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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노동자연대! 뭐하는 조직인가

천대녀프리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6 00: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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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대자보나 지하철 역 출구 가판대, 시위 현장에 가면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노동자연대>이다. 작지만 꾸준한 활동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마르크스주의 성향 단체이다. 그러나 조직이 작고, 폐쇄적이다보니, 어떤 집단이고 어떤 역사를 지닌 집단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노동자연대가 어떤 조직이고, 어떤 성향이며 어떻게 조직을 유지하는지에 대해 집중해 알아볼 것이다.


1. 노동자연대의 뿌리, 신트로츠키주의 IS 노선

한국 운동권을 흔히 사회주의(경제적 평등)를 추구하는 "PD"와 민족주의를 추구하는 "NL"로 분리하곤 하지만, 그중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는 집단이 노동자연대이다. 노동자연대는 스스로를 마르크스주의 조직이라 칭하고 있기에 PD로 종종 오해되지만, 계보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PD와는 다른 독자적인 계열로 분류된다. 노연은 흔히 "IS 계열"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International Socialist Tendency (IST), 즉 국제사회주의경향성의 약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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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의 할아버지 <레프 트로츠키>. 과거 심상정 의원이 주관한 학술연설 때 꾸벅 꾸벅 졸던 노동자연대 회원들이 "트로츠키"라는 말이 나오자 눈이 희번뜩 뜨이며 초롱초롱해졌다는 이야기는 전설로 전해져오고 있다.


국제 사회주의 노선은 1970년대부터 내려오는 유서깊은 노선으로, 이 노선의 할아버지는 레프 트로츠키이다. 트로츠키는 소련의 권력자로 10월 혁명 때 큰 역할을 맡았지만 스탈린과의 권력 투쟁에서 패배해 숙청당했다. 스탈린은 "일국사회주의론"을 주장해, 국내적으로 경제적 성장을 우선시하면서 동시에 국제적 혁명을 촉진해야한다고 보았다. 반면 트로츠키는 "연쇄혁명론"을 주장했는데, 이것은 국내 성장보다 국외 혁명 전파를 앞세워야한다는 논리이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여기에 다 설명하기 힘들다) 이러한 트로츠키의 국제적 사회주의 혁명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 IST 노선이다. 트로츠키주의의 특징은 소련을 <퇴보한 노동자국가>로 본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국가는 국가인데, 스탈린주의에 의해 퇴락했으므로, 진정한 노동자혁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국제적으로 단결해야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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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클리프


이 노선을 계승한 것이 IST인데, IS 계열은 흔히 "신트로츠키주의"라고도 불린다. 신트로츠키주의 노선이 시작된 곳은 영국이다. 영국은 공산주의자들이 소련을 지지할 것인가 말것인가로 양분되었는데, 당시 소련 비판론을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사상가가 이스라엘 출신 유대인 철학자 토니 클리프이다. 토니 클리프는 소련이 <퇴보한 노동자 국가>에서 더 나아간 <국가자본주의> 사회라고 진단했다. 기성 트로츠키주의자들은 그래도 소련이 퇴보하긴 했지만 노동자국가인건 맞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낫다고 보았으나, 클리프는 소련이나 미국이나 차이가 없다고 보았다. 둘다 노동자를 탄압하는 자본주의 국가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클리프는 트로츠키주의의 핵심적인 국제적 사회주의 정당 간 연대, 투쟁 침투 전술 등을 계승했고, 트로츠키주의에 반소련 반중 반북한 감성을 섞어서 신트로츠키주의 혹은 클리프주의를 주창했다. 클리프의 제자들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약칭 SWP)을 창당해 활동했으며 노동당 내에서 아직도 상당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2. 노동자연대의 짧은 역사

