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야 안 굶고 살아도 사는게 이래저래 고달프고 버겁다는 거.. 그 삶의 무게를 포착해서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능력이 무척 뛰어남.

사는 게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 열등감 폭발해서 엄한 데 지랄하는 순간들.. 그것들을 너무 잘 담아내서 몇몇 장면들은 좀 헛웃음 나오면서도 아프더라.

영화가 주인공 미셸 윌리엄스의 심리를 따라가니까 거의 러닝타임 대부분의 정서가 불안 분노 답답 긴장인데 이걸 극대화하려는 빠른 화면전환이나 클로즈업 같은 극단적인 카메라 활용이 전혀 없어서 보기에 피로하지가 않음. 우직하게 스테디 + 트래킹 숏으로만 밀고 나가는 뚝심. 그러면서도 엔딩에 다다르면 결국 의도한 정서를 유발시키는 일을 성공적으로 해냄. (이거의 정점이 <퍼스트 카우>였다고 생각함.) 이런 고집이 거장들의 특징인 것 같음.

엔딩을 보고는 결국 켈리 라이카트의 세계에서 (그녀의 필모 전체에서 그랬듯) 희망의 시작점은 동물이구나.. 라이카트가 동물을 사랑해서도 있겠지만 어떤 감정을 유발하는 매개체로써 동물은 매우 효과적인 소재 중 하나니까..

결국 박스 안 비둘기는 같은 처지인 것으로 보이는 존 마가로의 손에 의해 훨훨 날아갔는데, 작중 인물들처럼 절망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헌사 내지는 위로처럼 보이기도 했음. 너네는 너네가 날개 잃은 새인 것처럼 느낄 때도 있겠지만 사실 그냥 날개 묶인 새일 수도 있어. 다시 날 수 있을거야. 이런거?

라이카트 영화 한 편도 안봤다가 이거 예매해놓고 몰아서 봤는데 다 좋았고 갠적으로 퍼스트카우>쇼잉업, 어떤여자들>믹의지름길>올드조이, 웬디와루시였음.

+ 마리끌레르 처음 가봤는데 세로자막 예상 못해서 당황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적응되더라. 그리고 엔드크레딧때 조명도 안켰는데 직원이 출구 열어제껴버리고 슬금슬금 나가는 사람들 많아서 살짝 짜증났음. 그냥 글씨만 나오는 크레딧도 아니고 뒤에 영상도 깔린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