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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선생님이 없으면 불면증인 소라사키 히나의 이야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1.30 01:37:31
조회 14767 추천 93 댓글 33
														

선생님이 없으면 안심할 수 없고, 만족스럽게 잘 수 없는 몸이 된 불면증 소라사키 히나의 이야기


파파고






게헨나 학원. 그것은 학원도시 키보토스에 존재하는 약간... 아니, 꽤 특이한 학원.

소속 학생들도 개성이 강하고, 그런 아이들이 모인 결과 보통은 생각할 수 없는 사건이나 문제 행위를 일으키는 일도 많다.


하지만 그런 게헨나 학원의 문제아들조차 두려워하는 게 있다.

그것이 선도부. 더 엄밀히 말하면 선도부 부장. 소라사키 히나.


그녀의 존재를 게헨나 학원의 불량배들은 몹시 두려워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선도부의 전력, 그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그녀, 소라사키 히나이기에.

그녀가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억지력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히나에게 나는 지금까지 여러 번 도움을 받았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주고 싶다. 힘이 되어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내가 히나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히나에게 쌓이는 업무를 대신해 줄 수도, 히나 대신 불량배들을 쫓아줄 수도 없다.

...하지만 힘이 되어주고 싶은 것은 틀림없는 진심이다.


맺힌 감정은 억누를 수 없었고, 나는 마침내 히나를 직접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

모모톡으로 연락하자 잠깐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기에 곧바로 집을 뛰쳐나와 게헨나 학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간신히 히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랬어야... 하는데.


"오랜만이야, 선생님. 반가워."


"히, 히나."


히나를 보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이런 모습이라... 하지만, 도저히 몸단장할 시간이 없어서..."


왜냐하면.


"지독한 다크서클이야. 거기에 안색도."


히나는 이제 한계가 아슬아슬했다.

그 직후 바로, 나는 히나가 쉬기를 바랐다.

이러다 쓰러진다고.

하지만 히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


"...선생님, 미안하지만 난 괜찮아. 요즘은 잠을 자려고 해도 전혀 잠이 오지 않고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할 뿐이라 그냥 일어나서 일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힘없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히나의 얼굴에는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히나에게 말을 건다. 그 일은 히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히나가 엉망진창으로 몸을 망가뜨리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그렇다면..."


할 말을 찾는다. 필사적으로, 어떻게든 히나를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래. 일단 쉬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히나를 일에서 떨어뜨려 놓아야겠지.


"한번 누워볼래?"


"...에?"


내 제안에 히나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굳이 자는 게 아니더라도 누워서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많이 편해져. 나도 자주 그러고."


"...선생님, 난 그럴 시간도..."


"30분이면 되니까. 그걸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부탁이야 히나."


"......"


내 제안에 히나는 난처한 듯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리고.


"알았어. 그럼 30분만."


포기한 듯 내 제안을 받아줬다.






"...정말 30분 만이니까."


침대에 누워서 히나는 최종 확인처럼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응. 알고 있어."


내 말을 듣고 히나는 눈을 감는다.

그런 히나에게 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읏!? 서, 선생님!? 뭘하는!"


황급히 벌떡 일어나는 히나.


"아, 미안. 왠지 쓰다듬고 싶어서."


"쓰다듬는다니... 뭐, 괜찮지만."


약간 볼을 붉힌 채 히나는 다시 누워 눈을 감는다.

스스로 30분은 눕겠다고 한 이상, 취소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다시 히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읏! ......"


순간 움찔했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한 채다.


"...히나. 항상 고마워."


그런 히나에게 나는 말을 건다.


"히나에겐 늘 도움만 받고 있어. 대책위원회 때도, 에덴조약 때도. 히나가 없었다면 난 분명 여기 없을 거야.


"...그건, 아니야. 선생님이..."


부정하려는 히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히나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그러니 무리 같은 건 하지 않았으면 하고, 힘들어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아."


"......"


"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어. 나는 계속 여기 있을 테니까."


"...선생님... ......응."


분명 히나는 앞으로 30분이면 일어날거고 평소처럼 일하러 돌아가겠지.

...내가 그것을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할 수 없다.

분명 내가 손대면 오히려 방해될 테니까.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조금이라도 누워서 쉴 수 있게 해주는 것.

분명 30분이라도 쉰다면 편할 테니.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히나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났다.


"......"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면서 히나는 자고 있다.

그 얼굴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어, 보는 이쪽까지 행복한 기분이 된다.

...하지만.


"...30분. 진작에 지났네."


2시간이다. 30분의 무려 3배. 그동안 히나는 쭉 잠들어 있다.

역시 슬슬 깨워야 할까.

하지만 이렇게 행복하게 잠든 히나를 깨우는 것도...


"...응, 선...생님."


잠꼬대로 나를 부르는 히나.


"...선생님은... 내가 지킬, 테니까."


아무래도 히나는 꿈속에서도 나를 지켜주는 모양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쉬게 해주자.

