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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후기 퀸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앱에서 작성

도치아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0.24 21:59:28
조회 1181 추천 16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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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와로가 무슨 논리적인 추론을 해서 범인을 해결하는 지 아십니까? 그는 증거들을 앞에 놓고 고민합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증거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형성하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이는 로르샤하 실험만큼이나 주관적입니다. 이게 코끼리로 보이는가 나비로 보이는가는 순전히 탐정 마음에 달린 거죠. 어느 게 더 그럴싸하게 보이는가가 진상에 이르는 길이지, 논리는...미안하지만 아닙니다.

그렇다면 탐정에게 필요한 것은 논리학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지식일 것입니다. 에르큘 프와로, 미스 마플과 파일로 번스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요.그렇다면 공정한 작가들이 해야할 일은 그럴싸한 논리적 그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낸 인물들이 인간답게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엘러리 퀸은 반 다인이나 크리스티, 심지어 더실 해미트에 비해서도 그다지 공정한 작가가 아닙니다. 소거법에만 골치를 썩힌 탓 인지 그의 인물묘사는 엉망이니까요. '어떻게 이런 사람이 이런 동기로 살인을 할 수 있었단 말이지?'란 말을 수없이 하게 만드는 작가니 정말 어쩔 수 없죠. 불완전한 논리를 보충하기 위해 완충적인 묘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엘러리 퀸의 소설이 언제나 헐거운 겁니다.

자, 이렇게 되면 과거의 제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퍼즐 미스터리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논리적인 장르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그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은 중요하죠. 원론을 따진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출처: DJUNA, 1994, "퍼즐 미스터리는 논리적인가?" http://www.djuna.kr/movies/etc_1994_02_16.html)
후기 퀸 문제에서 지적하는 대로, ​퀸의 추리는 논리적으로 100% 확실하지 않음. 아무리 뛰어난 탐정이라도 세상의 모든 경우의 수를 셀 수는 없고, 세상 모든 경우의 수를 세지 않는 한 후기 퀸 문제를 피할 수 없음. 새로운 단서의 발견으로 추리가 뒤집힐 수 있고, 탐정의 추리가 사실은 조작된 증거에 의한 것일 수도 있는 거지.
​더구나, 추리가 길어질수록 논리 하나 하나의 사소해서 무시했던 가능성은 눈덩이처럼 몸집을 불리게 됨. 99%의 확률이라도 100번을 반복하면 한 번은 틀리는 법이니.
​자신 있게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자기 소설의 완전한 논리를 자랑하던 퀸이지만, 사실 퀸은 이 문제를 초기작부터 고민한 것 같음. 그리스 관 미스터리는 그 고민의 흔적이 많이 들어가 있지. 내가 보기에는 그리스 관 미스터리에서 퀸이 내놓은 해답은 '경우의 수를 최대한 꼼꼼하게 따진다' 였던 것 같음. 하지만 이 방법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함.
​아래 후기 퀸 문제 설명글에 쓰여 있는 대로, 이 문제를 알게 된 추리소설가들은 조작된 증거에 탐정의 추리가 무너진다는 내용을 다루거나, 신통력을 통해 메타적으로 정답을 보증하거나, 희박하고 사소한 가능성인데 왜 그런 걸 따지느냐고 무시하기도 했음. 각각 제나름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려고 했던 셈인데, 사실 셋 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극복했다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임. 초능력으로 논리를 증명하는 탐정이랑 누가 머리 싸움을 하고 싶겠어?
듀나가 쓴 글이라서 싫어할 사람 많을 것 같긴 한데, 위에서 인용한 글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정답에 가까운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음. ​퀸 초기작의 등장인물들, 특히 범인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굉장히 어색함. 굳이 가루까지 뿌려서 자기 지문을 찾아내고 지워놓고 그 가루의 흔적은 놓치는 범인이라든가.
이런 어색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에서 상식적으로 이런 행동은 할 리가 없으니까 가능성에서 제외, 이런 식의 소거 논리를 펼치면 납득하기 힘듬. 대단히 치밀하고 논리 하나 하나는 이치에 맞는데도 미심쩍은 추리가 되어 버리는 거임. 탐정이 정답이라고 제시하는 진상이 미심쩍으니 범인이 모자를 숨기거나 빼돌린 게 아니라 먹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 범인이 탐정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고 증거를 조작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 따위의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는 가능성도 진지하게 지적하게 되는 거고.

​상식에 바탕을 둔 논리가 헐겁지 않고 이치에 맞으려면 논리 뿐 아니라 추리의 내용도 상식적이거나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함.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세계에서 퀸만큼 치밀하게 따진 논리로 범인을 지목한다면, 그리고 그 진상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모습이라면 아무도 후기 퀸 문제 따위를 들먹이면서 범인이 사실 모자를 숨긴 게 아니라 모자를 먹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 같은 비상식적인 가능성을 제기하지 않을 거임. 현실에서 모자가 사라졌다고 진지하게 저런 가능성을 제기할 사람은 없고 굳이 고려할 필요도 없음.

​추리의 내용이 상식적이려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럽고 사람답게 행동해야 함. 따라서 아무리 극단적인 본격 추리소설가라도, 오히려 그런 작가라면 더더욱 인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묘사해야 함.
​퀸은 후기작에서 극단적인 논리 중시를 벗어나서 대신 드라마와 인간 묘사의 수준을 끌어올렸음. 이건 어쩌면 보다 고상한 소설가로 대우받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후기 퀸 문제에 대한 나름의 답이라고도 볼 수 있음.
​적어도, 이건 그리스 관 미스터리처럼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임. 재앙의 거리에서 선보이는 논리 자체는 그리스 관 미스터리만큼 치밀하지 않은데도 그리스 관 미스터리만큼 논리가 미심쩍지 않은 건 그래서일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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