장이 올지도......"


영원히 답장이 오지 않아도 좋았다.

그러면 선배와 지금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테니까.

그런...... 모순.

성취와 좌절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긴 두 달이었어, 선배."

"......그러려나. 너무 빠른 두 달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던 두 달은 없었던 것 같다.


"하레. 다음에 가라오케 갈래?"


우타하 선배의 그 말에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역시 선배는 치사하다.

이럴 때 미래―내일의 약속이라니.


"괜찮네. 선배, 잘해?"

"내 자랑인 노랫소리를 들려줄게."


선배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왠지 선배에겐 끝까지 놀라기만 한 느낌이다.

이 사람은 이렇게도 천진난만하고,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당당했다.


"그건 기대되네."


우타하 선배가 선택받는다면 나는 선배와 노래방에 갈 수 있을까?

내가 선택받았다면 선배는 나와 노래방에 가줄까?

알 수 없다.

가슴이 뛰었다.

초조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세미나를 상대로 한 해킹을 할 때도 이렇게 긴장한 적은 없었다. 애초에 이런 긴장감은 처음이었다. 어떤 때든 나는 자판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는 걸 즐겼는데.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이렇게나...... 나 자신이 안절부절 못할 줄은 몰랐다.

그때.

우리의 스마트폰 알림음이 울렸다.

우타하 선배와 내가 거의 동시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었다.


"......후우."

침을 삼키고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연다.

그리고 나는 현실을 눈앞에 마주했다.


【하레! 권유해줘서 고마워――】

"아아......!"


자연스럽게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스마트폰을 무릎에 내려놓고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 순간, 내 안의 모든 감정이 꽃피듯 쏟아져 나왔다.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따스해지며 그 감각이 전신에 퍼진다.


"하레."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우타하 선배가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그 미소는 내가 이 생애에서 본 그 어떤 미소보다도 따스한 것이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선배......"

"축하해. 네가 승리야."

"으, 아, 으..... 우타하 선배......!"


기쁨과.

안도감과.

애틋함과.

감사와.

약간의 쓸쓸함과.

나는 나도 모르게 우타하 선배를 끌어안고 소릴 내어 울었다.

가장 괴로운 건 선배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하지만 나는 내 감정을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선배의 가슴 속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그런 나를 선배는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왜 우는 거야. 하레는 웃고 있어야지."

"하지만...... 하지만.......!"

"설마, 나를 향한 미안함일까?"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그저 울 수밖에 없었다.


"......상냥하네, 하레는."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꼭 껴안고 어깨를 잡아 천천히 일어나게 해주었다.

나도 울먹이는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웃고 있는 선배를 간신히 바라보았다.


"잔혹할 정도로 너는 상냥해."

"미안해, 선배...... 나, 좀 더 당당해야 하는데......"

"상관없어. 그게 하레의 좋은 점이니까."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손수건을 꺼내더니 내 얼굴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이렇게까지 배려심 많은 선배가 선택되지 않고 내가 선택됐다는 사실에 나는 죄책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려다 이내 그걸 잊으려 했다.

그런 건 우타하 선배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실례다.


"......좋은 얼굴이야. 그래야 오마가리 하레지."


선배는 큭큭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허리를 펴길 재촉했다.

나와 선배는 10cm 정도의 키 차이가 난다.

그래서 항상 나는 선배의 얼굴을 올려다보았고 지금도 그건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나는 선배와 대등하게 같은 눈높이에 선 기분이 들었다.


"하레. 부디 그 상냥함을, 언제까지나 간직해줬으면 해."

"선배......?"


황혼을 등지고 서 있는 선배.

선배는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 상냥함이 선생님을 구할거야."

"그럴까.....?"

"내 말이 믿기지 않아?"


나는 힘껏 미소지었다.


"설마, 그럴 리가."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뭔가를 확신하는 듯 했다.


"우타하 선배의 말인걸. 믿을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능한 한 웃어보였다.


"응.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내 어깨에 손을 얹은 후 천천히 내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등 뒤에서 끌어안듯 나를 안고는 내 손에 방금 전에 떨어뜨린 스마트폰을 쥐어주었다.

화면에는 선생님이 보낸 메시지가 계속 빛나고 있었다.