분명 몇 분만 더 있으면 일어날 테니까.




그리고 아침 해가 떴다.


"......"


계속 쓰다듬고 있으려니 팔이 아프다. 나도 다크서클이 생길 것 같다. 그도 그럴 게 조금이라도 손을 떼려고 하면 괴로운 표정을 했으니까.

결국 밤새 잠든 히나. ...불면증은?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다.

...음. 역시 깨우는 편이 좋겠다. 이대로라면 또 다음 날 아침 해를 맞이할 거 같아서.


그렇게 결심하고 나는 히나에게 말을 걸려고 한다.

하지만.


"...음, ...으응."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잠든 히나의 얼굴을 비추었다. 눈부심에 몸을 뒤척이고는 눈을 비비며 히나는 의식을 일깨운다.


"...? .......선, 생님? ...어째서 여기에...?"


아직 의식이 각성하지 않았는지 히나는 멍하니 나를 응시한 채 묻는다.


"음. 일단 좋은 아침, 히나. 푹 잤어?"


나는 미소지으며 히나에게 되묻는다.


"...잤다...? ...으음... 에...? ...아? ...에!?"


잠깐을 멍하니 있던 히나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는지 벌떡 몸을 일으킨다.


"지, 지금! 몇 시!?"


"어, 아침 7시네."


"아, 아침? 선생님이 어제 온 게 분명 19시쯤이었으니까... 어, 12시간? 나 12시간 동안 잔 거야?"


말로 하고 보니 꽤 터무니없는 시간 동안 잠을 잤구나 하고 나는 감탄한다.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지만 분명 그 정도는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히나의 몸이 판단했을 것이다.


"거짓말이지... 평소 같으면 무조건 날을 넘겨서 잠들고 2시쯤에는 잠에서 깬 뒤 다시 잠들지 못했는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히나.


"미안. 히나. 중간에 깨우려고 했는데, 모처럼 자고 있는 걸 깨우는 것도 미안해서..."


"...아니, 선생님은 나쁘지 않아. 오히려... 고, 고마워."


살짝 불그스름한 얼굴을 감추면서 히나는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어제에 비하면 안색도 좋아지고 눈의 다크서클도 사라져 가고 있다.

아무래도 푹 쉴 수 있었던 모양.


"응. 조금은 힘이 된 거 같아 정말 다행이야... 그럼, 나는 슬슬 돌아갈게. 역시 더 이상 방해하는 건 미안하니까."


밤새 여기에 있던 시점에서 방해고 뭐고 의미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시간도 시간이고, 슬슬 돌아가야 한다.


"에, 아... 응. 알았어. 배웅할게, 선생님."


"아냐, 여기서 괜찮아. 날 배웅할 시간은 다른 곳에 써줘."


히나의 시간을 전부 빼앗아 버렸는데, 시간을 더 쓰게 하는 짓은 역시 할 수 없다.


"...그래. 알았어."


조금 아쉬운 듯이 중얼거리는 히나.

나는 그런 히나의 머리를 다시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또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잠을 못 자겠다면 말벗 정도는 될 수 있으니까."


"...선생님. 응. 고마워."


옅은 미소를 짓는 히나를 보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왔다.






"...굉장해. 전신이 개운해. 이렇게 온몸이 가벼운 건 오랜만이야."


선생님이 돌아간 후, 나는 오랫동안 맛보지 못한 몸의 해방감에 감당하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편해질 줄이야.

최소한의 수면만으로 지금까지 속이고 있었지만, 역시 제대로 된 수면도 가끔은 취해야 할 거 같아.


하지만, 의아하네. 어떻게 그렇게 오래 잔 걸까.

평소 같으면 바로 일어나 버릴 텐데.


"...선생님이, 있으니까?"


...스스로 중얼거리고는 머리를 흔든다. 그럴 리가 없어. 어린애도 아니고, 누군가가 곁에 있어준걸로 푹 잤다니... 말도 안 돼.

분명 몸이 한계였으니까 그런걸꺼야. 틀림없어.


"...좋아."


모처럼 여기까지 푹 쉬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해버리자.

완전히 부활한 나는 일에 손을 댔다.






히나와 헤어진 후 나는 도서관에 갔다.

잠시 책들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원하는 책을 발견한 나는 인적이 없는 곳까지 이동하며 책을 폈다.


"효율 좋은 수면 방법..."


책 제목에 있던 문자를 입 밖으로 내며 페이지를 넘긴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다.


자기 전에 단백질을 섭취하면 좋다.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 등의 기기에서 나오는 빛은 보지 않도록 한다. 식사는 잠들기 몇 시간 전. 일어났을 때 안약을 쓴다.

다양한 수면의 질 향상법이 있었지만 이런 걸 찾으러 온 게 아니다.

뭔가 나만이 할 수 있는 건 없을까.

지금 읽은 것은 말하자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분명 히나니까, 이러한 건 이미 시도해봤을 터.

