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기는 포켓몬에서 가장 친숙한 기술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게임 속에선 정말로 많은 나무들이 우리의 앞길을 막으니까요.

특히 풀베기는 초반부터 가장 중요한 길목을 막고 있는 나무들을 잘라주기 때문에 

그야말로 게임을 깨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기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를 개빡치게한 체육관앞 나무

말그대로 풀을 베어버린다는 직관적인 이름을 가진 아주 실용적인 기술입니다.

참고로 이 기술은 나무뿐만 아니라 실제로 풀을 벨 수 있는 기술이었는데

비록 지금은 이런 기능이 사라졌지만 옛날에는 풀숲에서 풀베기를 사용하면 풀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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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신기함

필드의 풀을 베어버려서 포켓몬이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니...

정말로 매력적이지만 한편으론 매우 비실용적이라 이 기능은 4세대 이후로 게임에서 삭제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풀베기는 그 자체로도 매우 비실용적인 기술이긴 했습니다.

정작 배틀에서는 위력이 너무 낮아 그야말로 기술칸을 하나 잡아먹는 짐덩이와 같았거든요.

-구더기같은 위력

풀베기의 위력은 가장 한심한 기술중 하나인 몸통박치기와 동급입니다.

이런 기술을 게임 진행을 위해 무조건 가르쳐야 한다니...

그야말로 게이머 입장에서는 가장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포켓몬과 풀베기는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관계였다가

최근들어 비전머신이 사라지면서 이제야 풀베기를 쓰지 않고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가장 귀찮았던 비전머신이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인간적으로 포켓라이드는 찬양해야한다

그런데 포켓몬 제작진들은 도대체 왜 게임 속에 풀베기라는 기술을 넣었을까요?

생각해보면 뜬금없이 길을 가로막는 나무와 그것을 싹둑 베는 기술을 넣었다는건 조금 특이해 보입니다.

물론 포켓몬 제작진들이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제초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들에게 제초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제초기에서 이 기술을 따온 것일수도 있습니다.

-제초기로 포켓몬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뜬금없이 제초하는 기술이 게임에 있는 것은 충분히 이상합니다.

도대체 왜 하필 나무로 길을 막고 그것을 베는 기술을 넣었을까요?

심지어 이 나무는 상식적으로는 길을 막고 있다기엔 무언가 이상합니다.

그냥 옆으로 비집고 들어가면 되니까요.

-도대체 왜 못지나가는가?

그리고 바위깨기, 괴력 등 풀베기를 대체할 다른 길막 요소들도 매우 많습니다.

그러니까 게임에 굳이 풀베기가 없어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술들은 아주 많다는 것인데요.

이런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포켓몬 게임에 풀베기라는 기술이 탄생한 이유는 따로있습니다.

그 비밀은 풀베기의 일칭인 いあいぎり(이아이기리) 를 확인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발도술

いあいぎり 는 거합(いあい) 과 베기(ぎり) 를 합친 단어입니다.

즉 거합베기, 순식간에 칼을 뽑아 적을 베는 발도술을 의미하는 단어인데요.

이것이 한국에 번역되면서 풀베기라는 엉뚱한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풀베기는 단순히 풀을 베는 기술이 아니라

순식간에 발도술로 나무를 두동강내는 멋진 기술이었던 것입니다.

- 갓오리의 거.합.베.기

이렇게 우리가 풀베기의 원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모든 것들이 설명됩니다.

일본은 자국의 문화를 대중매체에 넣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며

거합도는 일본이 가장 좋아하는 서브컬쳐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켓몬 제작진들은 굳이 길을 막는 나무를 만들고

그것을 순식간에 발도술로 베어 길을 뚫는 기술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거합베기로 베겠냐는 의미였다.

특히 우리가 풀베기라고 생각했을때는 의아했던 모든 것들이 설명이 되는데요.

가령 예를 들자면 포켓몬 세계에서 가끔씩 볼 수 있었던 풀베기 마스터는

사실 제초의 달인이 아니라 발도술의 달인들이었습니다.

도대체 뭔 저런 마스터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멋진 검술의 실력자들이었네요.

-풀베기 마스터가 아니라 발도술 마스터

오늘은 풀베기의 어원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한국에는 발도술이나 거합베기라는 표현이 자주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풀베기는 어쩔 수 없었던 번역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발도술의 달인이 졸지에 정원관리사가 되는 모습은 조금 충격적이긴 하네요.

의역이 만들어낸 캐릭터의 변화가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고북손의 포켓몬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