【데이트, 기대하고 있을게. 그 전에, 지금 샬레에서 만날 수 있을까? 하레에게 직접 답하고 싶어.】


이 답장을 선배도 봤을 텐데.

그런데도 내가 본 우타하 선배는...... 끝까지 웃고 있었다.

그것이 약속인 것처럼.


"자, 하레. ――다녀와!"


포옹이 풀리고 등을 두드리는 게 느껴졌다.

선배의 마지막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응!"


나는 더 이상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뛰기 시작했다.




도착한 샬레에는 아무도 없었다.
스마트폰에 도착한 자신의 입장 통지가, 자신 외에 다른 학생의 부재를 알렸다.
격정처럼 오르내리던 감정은 샬레에 도착했을 때엔 평정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지금 내가 가로지르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 구획의 공기처럼, 무기질적이고 끝없이 뻗어나가는 듯한 고요함만이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집무실 앞까지 오면 가슴이 뛰었다.
나는 심호흡하고 문 너머로 말을 걸었다.

"선생님. 들어가도 돼?"
"――하레? 들어와."
"선생님......?"

발을 들여놓은 집무실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쭈뼛거리며 조심스레 안쪽으로 걸어가다 창가에 서 있는 선생님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무슨 일이야, 선생님. 그렇게 어두운데서......"
"하레도 와봐. 여기서 같이 보자."

가까이 다가가자 선생님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와아......"

샬레에 오는 중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곳에는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떠 있는 달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와 선생님은 한동안 말도 나누지 않고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달이 아름답네."
"......그게 선생님의 고백이야?"

진부한 대사라고 생각한 나는 불만스러운 눈으로 선생님을 노려봤다.
선생님은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하아... 할거면 지금이 타이밍이었을 거라고 보는데?"

좋은 분위기였다며 나는 선생님을 향한 불만을 느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 말 따위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나에게 한 걸음 다가서더니 내가 목에 걸고 있던 인식표를 손에 들고 웃었다.

"......몸에 지니고 있구나."
"선생님이 준 선물이니까. 당연하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폈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 인식표에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놀랍게도 입을 맞추었다.

"서, 선생님!?"
"......하레는 그때부터 진심이었구나."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쓰다듬는 인식표에 새겨진 글자.
내 이름.
그리고, 선생님의 이름.
나만이 가지고 있는...... 나와 선생님의 추억.
선생님은 달에서 시선을 돌리더니 천천히 자신의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

"계속 생각했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레와 우타하가 준 호의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

선생님이 시선을 떨군 곳에는 나와 선배가 함께 만든 제안서가 있었다. 『샬레 개조 계획(안)』이라는 제목의 서류 뭉치를 선생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선생님이니까 학생 모두를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그러니 누구 한 사람을 선택해선 안 된다. 그것이 어른으로서의 마음가짐이야."
"하지만 선생님은...... 나를 선택해줬잖아?"

나는 그렇게 한 발짝 더 나아가 물었다.

"선생님이 아무도 택하지 않는 것...... 그게 최선이라는 건 나도 우타하 선배도 알고 있었어."
"......"
"하지만, 우리는 당신과 함께하고 싶었어. 당신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상처를 받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걸 각오하고 있었어."
"우타하에게 상처를 줘버렸지만 말이야."

선생님의 목소리는 한없이 비장해서, 나는 순간 끌려갈 뻔했다.
하지만 그건 진짜 다정함이 아니다.

"응, 하지만 선배는 그런 상처라도 사랑스럽다고 여기고 있어."
"......"
"나도 선배도, 좋아하는 사람이 택한 결과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러니까 선생님. 부탁이야――"

나는 선생님의 등을 꼭 끌어안았다.

"――선생님의 대답을 가르쳐줘..."

나는 사라질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에게 간청했다.
달빛 아래 우리.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선생님이 내 손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꼭 쥐었다.

"서, 선생님!?"
"하레의 손은 정말 작구나."

내가 놀라는 소리를 내는 가운데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몇 번이나 내 손을 잡았다.
그 목소리에 나는 정자에서 보았던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좋아해."
"어?"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선생님은 내 팔을 뿌리치고 돌아서서 나를 꼭 껴안았다.

"좋아해. 하레."
"저, 정말로......?"