그러면 자기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을. 누군가에게 도움받는 수면 방법은 없을까.

나는 그것을 찾으러 왔다.

하지만.


"그런 게 쉽게 나올 리 없나."


어느 책을 펼쳐도 쓰여 있는 건 비슷한 것뿐.

이거라고 할만한 것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하아."


조금 낙담한 마음으로 책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뭔가 없는 걸까. 히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궁리하면서 나는 도서관 내를 걷는다.

걸으면서도 오늘 아침 일을 되돌아본다. 아무래도 오늘은 푹 잔 모양이었는데.

분명 피로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겠지만 다른 이유는 없을까.

만약 있다면, 거기서 해결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피로 이외에 푹 잘 수 있었던 이유.


...나?


"아니아니, 그건 역시 너무 자의식이 넘치는..."


잠깐 머리에 떠오른 후보를 황급히 지워버린다.

그럴 리가 없는 게 당연하잖아. 히나는 나보다 몇 배나, 아니 몇천 배나 강하다.

그런 아이가 내가 있었기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곁에 있었기에, 라는 건 있을 수 있을까."


가까이에 친한 사람이 있으면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다. 어쩌면 히나도 그런 편안함을 느꼈기에 잠을 잘 수 있었던 걸까.


"...안도감인가."


나는 다음으로 향해야 할 장소를 정하고 걸음을 옮겼다.






며칠 후.


"......"


머리가 아프다. 지끈거린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며칠 전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나는 눈앞의 서류들을 정리해 간다.


"히, 히나 부장님. 역시 슬슬 수면을 취하는게..."


그런 나를 보다 못해 조금 전부터 힐끗힐끗 쳐다보던 아코가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다.


"...그러지. 조금만 쉴 테니까 2시간 뒤에 깨워줘. 어차피 제멋대로 일어날 것 같지만."


"그, 그런 짧은 시간에 피로 같은 건 풀리지 않아요! 이후엔 제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아침까지 푹 쉬세요!"


"...알았어."


알았다고 말했어도 결국 아침까지 잠을 잘 순 없겠지.

평소처럼 아픈 머리를 억지로 잠에 들게 해도 2~3시간 뒤면 저절로 깨어난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이런 느낌이었다.

선생님이 와 준 그날과 컨디션은 매우 비슷하다.

...그렇다면, 어쩌면 오늘은 잠을 잘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나는 그대로 침대에 머리부터 무너져 내린다.

피로는 최고조, 스트레스는 최대치. 이 이상 최악의 컨디션은 흔치 않다.

...그러니, 분명 제대로 잘 수 있을... 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내 의식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으응..."


잠에서 깬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둔탁한 두통이 나를 덮친다.


"......"


반 정도는 깨닫고 있지만 시간을 확인한다.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어."


...잠이 오지 않는다. 한번 일어나 버리면, 이제 다시 잠드는 일은 없다.

...결국 이렇게 된다. 나는... 결국.


"...훌쩍 ...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황급히 닦았다. 그러나.


"...우으... 으으.. 으아아..."


멈추지 않는다. 닦아도 닦아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온다.

분명 앞으로 쭉 이런 인생이 계속되겠지.

쉴 틈이 있으면 일하지 않으면 안 돼.

눈물 흘릴 틈이 있으면 세수하고 일하지 않으면 안 돼.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싫어, 싫다구. 그런 거... 나는... 이제 싫어."


이제는 쏟아지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나는 그 자리에 쓰러진다.

그때 손에 단단한 무언가가 닿았다.

...스마트폰... 닿은 충격으로 화면이 켜진다.

눈에 들어온 것은 모모톡. 몇 안 되는 등록된 사람 중에서 한 남자의 이름을 발견했다.


거기서부터 더 이상 기억이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해도 진 거리를 나는 달리고 있다. 집에서 계속 뛰어와 땀도 흐르고 숨도 거칠다.

하지만 절대 멈추지 않아.

필사적으로 휘두르는 손안에는, 단단히 쥔 스마트폰이 있었다.

갑자기 온 히나의 전화. 히나의 연락은 매우 드물었기에 나는 즉시 응답했다.

하지만 거기서 들려오는 건 히나의 괴로운 울음소리. 그리고 코훌쩍이는 소리.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필사적으로 물어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울기만 했다.

나는 그 순간에 방을 뛰쳐나와 히나에게로 달리기 시작했다.

행인들이 나를 의아한 눈으로 보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히나에게 서두를 뿐...!




"히나!!"


"우와!! 잠깐, 누군가요! 갑자기! 노크 정도는... 어라, 선생님?"


게헨나 학원에 도착해 한눈팔지 않고 선도부실로 뛰어든 나에게 한 여성이 어이없다는 듯 말을 건넨다.

그녀는 아마우 아코. 선도부의 No.2에 해당하는 행정관이다.


"뭔가요 이런 시간에. 그것도 약속도 없이.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역시 실례인 게..."


"히나는! 어디있어!!"


