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너무 늦게 메소드를 보고 현망진창 생활을 해왔어. 1일 1메소드 하면서 느낀점들을 이곳에 남기고 정리하고픈 맘이 들어서 많이 늦었지만 긴 후기 남길께. 나에게 메소드는 "지독한 사랑이야기"로 다가왔어. 그래서 보면 볼수록 곱씹을것도 계속 나오고 잔상도 오래갈 수 있었어. 그리고 계속 반복해서 보다보니 영우의 관점에서도 보이고 재하의 관점에서도 달리 보이더라. 이 영화의 묘미같아.

1. 재하와 영우의 연습씬: 영우를 사정없이 몰아부치는 재하의 연기로 인해 영우는 인생에서 첨으로 정신이 "확"깨는 경험을 했나봐. 무기력, 무관심, 뭘해도 내 자유의지로 하는게 없어서 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것 같지않은 인기아이돌 영우가 이 순간 느낀 에너지와 열정, 호기심이 너무도 강렬해서 재하에게 멘토나 선배로서의 감정을 훌쩍 뛰어넘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거 아닐까. 나는 아직도 재하가 이 씬에서 마지막에 친 대사가 자꾸 떠올라. "싱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넌 내가 널 처음봤을때부터 모든걸 포기하고 네게 가도록 만들었어!" 이 대사 메소드 속편만들어지면 재하가 실제로 영우한테 이렇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좋겠다. ㅠㅠㅠ. 잠시 현타가 와서 두려움에 영우를 내쳐서 첫공연때 빡친 영우가 어린애처럼 굴며 재하를 엿먹였지만 결국 재하는 자신의 영우에 대한 마음을 진정으로 깨닫고 자신의 모든걸 포기하고 영우에게로 돌아가는 걸 머릿속에 상상해 나는. ㅠㅠ 이 대사를 그들의 앞으로의 장및빛관계에 대한 암시로 생각하고 싶어.

2. 포스터촬영씬: 와....나는 이 씬 숨도 못쉬고 초긴장해서 봤어. 정말 이런 강렬한 섹슈얼텐션이라니! 방감은 천재야 천재. 어떻게 대사 몇마디없이 구체적행위없이도 이런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까. 지켜보는 제3자인 나도 머리칼이 쭈뼛서고 몸이 경직되서 막막 침 꿀꺽 삼키며 기분이 이상해지고 헷갈리는데 재하본인은 오죽했을까. 상의탈의해서 살은 스칠듯말듯하지 영우의 손은 자꾸 자기몸에 닿지. 표정관리도 안되고 " 어, 나 왜이러는거지? 자꾸 어색하고 야리꾸리하고 이상한 기분 이거 뭐지? 내 앞의 얘가 이성으로 다가오는 듯한 이 말도안되는 느낌은 뭐지?" 하면서 속으로 어쩔줄 몰라하지 않았을까. 연극공연전 상대배우와 포스터찍는게 한두번 해보는 일에 아닐텐데 누가봐도 재하 너무 굳어보이잖아. 눈빛으로 꼭 유혹하는 것만 같은 영본의 연기도 훌륭했고.

3. 창고키스씬: 두말할필요도 없는.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는, 타 외국영화들과 비교해서도 정말 꿀리지않는 씬인거 같아. 재본 팬들 기분나쁘다면 정말 미안한데 난 여태껏 재본한테 별 관심이 없었고 더군다나 로맨스나 멜로에 떠오르는 이미지의 배우는 전혀 아니었거든. 그런 재본이 나의 선입견과 편견을 확 뒤집어엎고 가슴떨리고 설레는 이 씬을 연기할땐 정말 카타르시스가 막 줄줄.....방감은 어떻게 재본을 이 역으로 섭외할 생각을 했을까. 확실히 감독들은 보는눈도 다른거 같아...영본이야 말할것도 없고. 영화초짜인 영본이 어찌 이런 대담한 연기를 할수 있는지. 나같으면 하늘같은 선배인 재본앞에서 주눅들고 오금저려서 이 씬 못하겠다고 도망쳤을거 같아. ㅠㅠㅠ 방감이 어떤 인터뷰에서 말하는 걸 봤어. 이 씬은 다들 알듯이 재하가 자신의 혼란스러움을 종식시키고 둘의 마음을 확인하는 아주 중요한 단계인데 이 씬을 어떤 식으로 갈것인지 고민을 했다고. "욕정"으로 풀것인지 말지...하고 있는데 재본이 대학때 첫사랑같은 순수한 느낌으로 가면 좋겠다고. 그래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앞에서 조심조심, 망설이며 다가가다가 혹시 상대가 기분나쁠까? 나를 안좋아하는걸까? 내가 실수한걸까? 하는 생각에 멈칫 하다가 둘이 같은 맘으로 안심하고 점점 깊어지게 되는. 그리고 서로의 맘을 확인하게 되어 행복하고 충만한 그런 기분. 그런게 잘 연출된거 같아. 정말이지 영본과 재본이 열일했지. 마지막부분에 둘이 코 부비는 씬 말이야. 외국배우들이 할때처럼 어색함 하나없더라.