기다리던 그 말에 나는 믿기지 않아 그렇게 소리를 높였다.

"정말이야. 그러니, 내 여자가 되어 줄래?"

데이트에서 전한 내 말이 선생님의 의지가 되어 돌아온다.
나는 참을 수 없어서 눈물을 흘렸다.

"기뻐...... 나, 지금 너무 기뻐......!"

선생님의 품 안에서 나는 이 기쁨을 선생님에게 전하려 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아――"

자신의 입술에 선생님의 그것이 겹치는 감각.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고.
다음에는 그것이 내 안에서 확신이 되어서.
나는 선생님의 뺨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눈을 감고 내 입술을 겹쳤다.
이 순간을 영원히 즐기고 싶었다.
분명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아쉬운 듯 얼굴을 떼고 수줍게 웃었다.

"......선생님도 나를 원했던 거구나."
"하레에게 그런 눈빛을 받으면 나도 참을 수 없지."

나는 그렇게 탐욕스러운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봤던걸까?
......아니, 보고 있었을거야.
왜냐하면 나는 선생님의 단 하나뿐인 특별한 상대가 되고 싶었으니까.

"나는 선생님 실격이야."
"그러네."
"......"
"나도 학생 실격이야."
"그건..."
"나는 선생님을 유혹한 나쁜 여자니까."

그렇게 말한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선생님의 참회를 용서했다.
선생님의 얼굴에는 고뇌가 짙게 묻어났다.

"나는...... 하레도 우타하도, 둘 다 거절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선생님은 선택해줬어. ......나를."

나는 목에 건 인식표를 집어들고 선생님 손바닥에 놓은 후 그 위에 내 손을 포갰다.

"그건 분명 큰일이었겠지."
"나는...... 두려웠어."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처음으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너희들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 마음에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 게 더 두려웠어. 그렇게 감정을 마주하는 걸 피했기에 그 아이들은 괴로워했으니까."
"그게, 에덴조약의......?"
"하지만 내 독선으로...... 그런 감정에 하레를 휘말려버리게 하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인가?
선생님은 사적 감정과 긍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고뇌에 찬 그 표정을 보고 나서야 나는 선생님이 한없이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상냥함이 선생님을 구할거야』

우타하 선배가 한 말이 가슴을 울렸다.
선생님은 많은 학생을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선생님 자신이 구원받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했기에 선생님에게 웃으며 말하기로 했다.

"――선생님."

선생님을 부르며 나는 몸을 기댔다.

"나도 그걸 짊어지게 해주겠어?"
"그건......"

선생님이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해서 버림받아도 좋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 정도 각오가 아니었다면――선생님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이건 어른의 역할이니까."
"그건 치사해, 선생님."

어느새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은 조금씩 흘러내리다 끝없이 쏟아진다.

"그럴거면 나를 받아들이지 마! 학생과 선생님인 채로 있어줘!"
"......."
"나는 아직 아이니까...... 확실히 그걸 짊어질 수는 없어! 하지만 선생님. 나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있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선생님의 가슴팍에 주먹을 부딪쳤다.
선생님의 그것은――상냥함이 아니다.

"그러니까, 선생님. 부탁이야. ――나를 써줘. 우리를 더 많이 의지해줘!"
"......"
"기도밖에 할 수 없다니, 나는 싫어......"
"하레......"
"선생님이 걱정돼. 선생님은 우리보다 강하지만...... 약하니까."

이 세계에서 헤일로를 갖지 못한 선생님은 취약한 존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현장의 최전선에 있었고,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진두지휘를 하기도 했다.
그것이 언젠가......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데.
내가 펑펑 울고 있을 때, 선생님은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다. 그렇게 선생님은 강하게, 강하게..... 나를 원하듯이 안아주었다.

"미안, 하레. 내가 잘못하고 있었어."
"선생님......?"
"나는 확실히 치사했지."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며 살짝 포옹을 풀고 내 뺨을 손으로 쓰다듬더니 내 눈물을 닦아냈다.

"이제는..... 하레도 절반, 짊어져줬으면 고맙겠어."
"응, 물론이야. 그게 연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약속을 선생님과 나누기로 했다.

"인식표를?"
"응. 선생님이 갖고 있어줘."

