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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것은 국민들이다

운영자 2010.03.03 16:28:52
조회 1853 추천 0 댓글 4

11월 8일(수) 흐림


나는 문화일보 애독자이기도 하지만 그 신문의 연재소설은 읽지 않는다. 작가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문학작품이라 하기엔 예술성이 너무 없어 보이고 단지 성적 관심사를 집중시키기 위해 소설의 형식을 빈 글이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법사위원들과의 환담자리에서 이 소설의 외설성이 <즐거운 화제>가 되었을 때도 <권세와 위엄>이 있는 양반들도 이런 류의 글을 즐겨 읽는구나 하는 딱한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문화일보 간부를 만나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말하고 싶었다. 전국적 중요 일간지 지면에 이런 글이 연재되는 것은 신문의 위상에도 맞지 않고 알찬 기사와 평론이 아니라 선정적 잡문으로 독자를 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꼭 전하고 싶었다. 소설 장길산을 일간지 연재소설로 반갑게 읽어내고 신문에 월간 시평, 소설평이 실리는 날을 기다렸던 독자로서 특히 그러하였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부 법사위원들이 이 소설의 외설성을 규탄했을 때도 나는 그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소설에 대한 위법성 제기에 난감해 하던 임채진 서울 중앙지검 검사장의 표정이나 거듭된 수사촉구에도 불구하고 끝내 명확한 언질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 역시 충분히 이해되었다.


사실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표현의 자유는 점점 넓게 인정되어 오지 않았는가? 재판정에서 문학이냐 외설이냐를 다투며 내려졌던 판결들이 후대의 웃음거리가 된 예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수많은 비용을 들이며 진행된 역사에서 우리가 찾은 교훈은 이런 류의 문제는 법정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양식과 문학 예술차원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나.


청와대에서 이 소설의 선정성을 이유로 신문구독을 중단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다. 청와대 비서실의 공식적인 말과 행위는 국가통치의 일부를 이룬다. 신문 연재소설 하나에 대한 선정성 규탄이 국가통치행위가 되어야 하는가. 이 나라가 지금 그렇게도 한가한 상황인가. 시민사회에 맡겨야 할 일에 최고 권부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일도 꼴불견이거니와 청와대의 구독중단을 통해 시민사회의 여론을 조성해보겠다는 의도는 금도를 한참 넘어선게 아닌가.


그동안 청와대와 대통령이 일부 언론들의 과도하고 부당한 공격으로 받아온 고통은 이해할만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통치권력이 언론을 맞상대로 한 잦은 제소와 고발행위는 적절치도 않을뿐더러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대응방식이었다. 신문은 몰라도 방송에선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유리한 환경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통치>는 잘했는데 <홍보>가 잘못되어서 문제라는 인식 역시 잘못된 <언론관>의 소치 아닌가.


민주노동당은 최근 어느 신문 사설로부터 <위성정당> 운운 하는 <언어폭력>까지 당한바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이 꼭 <폭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당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와 장래의 제대로 된 활동을 통해 극복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더군다나 통치권력의 행위는 정당의 정치행위에 비해서도 더욱 진중한 접근태도가 요구되는 것 아닌가.


청와대의 신문구독중단 행위가가 문제 되는 것은 현정권의 고질적인 유아적 언론 대응방식 때문만이 아니다. 북핵사태 이후 한반도에 미증유의 새로운 정세가 엄습하고 있는데 통치권자는 도대체 무얼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군사적 대립이 격화 되면 가장 큰 피해지역이 될 것이 분명한데도 이러한 특수당사자로서 발언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대사와 미국무성, 국방성 고위관료들이 전례없는 내정간섭성 발언과 압력을 행사하는데도 못들은척 일언반구도 없다. 긴장이 고조되고 국민이 불안해 하는데도 상황을 타개할 적극적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다는 일이 대통령은 정계개편에 몰두하고 비서실은 연재소설 하나를 갖고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들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못살겠다며 자살하는 사람이 세계 1위인데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불쌍한 것은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하는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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