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이랑 정형돈 좋아서 매주 챙겨 봤는데

다음 주에 폐지되니까 너무 아쉽다..

1.5프로 정도로 시청률은 낮았지만 

멤버들 성격이나 프로그럼 자체 분위기에서

소소하게 안정된 재미와 편안함을 받은

나 같은 매니아 층도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김지원도 아는형님 같은 큰 프로를 고사하고 

밤도깨비를 유일하게 나오고 싶을 정도였으니.

아무튼 각설하고 밤도깨비의 패착을 몇 가지 짚어내자면..

1. 밤새는 컨셉의 축소

밤도깨비 자체가 근본적으로 

출연진들이 밤을 세우면서 나오는 멘붕과

다음날 악착같이 1등을 한다는 감동에서 재미를 얻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너무 축소된게 크다.

완전치기 컨셉으로 넘어가서도 충분히 이걸 살릴 수 있었는데

새벽 장면은 간단히 게임 몇번으로 퉁치고 넘어간게 너무 컸다.

시청자들이 원하고 보고 싶었던 것은

밤에 뭘 하는거 자체가 아니라 밤을 새우면서 변해가는 출연진들의 멘탈이었는데 

이 부분이 많이 변질된 느낌.

2. 애매한 시기에 새로운 멤버(천정명) 투입

밤도깨비 멤버들 자체가 이수근 정형돈 말고는

다들 예능에서는 초보이거나(이홍기, 김종현)

큼지막한 예능을 하지 못했다

(박성광은 개콘에서 나름 날렷다지만 한두 코너 담당이고 주도적이진 못했으니).

1년 정도 넘겨서 캐릭터가 고갈된 생각에서 새 멤버가 들어왓으면 좋았으련만

초창기라 다들 예능에 적응해서 본인들의 기량을 보여주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멤버들 간의 익숙함이 생겨서 캐릭터가 생기지도 못한 단계였다.

천정명이라는 배우가 특별히 입담이 좋거나

망가지는데 익숙했으면 나았겠지만 아쉽게 그러지도 못했으니...

3. 식당 위주로 변질 된 핫 플레이스들

초반 부에는 용인 캐리비안베이나, 북한산 워터파크, 송도케이블카 등등 다양했는데

최근엔 너무 컨텐츠가 식당 맛집 소개 프로로 전락한게 큰거 같다.

그나마 오락실, 볼링장, 심야 자동차극장 등등 가는 곳들도 주된 코스가 아니라 짧게 처리되기도 하고..

방영목록을 보면 핫플레이스가 최근에 지나치게 식당 편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https://namu.wiki/w/밤도깨비/방영 목록)

먹거리를 핫플로 하더라도

초반처럼 삼척꽈배기나 강화도 김밥, 군산 빵집 같이 다양성이 있으면 좋을텐데

너무 식당에 앉아서 밥먹는 코너로 치중된 느낌.

초반에 멤버들이 거의 밤새우고 폐인같은 모습으로

계단에 앉아 김밥 1줄이랑 꽈배기 1개 먹으면서 

우리가 이거 먹으려고 이 고생했나하는 자조적인 웃음 짓는거랑

최근들어 퇴근하기 전(차라리 아침6시,7시면 나을텐데 10시에 먹는 경우도 많았다.

다시말해 잠도 충분히 잔다는 말) 가볍게 식당에서 해장국 먹는거랑 비교해보자

누가봐도 웃음의 차이는 명확하지 않을까?

4. 분량전쟁의 도입

밤도깨비가 지금은 폐지가 확정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소생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 시점이 김지원 배우가 게스트로 나왔을 때라고 생각한다.

예쁘고 나름 인지도 있어서 그런건지

예능에서 거의 보기 힘든 배우라 그런지

시청률은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화제성은 상당히 좋았다.

실제로 김지원 배우도 아는형님 섭외는 고사했지만 밤도깨비 딱 하나는 출연하고 싶다는 말은

밤도깨비 특유의 편안함이 있다는 증거였다.

인터넷에 보면 그 화에 처음으로 밤도깨비를 봤는데 괜찮다는 글들도 많아서

앞으로 밤도깨비가 어떤 식으로 방송되느냐에 따라 주류에 편입될 여지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날려버린게 바로 분량대첩이다.

송은이 사단이 나온거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들은 확실히 예능에서 검증된 사람들이고 실제로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멤버와 함께 녹아드는게 아니라 아예 분량을 2컷으로 쪼개버힌거다.

컷이 자꾸 왔다갔다 하니까 몰입도도 떨어지고

가장 결정적인건 너무 주객전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프로도 마찬가지 겠지만 시청자들은 이수근 정형돈을 포함해 밤도깨비 멤버들 보려고 이 프로를 보는데 

낯선 사람들이 독자적 주가 되서 저런다는게 좋아보이진 않았다.

송은이 사단이 올거면 아예 밤도깨비 멤버들이랑 모두가 같은 장소에서 서로 교류도 하며 장면을 만들거나

밤도깨비 멤버 3명 송은이사단2명씩 팀을 짜서 기존 멤버가 있는 익숙한 그림을 만들어야 했는데

게스트는 아무리 재밌어도 결국은 낯선 게스트인데 너무 독자적인 그림을 주는 파격적인 구성이 문제였다.

설 특집으로 딱 한주만하면 신선함이 유지됐을텐데 4주나 이러니 나 같은 기존 팬들도 재미도 없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프로그램 시간대도 굉장히 안좋았고

샤이니 종현 사건으로 한 주 결방해서 일시적으로 시청률이 2.6->1.1까지 떨어진 것도 불운이지만

하기 여하에 따라 충분히 잘 될 가능성이 있었던 프로라고 생각한다.

뭐 이런저런 패착 얘기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8개월 간 일요일에 참 행복했다.

이수근 정형돈 나온다는거 보고 처음 봤는데

박성광 이홍기 김종현에게 나름 정도 많이 가고 좋더라.

멤버들 다들 새출발하고 어디선가 재밌는 웃음을 주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