나는 목에 걸고 있던 인식표를 벗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건 선생님에게 맡길게."
"......"
"그러니까 약속이야? ――돌아오면 이걸 나한테 달아줘."

그리 말하면서 나는 선생님의 목에 인식표를 걸었다.
그것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투명하고, 반지보다 더 소중한 약속.
그리고 나는 그 인식표에 입맞춤했다.

"하레. 저기...... 사랑해."

선생님이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나도 발돋움해 그 사람의 가슴에 몸을 맡겼다.

"응. 나도 사랑해――"

그렇게 반쪽이었던 우리는 하나가 됐다.
그것은 에덴조약 조인식을 2주 앞둔 가을날.
달빛이 아름다운 밤.
그날 밤 이후――나와 선생님은 연인 사이가 되었다.



선생님과 연인이 된 나에게 곧 시련이 찾아왔다.

【속보, 속보입니다! 통공의 고성당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이 장소에는 트리니티, 게헨나 양측 정상과 각 학원 관계자들이 참석해―― 아, 지금 영상이 복구된 모양입니다. 이것은――】
"어......"

불타오르는 고성당.
잔해 더미로 변한 행사장 주변.
현지 기자가 전하는 전투 실황.
크로노스 방송의 요란한 속보.
절망감이 가슴에 밀려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트리니티 전체 주파수를 감청하겠습니다. 마키는 게헨나를 부탁합니다."
"오, 오케이!"
"하레. 하레!"
"어, 어? ㅇ, 왜?"
"선생님의 현재 위치는 어디입니까?"
"아, 어, 음. 아――"

스마트폰으로 눈을 떨군 나는 핏기가 가시는 걸 느꼈다.
선생님은――정확히 통공의 고성당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 아, 으......."

나는 뜻하지 않게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급히 그것을 주우려고 허리를 굽히다가 나는 그대로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하, 하레 선배? 괜찮아――?"
"마키! 그대로 계속해 주세요!"

코타마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나는 무기력하게 쓰러진 채로 있었다.

"하, 하레? 괜찮습니까?"
"어, 어떡해...... 선생님이...... 선생님이......!"

한기와도 같은 공포가 몰려와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폭발 장면과 선생님의 뒷모습이 번갈아 플래시백하며 나는 숨을 헐떡였다.

"진정해, 하레."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와 나를 안아주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부부장이 거기 있었다.

"선생님의 바이탈 데이터, 하레가 볼 수 있잖아. 제대로 확인했어?"

완전히 잊고 있었냐는 지적을 받고 나는 급히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아, 아니, 아직――"
"네가 동요하면 어떻게 해. 천천히 확인해보자. ――코타마. 그대로 트리니티의 통신을 전부 파악해. 마키는 게헨나."
"티파티의 오픈 채널이 사용되고 있어요. 이건...... 비상소집인 모양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 그럼, 세미나는 어떻게 움직일까――?"
"다행이야......! 선생님은 무사해!"

나는 선생님의 바이탈 데이터를 확인하며 그렇게 외쳤다.
그 말을 들은 세 사람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느꼈다.

"그런가...... 그럼 다행이다. 자, 하레. 계속 누워있으면 안 돼."
"으, 응."

상황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선생님이 살아계신 것은 분명했다.
나는 오늘 아침 키스를 나누었던 선생님을 떠올리며 바로 정보 수집을 시작했다.

"하레는 여기있나!?"
"우타하 선배!"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심각한 표정의 우타하 선배가 부실로 들어왔다.

"선생님은!?"
"무사해! 하지만, 폭발에 휘말린 것 같아서..."
"아, 그럼 다행이다."

선배는 크게 안도한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엔지니어부에서도 정보 분석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방금 전 고성당의 폭발은 미사일 공격인 거 같아서 말이야. 선생님의 안부가 걱정돼서――"
"미사일?"

부부장이 날카롭게 목소리를 높이자 우타하 선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램제트 엔진 탑재형이라는 의혹이 있어. 다만 발사 지점은 트리니티 자치구 내고 밀레니엄이 아니야――적어도 현재로서는 말이지."
"트리니티에 그런 기술력이......?"

불온한 정보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리우스 분교의 소행일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
"......"
"하레. 이 상황에서 선생님은 샬레로 돌아올 수 없을 거야. 만일을 대비해 우리는 샬레로 가는 게 좋겠어."

