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셰이크 후기 / 평가

프듀48 화제의 참가자인 도아가 참여한 걸그룹, Fanatics의 유닛, Fanatics - Flavor가 싱글로 데뷔했다. 유닛으로 데뷔하는 방법은 '이달의 소녀'가 시도를 해서 소소하게나마 성공을 한 선례가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분산투자(?)를 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딜이라고 본다. 도아는 3차 순발식의 최대 피해자인만큼,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나도 역시 아쉬움이 남아 있어서 6시가 되자 러블리즈 대신 도아의 싱글을 먼저 들어보았다. 그러나 실망스럽다.

예상은 했다만, 영 좋지 않은 곡이다. 걸그룹의 범람으로 인해 시도할 수 있는 컨셉이 적은 건 안다. 유닛 형태로 데뷔하는 것만큼, 다양한 음악 장르를 시도하는 자세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Fanatics의 첫 시작을 알리는 싱글치고는 상당히 아쉽다. 비트와 뮤비 컨셉 / 안무는 80년대 디스코 + 트로트를 연상케하는 것 같다. 8비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비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뽕끼가 있다고 해서 구리다는 건 아니다. 

다만 현재 걸그룹 트렌드와 세 걸음 정도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곡이다. 차별화를 위해 고민을 한 것 같기는 한데, 방향을 미묘하게 잡은 것 같다. 뮤비에서 비춰지는 장소는 다양하지 않고, 색감은 화려하나 흘러나오는 노래는 트로트. 칼라팝 뮤비 + 트로트라는 위화감 때문에 뮤비를 보기 힘들었다. 도아와 멤버들의 화려한 비주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자. 

이 곡의 최악의 단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아의 랩파트다. 도아의 한계는 이 곡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과거 롤링롤링 곡을 평가하면서 유일한 옥의 티로 도아의 랩을 지적한 적이 있었다. 도아는 2차 경연에서 보여준, 뚜두뚜두형의 곡에서 발성을 세게 뱉을 때 랩이 들을 만하지, 밀크 쉐이크류의 느린 비트에는 적합하지 않다. 도아의 랩을 듣고 내가 롤링롤링에서 느꼈던 위화감이, 이 곡에서 다시 재현된 듯한 느낌이다. 

특히 첫번째 벌스의 도아의 랩은 심각한 수준. 평가를 위해 곡을 들어보기로 한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나는 걸그룹의 멤버에게 고퀄리티의 랩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건 들어주기 난감한 수준이다. 발성부터 다시 잡고 어떤 톤으로 랩을 뱉을 때 자신의 목소리가 가장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을 지, 프로듀서의 디렉팅이 필요해 보인다

의외로 이 곡을 지탱하는 건 도아가 아닌 다른 멤버들이다. 음색도 나쁘지 않고, 외국인이라 한국어 발음을 내심 걱정했는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발음 교정에 힘을 쓴 것이 느껴졌다. 벌스 부분은 조잡하지만, 훅은 의외로 가볍게 들을 만한, 중독성이 있었다. 도아를 보고 이 곡을 듣기로 했는데 도아 대신 다른 멤버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비주얼도 좋은 편이라고 느꼈다. 이 멤버들이 Fanatics의 에이스라인인 것인지, 아니면 중견급 멤버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 유닛에서 공개될 멤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밀크셰이크는 다분히 오렌지캬라멜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처음 들었을 때 딱 들었던 생각은 오렌지카라멜에서 어느 정도 영감을 받았을 거라는 거다. 오렌지카라멜은 뽕끼 + 병맛에 좀 더 스텟을 몰았다면, 도아의 유닛은 뽕끼를 베이스로 하되, 적당히 걸크러시를 배합한 듯한 컨셉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조합에 호평을 할 수 없다. 도아라는 걸출한 재원을 가지고 아쉬운 완성도의 곡을 가지고 온 것은 서운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차라리 더 병맛을 추구해서 유닛답게 실험적인 음악을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혼종이라고 느낀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멤버들이 있으니, 다음에 공개될 유닛은 좀 더 공을 들여서 곡을 받아 왔으면 좋겠다. 

아, 미안하지만 중국 버전이 좀 더 좋게 들렸다. 미안하다. 도아야...스밍은 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