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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피의 길 그 끝에서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7 11:30:28
조회 187 추천 6 댓글 6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 모른다.

죽이고 또 죽였다.
더이상 죽여야 할 포니가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어머니와 관련된 포니들과 그 포니들을 죽이는걸 방해하는 포니들을 죽이는 피로 물든 여정 속에서 여러가지를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당했던 일부터 내가 그 역겨운 시설에 들어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목적은 그게 아니였으니.


그러나 포니들을 죽여가며 찾아낸 포니는 지금까지의 포니들과는 달랐다.

누군가는 원망했었고,
누군가는 절망했었고,
누군가는 사과했었고,
누군가는 분노했었다.

하지만 피칠갑을 한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울속 나와 똑같이 생긴 포니는 미소를 지었다.


“내 아이…”

순수한 기쁨에서 나온 미소였다.


‘미쳐버린건가?’

나는 침대에 앉아 나를 향해 발굽을 뻗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고... 
그렇게 내 목적을 달성했다.


여정의 끝은 허망했다.

복수는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고, 심장에 무엇인가 걸린 것처럼 답답한 기분만을 남겼다.


무시하려했지만 답답함은 종이에 스며드는 잉크처럼 번져나갔고
나는 이 답답함을 죽이기 위해서 새로운 여정을 떠났다.


하지만 그 여정 중에 나는 새로운 답답함을 마주하고 말았다.


“싫어”

이것으로 98번째다.

저 녀석의 고백을 거절한게


“이유라도 알려주시면…”

“이유…? 지금까지 구십번 넘게 고백해놓고 그게 궁금해?”

참으로 끈질긴 녀석이다.

평소같았다면 저 녀석이 쫓아올 수 없게 다른 지역으로 떠나버렸겠지만… 하필 눈보라가 몰아치는 시기라 이 마을에 갇혀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고백해봐도 안 받아줄거니까 그만 포기해”

나는 제발 저 녀석이 포기하길 바라며 어제와 똑같은 말을 했지만,
내일도 똑같이 고백해 올 것이라는걸 알기에 머리가 아파왔다.


녀석에게 말한 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가자 눈보라가 얼굴을 후려쳤다.

‘춥네…’
솜을 가득 채운 외투를 입고있어도 옷의 틈새로 찬바람이 들어왔다.

분명 여기서 이대로 서있는다면 선 자세 그대로 얼어죽겠지…
나쁘지 않다.


나는 그렇게 눈을 감고 이미 멈춰가던 심장이 식어버릴 때까지 기다리려 했지만 누군가가 나를 밀어 눈밭에 굴렀고,
나는 눈 속에서 허우적 거리다 나를 밀어 넘어뜨린 포니가 건넨 발굽을 붙잡고 일어났다.

그 녀석 이었다.


“뭔데? 이젠 스토킹까지 하는거야?”

“그… 그게 아니라. 이거 때문에…”

몸의 눈을 털어내며 녀석을 노려보자 스토커 녀석은 당황해하면서 무언가를 건넸다.


“그게 왜…?”

오래된 노트… 어머니의 일기였다.

여관에서 어머니의 일기를 읽던 중 저 녀석에게 고백받아서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느라 두고왔나보다.


“고마… 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매몰차게 대하던 포니에게 도움받는건 생각보다 부끄러웠다.


“모험 일지인가요?”

“… 신경쓰지 마”

나는 어머니의 일기를 받기 위해 발굽을 뻗었고,
녀석은 그런 나를 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노트를 다시 자신의 품 안으로 가져갔다.


순간 죽여버릴까 생각이 들었지만
적의도 없는 포니를 더군다나 내게 고백할 정도로 나를 좋아하는 포니를 죽이는건 찝찝했다.

… 내가 이정도로 다른 포니를 신경쓰는 포니였던가?
저 녀석이 계속 고백해댄 것 때문에 나도 이상해진것 같다.


“뭐하는거야! 내놔!”

“뭔지 안 알려주시면 안 드릴거에요”

“그건…”

어머니가 죽기 전 쓰고있었던 일기… 라고 해야하나?

무의미한 단어들로 가득 차있어서 읽을 가치조차 없는 물건이면서,
동시에 내가 어머니에게서 가져온 유일한 물건이었다.

사실, 나도 저것이 무엇이고 왜 가져왔는지 모르겠다.
확실한건 저 의미없는 단어들의 나열을 보고있으면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 전리품이야”

“전리품?”