샬레의 공적권한을 지닌 학생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주요 세 사람이 우연히도 모두 밀레니엄 학생이었다.

"......그러네. 세미나는 불개입 방침이고, 만약 두 사람이 트리니티에 들어갈 생각이라면 샬레의 이름을 쓰는 쪽이 편하겠지."

부부장이 그렇게 말하자 나는 수긍이 갔다.
만약의 경우, 우리가 선생님을 구하러 가야 한다.

"그렇네. 우타하 선배, 지금 당장――"
"고성당 주변 통신량 증가! 게헨나 선도부와 트리니티 정의실현부! 잠깐만요, 이건――"

코타마 선배가 말을 끊고 좀처럼 보여주지 않던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

"전투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뭐?"
"게헨나와 트리니티가? 그런 바보같은――"
"아뇨, 아닌 거 같아요."

코타마 선배는 도청한 통신에 귀를 기울이며 심각한 표정을 했다.

"아리우스. 아리우스가 게헨나와 트리니티를 모두 공격하고 있습니다."



나와 우타하 선배가 샬레에 도착할 무렵에는 더 심각한 정보가 들어왔다.

"선생님이....... 중태.......?"
"그럴수가......"
【유감스럽게도 사실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게헨나 학원 응급의학부 부장을 자처하는 소녀는 붙임성없이 그렇게 말했다.

【다행히 가장 위험한 상태는 벗어났습니다. 그래서 시체――가 되는건 피할 수 있었다고 일단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
"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는 상태는 아니지?"

우타하가 선배가 확인하듯 물었다.
입체 투영 중인 소녀는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니 샬레로부터 증원을 이쪽으로 보내주시는 건 불필요합니다.】
"히무로 부장. 하지만 우리는――"
【현시점에서 연방수사동아리가 개입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원한을 사겠죠. 총학생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불개입을 선언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두 분은 적어도 선생님의 의식이 회복될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됩니다. ――이상.】

그렇게 말하고 통신은 끊어졌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고 선생님의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일단은...... 다행이라고 하면 되는걸까......?"
"......그러네. 하레는 걱정에 정신이 없겠지만."

샬레 사무실에는 나와 선배밖에 없었다.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두 학원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키보토스 전체가 긴장감에 휩싸여 잇었다. 밀레니엄도 예외는 아니었고, 보안드론들이 자치구 외곽에 배치되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전대미문의 사태에 우리는 반쯤 멍한채 서 있었다.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샬레를 비우지 않고 있었지만 선생님의 의식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응급의학부 부장이 보증해줬지만 나도 선배도 선생님이 걱정돼 견딜 수 없었다.
크로노스 보도부와 베리타스・엔지니어부 양측에서 오는 최신 정보를 접하며 우리는 계속 기다렸다.
날짜가 바뀔 무렵, 샬레는 미세한 안개 같은 빗속에 싸여 있었다.

"――커피라도 내려야지. 하레는 블랙이면 될까?"
"응. .......고마워, 선배."

나는 커피를 끓여주는 선배의 뒷모습에 고마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때부터 선생님과 사귀게 된 뒤로도 우타하 선배는 예전과 다름없이 내 친구로 남아있었다.

"......왠지 항상 선배에게 의지만 하고 있네, 나."
"그렇지 않아. 오히려 너희들이 더 나에게 의지하는 쪽이 좋아."
"......"
"하레도 말했잖아. 반으로 나눈다고."
"......그랬지."

지금 이렇게 내가 선생님의 안부를 걱정하는 것도 내가 선생님의 연인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연모하는 우타하 선배라도 실제로 느끼는 괴로움은...... 나와는 다르다.
마음이 통한다고 확신하기에 그 상대의 아픔은 더 무겁다.

"......자, 그럼."
"무슨 일이야?"

커피를 준비하던 선배의 움직임이 멈췄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을까? ――히마리."
"에!?"

우타하 선배의 말에 놀라 얼른 주변을 둘러본다.

"――우타하도 유별나네요. 연적을 편들다니."

당당한 히마리 부장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온다.

"부장......"
"안녕하세요. 하레."

