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버젓이 있는 놈이면 여자관계가 문란한 게 약점이 될 수 있지만

이 놈은 일단 프리잖아.

프리한 놈이 연애한다한들 그게 약점인가 싶었겠지.

물론 이 놈이 유흥가를 지속적으로 들락거리나 유흥가에 애인이나 내연녀라도 만든다면야 꺼리가 되겠지만,

윤희는 전혀 그런 쪽이 아니잖아.

준영이 현재 미혼인 여자랑 만나고 다닌다면 그건 아무런 꺼리가 못 되고 (혼자이고 아직 나이도 젊은 놈이 연애하고 다니는 걸 뭐라 할 수는 없으니까)

설마 하고 많은 상대 두고 회사네 정적도 있는 놈이 하필 걸리면 골로 갈 유부녀랑 만나고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냐?

등잔 밑이 어둡다고 준영이 쉨이 머리를 잘 굴리긴 했어.

박상무가 멍청해서 못 잡는다기보다 준영이 교묘하게 허를 찌른 거라 못 잡는 거.

다만 일단 의심만 시작하면 바로 뒤밟히겠지.

회장님이 감사직원을 움직일 수도 있고.

회장님이 풀어준 척 하면서도 뒤에서 조용히 다 챙기고 계신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회사 가장 높은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해도 같이 골프 한번 치자고 해도 무덤덤하던 동훈이 먼 곳까지 쫓아올 때에야 뭔가 서로 진득하게 사적으로 엮여 껄끄러운 꺼리가 있구나 딱 알아채지 않으시겠어? 감사실뿐 아니라 청소부 아재도 알고 보면 회장님이 측근들조차도 모르게 따로 열어둔 눈과 귀일 수도 있고. (온사방에 cctv 깔아둔 것만 봐도 허투로 넘기는 타입은 아니거니와 그 cctv가 없다고 유부남 유부녀 불륜커플이 마음놓고 바람피던 그 회의실조차 청소부 아재의 수비범위임. 오히려 일부러 나쁜 놈들이 지들딴에선 숨어서 나쁜 일 벌일 때 귀찮게 멀리 가서 일치지 말고 요기서 벌여보라고 공간을 열어둔 걸 수도. 한 마디로 온 회사에 거미줄 깔아두었을 듯.)

말 그대로 유부녀고 서로 식거나 자기가 질릴 무렵이면 남편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훈이고 본인도 번듯한 직업이 있는 여자라 준영과의 관계가 밝혀지면 윤희 본인이 더 곤란해지니 티도 못 내고 조용히 동훈이한테 돌아가겠지 싶어 안전한 유부녀라 만났겠지만 원래 자기 몫도 아닌 자리에 오른 걸로도 부족해 그게 영구히 지꺼가 될 수 있겠다 싶으니 지금 욕심이 불타올라 동훈이 치우겠다며 무리수 두기 시작한 게 에러가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