아코의 말을 가로막고 나는 외친다.


"에, 뭐, 뭔가요 아까부터! 히나 부장님이라면 지금은 방에서 쉬고 있어요! 용건이 있다면 내일 다시..."


"방에 있구나! 고마워!"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으나 팔을 붙잡힌 나는 자세를 크게 무너뜨렸다.


"아코! 뭐 하는 거야!"


"이쪽의 대사예요! 히나 부장님은 쉬고 있다고 했잖아요!? 중요한 용건이라면 제가 대신 들을 테니까요..."


지금은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어쩔 수 없지! 모 아니면 도다!


"내기하자!"


"원하던 바입니다!!?"


즉시 물었다. 무엇을, 같은걸 물을 새도 없이 흐름을 타는 것은, 이제 도박꾼이라고 할까 도박 중독이 아닐까.


"코인토스야! 앞이라면 뭐든지 내 말을 들어! 뒤라면 뭐든지 해주지!"


"불만 없어요! 해주죠!"


괜찮으려나 이 애는. 여러 가지로.

주머니에서 꺼낸 동전을 높이 튕겨 손등으로 받는다.

...결과는.


"앞! 내 승리야!!"


"그럴 수가!!???"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리는 아코.

그 틈을 타 나는 히나의 방으로 달렸다.






"히나!!"


힘차게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든다.

그래섣니 거기에는.


"...흐윽.. 우으... 나는... 이대로... 아아아..."


침대 위에서 오열을 흘리는 히나가 있었다.


"...히나!"


곧바로 히나에게로 달려가 눈을 바라본다.

그러나 히나와 시선이 마주치지는 않는다. 눈 밑에는 전보다 더 심한 다크서클이 생겼고 안색도 새파랗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히나, 히나! 진정해, 괜찮으니까!"


필사적으로 호소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싫어... 이런, 계속... 흐윽, 으아아..."


눈물만 흘릴 뿐 내 목소리가 들리는 기색은 없다.

...어떻게 해야...


"...맞다. 그 책..."


며칠 전 도서관에서 본 책. 사람을 안심시키는 방법이 적힌 책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 하지만... 타이밍을 봐서 아코한테라도 해주려고 했던 건데...


"...흐윽, 우으아아아..."


"...윽! 미안, 히나."


더 이상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다.

사과라면 나중에 얼마든지 할거고 책임도 질 테니까.

그렇게 결정하고 나는 히나를 껴안았다.


"......아."


"괜찮아. 히나.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안심해. 쭉 곁에 있을 테니까."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괜찮다고 속삭인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자아이는 무엇보다도 안도감을 느낀다고 쓰여 있었지만, 한순간에 후회가 밀려왔다.

이거 그림적으로 좀 위험하지 않나...?

학생을 끌어안는 선생님... 응. 누군가가 본다면 한방에 아웃이다.

역시 너무 서둘렀다. 천천히 히나에게서 떨어지려고 한다.

하지만.


"...! 시, 싫어! 떨어지지... 말아줘, 선생님."


히나 쪽에서 끌어안아 왔다.


"...히나. 나인 거 알겠어?"


"...응, 알고 있어. 선생님."


...어차피 내 힘으로는 뿌리칠 수 없다.

그렇다면.


"...선생님? ...꺅!"


그대로 히나를 껴안은 채 침대에 뒹군다.


"아무 생각 안 해도 좋으니까, 아무 말 안 해도 되니까, 오늘은 그냥 자."


"에, 서, 선생님... 무, 무슨..."


이것도 책에 적혀 있던 방법, 곁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생과 선생님이 할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여기까지 왔으면 가는 수밖에 없다.

도망치면 하나, 나아가면 둘이라고 어딘가의 누군가도 말했었고.


"...선생님......"


조금 당황한 상태였던 히나였지만, 이윽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편안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이제 내가 조심스레 떨어지면...

그렇게 결정해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지만.


"...단단히 매달려있네..."


...이건 또 아침까지 코스려나.


"......아."


그렇게 포기한 순간 나도 지금까지 달려온 탓인지 갑자기 강렬한 졸음이 엄습했다.

...그리고 그대로 저항하지 않고 눈동자를 감은 채 의식을 가라앉혔다.






"......응...으응."


기분 좋은 졸음 속에서 나는 희미하게 눈을 뜬다.

왠지 너무 행복한 꿈을 꾼 것 같은 기분.

선생님과 단둘이서, 계속 어리광 부리는 꿈. 나만 신경 써주는, 정말로 행복한 시간.

...다시 잠들면 또 같은 꿈을 꿀 수 있을까.


"...잔다고?"


어라, 나는 자고 있었나? 어느새...

조금씩 각성해 오는 의식. 그런데 왠지 눈앞이 어둡다.

...역시 아직 밤인 걸까.

하지만 그건 그렇다 쳐도 너무 머리가 맑다. 마치 또 십수 시간 푹 잤던 것처럼.