부장은 샬레 사무실 위층 통로에 있었다.
아무래도 부장은 우리의 출입 시스템을 뚫고 침입한 모양이다.
우타하 선배는 한숨 쉬고는 부장을 바라보았다.

"하레는 친구니까. 당연하겠지?"

선배의 말에 나는 따스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얼굴을 돌리자 선배는 씩 미소지었다.

"하레는 내기에서 이겼고, 나는 졌어. 하지만 그것과 우정은 별개야."
"확실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히마리 부장은 미소를 잃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남녀가 한 쌍의 짝을 이루는 것...... 그것은 경전에도 나오는 낙원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낙원에서 쫓겨나게 된 원죄의 시작이기도 하죠――"

그것은 낙원―에덴을 둘러싼 오래된 전설.
태초의 두 사람이 「원죄」를 짓고 낙원에서 쫓겨나기까지의 과정.
부장이 평소와 같은 어조로 한 이야기는 곧 나와 선생님의 관계에 대한 암시였다.

"――우타하와 하레가 걸어가는 연애길의 전말을 저는 흥미롭게 관찰했어요. 치쨩은 악취미니까 그만두라고 했지만....."
"뭘 위해서?"

"위대한 신의 재현이라는 우회적인 계획――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에요. 당신들 두 사람은 이 세계을 낙원으로 삼는 원죄의 성모 마리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매우, 매우 흥미로운 일이죠......"
"히마리? 너는 대체 무슨 얘기를......?"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자신뿐 아니라 선배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처음으로 우타하 선배가 초조해 하는 걸 느꼈다.
하지만 부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기세였다.

"하레."
"왜?"
"당신에게는 지금 키보토스의 명운을 좌우할 운명이 부과되려 하고 있어요."
"그건...... 내가 선생님의 연인이라서?"
"네. 그 말대로에요."

그것은 머지않아 이 세계를 위태롭게 할 거라고 부장은 말했다.

"이 에덴조약에 얽힌 다툼도 그 미래에 이르는 서막일 뿐이죠."
"......"
"하레. 당신은 그것에 도전할 각오가 되어 있나요?"
"히마리!"
"당연하지. 「진리」에 임한다는 건 그런 거니까."

아무래도 나는 부장에게 시험받는 것 같다.
자신들이 신봉하는 진리―베리타스에 적합한 인간인지를.

"괜찮아, 선배. 괜찮아."

나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특별히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걸."

그렇게 말하며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마리 선배."
"네."
"그것은 분명...... 나 혼자라면 가혹하고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고 나는 손을 폈다.

"......"
"보고 있어, 부장. 내 대답을 말이야."
"하레!"

그때 목소리가 들리며 사무실 문이 열렸다.
뒤돌아보니 유우카가 방으로 뛰어든 참이었다.

"기다렸지―― 어? 히마리 선배? 어째서 여기에......?"
"세미나......"
"아 진짜! 이런 시간에 호출이라니 무슨 소리야!"
"준코. 미안해, 나중에 고기 사줄테니까."
"그래서, 선생님 구출작전이란 얘기지? 이 보수는 비싸게 받을거야, 하레?"
"아루. 으음...... 슬리퍼인 채로 온 거야.....?"
"우와아아아!? 실수했어!?"
"모리즈키 스즈미, 도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트리니티의 스즈미가 정중하게 문을 닫았다.

"하레. 선생님이 방금 눈을 떴어."
"그거 기쁜 소식이네. ――회선 개방!"

샬레 관제 시스템이 선생님의 스마트폰에 연결된다.
한동안 벨소리가 울리더니 집무실 한가운데 선생님의 모습이 투영됐다.

【――하레! .......미안해, 걱정 끼쳤지.】
"선생님!"

그 모습.
그 목소리.
단지 그것만으로 내 안에 있던 불안감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무사한 거지!?"

나는 개인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렇게 소리쳤다.

【응. 이제 움직일 수 있게 됐어. 세나 덕분이야.】
"그럼 좀 더 빨리 연락해줬으면 좋았을걸."

서운하다는 것처럼 말하자 선생님은 미안하다는 듯이 웃었다.

【미안미안】
"그래서, 나는 뭘하면 돼?"
【응. 하레의 힘을 빌리고 싶어. 괜찮을까?】
"물론이야."

