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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석과 선아

ㅇㅇ(110.44) 2022.04.25 11:08:11
조회 2662 추천 35 댓글 33

캐릭터 설정 안 보고 3초짜리 과거회상 씬 본 다음 둘이 사실 배다른 가족 아닌가? 했던 사람 있을듯.


이 둘은 그냥 안 맞음.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고, 그게 전부인 관계.


선아 일곱살 때 엄마가 유치원 하교 길에 차에 태워 아빠한테 데려다 줌. 그걸로 엄마랑은 끝.

아빠가 혼자 키워보려 했지만 하는 일마다 족족 망하고, 그래서 제주 큰삼촌네로 같이 내려감.

아빠는 다시 사업하게 돈 빌려달라, 큰삼촌은 더는 못 해준다 맨날 싸웠고, 그래서 애가 집 밖으로 돌았음.

이건 공식 설정.


그런 와중 오락실에서 만났던 동네 오빠가 동석.

삼십대때 다시 만난 과거회상에서 보여지듯, 주먹 나가는 게 쉬운 거친 놈이지만 그래도 애는 착했다는 설정.


그러니까 선아한테 동석은, 엄마가 자길 버리고 아빠는 큰삼촌이랑 싸운다고 내팽개친 상황에서 유일한 의지처였다는 거.

남자가 아니라 부모 대신. 많은 것에서 무게감이 다르니까 따지자면 가족같이 의지하고픈 오빠.


근데 동석에겐 상황이 달랐지.



딱 그맘때 누나는 바다에서 물질하다 죽었고, 엄마는 아빠 친구 첩으로 들어감.

이건 눈여겨보지 않은 사람들 꽤 있을 거 같은데, 엄마가 그냥 아빠 죽고 재가한 게 아니라 아빠 친구 첩으로 들어간 거라고 공식 설정에 나와있음.

엄마가 재가한 새아빠는 병든 아내가 있었고, 그 병수발까지 엄마가 해야 하는 상황이었음.

이복형제는 동석일 그지새끼 취급하며 때렸고, 한창 삐뚤어질 때 선아를 만났음.

서울서 내려온 이쁜 가시내.



따지자면 지금 동석이 선아에게 가지는 감정은 피해의식. 너 같은 건 나 까짓 거 좋아하면 안 되냐? 하던.

선아를 높여주긴 싫지만 동석이 후지다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는 대사임.

선아가 서울에서 다시 만난 동석과 집에서 맥주 한 캔을 하려 하고, 동석이 빌려온 차를 타고 바다에 간 건 오랜만에 다시 만난 십오년 전의 인연.

모른 척할 수도 있었고, 대리 끝나고 헤어질 수도 있었지만 오는 호의를 호의로 받아줬더니 대뜸 입을 맞춰 오는 건...

거기다 제 감정을 강요하는 건.


동석은 대리운전에서 다시 만난 선아가 자기를 기억하는 것도, 같이 술 한잔 하고 집까지 갔던 것도, 같이 차타고 밤에 바다 보러 간 것도 호감이 있어서라고 착각하는 반면,

선아는 그 옛날 의지했던 오빠가 아는 척 다가오는 게 그 옛날 그때처럼 그냥 반가웠을 뿐임.


엄마가 버리고 떠난, 아빠가 돈 빌려달라 싸우던 시절의 동석과 남자친구와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길 반복하던 시절의 동석은 크게 다르지 않음.




동석이 선아를 기억하는 건 선아가 제주와는 무관한, 동석이 마주했던 사람 중에 가장 이상형에 가까웠기 때문임.

웃는게 예뻤던, 우연히 만났던, 처음 설레임을 느끼게 했던 여자였기 때문에.


선아가 동석을 기억하는 건 그저 사람이 좀 거칠어도 자기한텐 잘 해줬던 오빠였고, 오랜만에 다시 봐도 살갑게 다가와 웃을 수 있게 해 준 오빠였음.


그러니 어쩌면 그냥 이 둘은 애초에 안 만나는 게 좋았을 관계.

잘잘못이 있다면 난 동석이 혼자 헛다리 짚은 게 더 잘못이라고 봄.


요런 남녀 문제에 있어서 누군 여자가 여지를 줬니, 남자가 무식하게 들이댔니 싸우기도 할 거니와, 여자가 철벽을 쳤어야 됐네 남자가 싫다는 데 자꾸 쳐 디민 게 잘못이네 할 거지만..

요샌 열 번 찍으면 콩밥먹는 세상 아닌교. 아니라면 아닌 줄 알아야지.






그리고 우울증.


우울증은 그렇게 어렵다거나 이해하기 까마득한 질환이 아님.

