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1) 너는 누구니?

답변1) 나는 현재 직업이 없는 31살 남자다.

질문2) 고민 있니?

답변2) 직업을 갖고 싶지만 한편으론 직업을 갖고 싶지 않다.

질문3) 금수저인가보네?

답변3) 아니다.

질문4) 그럼 왜 일을 안 하니?

답변4) 일을 해본 적이 없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일머리가 없다. 그래서 쌍욕 먹을 가능성이 95%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는다.

질문5) 그럼 부모님에게 쌍욕 먹을텐데?

답변5) 듣고 보니 그러네.

질문6) 일하러 가자 ^^ 언제 나올래?

답변6) 글쎄다. 아! 그리고 일하다 죽을 수도 있어서 무서워서 안 할란다.

질문7) 어차피 돈 떨어지면 굶어 죽을텐데?

답변7) 나도 그게 궁금하다. 프레스기에 눌려서 죽는 거랑 아사하는 거랑 뭐가 더 고통스러울지.

질문8) 프레스기에 눌리는 게 싫으면 좀 안전한 곳으로 가면 되지 않냐?

답변8) 그런 곳이 존재하냐?

질문9)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돈을 포기하는 대신 안전한 곳을 택하는 것도 가능하잖아?

답변9) 근데 다들 프레스기에 눌려죽기 싫으니 다 그런 안전하지만 매우 급여가 낮은 곳으로 몰리지 않을까?

질문10)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걸? 좀 위험해도 돈 많이 주는 곳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물론 그 비율이 문제겠다만은...

답변10) 음... (젠장... 핑계거리가 떨어졌다.... 생각해라 생각...!) 아 맞아! 좀.. 그 뭐냐... 그래도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들 하잖아? 저임금으로 시작하면 평생 저임금으로 산다고...

질문11) 내가 보기엔 넌 지금 저임금이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답변11) .... 아니야 넌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나라에서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장애를 얻는지 모르고 있어.... 2017년 기준 전체 근로자 대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물론 0.03%밖에 안 되긴 하지만, 사망이 아닌 사고는 그 수십 배에 달하지. 더군다나 이 수치는 모든 업종을 단순평균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실제 위험 업종에서의 사망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거야. 거기다 저 수치는 1년 기준이므로, 만약 한 10년 근무한다고 치면 저 중 딱 한 번만 걸려도 끔찍하게 죽는 셈이지. 

 또한, 일반적으로 사업주는 산재 처리를 꺼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손가락 한 두마디 잘려나가는 사소한 사고는 통계에 잡히지도 않았을 거야. 그래도 너는 정말 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 원래 사회는 각자도생임을 생각하면, 어쩌면, 근로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전에는 일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남는 게 아닐까? 굶어죽을 것 같으면 매우 저임금이지만 산재 위험은 낮은 그러한 업종에서 잠깐잠깐씩 일하면서 말이야.

질문12) 이 세상물정 모르는 양반아! 그런 업종은 없다니까? 내가 확실히 말해줄까? 당신같은 미숙련 노스펙 고연령 노동자가 취업시장에서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모두 위험한 직업이야.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도 몰라? 위험한 일 하기 싫은 것은 모든 사람이 한 마음 한 뜻이라니까요? 위험한 대신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 설령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해도, 그런 '일자리'는 없어 이 양반아! 현실이 그래.

답변12) 젠장. 그렇다면 더더욱 일을 하면 안 되겠군.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한 곳이었어....... (가만.....? 그런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다...? 그럼 내가 한 번 이런 일자리를 만들어볼까? 이거 굉장한 사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