입체투영 상태의 선생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들어줘. 현재 통공의 고성당 터에는 아리우스파의 전력이 집결해 있어. 『에덴조약』은 지금 그녀들에게 빼앗겼어.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 손으로 탈환할거야――】

잔존한 게헨나・트리니티의 양 전력을 재정비하여 조약의 탈환을 시도한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이 선생님의 작전이었다.

【――모두에겐 작전 막바지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 하지만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공중에서 대기해 줬으면 해. 린에게 연락해뒀으니 총학생회 외교 루트로의 비행을 설정하고 트리니티 자치구 내로 들어와.】

그러면서 선생님은 목에 건 인식표를 보이도록 손에 들었다.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 미소지었다.

"알았어."
【다들. ――잘 부탁해.】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자 모인 일동이 일제히 선생님의 말에 화답했다.
그렇게 통신이 끝나고 우타하 선배가 목소리를 높였다.

"자, 다들! ――가자!"

모두가 격납고로 서두르는 가운데 나는 조용히 히마리 선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레도 그런 얼굴을 할 수 있었군요. 놀랐어요."
"언제까지나 옛날 내 모습 그대로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유감이야."

우리와 부장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 미소는 어디까지노 온화하고, 가련하고, 아름답고―― 허무했다.
하지만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처럼...... 내게는 보였다.

"당신의 성장에는 괄목할 만한 부분이 있어요."
"그렇다면 부장의 조언 덕분일까?"
"후후. 그건 다행이네요."

어느새 나는 부장과도 대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놀랄 틈도 없이 현실이 나를 재촉했다.

"하레, 가자!"
"응. 우타하 선배."

우리의 등을 바라보던 부장은 거기서 무엇을 보았는지 마지막 말을 던졌다.

"뒤돌아보지 마세요, 하레. 우타하도――"



이슬비는 트리니티에 가까워지면서 본격적으로 내리는 비로 바뀌었다.
먹구름 낀 새벽을 헬기가 달려간다.

"전투 상황은――!?"
"정의실현부와 선도부, 각각의 본대가 아리우스를 포위하고 있어! 선생님이 이끄는 트리니티 학생과 아비도스로부터의 증원이 합류――!"
"아비도스!? 그럼 그 아이들......"
"어떻게 해, 하레!? 강습 강하할까?"
"안 돼! 선생님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선회!"

흐릿한 시야 너머에는 선생님이 싸우고 있다.
그런데도 그저 날아다닐 수밖에 없는 것은 답답한 일이었다.
어쩌면 이 순간에도 선생님은 또다시 총알에 맞아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사람 곁에 있을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과 초조함에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을 믿기로 했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나와 우리를 믿고 있으니까.

"선생님, 제발――"

지금은 내 목에 없는 인식표를 움켜쥐며 나는 기도했다.
이것이 사랑의 아픔이라면 차라리 모르는 게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괴로울 거라면 차라리 놓아버리는 게 나을거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이 순간조차도 사랑스러웠다.

"――! 하늘이 갈라졌어!"
"뭐――?"

우타하 선배가 가리키는 저쪽.
전투 지역 상공의 구름이 걷히고, 가려져 있던 햇빛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일종의 종교화처럼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광경이었다.

"하레, 봐!"
"저건――!"

유우카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곧바로 인터폰을 켰다.

【하레, 들려?】
"들려, 선생님!"
【아끼지 말고 가자. 유우카, 아루, 준코, 스즈미, 우타하, 하레! 최대 화력으로 고성당 지하까지 진군!】
"라져. ――기다려줘, 선생님!"
【응. 부탁할게――!】

통신이 끊어졌다.
나는 묶었던 머리카락을 풀어 바람에 흩날리며 의기양양하게 호령했다.

"――강하! 선생님이 어른의 카드를 사용한 빛을 확인! 지금부터 샬레 부대는 선생님의 지원에 들어간다! 전원 무기 사용 자유! 선생님이 있는 곳까지 달려!"

나의 호령에 모두가 확인했음을 소리 높여 알렸다.
그렇게 우리는 빛속으로 내려갔다.



바람이 지나간다.
나는 트리니티 한가운데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처참한 싸움은 없었다는 듯 아침 햇살이 거리를 비추고 있다.

"하아~......"

