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랩은 미국에 힙합이 생겨나기 전 60년대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측되나,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에 등장한 때는 1980년 미국의 랩 그룹 슈거 힐(Sugarhill Gang)의 히트곡 "Rapper's Delight"의 패러디곡 "Melô do Tagarela"의 발표이다. 이후 쌍 빠울루(São Paulo)자치시의 빈민가, 지하철, 교외 지역들을 중심으로 펑크문화와 브레이크 댄스가 유행하고 대도시까지 번져나가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하씨오나이스 MC스(Racionais MC's)

브라질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랩 그룹. 사회정의와 갱스터 랩을 결합한 가사와 쌍 빠울루의 습한 분위기를 담아낸 비트, 리드 래퍼 마노 브라운(Mano Brown)의 중후한 중저음 랩이 특징이다. 1988년 "Consciência Black, Vol. I"에 참여 후 첫 활동을 시작해 빈곤, 인종갈등, 범죄, 경찰에 대한 비판적인 랩을 하며 언더그라운드씬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고 1992년에 브라질 교육성에서 주최한 랩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활동 중반기에 멤버들 전원이 경찰서 정모를 가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특히 2집 "Sobrevivendo no Inferno"는 브라질 롤링 스톤즈에서 선정한 100대 명반에서 14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니 혹시 브라질 힙합에 쬐끔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필청을 권함.

싸보따지(Sabotage)

일명 '브라질의 투팍'. 실제로 어린 시절을 범죄 속에서 살아왔으며 브라질 솔로 래퍼 중 씬에 길이 남을 발자취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젊은 나이에 살해당한 점, 사후 씬의 많은 후배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점 등 투팍과 닮은 면이 상당히 많다. 젊은 나이에 죽은 래퍼이기 때문에 정규앨범이 "Rap É Compromisso!" 하나밖에 없지만, 이 앨범은 브라질 최대의 음반 협회인 아쏘씨아써웅 브라질레이라 두스 쁘로두또레스 지 지스꾸스(현 쁘로-무지까 브라지우)에서 3x 다이아몬드(두 번째로 높은 등급)를 받을 정도로 브라질 랩 역사에 남을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그 외에 2016년에 그의 이름을 내건 2집이 나왔는데, 사후앨범으로 장사치들한테 능욕당하는 투팍과 달리 이쪽은 평가가 좋은 걸 보면 다행히 험한 꼴은 면한 듯싶다.

MV 빌(MV Bill)

이런저런 논란이 꽤 많은 래퍼지만(음악성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발언들), 역대 최고의 브라질 정치·사회 래퍼다. 히우 지 자네이루(Rio de Janeiro)자치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위의 "Soldado do Morro" 말고도 "Só Deus Pode Me Julgar", "O Soldado que Fica" 같이 디깅할 수록 혜자스러운 명곡들이 많은 분이다. 래퍼 활동 뿐만 아니라 자신의 수익 일부를 히우 빈민 지역의 발전을 위해 환원하고, 영화와 다큐멘터리도 여러 번 찍어 수상을 받고, 운동가로 나서서 범죄 저지르는 히우지역 청소년의 선도와 교육에 앞장서고, 기득권층만 싸고도는 기레기들과 여러 번의 설전을 벌이기도 하고, 경찰서까지 불려가는 등 각종 정치·사회 활동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그 덕분에 브라질 문화산업 각계는 물론이고 브라질 법무상, 에스빠냐왕, 유네스코로부터 수상을 여러 번 받기도 했다.

팍써웅 쎈뜨라우(Facção Central)

브라질 힙합 역사상 가장 빡쎈 랩 그룹이다. 1989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차근차근 쌓아올리고 있었지만,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1999년 "Isso Aqui É uma Guerra"의 뮤직 비디오가 공개되면서부터다. 범죄자의 관점에서 쓴 수위 높은 가사랑 강도살인을 묘사한 뮤직 비디오가 문제가 되어 브라질 각방송국에서 송출이 금지되고 법정까지 갔을 정도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멤버들 물갈이가 심했고 음악 활동도 주춤했었지만, 지금은 멀쩡히 활동 중이며 여전히 씬의 중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외에도 하삔 후지(Rappin' Hood), Mc.만샤(Mc.Mancha) 같이 소개하고 싶은 훌륭한 래퍼들이 많이 있지만, 필자의 필력이 여기까지인 관계로 이쯤 소개를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