4. 제발씬: 영우의 그렁그렁한 눈망울, 눈물없이 못보지. ㅠㅠ 영우도 불쌍하고 재하도 충분히 이해가 되. 우리 다 봤잖아. 재하가 영우에 대한 감정을 인지하고 혼란스러워하다가 힘들게 그 혼란을 정리하고 영우와의 감정을 확인하기 까지의 과정을. 재하는 본인의 내적갈등만 극복하면 될줄 알았는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지. 어마어마한 외적갈등은 생각치 못했던거야. 희원과의 오랜 관계, 본인이 배우로서 쌓아온 커리어와 자부심에 큰 흠집이 날수있는 상황. 인기아이돌인 영우로 인해 격하게 쏟아지는 부정적인 시선과 반응들. 공연시작일은 코앞이고. 이런 외부의 압력들로 인해 극심한 현타가 밀려오고 재하는 이런것들에 맞설 자신과 용기가 없었을거라고 생각해. 그 상황에서 본인이 할수 있는 최선은 영우와의 관계를 연기의 일부였을 뿐이라고 선을 긋는거지. 근데 영우는 자신이 가졌다고 생각했고 자신에게 전부인 재하가 갑자기 돌아서서 선을 긋는데 어떻게 제정신일 수가 있겠어. 영우는 세상의 시선이 중요한게 아니야. 자기의 감정에 충실하고 또 자신에게 진정으로 살아있다는것을 느끼게 해준 재하하고만 함께 할 수 있다면 세상의 시선따윈 아무것도 아니었겠지. 제발회 날 밤, 영우가 재하집에 가서 비어있는 메소드노트를 보았을때 자신에 대한 감정이 거짓이 아니었다는걸 다시한번 확인하고 담날 무대에서 보란듯이 그 사실을 재하에게 일깨워줬어.

5. 연극씬: 영우가 싱어로서 던지는 대사들이 다 눈물나고 절절하더라 나는. ㅠㅠㅠ 사랑한다는 월터의 말에 영우는 돌변하며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목을 맨채로 헉헉거리면서도 " 그렇게 살고 싶어? 그런데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해. 내가 한마디만 더 하면 죽여버린댔지..." 하고 악쓰며 대사치는 장면들. 싱어의 대사지만 영우본인의 애증과 원망과 배신감이 절절히 묻어나왔어.

6. 공연끝나고: 희원에게로 다가가는 재하의 눈빛은 이미 희원에게서 맘이 멀어졌다고 보여져. 공허하고 아무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그런 눈빛. 분장실에서 나오면서 비로소 깨달았겠지. 자신의 영우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었고 거짓으로 포장하거나 감출수 없다는 것을. 창고키스씬이 본인의 마음을 처음 확인하는 장면이라면 공연끝나고부터의 장면은 그 마음을 더 굳건히 확인하는 지점이라고 봐. 나는 그 이후가 정말 궁금할 뿐이야. 재하가 어떻게 영우에게 자신의 이런맘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지. 그래서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메소드 속편이 만들어지면 좋겠어. "공연중" 또는 "공연막바지" 같은 부제로..ㅠㅠ....우리영화 시작만 하고 끝난거잖아.

사족: 나도 러닝타임이 너무 짧어서 아쉬운 일인이야. 시간도 2시간으로 늘리고 투자도 좀 여유있게 받고 제작기간도 조금만 더 길었으면 콜미바이유어네임같은 영화에 뒤지지않는 영화가 될수도 있지 않았을까. 방감의 세심한 연출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을까. 더많은 사람들이 관심주고 주목한 영화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이제라도 메소드라는 영화 알게되어서 다행이다싶고 근 두달간 재하와 영우생각하며 살 수 있어서 행복했어. 그리고 여러 개롤들이 남긴 짤들과 분석글, 감상평 여러번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