누구나 한 번쯤 만사가 귀찮아서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고, 잠을 못 자서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그냥 갑자기 하루종일 해도 재밌던 게임도 하기 싫고, 매번 만나던 친구가 놀자고 불러내는 것도 귀찮고, 월요일 아침에 회사 가기 싫고, 밤엔 잠도 잘 안 오고, 물만 먹어도 살 찌는 거 같고, 뭘 해도 집중도 잘 안 되고, 그냥 다 내가 잘못한 거 같고, 뭘 해도 내가 문제인 거 같고.

그런 적 다들 있을 거임.

그런 기분이, 몸 컨디션이 하루 내내, 며칠씩, 2주 이상 쭉 지속되는 게 우울증임.

만만한 건 아니지. 치료에도 약물을 쓰기 시작하면 최소 반년, 그것도 차도가 있은 후에 추적관찰기간만.


의학적으론 이건 개인의 성정이 강하거나 약한 거랑은 무관하며 의지로 이겨낼 수는 없다고 정의하고 있음.

하지만 물리적인 치료가 아니라 화학적인 약물 요법 혹은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통해 환자가 행동을 개선하는 방향 때문에라도 많은 사람들은 이걸 환자 본인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함.

물론 그 생각이 틀리지도 않았음.


그래서 태훈이 선아가 우울증을 치료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선아가 태훈은 자기가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다 틀리지 않은 말임.



유전적이거나 불상의 뇌질환, 그러니까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생화학적인 문제로 발병한 우울증을 제외하면,

흔히 가볍게 겪을 수 있는 우울함, 그 우울함이 생겨나게 된 환경적 요인이 심화된 케이스가 있음.

우울감이 들 때 그걸 방치하고 더 땅굴을 파고 들어가서 악화되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에, 우울하다고 방구석에 처박히고 아무것도 안 하는 환자를 볼 때 사람들이 네가 문제다 라고 말하게 되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물론, 경미한 우울감을 스스로 키우고 정신과에서 진단을 받은 다음 우울증을 만사형통 면피용으로 사용하는 이들 때문에라도 우울증이 심각한 질환 취급을 못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뭐.

작중 선아는 중증 우울증인 걸로 나오긴 하는듯.




죽으려고 바다에 뛰어든 선아, 우울증을 앓는다는 걸 이제 알게 될 동석의 이야기...는 글쎄.

솔직히 기대했던 것과는 방향성이 좀 달라서.


동석은 지가 상처받았던 거 생각하면서 계속 툴툴댈 거고, 그러면서 자꾸 눈에 띈다고 모른 척은 안 하고 뭘 하긴 할 거고.

선아는 아무래도 좋다며 우울증으로 멘탈 터진 상태에서 그렇게 자꾸 엮이다가 또 주변에서 입방아 찧을 거고.

그러다 운 좋으면 선아는 다시 서울로, 동석은 그냥 제주에.

둘이 연애? 그럴 일은 없을듯.



근데 이쯤 오면 뭔가 좀 진짜로 행복한 이야기가 뒤엔 나올 겁니다- 하는게 있어주면 좋을 텐데.

그런 게 없다.

아, 영옥 정준 딱 하나 있긴 한듯? 근데 그것도 아직 떡밥만 던진 위험이 또 있긴 하지.

근데 그거 보려면 짧아도 3주, 길면 5주는 기다려야됨.

암만 지금은 이야기를 쌓아올리는 단계라지만, 좀 길긴 해.


솔직히 오늘 글 쓰기 전엔 드라마 보는데 시청률이 뭣이 중헌디... 했는데

글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니까 이게 막상 앞으로 몇 주는 더 답답하기만 하겠구나...해서

차라리 앞으로 나올 에피소드가 뭔지 몰랐으면 더 좋았겠다 싶음.


너무 좋은 배우들이 너무 연기를 찰떡같이 하니까, 그 캐릭터가 앞으로 뭘 할지가 눈에 선하다.

근데 그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계속 입 안에 떡고물 잔뜩 묻힌 바짝 마른 인절미만 쑤셔박는 거 같아서.

그냥 이게 마냥 나쁘기만 한 건 아닌데, 그래도 아쉬워서.



그래도 다음주 분량은 꽤 볼만할듯.

에피소드가 답답한 거랑은 별개로 호식이랑 인권이 케미가 좋은 것도 있고.

그래도 둘은 한때 엇나갔지만 그래도 이젠 마음잡고 잘 사는 캐릭터라.

자식새끼들 문제로 골치는 썩겠지만, 그래도 현재진행형으로 멘탈에 문제 있는 캐릭터는 아니잖슴.


한수가 그랬고 영주, 현, 동석, 선아 전부다 한쪽 구석이 현재진행형으로 망가지는 상탠디.

다음주는 숨 좀 돌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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