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고, 소설책에 삽화로 실린 도면에 대한 글이야.

꼭 알아야 할 내용은 아니지만 재밌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황금가지판 애거사 크리스티 3종세트 리커버에디션. 예쁜 디자인으로 금방 절판됐다더라.

오늘 할 얘기는 3권 중 오리엔트 특급살인에 대해서야.

정통추리를 좋아하는 추붕이들이라면 건축도면을 어느정도는 이해하고 있겠지?

나는 직업이 건축가다보니까 남들보다 소설 맨앞에 실린 도면을 쪼끔 더 신경쓰면서 봐.

전문가들은 도면을 보고 예쁜도면, 못생긴 도면을 구분하거든.

남들보기엔 똑같아보여도 전문적으로 그려진 도면이랑 적당히 알아보게끔 그린 도면,

그리고 개못그린 도면이 구분된다 이거야.

오늘 리뷰할 책은 어디에 속하느냐,

진짜 이렇게 개같이 그린 도면을 추리소설 삽화로 실은건 처음봤다.

먼저 잘 그려진 도면을 하나 소개해줄게. 최근에 출간된 책중에서 '시인장의 살인' 의 도면을 골라왔어.

책을 읽는데 필요한 정보가 깔끔하게 잘 그려져있지.

혹시나 도면을 전혀 모르는 추붕이를 위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도면에서 창문이나 문 모양은 이런 뜻이야. 이해가 쉬우라고 방금 그려옴.

벽은 가장 두꺼운 선으로 그린다, 가구는 얇은 선으로 그린다 등의 법칙이 몇개 있지만,

추리소설에서 도면 읽는데 이정도만 알면 다 알았다고 생각해.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가서 문제의 책 '오리엔트 특급살인 리커버판'의 도면을 살펴보자.

?????? 이게 당최 뭔 그림인지 이해가 가니? 시인장의 살인 도면이랑은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

너무 황당해서 구글에서 검색을 해봤어. 그랬더니 원래 양서에 실렸던 도면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뜨더라고.

얘는 좀 더 건축도면 같지? 벽과 가구의 선 두께도 다르게 그려져 있고,

문이 어느방향으로 열리는지도 알아볼 수 있게 그려져 있어.

이제 다시 리커버판 도면을 살펴보자.

파란색으로 색칠한 부분은 문이야. 빨간색으로 색칠한 부분은 문이 열리는 방향을 표시한거야.

그럼 이제 도면을 보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상상해봐. 

제대로 열리고 닫히는 문이 하나도 없어. 

이 책의 삽화가는 도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안돼있는 채로,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양서판 도면을 보고

일러스트 그리듯이 쓱쓱 그렸던 거야. 그래서 이런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지.

밀실살인을 다루는 추리소설의 도면을 이해가 전혀 없는채로 무책임하게 그려버려서

나는 이 책의 가치가 많이 떨어지고 말았다고 생각해.

물론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도면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이야.

소설만 재밌으면 그만이지 이런걸 신경쓰는 사람이 훨씬 적겠지?

그래도 돈을받고 일하는 프로 삽화가라면, 건축도면이라는 것을 조금은 검색해보고

하다못해 양서판의 도면을 정교하게 따라그렸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혹시 이 책을 구매하려는 생각이 있는 추붕이라면,

그리고 도면을 보면서 소설을 읽는걸 좋아하는 추붕이라면

이 책을 구매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고 사는게 좋을것같아.

이상, 황금가지 오리엔트 특급살인 리커버판 도면리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