거기서, 나는 내 손이 무언가를 껴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읏!!?"


황급히 손을 떼고 눈앞의 무언가로부터 거리를 둔다.


"...에, 선생님...? 에에! 어, 어째서!?"


서둘러 떨어진 내 눈에 비친 것은 편안하게 잠든 선생님이었다.


"어, 어째서 선생님이 내 방에...? 그리고, 같이... 어, 어째서? ...정말로, 왜?"


머리를 쥐어짠다.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아코가 쉬라고 했고, 잠을 자려고 했지만 역시 전혀 잠이 오지 않았고... 그리고... 으음.

점점 기억이 선명해져 간다.


그래. 이제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려서 울며 선생님께 전화했었지.

그랬더니 바로 선생님이 와줬고... 그래서...


"......아."


모든 것이 떠오른 나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진 것을 자각했다.


".....으, 아아."


손으로 뺨을 누른다. 몹시 뜨겁다. 분명 새빨개진 얼굴을 하고 있겠지.

부, 부, 부끄러워... 나는 대체 무슨 짓을...

한밤중에 갑자기 선생님께 전화를 걸고, 아무 말 없이 와준 선생님께 영문도 말하지 않고 흐느끼다가 그만 껴안고 달래진 후 잠이 들다니.


"이, 이런 거... 마치 어린애..."


더 이상 없을 정도로 붉어진 뺨 위로 한줄기 땀이 흐른다.


"땀... 아, 나 어제 목욕도 안했...는데."


그것도 생각하니 이번에는 확 핏기가 빠져간다. 붉어졌다가 파랬다가 바쁜 안색이다.

격무에 이은 격무때문에 목욕하지 못한 몸으로 나는 어제 선생님을 껴안은 거야...?


"...아, 아... 아아아."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가린다. 지독하다. 정말로.

나에게도 역시 파편만큼의 소녀심정도는 있다. 그걸 함부로 때려 부수는 기분.

...분명 선생님이니까, 또 히나의 냄새가 난다. 같은 말을 하겠지만.

그거 뒤집어서 말하면 목욕하지 않은 냄새가 내 냄새라는 거 아니야...?


"......윽!!!"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샤워를 하러 갔다.






"...음, 아침...인가."


기분 좋은 수면에서 깨어나 나는 팔을 뻗고 몸을 푼다.

...? 왠지 침대가 부드럽다. 게다가 벽지도 평소와 다르다.


"...아, 그런가. 여기는 히나의."


어제 일이 떠올라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방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라, 히나는 어디에... 서, 설마."


누군가를 부르러 간 걸까.

어제 히나는 조금 상태가 이상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던 중 아침에 눈을 뜨니 내가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면.


"...큰일이다."


나는 그 자리에 늘어진다. 어제의 히나와 같은 모습으로.

이번에는 내가 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방문이 덜컥이며 열렸다.


"...아. ...서, 선생님... 그... 조, 좋은... 아침."


거기서 모습을 드러낸 건 굉장히 어색해 보이는 히나. 목욕을 한 건지 머리에서는 약간 김이 솟아오르고 부드러운 향기가 비강을 간지럽혔다.


"히, 히나! 그건, 그게... 아니야! 얘기하면 길어지는데 오해가 있어서... 그러니까... 감옥만은 제발..."


"...무, 무슨 소리야? 감옥? 그런 곳에 선생님을 보내진 않아. 그렇다기보다 사과해야 하는 건 내 쪽이니까."


"...아, 그런가. 다행이다. 어제 일 기억하고 있구나."


히나는 아무래도 어제 있었던 일을 잊지 않은 모양이다. 살았다.


"어제... 응. 기억나. ...전부..."


자꾸 고개가 숙여지는 히나.


"무, 무슨 일이야?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어?"


"굳이 따지자면, 마음이 아프... 려나."


황급히 달려가는 나에게 히나는 엉뚱한 곳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선생님, 어제는... 미안했어."


간신히 히나를 진정시킨 후 히나는 격식 차린 모습으로 나에게 사과했다.


"아니, 히나가 사과할 건 없어. 학생이 힘들면 돕는 게 선생님의 책임이니까."


"선생님... 미안... 아니. 고마워."


"응. 좋은 얼굴이 됐네."


히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안심돼."


기분 좋은 듯 쓰다듬 받으며 히나는 중얼거렸다.

안심... 아, 맞다.


"히나. 네가 푹 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지도 몰라."


"...에?"


멍한 모습의 히나에게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안도감이야. 히나에게 필요했던 건. 누군가 곁에 있어주는 편안함이 있다면 히나는 편히 쉴 수 있을 거야."


"...안도감."


"그래. 그래서 지금부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하지만 누구랑 같이 자보면 어떨까? 아코나 이오리, 치나츠에게는 내가 설명할 테니까."


"......"


좋은 방안이라고 히나에게 말해봤지만 정작 히나는 왠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히, 히나?"


"선생님은?"


"에?"


