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마라톤에서 배운 것들
2. 마라톤에서 정직을 배우다- '최고의 운동선수'
그 해 10월, 드디어 기록에 도전해 보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한 문화일보 마라톤에서 결국 데드포인트를 넘지 못하고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파주에서 시작해 문산을 지나 통일대교 남단 반환점을 돌고 다시 월릉역을 지나는 33Km 지점에서 이상한 증상이 일어났다. 다리에 근육경련이 일어나 한 걸음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몸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에 대해 너무 놀랐다.
그리고 또다시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왜 뛰는지에 대한 질문이 고개를 들었다.대회 진행요원이 와서 근육완화제를 뿌려 주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 순간 이번 대회에서는 도저히 완주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몸도 마음도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시간이었다.
내 몸에 대해 겸손하지 못했고, 순간 달리기의 기록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육체와 정신이 두 번의 완주 경험에 자만해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 또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신 보다 더 겸손해지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목표는 정하되 목표를 위한 달리기가 아니라, 나를 만나는 여행으로서의 마라톤이 되어야 함을 느꼈다.
그 날 이후 평소 상태로 몸을 회복한 후 나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니었다. 기록에 대한 기대나 부담감은 갖지 않았다. 달리는 동안 오로지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마라톤은 육체적 고통과 자유를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운동이다.
달리기는 어느덧 나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진리 안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달리기를 하게 되면 부정적인 마음에서 보다 긍정적인 마음을 지니게 되고, 삶에 대해 의욕과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전보다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내 몸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달릴 때 마음은 점점 더 건강해진다. 그래서 더 많이 연습하고 더 많이 달리고 더 많이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하며, ‘최고의 운동선수’가 내 안에도 있는지 살핀다. 그러다보면 내가 삶이라는 최고의 경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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