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형 매춘을 하는 크레이지 래빗의 대기실을 중심으로 평범하게 살기 어려운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업소의 점장에게 출장 매춘은 그냥 피자배달 같은 것이고, 매춘녀는 낯선 이들과의 섹스에 대해 묻는 질문에 공장같은거라고 답한다. 업소의 총무 '카나'는 전래동화 '토끼와 너구리'에서 늘 너구리가 된 것 같은 마음으로 산다. 업소에서 가장 인기있는 멤버는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끊임없이 웃기 바쁘고, 운전만하는 직원은 여자친구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지만 마주하기보단 늘 도망친다.

건물 근처 역에선 열차가 들어올때마다 안전선 뒤로 한걸음 물러서라는 안내 멘트가 들려오지만 이들은 물러설수도 다가설수도 없다. 도쿄는 불태우고 싶은 곳이지만 불태운다해도 순환선인 야마노테선에 갇혀서 도망가지도 못하는 곳이다. 스스로 사회부적응자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이 대기실에 모이는 젊은 직원들은 겉으로든 속으로든 울부짖지만 애완견을 데리고 잠시 가게에 들린 노사장만은 평온해보인다.

영화 러닝타임 내내 무대가 되는 대기실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이 작품은 영화보다 연극이 더 어울려보인다. 몇몇 대사들은 번뜩이지만 어떤 대사들은 작위적이고 뻣뻣하다. 그리고 들쑥날쑥한 배우들의 감정 연기는 애써 클로즈업을 해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현재를 견디기보단 불붙지않는 라이터에 불을 붙이려하고 화내고 슬퍼할줄 아는 감독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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