나는 기지개를 켜고 아침 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신다.
한숨도 자지 않고 밤을 새우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밤을 지새운 건 처음이었다. 나는 잠에 빠져드는 피로감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하레."
"우와앗!?"

그 때, 갑자기 양 뺨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아 나는 펄쩍 뛰었다.
뒤돌아보니 우타하 선배가 빙그레 웃으며 서 있었다.

"자. 너에겐 이게 필요하겠지?"
"요괴MAX! 고마워~ 선배!"

바로 캔을 비우자 나는 사랑하는 에너지 드링크의 맛에 취해버렸다.

"이거야 이거~! 역시 밤을 새운 다음 날 아침에는 이거지!"

"하레는 정말 그걸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말하는 선배는 저당 캔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 둘은 나란히 격동의 하루를 보낸 여운에 젖어 있었다.

"하레는...... 히마리가 말한 거, 어떻게 생각해?"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우타하 선배가 물었다.
나는 「으음~」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히마리 부장이 난해한 말을 하는 건 늘 있는 일이니까......"
"......."
"나와 선생님은 이미 원죄를 지고 있는 거려나. 그렇다면 그것 때문에 낙원에서 쫓겨날 운명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죄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잃은 것이 있다.
버린 것이 있다.
그래도 우리가 얻은 것이 있고 만들어낸 것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후회하지 않아. 선배와 공투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선생님에게 선택받은 것. 선생님과 맺어진 것. 전부 소중한 추억이니까."

거기서부터 어떤 미래에 이를지는 히마리 부장도 알지 못할테니.
설령 신이라 할지라도――그런 것은 알지 못한다.

"예상이 뒤바뀌는 것도 즐겁다는 걸 나는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어디선가 듣고 있을 부장에게도 들리게 말을 던졌다.

"정말로..... 합리적이지 않네."

우타하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언젠가처럼 고개를 저었다.

"말했잖아, 선배. ――최적해라고."
"정말이지. 좋은 얼굴을 하게 됐어. 하레는."

그렇게 말하는 우타하 선배는 진심으로 만족스러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우리 뒤에서 물 밟는 소리가 들렸다.

"하레."
"선생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감정 그대로 안겨도 받아준다.
그렇게 껴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부 믿을 수 있었다.

"다녀왔어...... 하레."
"응. 어서 와, 선생님."

그렇게 속삭이며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키스했다. 조금 뜬 눈 저편에서 우타하 선배가 부들거리는 게 보였지만 나와 선생님은 혀를 맞댔다.
이것이 나, 오마가리 하레에게만 허락된 세계.
세상 한가운데서 선생님과 단둘이 사랑을 나누는.
이윽고 어느 쪽에서랄 것도 없이 떨어지고는 부끄러운 듯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내게는 보기 괴롭네."

우타하 선배가 쌀쌀하게 말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선생님을 보았다.

"선생님이 나쁘다구? 혀, 집어넣었으니까."
"둘 다 나쁜걸, 그건."

우타하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불만스러운 듯이 선생님 뒤로 걸어갔다.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는 선배의 언짢아 보이는 면모가 왠지 애처로웠다.

"하레."
"왜?"
"이거. 제대로 돌려줄게."

선생님과 내 이름이 각인된 인식표.
나는 약간 고개를 숙이고 서서 선생님이 목줄을 걸기 쉽게 했다.
잠시 후 선생님이 나에게서 떨어지자 나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빙글 돌았다. 그리고 선생님을 쳐다보자 피식 웃었다.

"......어때?"
"예뻐, 하레. 머리 내린 것도 귀여워......"

바람이 불고 있었다.
물웅덩이에 아침 햇살이 반사되어 반짝이며 빛나고 있다.
푸른색, 청색, 남색.
그래――
지금 나는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다.
사랑이라는 마음의 해석 개변―해킹.
신이 디버깅을 잊으면서 남겨진 마지막 버그.
그것은 이 세계에 오직 한 사람에게만 작용하는 특이 현상.
마음이 통해야 비로소 돌아가기 시작하는 열정의 톱니바퀴.

"드디어네."
"어?"
"선생님의 마음――잡았어."

나는 새긴다.
그 영원이 찰나에 이르기까지.
나와 선생님의 「청춘」이 여기에 있었다는 것을――





비 갠 뒤의 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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