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영화는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의 사내 팀이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고 재조명하는 여정을 따라간다. 이때 타이틀인 '스포트라이트'는 극중 취재를 전담하는 소수정예 팀의 명칭이자 129분을 들여 영화가 완수해내려는 바이기도 하다. 영화는 절대적 권력을 쥔 교회와 이에 편승한 채, 보도를 저지하는 세력, 세간의 회의적인 시선에 굴하지 않고 끝내 사건을 파헤치려는 스포트라이트 팀의 투지를 통해 언론의 역할과 당위에 대해 풀어낸다.
주요한 골자는 이렇다. 신임 국장 '배런(리브 슈라이버)'의 지시에 따라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게 된 스포트라이트 팀은 거듭된 조사를 통해 성직자들의 추악한 민낯, 그리고 이를 방조한 교회의 부패에 대해 인지하게 되며 심각성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를 고발해온 피해자들과 경고를 보낸 내부 고발자들이 있었지만, 교회가 검경을 주므르며 시스템 전체를 통제하고, 심지어는 언론마저 이에 표면적으로만 접근한 채, 단발적 보도로 그치게 되면서 묻히게 되었음을 알게된다. 가정학대 및 방임 등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주 타깃으로 범죄가 교묘하게 계획 및 실행되었고, 이후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체계마저 이들을 구제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낀 국장과 스포트라이트 팀은 면밀한 조사를 거쳐 소수의 일탈을 넘어선, 교회 전체의 시스템을 고발하기 위해 주력한다.
저널리즘의 관점으로 전개되는 본 영화는 언론의 현실적 전제를 부러 가감하지 않는다. 언론은 결국 특종을 위해 굴러가는, 여론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조직임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갑자기 발발한 9.11 테러로 교회에 심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중적 반응이 형성되자 진행하던 취재가 중단되기도 하고, 확실한 물증을 얻기 위해 문서를 공개해야 하는 순간에 다른 언론사의 개입을 견제해 이마저 보류하는 경우가 그렇다. 영화는 이처럼 언론이라는 집단을 넘어선 개인의 사명감이나 정의감 등 극적인 요소를 과잉해서 보여주지 않고, 언론의 특수성을 확실히 해둔 채, 그 안에서 담백하게 풀어가고 있다.
그러나 영화가 한 발 더 나아가는 지점은 이익집단으로의 성격을 간과하지 않는 동시에 언론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해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의 피해, 사회적 파장을 감안하고서라도 공론화해야 할 것이라면 물러서지 않는 꼿꼿한 자세,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구조에 갇히지 않고 계속해서 탐문하려는 자주적 시도로 언론의 품격을 구현해낸다. 취재에 회의적이고 안일한 시각을 보내는 이들을 향해 "말해야 해요", "이런 걸 보도 안하면 그게 언론인입니까?" 라 일갈하는 팀의 외침은 점차 희미해져가는 언론의 덕목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에 도취되지 않고 (과거 사건을 무마시켰던) 언론의 해이에 대한 객관적 성찰, 단순히 화제를 모으는 것에서 나아가 교회 전체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성숙한 태도도 놓치지 않는다.
가려진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리는 것에서 나아가 영화가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건 보편적인 '책임감'에 대한 사안이다. 극중 스포트라이트 팀은 연루된 가해자들 그리고 이를 좌시한 교회 뿐 아니라, 언론, 검경, 부모, 그리고 사회 전반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 자각하게 되는데, 이때 스쳐가는 대사는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에요."다. 절대악은 이를 직시하고 들추고 겨냥하려는 개인들이 부재할 때 더 견고해질 수밖에 없음을 고발하는 영화는 종국에 실제 가해자들의 성명으로 스크린을 가득 메꾸며, 현실에도 경각심을 던진다. 저널리즘의 서사 그 자체로 저널리즘의 도리를 해낸 영화 '스포트라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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