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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추천] 피터 그리너웨이 인터뷰 "영화는 가장 나이가 어린 예술 매체다"

fantas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11 09:29:53
조회 1173 추천 23 댓글 3
														


- 2015년에 행해진 피터 그리너웨이 인터뷰 -


https://www.youtube.com/watch?v=i0vA3WZFMKA




'미술에 대해 피터 그리너웨이가 말하다'


누가 저한테 묻더군요.

왜 화가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지금은 영화를 만들고 있냐고요.

전 그림을 그릴 때마다 거기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제가 만들고 있는 건 시네마가 아니라 소리가 나는 그림일지도 모릅니다.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화가들은 길거리에서 삶을 발견해서 화가가 되지 않습니다.

화가들은 다른 화가들이 하는 걸 보고 자기도 그걸 하겠다면서 화가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영화 감독들도 다른 영화 감독들을 보면서 그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길거리에서 삶을 발견하고 감독이 되는 게 아니죠.

그러니까 여기엔 뭔가 자기 반영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이 어떻게 제 작품들에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그리너웨이 영화를 보게 되면 그건 오직 영화이기만 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라던지 우주로 통하는 문이라던지 그런 게 아니란 거죠.

제 작품은 그동안 영화가 스스로 쌓아온 매우 인공적인 관습들에 기반한 하나의 현상학입니다.


사람들은 아마도 영화의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리고 사람들은 이 짧은 역사의 영화를 미술의 역사와 비교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 둘은 비교거리 조차 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미술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선한 인물들은 왼쪽으로부터 등장해야하고

악한 인물들은 오른쪽으로부터 등장해야합니다.

신들은 계단 상단에 위치시킴으로써 숭배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하단의 구덩이에 쳐박습니다.

이런 개념은 미술로부터 온 것입니다.

그리고 미술은 누군가가 처음으로 카메라를 쥐게 되었던 순간보다 족히 수천년은 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색을 부호화하는 것 역시 고대 때부터 등장했습니다.


'하얀색'을 중국인들은 우리와 다른 의미로 이해합니다.

우리는 결혼하는 사람이 하얀색을 입지만 중국에선 장례식에서 죽은 자가 하얀색을 입죠.

이러한 지역적인 차이는 고려해야겠지만 정말 정말 정말 방대한 색의 어휘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러한 다양성과 에너지를 저의 영화제작 안으로 끌고 오고 싶었습니다.




'그림: 내러티브 넘어의 세계'


최고의 그림은 내러티브적이지 않습니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뭔가를 서술하거나 설명할 필요가 없는 거죠.


미술에 있어서 가장 위대하고 특별한 사건은 20세기에 일어났습니다.

모네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면 약 1861년도에 <웨스트민스터 에비의 일출>이란 그림에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내러티브란 개념을 삼가려 한다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 대부분의 많은 벽화들이 내러티브를 담고 있었습니다.

성경의 장면들을 묘사한다거나 고전의 텍스트들을 가져와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초상화를 그린다 하더라도 선악과 권력에 대한 알레고리를 그렸죠.

네덜란드식으로 '일상의 단면'을 그린다하더라도 여전히 삶의 달고 씀에 대한 우화나 풍자를 그렸습니다.

그러니까 늘 어떤 '문자적인 것'이 거기에 있었단 겁니다.


우리는 아는 것을 그리나요, 보는 것을 그리나요?

제 생각에 대부분의 그림들은 아는 것을 그린 것이지 보는 것을 그려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미대 출신들에겐 제가 엘리트적이고 사유화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이것은 분명히 고려해볼만한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저는 단언컨데 이 우주 전체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신이 창조한 이 세상을 재창조 하기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시도는 신경 쓸 필요도 없고요.

그대신 영화는 우리 인간의 상상력을 담아내기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영화는 내러티브적이지 않고 현실적이지 않은 측면들을 활용해야한다는 말입니다. 은유, 알레고리, 상징 같은 것들을요.




'내러티브가 없는 시네마?'


제 가장 큰 야망은 시네마에서 내러티브적인 부분을 삭제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해내기 무척 힘겨운 작업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 극장을 가고 영화를 본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건 결코 좋은 믿음이 아닙니다.

이런 믿음은 문학에 있어서 매우 형편없는 것이고 시네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프랑스의 루브르 같이 아주 유명한 미술관에 있다고 해봅시다.

거기 와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 많은 이들이 그림 안에서 뭐가 벌어지고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해 끙끙대다 결국 고개를 돌려 그림 옆에 붙어있는 작은 설명카드를 읽습니다.

사람들은 그 카드에 '빨간 모자를 쓴 숙녀'라고 적혀있는 걸 읽게 되면 그 즉시 그림 자체는 완전히 잊어버리고서 '아, 그런 거군! 빨간 모자를 쓴 숙녀인거야'라 결론 짓고 다음 그림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그림을 '진정으로 본다는 행위'는 아직 매우 미성숙합니다.

우리는 문자와 텍스트로 이해하는 방법에 훨씬 익숙하기 때문에 그것들에만 의지한 채 이미지를 통해 이해하는 방법을 매우 빠른 속도로 포기하고 맙니다.

전 디지털 혁명이 이런 걱정을 드디어 바꿔놓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아... 애통하게도... 어떻게 된지 아시죠?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되어 만들어져 거대한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엔 그저 글을 영상으로 옮긴 '삽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네마야, 철 좀 들어!'


영화감독들은 절대로 죽지 않습니다. 다만, 사라질 뿐입니다.

전 완전히 불가능해지기 전까지 계속해서 영화를 찍을 겁니다.

2만 5천년동안 발전해온 서양 미술에 비해 영화는 1895년에 처음 시작되어 2015년까지 이어져왔습니다.

영화는 겨우 120년짜리 역사를 가졌죠.

그러니까 영화는 아직도 태아 상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 있고 많은 발전을 이룰 기회를 우린 아직 가진 적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린 영화의 다소 우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아직까지 아무도 진정한 시네마를 만들었거나 본 적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120년간 그저 '글을 영상으로 옮긴 삽화'들만 잔뜩 만들어 온거죠.


영화에겐 영화만의 재료가 없습니다.

영화는 늘 문학으로 돌아가 그것을 재료로 삼고 개발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영화를 투자받기 위해 스튜디오나 프로듀서를 찾아갈 때 4장의 그림과 3장의 석판인쇄물, 스케치북을 가져가서 보여준 후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문맹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늘 텍스트를 필요로 하죠.

텍스트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부터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영화를 당신은 본 적 없을 겁니다.

최근 상업적으로 가장 컸던 사건은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등장이지만 우린 그것들 역시 사실은 '텍스트'라는 걸 압니다.

결국 극장이 아니라 서점에 가서 살 수 있는 책들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예외란 없습니다.

알모도바르, 라스 폰 트리에, 고다르, 에이젠슈타인.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작가의 시네마를 가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우리는 화가의 시네마를 가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고다르는 이에 대해 '오케이! 이 놀이, 이 멍청한 게임을 해보자고!'라고 말한 걸로 유명합니다.

먼저 시나리오를 글로 작성합니다. 읽기 편하고 좋게요.

그러고선 이걸 프로듀서에게 가져갑니다.

그 다음 이 프로듀서가 주는 돈에 동의하는 척 연기를 합니다.

프로듀서의 돈이 도착하면 은행에 넣고 3일간 재운 다음 내 주머니에 넣습니다.

이제 처음의 시나리오는 버려버리고 가서 영화를 찍습니다.

왜냐하면 시나리오는 영화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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