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최근 방문

NEW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나폴리탄] 거짓말 하지 마.

YO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07 05:43:44
조회 15008 추천 309 댓글 29
														

음...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었습니다.


반에 거짓말을 자주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아니, 정확히는 말하는 것 전부가 거짓말이었다고 하는 편이 옳겠군요.


화장실을 가고 싶다든가, 점심으로 카레라이스가 나왔으면 좋겠다든가, 새로 나온 컴퓨터 게임을 해보고 싶다든가.


그런 터무니없는 말만 지껄이는 녀석이었습니다. 그 녀석은.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그런 거짓말만 해대니 학생들 사이에서 왕따였던 건 당연하고, 시간이 갈수록 그 아이의 부모님이나 담임 선생님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어른들은 그 아이의 거짓말하는 습관을 고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특히 그 아이의 부모님이 가장 필사적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혼내봤자 그 아이는 계속 '저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에요.', '왜 저를 믿어주지 않으시는 거에요.' 같은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을 쏟아낼 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우는 연기까지 하면서 말이에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소용이 없자, 결국 남은 것은 정신병원에 보내는 것 뿐이었습니다.


자기 자식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때 그 아이 부모님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정말...


...아무튼 그 아이가 사라진 반은 평화로웠습니다.

지루할 정도의 나날이 쉴새없이 흘러가 어느 덧 저희는 6학년이 되었죠.


그리고, 그 시기쯤 학교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던 그 아이가 며칠 전에 죽었다더라- 라는, 상당히 섬뜩한 내용이었어요.


그래요.


여기까지.


딱 여기까지로 이야기는 끝나고 그 아이에 관한 건 유년 시절의 찝찝한 추억 정도로 남아야 했을 텐데...

그래야만 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본격적인 문제는 그 소문이 돌고 며칠 뒤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누구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게 되어버렸어요.


....그 어떤 말을 해도 말입니다.


얼음은 차갑다거나 굶으면 배고프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말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은 '거짓말'인 것으로 인식되었어요.


처음엔 어찌나 무섭고 당혹스러웠던지.


심지어는 거짓말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을 법한 형식의 문장.

예를 들어 의문문이나 감탄사 같은 것조차도 거짓말이라고 받아들여졌습니다.


당연히 말 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도 시도해보았습니다.

문자로도 보내보고, 글로 써서 보여주기도 해봤어요.


짐작하시겠지만 전혀 안 통했고요.


음음, 아무튼...

제 주변에 아무리 호소해봤자 믿어주는 사람 하나 없지, 사람들은 점점 저를 그 거짓말하던 아이와 동일한 시선으로 보기 시작하지... 정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저도 정신병원에 쳐박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 머리를 계속해서 맴돌았어요.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웠습니다.


그건 바로 '말 자체를 못하는 척 하는 것'이었어요.


뭐, 그것 역시도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정신병자 취급 당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10년.

그래요, 저는 그렇게 10년 간 벙어리 행세를 해오며 살았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로요.


그렇지만 왠지 오늘만큼은 이 괴로움을 누군가에게 쏟아내고 싶었어요.

그냥... 그러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

그래서 어떠십니까? 선생님께서는, 제 말을 믿어주실 수 있나요?


