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Ph5vu
"도착했습니다."
안내원을 따라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적막한 복도를 따라 저 멀리 작은 문이 하나 보였고,
온통 하얗게 칠해진 건물 내부는 왠지 모르게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들어가면 되나요?"
문에 다다랐을 때,
나는 마치 확인하듯이 그녀에게 그렇게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뒤로하고,
나는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갔다.
"이기면 올라가고, 지면 내려갑니다."
문을 열려던 나에게 그녀가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문을 끼익 열자,
포켓몬 배틀을 하기에 알맞은 매우 거대한 룸이 펼쳐졌고,
저 멀리 누군가가 비슷한 문을 열고 이곳에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고,
이내 천장에 달린 전광판에 5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몇층인지를 말해주는건가'
이내 나와 저편의 사내가 마주하자,
무언가 휘슬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주위가 마치 청록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하여 포켓몬을 꺼내들었고,
이내 나의 늠름한 플라이곤이 필드 위에 나타나 날개짓했다.
"플라이곤, 하던대로만 하면 되는거다. 일단 지진이다."
상대의 코터스를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말하였고,
눈앞에서 격렬한 배틀이 펼쳐졌다.
강렬한 불꽃이 건물 내부를 휘몰아쳤고,
거대한 굉음과 함께 사방이 흔들렸다.
하늘을 선회하는 플라이곤을 바라보며,
나는 기분좋게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싸움, 이길 수 있어."
나는 웃으며 격정적으로 게임에 임했다.
"축하드립니다!"
가볍게 승리하자,
다시 안내원이 다가와 웃으며 나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이전에 로비에서 건네준 기계에 무언가를 입력하더니,
나를 다시 엘리베이터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다음 층수는 15층입니다. 더 하시겠어요? 아니면 그만하시겠어요?"
'15층이라고??'
순간 나는 나의 귀를 의심하였다.
방금의 배틀로 무려 10층을 더 올라가게 된 것이다.
나는 눈이 휘동그레진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방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나의 심장이 쿵쾅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방금 나의 배틀로 10층이나 더 올라가게 되었다고?'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나.. 가능성이 있는건가?'
승리의 쾌감은 나의 가슴에 도화선을 만들었고
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이 타워는... 몇층까지 있나요.."
침을 삼키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나에게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가 천천히 귓가에 다가왔다.
"글쎄요. 그건 아무도 모른답니다."
나는 어느새 24층이라는 층수를 돌파하고 있었다.
한번을 이길때마다 대략 두 층에서 다섯층 정도를 올라갈 수 있었고
이따금씩 다섯층 이상을 훌쩍 올라갈 수도 있던 것이다.
오랜 여행으로 다져진 플라이곤과 나는 저 정점을 향해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안내원은 웃으며 나에게 말하였다.
"다음은 30층입니다!"
'30층!'
엘리베이터의 올라가는 숫자가 묘하게 나의 심장을 흔들어놓았다.
나의 가슴이 승리를 향한 집념으로 가득 차올랐다.
'이대로 30층, 30층까지만 돌파하자'
도착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그녀의 안내에 따라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저 멀리 미리 도착해있는 뚱뚱한 안경잡이 돼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음흉한 얼굴을 하고있는 그 모습은 나에게 불쾌감을 주기 충분하였다.
"이번 판도 그냥 이기겠군."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석을 바라볼 때,
그 돼지가 나에게 물어왔다.
"그럼... 시작할까요?"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그녀석이 포켓몬을 꺼내들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포켓몬은 바로
탱탱하고 매끈한 푸른빛 몸매를 자랑하는
마릴리였다.
"물토끼녀석!"
나는 웃으며 플라이곤을 꺼내들었고
이내 플라이곤에게 명령하였다.
"그래 플라이곤! 저녀석도 빨리 쓰러뜨리고 끝내자!"
플라이곤은 하늘을 날아 마릴리를 향해 돌진하였고,
이내 동그란 눈으로 해맑게 웃던 그 마릴리는
웃으며 주먹을 쥔 손을 살짝 들어보이는 것이었다.
순간 압도적인 굉음과 함께,
날아가던 플라이곤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마릴리의 꽉 쥔 주먹이 땅을 향하고 있었고,
반쯤 패인 바닥에 플라이곤은 기절한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저의... 승리인가요.."
파오후는 그렇게 눈앞에서 사라졌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는 벤치에 앉아 그렇게 가만히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의 지나가는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은 채,
잠시 고개를 들어 배틀 타워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나갔다.
"저런 애들장난에 휘둘릴 필요는 없지."
웃으며 걸어나가는 나의 곁으로 플라이곤이 나를 바라보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플라이곤? 저거 높히 올라간다고 돈주는것도 아니잖아?"
플라이곤은 마치 수긍하는듯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아무런 미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미련없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을줄 알았다.
몇걸음 떼던 발자국을 멈추기 전까진 말이다.
"잠시만... 내가 뭐가 더 못나서.."
순간 그 음흉한 돼지의 모습이 눈앞을 스쳤다.
"그새끼는 30층을 뛰어넘어 훌쩍 올라갔는데, 내가 그녀석보다 못하다고?"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
무언가 가슴속이 비틀린 감정으로 가득 차올랐다.
나는 문득 아직 손목에 차고있던 그 기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숫자로 28이라고 적혀있었다.
"고작 두층 내려갔군.."
잠시 그 숫자를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돌려 플라이곤을 바라보았다.
"플라이곤, 다시 가자."
플라이곤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나는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이번엔 너 혼자만이 아니야. 센터에 들려 친구들을 좀더 데려와야겠군."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그 거대한 타워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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