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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아스-공허한 짜임새와 괜찮은 멜로의 결합모바일에서 작성

세이키유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16 08:49:30
조회 497 추천 1 댓글 2



스포 주의. 이글루스 블로그 펌
m.egloos.zum.com/whitedwarf/v/4024546

잔잔한 내일로부터 - 공허한 짜임새와 괜찮은 멜로의 결합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장기에 누구나 한번쯤은 하는 것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지나친 옆반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루종일 그리며 망상에 빠지는 것도, 로봇 장난감을 손에 들고서 거실을 뛰어다니며 '미사일 발사!'를 외치는 것도, 그리고 우연히 알게된 이웃집 오빠가 지금 무엇을 하고있을까 하는 상상에 빠지는 것도 모두 이야기 만들기다. 이런 이야기 만들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면 만화가 되고, 글로 표현하면 소설이 된다. 어쩌면 성장기뿐 아니라 인간은 평생 죽을때까지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현실의 삶의 비중이 너무 커지다보니 그것을 드라마나, 영화, 혹은 로맨스 소설같은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지만, 또 한편으로 누구나가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자기 혼자 머리속으로 상상하는 이야기를 남에게 보여주기위해서는 '짜임새'를 꾸며내야 한다. 머리속 이야기가 짜임새를 갖추려면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많은 소재와 캐릭터, 그리고 부가적인 이야기들이 추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벽에 부딪치기 마련이고 또 그러다보면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이야기 만들기를 포기하게 된다. 이야기를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익숙한 작가들도 매번부딪치는 문제다.


'소설 쓰는 법'이라든가 '좋은 글을 쓰는 방법' 같은 강좌나 책들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해서 좋은 작가가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가의 문제는 어떻게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라는 문제와 같은 등급의 문제다. 노력하면 되는 문제이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서 처음에 갈팡질팡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말로 좋은 작가를 만드는 것은 책상위에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짜임새있게 만들기 위해서 좋은 소재들을 현실에서 발굴하는 것이다. 좋은 글은 손이 아니라 발이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오카다 마리는 분명 참신하기도 하고, 꽤 괜찮은 이야기를 머리속에 가지고 있는 작가이고, 또 나름대로 그것을 각본으로 표현할 줄 아는 작가이기도 하다. 문제는 짜임새다. 이 사람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보고있자면 문득 드는 생각이 그것이다. 아주 짧은 에피소드는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표현할 줄 알지만, 긴 호흡을 유지해야하는 에피소드에서는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어정쩡하게 맺음을 하려고 노력하는 기미가 뚜렷하게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만들기 위한 소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소재를 발굴할만큼의 노력이 약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농촌의 소소한 이야기'를 각본으로 쓴다고 해보자. 이때 어렸을때부터 농촌에서 자라나 그곳의 온갖 이야기를 경험으로갖고 있는 사람과, 글을 잘 쓸줄 아는 사람이 이야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노력해야하는 방안이 판이해진다. 전자의 인물은 자신의 경험을 글로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후자의 인물은 농촌이라는 막연한 요소를 짜임새있는 이야기로 만들기위해 거기 알맞는 소재를 발굴하려 발로 뛰어다녀야 한다. 오카다 마리의 문제는 후자의 문제다.


'잔잔한 내일로부터'의 이야기의 짜임새가 빈약한 근거는 '해신'이라는 존재와 두 마을(육지와 바닷속)의 관계를 그려내는 것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추상성을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로 이끌어내기 위해 '배끌기'라는 축제를 필요로 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설정상의 요소를 실질적 요소로 드러내는 소재들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점이다. 네명의 바닷속 마을 아이들과 한사람의 육지마을 아이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은 그럭저럭 재미를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의 이야기가 '바다'라는 소재와 어우러지기 위한 기본적인 짜임새는 너무나 빈약하다. 간단히 말해서 이 이야기의 배경이 육지와 바다가 아니라, 육지의 두 마을의 이야기라고 가정하더라도 이야기의 전체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즉 없어도 되는 설정을 굳이 이끌어와서 중요한 배경적 요소로 만들어두었다는 얘기다.


이는 오카다 마리가 바다와 바다를 접한 마을에서만 발굴할 수 있는 소재들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아이들끼리의 애정관계는 꽤 괜찮게 매력적으로 가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중요한 요소였을 바다와 연관시켜 짜임새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해신의 분노라든가, 배끌기같은 행사들도 '위기'를 억지로 끄집어내는 요소로만 쓰일뿐, 그것이 어떤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지는 못한다.


그러다보니 '동화같은 이야기'라는 얘기도 결국 변명처럼 들릴뿐이다. 이 이야기가 진정한 생명력을 얻는 부분은 정작 바닷속 마을이 얼어붙어 이야기 구조에서 배제되고, 바닷속 아이들보다 육지의 아이들이 이야기의 중심을 가져가게 되면서부터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해신이나 그 제물이 되는 여인의 이야기, 혹은 바닷속 마을이나 거기에서의 소재들이 그리 중요하지 않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심이 되었어야 할 마나카는 그저그런 캐릭터로 전락하고, 오히려 바닷속에서 육지로 나와버린 치사키와 원래부터 육지의 아이였던 미우나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것만 봐도 작가가 얼마나 게으르게 바다라는 소재에 접근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작가의 재능의 문제라기보다, 지나치게 바쁘게 작품활동을 장기간 하다보니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결국 발로 세상을 경험하며 소재의 공백을 채워나갈 시간이 없어 생기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책상위에서 간접적이고 적은 경험만으로얻어지는 것과 직접 발로 그곳을 경험하고 사람들을 접하는 시간을 소비하며 얻어지는 것의 간극은 예상밖으로 크다. 그것을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으로 감당해 내는 때도 있긴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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