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인데...............4회까지 오는 동안 거진 이린 과거와 배경 설명하는데 집중하지 않았냐? 그만큼 주인공의 비극적인 시련이 중요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런데 제작진한테 미안한 말이지만 그게 제대로 적립되지는 못한 것 같다. 아역에서 성인 이린으로 넘어오면서 과거의 비극적인 사연이 전혀 스며들지 못한 느낌이랄까? 도하 구해줄 때나 기산군이 아직도 귀물 보냐고 물어볼 때나 과거 회상씬까지 흐르면서 이린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데도 그 아픔에 대한 감정이입이 전혀 안된다. 보통 아역을 써서 과거 얘기를 표현하는건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빠르고 쉽게 하려고 하는거 아니냐? 워낙 아이들 자체가 귀엽고 관심갖기 쉬우니까. 그런데 아역 연기도 약간 비호감을 산 듯 하고 여러가지 어수선한 소재들이 빵빵 터지면서 정작 중요한 사건들은 제대로 이해시켜주지도 않고 넘어가 놓으니 과거 이야기가 별 도움이 안되게 된 것이 어찌보면 자업자득. 비극적으로 쫓겨난 왕자의 이야기라고 하면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비장한 느낌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의 이린은 방탕해 보이려 하는 의도가 있는 겉모습은 차치하고도 어린시절 회상 장면까지 끌어와 깊은 상처를 드러내는 장면에서조차도 무게감이 없다. 그 원인의 절반은 (무려 4회 분량을 들이고서도!) 이야기 기초를 탄탄하게 쌓아주지 못한 작가 책임이고 나머지 반은 연기자의 역량이 그런 극본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일우가 충실하게는 연기해주고 있지만 역시 보는 이로 하여금 그의 뒷배경에 엄청난 비극과 무게가 지워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지는 못한다. 

이쯤 되면 솔직히 4회까지 봐온 시청자로서 손익계산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제 20부 남은거 맞지? 이 드라마가 그나마 시청률 선점한건 신선한 소재에 대한 기대감인데, 타방송사 다음 타석에 한석규+역사극 들어온다. 이대로 허술하게 흘러가면 솔까 나부터도 그쪽으로 갈아탈 것 같다. 거기에 대항해서 시청자들이 계속 이걸 보려면 진짜 재밌어야 할 것 같지 않냐? 

그래서 말인데, 이대로 이린 원톱플레이 비운의 왕자 성장극복기로 나가기 보다는 야경꾼들까지 해서 멀티플레이 시켜서 독특한 소재를 살리는게 좋을 것 같다. 이왕 게임같이 시작한 드라마라면 다양한 캐릭터를 살려 활극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지금까지 방치되다시피 해온 도하나 무석이도 캐릭터에 생명력을 좀 더 불어넣어줘야 극이 생기를 띌 것 같다. 살아숨쉬는 캐릭터의 조력자들과 주거니받거니 하는 과정에서 이린의 성장기도 설득력을 얻고 드라마도 재밌어질 것 같지않냐? 지금처럼 이린 한 명한테만 몰빵하면 뭐해. 이야기는 한 명이 만드는게 아니고 여러 인물이 얽히고 섥히면서 만들어지는 거잖아. 드라마도 살고 이린도 살려면 역설적으로 다른 캐릭터를 좀 더 살려야 할 것 같다는 말임. 야경꾼팀 위주로 활극쪽으로 잘 풀어가면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