추천 비추천

309

고정닉 28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978 설문 본업은 완벽해 보이지만 일상은 허당일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2/17 - -
14803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이용 수칙 (25.1.28) [16]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43006 197
1421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25.1.26) [16]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244122 210
15528 공지 나폴리탄 괴담 작성 체크리스트 [1]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16 10193 48
20489 공지 FAQ [20]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8.04 3690 74
14406 공지 신문고 [9] 흰개(118.235) 24.03.22 7218 52
29064 규칙괴 [초대를 수락하신다면 눌러주세요] [5] 태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6 82 3
29063 나폴리 채식인 [1] 의자가없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4 44 3
29062 규칙괴 가정통신문 [1] 시테양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0 35 1
29061 나폴리 아무래도 제가 납치된거같습니다. [2] 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8 104 7
29060 나폴리 [행정법] 증원 관련 문의 [2] ㅇㅇ(223.38) 15:36 141 5
29059 나폴리 지금 여기서 네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2] 동전던지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3 104 3
29058 나폴리 가면무도회 [3] 고등어살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41 80 1
29057 나폴리 구름이 아저씨가 알려줬다. ㅇㅇ(220.82) 14:30 50 1
29056 잡담 괴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14] 나는문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23 169 0
29053 잡담 [3] 북한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16 75 3
29049 규칙괴 이 쪽지가 남아있지 않기를 바란다. 졸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47 181 7
29046 나폴리 만두집 [1] nimko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51 3
29045 잡담 그녀는 혼자이나 하나가 아니며, 둘 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1] 갓락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9 127 5
29044 나폴리 삼키는 종이 ㅇㅇ(115.178) 11:49 46 2
29042 잡담 낲붕이들은 겁 많은편임? [5] ㅇㅇ(223.38) 11:01 137 1
29041 잡담 그냥 이제 실험적인 시도 막해보기로 함ㅋㅋ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4 908 26
29040 연재 어느 한 차량의 통행기록 제2편 [1] 한빛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3 60 2
29039 나폴리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ㅇㅇ(125.191) 08:55 112 1
29037 잡담 괴담의 부작용인걸까 ㅇㅇ(14.55) 07:33 66 0
29036 사례괴 괴이틴더 ㅇㅇ(182.213) 06:30 140 8
29035 찾아줘 괴담 좀 찾아줘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55 115 1
29034 잡담 이 글을 본 인간들에게 [2] 굿바이마리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0 616 17
29031 잡담 이거 해석좀 해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32 138 0
29029 잡담 그거 어디에 뒀지 예나야사랑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9 57 2
29028 잡담 화장실이 막혔다면 고등어살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7 67 2
29026 찾아줘 지하실, 노트, 두번째 사람 [5] ㅇㅇ(49.172) 01:38 88 1
29025 찾아줘 그 뭐였더라 [6] 00(14.50) 01:18 121 1
29024 나폴리 오른쪽으로는 칠흑 같은 어둠이 있다. [1] ㅇㅇ(118.44) 01:03 112 3
29023 잡담 찾아주라 [3] ㅇㅇ(59.4) 01:01 93 0
29021 2차창 두줄괴담 만화 [3] ㅇㅇ(218.236) 00:40 249 6
29020 규칙괴 가장 행복한 10년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5] 제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6 165 5
29019 잡담 산타의집 실베갔네 [8] ㅇㅇ(39.7) 00:00 400 5
29018 나폴리 불면증인줄 알았어요. 원래닉이미지박아서새로만든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63 1
29017 잡담 마이너하고 호불호 갈리는 쓸데없이 난해하고 실험적인 [8] 무우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224 3
29015 나폴리 가장 완벽한.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564 21
29013 잡담 오랜만에 낲괴담 쓰니까 여러가지 생각이드네 [11] ㅇㅇ(110.14) 02.16 170 3
29012 잡담 내가 원하던 곳 [1] ㅇㅇ(125.191) 02.16 55 5
29011 기타괴 나는 과거로 돌아가 젊은 히틀러를 죽였다 [3] 배은이망덕하옵니다전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206 9
29010 연재 저건 내 가족이 아니다 -1- ㅇㅇ(115.136) 02.16 58 4
29009 잡담 뭔가 개쩌는 소재를 찾은 거 같다. [6] CaliLov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217 3
29008 나폴리 그냥 뛰어. [5] CaliLov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83 4
29007 잡담 나만 글 쓰면서 이런 생각 들어??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192 2
29006 나폴리 피해망상 [3] ㅇㅇ(218.236) 02.16 127 6
29005 잡담 7월 5일 나에 일기장 [3] ㅇㅇ(86.14) 02.16 112 8
29004 잡담 추궁한다 [2] 혀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83 4
29003 찾아줘 혹시 이 괴담좀 찾아주실분 [4] ㅇㅇ(218.236) 02.16 153 1
29002 잡담 답장을 해본다 [1] 혀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78 2
29001 잡담 이게 그 괴이 인가 그거임? [5] 혀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194 1
28999 잡담 아파트 같은 동에서 자1살사건 발생했었음 [1] ㅇㅇ(223.38) 02.16 212 4
28998 나폴리 10분만 쉴게요. [2] CaliLov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6 138 4
뉴스 스물다섯에 진 꽃…고 김새론, 하드코어 인생아 [IS포커스] 디시트렌드 18:0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