"선생님은, 같이 자주지 않는 거야?"


"에, 에에?"


히나의 갑작스런 킬러 패스에 주춤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역시... 응? 어제는 정말 뒤가 없어서 그랬었지만 원래 선생님과 학생이 같이 잔다는 건... 게다가 나 같은 거보다 동성과 함께하는 게 안심될 거고 무엇보다 다들 나보다 훨씬 강하니까..."


말해버리니 슬프지만, 그것이 현실.

나는 히나는 물론이고 그 외의 학생 한 명도 당해낼 수 없다.

그런 나보다 믿을 수 있는 아이들이 옆에 있게 해주는 것이.


"...역시. 이제 알았어."


"응?"


"선생님이니까, 나는 ...이렇게 푹 잘 수 있었어."


"아니, 그건... 다른 애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아니. 달라. 분명 아코와 자도, 이오리도 치나츠도 다르지 않을 거야. 선생님이니까... 나는 누구보다 안심하고 잘 수 있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도 히나는 딱 잘라 말했다.


"...으음... 그런가."


어떻게 되받아칠까 생각하다 보니.


"선생님은... 싫어?"


"에...?"


"나랑 같이 자는 거... 싫어?"


뭐야? 그 어느 쪽을 고르든 문제가 될 질문은.


"히나. 진정해. 기세를 타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선생님이 같이 자주지 않으면, 분명 난... 언젠가 쓰러지겠네."


"......"


"...미안해. 이렇게 선생님의 상냥함을 이용하는 듯한 흉내. ...하지만 정말이야. 나는 아마 선생님 없이는 더 이상 만족스럽게 잠들지도 못할 거야."


"그런 자신만만하게 자신 없는 소리를 들어도..."


"격주에... 아니,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괜찮으니까... 같이 자줄 수 없을까?"


간격이 왜 짧아지는 거야? 보통 그럴 때는 길어지는 거 아닌가?


"부탁이야. 선생님."


쥐어짜는 듯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이는 히나.

......


"...아, 알았어."


"읏! 선생님!"


그렇게 대답하는 순간 번쩍 고개를 드는 히나. 그 얼굴은 환한 미소에 싸여 있었다.


"이건 일종의 치료 같은 거야. 히나가 잘 수 없을 때는 나도 협조하겠지만, 혼자 잠을 잘 수 있게 되면 이 이야기는 거기서 끝. 이후 당연하지만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 거로. 그걸로 됐지?"


"응! 물론!"


진심으로 기쁜 듯이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히나.

이 웃는 얼굴을 흐리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나.

히나의 일이고, 실수가 있어서도 안 돼.

응. 그러니,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서, 선생님? 바로지만, 오늘부터 괜찮아? 그... 팔베개라는 걸 해줬으면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이라면..."


정말 괜찮은 걸까.


미래를 조금 걱정하면서도 즐거운 듯이 웃는 히나를 보고 나도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오마케




그 후, 필사적으로 오늘 곁잠은 없다고 이야기를 끌고 갔고, 히나의 방을 떠난 나는, 선도부실까지 돌아왔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아, 선생님!! 어디에 가 계셨던 건가요!"


뭔가 분노가 스며든 아코가 있었다.


"어디... 어디인가. 이미 돌아오지 못하는 곳까지 가버린 기분이 들어."


"...? 뭐 그건 됐어요. 그것보다도 말이죠!"


나를 노려보며 아코는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것보다도라니, 뭘?"


"네!? 어제 내기예요! 선생님이 이겼으니 뭐든지 하시라구요!"


"...아아."


어제 코인토스구나.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 하고 생각났다.


"그건 됐어. 그보다 히나 말인데."


"그거!? 바보 취급하지 마세요! 한번 약속한 걸 어기다니 선도부원으로서 불명예입니다! 자! 빨리 말해주세요!!"


그런 말을 들어도... 아코가 해줬으면 하는 일은 딱히...


"...아."


"뭔가요!? 뭔가 있다면... 자! 어서!"


"하지만, 역시 이건 좀 아코에게는..."


"어, 어디까지 저를 바보 취급해야 기분이 풀리시는 건가요!!? 뭐든지 해드리죠!! 그렇군요! 또 목줄이라도 찰까요!? 그래서 복도에서 산책하면 만족하시겠어요!!?"


"진정해, 아코. 그건 역시 나도 사회적으로 죽어버리니까. ...으음. 아코라면 괜찮으려나."


"......?"


"그럼 오늘 밤 아코의 방으로 갈게. 기다려줘."


"하아. 알겠습니다. ......네!? 밤...! 뭐, 뭘 하는 건가요!? 잠깐, 선생님!!?"


뭔가 외치고 있지만 나도 밤을 대비해서 해야 할 일이 있어 그 자리를 떠났다.




"안녕~"


주변이 어둠에 휩싸인 후 나는 아코의 방을 방문했다.

그러자 천천히 문이 열린다.


