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고블린의 변명

#1

[슬라임코]

왜, 왠지…….

아직 낮인데도 밤 같네요.

[마레]

이 부근은 원시림이니까.

[아우라]

……기다렸지!

>수고하셨습니다, 아우라 씨.

>안녕하신 걸 보니 다행이네요.

[이안]

매번 수고를 끼치게 되네요.

저희쪽도 정찰은 하고 있지만…….

[아우라]

'균열'에는 너무 접근하지 말아야 해서 그렇지?

사역마를 부릴 수 있는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

[슬라임코]

결과는…… 어땠나요?

[아우라]

사역마들한테 흩어져서 찾아보라고 해봤는데,

다들 무사히 돌아왔네.

[이안]

흠…….

지금까지의 보고에 의하면 장기瘴氣에 다가간 짐승은 오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건──

[마레]

이, 이 근처에는 '균열'이 없다는 거려나?

[아우라]

글쎄~

대삼림은 넓지?

[이안]

리 에스티제 왕국의 1/5을 차지한다고까지 말해집니다.

그래도 오염된 짐승이나 혼돈수가 그렇게 많았으니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숲의 현왕── 이 일대를 지배하였다는 강대한 몬스터의 흔적은 보셨나요?

[아우라]

뱀 같은 꼬리와, 은백색 털을 가진 네발짐승……이었나?

발자국이나 포식 흔적도 찾아봤는데, 지금까지 질릴 정도로 본 것들 뿐이었네.

것도 그럴 게……. 이 앞쪽에선 고블린들이 서성이고 있어서 말이야.

괜히 들쑤셔봐야 얻을 게 없으니, 너무 튀는 움직임을 할 수도 없었거든.

[양광성전 대원]

고블린쯤이라면, 신중하게 대처하면 별 문제 아닙니다.

놈들을 상대하는 건 우리도 손에 익었으니까요.

다소 강한 개체일지라도 소탕은 가능하리라고.

[아우라]

으음…….

쓰러뜨릴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양광성전 대원]

카르네 마을을 습격한 것도 고블린 무리입니다.

위협은 지금 당장 배제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이안]

……■■■공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일대에 '균열'은 보이지 않고…… 숲의 현왕의 거처도 알 수 없다.

정보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취해야 할 지침은──)

>「지혜로운 장수는 적의 식량을 먹는다」*고 합니다.

>「하인과 숫소는 쓰기 나름」이라고 합니다. -선택

(*역주: 손자병법 작전편의 智將務食於敵)

[슬라임코]

……?

그, 그게 무슨 말인지…….

[이안]

흐음…….

일하기 싫어하는 하인이나 젖을 낼 수 없는 숫소도 잘만 다루면, 이란 뜻이려나요?

말인즉슨…….

고블린의 힘을 빌릴 순 없을까.

■■■공은,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게 아닌지?

[양광성전 대원]

──!

[슬라임코]

과연……!

저번에도, 고블린한테서 정보를 얻었으니까!

[양광성전 대원]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슬라임코]

──!

무,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양광성전 대원]

고블린── 아인종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

인간의 적이라구요!

[슬라임코]

……!

[아우라]

……그렇겠네.

엘프조차, 인간과는 다른 취급을 받는 걸.

고블린 같은 아인종은 더더욱 그렇단 건가.

[양광성전 대원]

……고블린이 인간에게 위협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놈들의 도움을 받는다니……!

[이안]

──정숙.

[양광성전 대원]

……!

반장님 ……!

[이안]

당신들의 기분은 이해합니다.

저도, 예전엔 똑같이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긴박한 상황……. 이용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이용해야 한다──

설령 그것이 증오해 마땅한 적일지라도.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 아닙니까?

[양광성전 대원]

큿…….

하지만…….

저희 중에는, 아인종한테 가족이나 전우들을 살해당한 자들도…….

[이안]

그 가족이나 전우를 지키기 위한 판단입니다.

이해가 안 됩니까?

[양광성전 대원]

…….

[슬라임코]

왜, 왠지 옥신각신하고 있는 거 같네요…….

[■■■]

(양광성전은 인간의 적을 소탕하기 위한 조직──

수행해왔을 임무를 생각하면, 아인종과 손잡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하지만…… 지금은, 저들에게 신경써줄 겨를 따윈 없다.

시간을 유용하게 쓰기 위해선──)

>우리끼리, 움직이겠습니다.

>거리를 두고 따라와 주세요.

[이안]

……죄송하기 그지없군요.

누구나 변화에 대응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주입된 교의라서요…….