“그래, 그러니까 내놔”

내 대답에 녀석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머니의 일기를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낡은 일기장에 전리품이란 표현이 붙는건 이상하긴했지만 그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왜 전리품인거죠? 누구의 것인데요?”

“말하기 싫어”

나는 녀석을 노려보면서 녀석의 발굽 안에 있는 일기를 빼앗으려 했지만 녀석은 자기 날개 안에 일기를 숨기며 물어왔고,
직감적으로 내가 저 녀석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까진 일기를 돌려주지 않을거라는것을 깨달았다.


“… 어머니의 것이야”

“어머니? 전리품이라면서요?”

“그래, 난 어머니를 죽이고 그 일기장을 가져왔어. 날 고아원에 버리고 갔거든 그래서 복수한거지”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잊어가던 어머니의 모습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제대로 먹지 못한듯 야윈 몸, 관리하지 않아 생기를 잃은 갈기, 나를 발견하자 반짝이던 눈…

기쁜듯 반짝이던 그 눈동자를 떠올리자 마음속 답답함이 다시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런…”

나는 그가 다른 포니들처럼 나를 경멸하며 떠나갈줄 알았지만 그는 나를 안타깝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해할수 없는 포니… 어머니같은 포니였다.


“뭣좀 물어봐도 될까?”

“네…? 그럼요! 뭐든지 물어봐주세요”

“넌 왜 나한테 고백하는거야? 그렇게 거절당해놓고?”

이해하고 싶어졌다.

내 심장을 쥐어짜는 이 감정은 무엇인지
저 녀석은 왜 온 몸이 피로 물든 나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머니는 왜 자신을 죽이러 온 내게 미소를 지어 주었는지

모두 이해하고 싶었다.


“처음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여관에서 모험담을 들려주셨던거 기억나세요?”

“… 드래곤이랑 싸웠던거?”

그의 말을 듣자 내가 쫓던 녀석이 드래곤의 둥지로 도망쳐서 쫓아가다가 침입자들 때문에 화난 드래곤이랑 싸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마법은 통하지도 않는 주제에 자기는 불을 뿜어대서 곤란했었지…

하지만 그 이야기는 지금 머무는 집주인의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다.

옆에서 듣고있었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그때 비츠를 던져주던 포니들 사이로 저 얼빠진 얼굴을 본 것 같다.


“네! 그걸 듣고 당신이 바람같다고 느꼈어요. 차갑고 난폭할때도 있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울 때도 있는 바람이요!
그때부터 저는 당신을 좋아하게 됐어요.
발굽으로 바람을 붙잡는게 어리석은 일이라는 건 알지만… 잠시 머물러 갈 수 있는 포니가 되고 싶어요”

“너… 그런 말을 잘도 하네…”

아무리 둘만 있다고 하더라도 저런 말을 지껄이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헛기침을 한 후 녀석의 99번째 고백을 거절하려고 했지만 평소처럼 ‘싫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포니가 아니야”

“괜찮아요”

나는 싫다고 말하기를 거부하는 입술을 한차례 깨물어 준 후에야 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 둔한 녀석은 내 말 안에 숨어있는 거절을 눈치채지 못한듯 다가왔다.


“나는 수많은 포니들을 죽여왔어”

“이제부터 속죄해 나가면 돼요”

나는 한걸음 물러나며 녀석을 노려보았고,
녀석은 내가 물러나는 만큼 다가오며 대답했다.


“나는 내 어머니를 죽였다고!”

“복수를 위해서라고 하셨었잖아요”

내가 제발 떨어져달라는 마음으로 소리쳤지만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눈 앞의 숫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수 없이 많은 포니들을 죽이고, 자기 어머니마저 죽인 나같은 암말을 사랑한다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애써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일까?


“… 나 같은게 행복해도 될까?”

“행복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나요?”

“…”

질문에 질문으로 돌아온 그의 말은 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없었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행복하지 않아야 할 이유…
고민하던 내 시야에 어느새 일기를 건네주고 있는 그의 발굽이 들어왔고,
나는 어머니가 유일하게 남겨준 유품을 조심스럽게 안았다.


“나는 답을 몰라… 그러니까 네가 알려줘”

“얼마든지요”

그의 미소를 보자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새롭게 샘솟았지만 괜찮았다.

이제 더이상 마음을 짓누르던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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