"어, 어서 들어오세요! 이런 거 누가 보면...!"


빠르게 떠들어대는 아코에게 방으로 억지로 끌려 들어갔다.


"... 오오. 억지스럽네."


"어, 어느 입이!? 밤에 학생의 방에 들이닥치는 것 이상의 억지가 있단 말인가요!!?"


"듣고 보니... 하지만 아코면 괜찮을까 해서."


"...현저하게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짓밟힌 기분이에요."


이마에 핏대를 세우는 아코를 달래면서도 나는 아코의 방을 둘러본다.


"역시 아코. 깔끔한 방이네."


"당연하죠. 그렇다고 할까, 너무 보지 말아주시겠어요? 윤리관은 어딘가 산책시키신 건가요?"


"아니, 내가 산책한 건 아코뿐이야."


"...크윽!!"


유난히 좋은 향기가 난다 싶었더니 방 사방에 놓여 있는 아로마 캔들 덕분일까. 무서울 정도로 핑크색이다.

...너무 많이 둔 거 아닌가? 무슨 의식처럼 되어 있는데?

...응? 책상위에 뭔가 책이... 포스트잇투성이다.

으음. 첫날밤...?


"뭐 하시는 건가요! 아까부터!! 정말 뭔가요!? 뭘 하고 싶은 건가요!!?"


눈물로 내 손에서 책을 빼앗아가는 아코.


"미안미안. 역시 너무 염치없이 굴었네... 그럼 바로인데..."


내 말에, 아코는 조금 자세를 다잡는다.


"잘까."


"...읏! 여, 역시 그럴 생각이었군요! 예에! 알고말고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 정도는!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쪽도 예습은 확실해요!"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를 꺅꺅거리는 아코의 손을 잡고 나는 침대 쪽으로 걸어간다.


"아, 잠ㄲ! ...조, 조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한번 심호흡을... 잠깐! 멈춰달라고요!"


아코가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어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침대 앞까지 이르러 나는 아코를 안고 눕힌다.


"...아... ...선,생님."


조금 전까지 소리치고 있었지만, 겨우 진정되었는지, 아코는 나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뭔가 눈가가 촉촉한 느낌이 드는데 하품이라도 한 걸까.


"...그러면."


아코를 침대에 눕힌 후 나도 침대에 실례했다.


"...아."


이제 모깃소리밖에 내지 않는 아코를 바라보며 나는 말을 건다.


"오늘은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미안하지만 어울려줘야 할거야... 두 번째 정도까지는 버텨주면 도움이 되려나."


"바, 바보 취급하지 마세요! 두 번이든 스무 번이든 견딜 수 있어요!"


그건 너무 나간거같아. 자신 없는데.


"아코, 눈 감아."


"......읏!! ...네."


아코는 눈을 지그시 감고 턱을 조금 위로 치켜들었다. 연분홍색의 예쁜 입술이 살짝 강조된다.

뭔가 반짝인다. 라메, 라는 걸까.

...? 자기 전에 이런 걸 붙이는 게 요즘 유행인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나는 아코를 부드럽게 껴안는다.


"에? ...아, 그런가요. 애태우기라는 거네요. 제법이잖아요. 아니면 그건가요? 막판에 주저하게 된 건가요? 그렇네요. 선생님이 어떻게든, 이라고 한다면 다음에 하는 것도 저로서는 관대하게 넘어가 드릴 수 있어요."


말이 많네.

조금 세게 껴안는다.


".으... 농담이에요. 아무 데도 가지 않으니까요. 저도 여기까지 와서 역시 없던 걸로 하자고 근성이 없는 여자는 아니니까. 선생님이 만족하실 때까지 함께 해드릴게요. 하지만... 그, 상냥하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금 무서워서. 조, 조금이에요! 조금! 그러니까... 뭐어, 네. 그런 부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진짜로."


얼마나 떠들 생각이지?

아코를 조금 강하게 끌어안은 채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


갑자기 아무 말도 안 하게 됐네.

음. 일단 이걸로 첫 번째.


"어때?"


"에, 어때, 라니."


"졸려?"


"네? 아뇨. 전혀... 각성 상태인데요...?"


에너지드링크라도 마신 거야?


"으음. 그럼."


자세를 바꿔 서로 마주 보는 상태가 된다.

그대로 내 팔을 아코의 측두부 밑에 집어넣는다.

팔베개라는 것.


"어때?"


"...저기, 에? 뭔가요? 무서운데요. 뭐 하는 건가요? 아까부터."


"뭐라니. 아, 말하지 않았던가? 이건 그거야. 잠들기 쉬워지는 자세 찾기."


"......하?"


"학생 상대로 이런 건 어떠려나 생각했지만 아코라면 괜찮을까 해서. 나 상대로 그런 생각은 일절 없겠지?"


"............"


뭔가 되게 나를 노려보고 있다. 정색한 채.

마주 보고 있어서 그런지 그 시선에서 도망칠 수가 없다. 왠지 무서워.