>안심하시죠.

>우리가, 정보를 얻어 오겠습니다.

[이안]

──고맙습니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공

.

.

.

[마레]

이, 이 앞에, 고블린이 있어……?

[아우라]

자 그럼, 정보는 어떤 식으로 뜯어낼까?

역시, 붙잡아서 고문하는 게 제일이려나?

[슬라임코]

하, 하지만…….

포획한 고블린이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란 보장은 없죠?

[마레]

고블린들을 적으로 돌리면 수가 많아서 귀찮은걸?

[아우라]

……나도 알아.

그냥 해본 소리야.

[슬라임코]

그렇다면──

역시, 협상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마레]

하지만……. 고블린은 인간을 자꾸 덮치고 있잖아.

인간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을까?

인간이 복수하러 올지도 모르잖아?

[슬라임코]

그러고보니…….

전에 만났던 고블린도, 인간이 복수하러온 건가 두려워했던 것 같은데…….

[마레]

우, 우리 둘은 괜찮더라도, ■■■도 슬라코도 겉보기에는 인간이니까 말야…….

슬라코는, 인간 말고 다른 종족으로는 의태할 수 없어?

[슬라임코]

저는 그…….

포식한 생물의 모습으로 의태할 수 있지만, 몸의 사이즈가 엇비슷하지 않으면 의태가 잘 안 됩니다.

몸의 일부가 튀어나오거나, 부족해지기도 해서…….

[마레]

그렇구나…….

이 숲에 사는 고블린은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아우라]

슬라임 형태로 다가가도 다른 의미로 경계당할 뿐이겠지…….

어쩌지? ■■■.

[■■■]

(그러고 보니──

옛적에 토브 대삼림은 다크엘프가 지배했다고 했지…….

그렇다면──)

>외람되지만 두 분께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우라]

헤……?

우리한테……?

[슬라임코]

그렇네요……! 일을 떠맡기게 되어 정말 죄송하지만…….

두 분이시라면, 인간보단 경계받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마레]

그, 그건 괜찮은데…….

언니,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아우라]

왜 날 걱정하는 거야!

너야말로 괜찮겠어?

[마레]

괘, 괜한 일을 하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될 거 같은데…….

[아우라]

…….

아무튼, 갈게!

내 힘을 보여주테니까!

[슬라임코]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님은 제가 꼭 지켜드릴테니까요!

.

.

.

[고블린]

……!

누구냐……!?

[아우라]

엇차! 너는…… 고블린이구나.

뭣 좀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야!

[고블린]

너희들은……

어둠요정, 인가……!

[아우라]

맞아!

그러니까…… 우리들의 조상님이 이 숲을 지배하고 계셨다고 들어서야.

어떤 장소인지, 보러 왔는데….

[마레]

꽤, 꽤나, 흉포한 생물이 많은 것 같네.

옛날부터 이랬어 ?

[고블린]

아니…….

그렇진 않았다만…….

[아우라]

그래. 그럼…….

왜 이렇게 위험한 놈들이 늘은 건지…….

아는 거 없어?

[고블린]

……모른다…….

(고블린 멀찍이 떨어짐)

[아우라]

어, 어이……!

왜 그렇게 떨어지는 거야!

[고블린]

……너희들한테는, 숲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숲요정 중에는, 인간한테 길러지는 자들도 있다고 들었다…….

[마레]

──!

[고블린]

셋 셀 사이에 떠나라.

떠나지 않는다면…….

[아우라]

어 음…….

이 흐름은…….

[고블린]

──죽인다.

[아우라]

하아…….

죽어줄 수야 없으니, 적당히 해줘야 하나?

[마레]

주, 죽이지 않게 조심해.

──────────────────

#4

[고블린]

칫……!

강하다……!

[아우라]

그러니까, 뭣 좀 물어보려는 거 뿐이라니까.

[고블린]

도망치자……!

[아우라]

정말이지·······.

[마레]

……도, 동료를 부르러 간 걸까?

그럼, 이대로 뒀다간…….

[아우라]

알고 있어.

쫒아갈게

[마레]

으, 응……!

[고블린]

하아, 하아…….

뭐 하는 놈들이지, 그 어둠요정들…….

[고블린]

글쎄다……..

아무튼, 동지들에게 알려야…….

(끼이이)

[고블린]

씁……!

놈들인가……!

[고블린]

아니, 이건──

[교수형 거미]

샤아아앗……!

[고블린]

히잇……!

[마레]

왜, 왜인지…….

습격당하고 있는데…….

[아우라]

어라라.

[마레]

그, 그래도…….

이 상황은, 어쩌면…….

[아우라]

찬스일지도.

간다!

──────────────────

#7

[아우라]

에잇!

(거미 쓰러짐)

[고블린]

뭣……!

너, 너희들은 대체……!?

[마레]

아, 아까도 말했지만, 조상님이 살았던 숲의 현 상황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 뿐이야.

알려주면 안 될까?

[아우라]

아는 걸 알려주면, 순순히 물러날테니까 말이야.

[고블린]

큿…….

하지만…….

[교수형 거미]

……샤아아앗……!

[아우라]

……정말이지.

우물쭈물대니까 또 몰려왔잖아.

[마레]

그, 그럼, 유감이지만…….

정보는 안 주려는 거 같고, 다른 고블린을 찾으러 갈까?

[고블린]

…………에…………?

[아우라]

그러게.

그럼 우린 이만──

[고블린]

……기, 기다려라!

놈들을 쓰러트려주면, 아는 걸 말하마……!

[아우라]

……말하겠다 한 거다.

그럼 빨리빨리 처리해버릴까.

──────────────────

#10

[마레]

후우…….

끄, 끝났구나.

[아우라]

……약속, 기억하고 있지?

[고블린]

기, 기억한다…….

다만…….

[아우라]

다만……?

[고블린]

사, 사실은…….

우리들도 자세한 건 모른다…….

[아우라]

어엉?

[고블린]

언제부터인가 북방에서 흉포한 자들이 몰려들어서…….

우리들은 세력권에서 쫓겨나……. 사냥감도 충분히 잡지 못하게 되었고…….

인간 마을까지 쳐들어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우라]

하항~

그래서 마을로 말이지…….

너희들의 사정은 알겠지만, 흉포한 애들이 늘어난 이유까지는 모른다, 는 거야?

……이용가치가, 없어졌네.

[고블린]

그, 그럴 수가……!

아니, 기다려라……!

그 분이라면, 어쩌면…….

[아우라]

그 분?

[고블린]

이 일대를 지배했던 「주인」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우라]

……!

이 일대를 지배했던 '주인'이란 건……!

[마레]

호, 혹시 숲의 현왕……!?

[고블린]

너희는, 그렇게 부르는가……?

[아우라]

그 '주인'이란 애의 생김새는?

[고블린]

가까이 다가간 자는, 살해당했다…….

먼 곳에서 본 자의 말에 따르면…….

은백색 털가죽으로 덮여있다고 한다…….

[마레]

으, 은백색 모피……!

[아우라]

숲의 현왕의 특징과 일치하네.

'주인'이란 애의 세력권까지, 안내해줄 수 있겠어?

[고블린]

──!!

세력권에 있다간, 죽게 된다……!

[마레]

에? 거절하는 거야?

[고블린]

힉……!

아, 알겠다…….

들어가진 않아도 된다면…….

.

.

.

[고블린]

……여기서부터다…….

[아우라]

그 '주인'이란 애의 영역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야?

[고블린]

다른 동물의 기척이 없는 영역…….

우리는 냄새로 판단한다만…….

[아우라]

흐음…….

뭐, 발자국이나 포식의 흔적을 조사하면, 범위를 좁힐 수 있으려나?

[고블린]

그럼, 우리는 이쯤에서…….

[아우라]

잠깐, 어디 갈 생각이야?

아직 숲의 현왕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고블린]

마, 말했잖나……!

세력권에 들어선 자는, 살해당한다고……!

[아우라]

오옷……!?

빨리도 납셨네!

[고블린]

히잇……!

(고블린 도주)

[숲의 현왕?]

그르르르……!

[마레]

……이게, 숲의 현왕……?

[아우라]

……뱀 같은 꼬리도 없고, 은백색 모피도 없고.

보다시피, 그냥 포레스트 베어인가봐

괜히 기대했네.

[마레]

누, 누나, 기대했었어……?

[아우라]

희귀 동물을 앞에 두고도 피가 끓지 않는다면, 비스트테이머 실격이지?

뭐, 세력권은 알아냈으니, 빨리 쓰러뜨리고 합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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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브 대삼림이 실제 크기는 지도보다 훨씬 넓구나. 왕국의 1/5 ㄷㄷㄷ

고블린들은 코퀴토스처럼 히라가나 대신 가타카나로 말함

근데 문장에 계속 점을 넣으면 거슬리니까, 만화책 정발판(6권부터)처럼 폰트를 바꾸는 걸로 처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