"아코?"


"잠깐 한 번 떨어져 주세요."


시키는 대로 한다.


"....... 스읍... 하아..."


천천히 호흡하는 아코.

두세 번 반복하고서야 겨우 진정되었는지 나에게 극상의 미소를 보낸다.


"평생의 소원이니 한 대만 때리게 해주세요."


"그렇게까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한 아코에게 거듭 사과했다.




"하!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선생님은!"


"미, 미안."


그 후 서로의 오해를 풀고 나는 내 잘못을 깨달았다.


역시 대화가 너무 부족했다. 전적으로 내가 나쁘다.


"흐름대로 떠내려간 저도 저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서둘렀어요. 선생님은. 제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들어가기 마땅한 시설에 처박혔을 거라구요?"


"정말로...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코의 정론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는 오로지 사과만 한다.


"뭐, 좋아요. 애초에 내기에 진 제가 나쁜 거고. 제대로 말을 듣지 않은 것도 있고."


"아, 아코... 고마워."


조금 어미가 부드러워진 아코에게 안도하면서 비로소 나는 허리를 든다.


"오늘 정말 미안해. 다음에 다시 사과할게. 오늘은 이쯤에서."


"무슨 소리인가요? 빨리 계속하죠."


"...에?"


"뭐였죠? 잠들기 쉬운 자세? 였나요? 그걸 찾는 거죠?"


"하, 하지만 그건..."


"약속은 약속입니다. 한 번 엇갈렸다고 해서 무르는 건 싫으니. 자, 계속... 하죠?"


"...아코. 고마워."


음. 역시 아코에게 부탁하길 잘했다. 이래저래 있었지만 원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


"애초에 어째서 이런 일을."


"으음... 혼자서는 잠을 자지 못하는 아이를 재워야 해서... 그런데 그런 기회. 지금까지 없으니까 말이야."


"베이비시터라도 시작했나요? ...뭐 좋아요. 그렇다면 조금 전처럼 강하게 끌어안는 건 그만두는 게 좋아요. 아이 상대로는 가능한 한 부드럽게 대하는 게 정석이니까요."


상대는 아이가 아니라 너네 부장이지만 말이야.


"아, 하지만 팔베개는 좋았어요. 조금 안도감은 있었어요. 다시 한번 해보세요."


"응. 알았어."


시키는 대로 마주 보는 형태가 되어, 조금 전과 같이 측두부에 팔을 넣는다.


"......"


"......"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뭔가 얘기라도 해주세요."


"뭔가라고 해도... 어째서?"


"뭐든지 좋으니까 이 분위기 좀 바꿔 달라고요."


"무리한 주문을... 으음... 아, 어째서 저런 아로마 캔들 투성이였어? 이 방."


"묻지 마세요."


"에에..."


뭐든 좋다고 했으면서...


"아, 그럼 아까 책상 위에 있었던 책..."


"다시는 묻지 마세요."


"...그 입술의 반짝이는 거..."


"다물어주세요."


......


이제 대충 히나 얘기나 할까.

그걸 제일 좋아할 거 같고.





"...아코. 아까부터 뭘 혼자서 말하는 거야. 조금 시끄러...운... 데."


그래. 방금 방에 들어온 히나의 얘기를.


"""......"""


히나는 정색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주로 아코와 같은 침대에 들어가 팔베개를 하고 있는 나를.


"부, 부, 부, 부장님. 이건, 아니에요. 정말 부장님이 생각하고 있는 일은... 아무것도."


"내가 생각하는 일이란 게, 뭐야?"


"그, 그건... 으음... 뭐죠? 선생님?"


"이리 돌리지 마."


"아니, 아무 상관이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잖아요! 완전 관계자잖아요!? 그렇다면 당사자가 아닌가요!?"


"그런 말을 해도... 근데 어째서 잠그지 않았어? 아코의 방범 감각이 조금 걱정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런 걱정을 할 때인가요!? 어쩔 수 없잖아요! 잠궈야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선생님이 저를 침대로 데리고 왔으니까!"


"오해밖에 생기지 않을 말 하지 마!"


"꽤 사이가 좋구나. 선생님... 아코."


""...히익!""


"내가 그렇게 같이 자자고 부탁해도 오늘은 무리라고 했으면서, 아코랑은 자는구나."


"히, 히나... 진정해."


"하!? 잠깐, 선생님!? 무슨 말인가요! 히나 부장님이랑 잔다니!!"


"아, 아코... 진정해."


아아.


"팔베개... 내가 하고 싶었는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부탁했는데. 나는 해주지 않으면서 아코에겐 해주는구나."


"히, 히나... 아니야, 이건."


"히나 부장님에게 팔베개!!? 선생님 아까부터 무슨 얘기인가요!? 설명해주세요!!"


"아, 아코... 아니야, 이건."


아아...


"선생님...?"


"선생님!!?"


누가...


""설명해줘. (주세요!!)""




날 재워줘...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8743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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