한국에 클리프주의를 소개한 인물은 최일붕이라는 철학자이다. 최일붕은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사람인데, 1980년대 후반 동구권의 위기, 소련 개혁개방 등의 현실에 방황하다가 크리스 하먼을 비롯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인사들을 만난 후 클리프주의에 감화되었다. 이 외에는 2000년대 초반에 알렉스 켈리니코스(영국 사노당의 현재 당수)의 책을 번역해 클리프주의를 소개한 정성진/정진상 교수(이 정진상은 동명이인이다. 구속된 정진상은 1990년대에 사노맹 소속으로 활동했고 사노맹은 IST 계열 운동권과 대립했다), 다함께 ->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을 지낸 김인식 등을 한국 클리프주의 운동권의 시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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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프주의를 한국에 소개한 사상가 최일붕


클리프주의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전파된 계기는 1989년 천안문 항쟁이다. 당시 PD 운동권은 사회주의를 추구하면서, 스탈린주의나 마오주의 등을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으므로, 천안문항쟁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띄거나 강경한 입장(ex: 사노맹)을 띄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애초에부터 중국을 국가자본주의 국가로 보고 있던 IST 계열의 클리프주의자들은 일관되게 중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좌익 운동권 내에서 주목을 받았다. 천안문항쟁 1년 후 IST 계열 운동가들은 그들이 몸담고 있던 "국제노동자연맹"을 탈당했다. 사실 운동가라고 할 것도 없고, 최일붕을 따르던 인물 두어명 정도가 탈퇴한 것이었다. 국제노동자연맹은 아나키즘을 받아들였지만, 클리프주의는 아나키즘을 배격했기 때문이다.


소련 붕괴는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사회주의 정치와 관련해 온갖 쟁점들을 제기했다. (...) 그 시기에 우리 나라 좌파들은 혼란에 빠져서 마비되거나 붕괴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사회주의는 그저 국유·국영 경제가 아니고 노동계급이 생산과 사회를 지배하는 것인데, 소련에서 노동계급은 지배와 착취를 당했지 스스로 생산과 사회를 관리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소련이 사회주의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 최일붕, <노동자연대의 역사> 中, 마르크스21 제36호


1991년, 소련이 해체되었다. 김문수를 비롯한 여러 저명한 활동가들이 우익으로 전향했고 일부는 포스트모던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IST 계열 만큼은 오히려 세력이 강화되었는데, 이 역시 클리프주의자들이 소련을 "금방 무너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기형적 반동 자본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적인 시각에서 소련의 붕괴를 예언한 노동자연대는 급격히 주목을 받았고, 소련 붕괴 이후 3명이었던 단원은 20명으로, 또 200명으로 급속히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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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직이 커지자 정부의 탄압도 거세졌고, 최일붕을 비롯한 여러 지도부 인사들이 1990년대 중후반 투옥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리프주의 조직 운동가들은 2001년, 조직 <다함께>를 결성하고, 정부의 탄압을 피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자는 뜻에서 신생정당 민주노동당에 입당하는 것을 결의하였다.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클리프주의자들은 <다함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PD와 NL 중 어느쪽도 편을 들지 않는, 제3의 정파 위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때로는 PD의 편을, 때로는 NL의 편을 들었지만, 2006년~2008년 PD와 NL의 갈등으로 터진 민주노동당 분당 사건 때 일관되게 NL의 편을 들었다. 일심회 간첩 사건에 연루된 NL 성향 당원들의 제명안을 부결시키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으며, 진보신당의 분당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이당시 다함께는 심상정이 우파적 경향성을 지니고 있다고 국내에서 거의 처음으로 주장했다). 때문에 다함께는 진보신당 지지자들로부터 <런던연합>이라는 멸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당시 NL은 출신 지역에 따라 OO연합이라는 정파 명칭을 사용했는데, 클리프주의자들의 사상적 고향이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이니 <런던연합>으로 불린 것이다.


다함께의 간보기 적인 태도, 독자적인 이념과 전술 등은 당 내에서 안티를 다수 형성했고, 당내 영향력은 점차 작아졌다. 2014년, 통합진보당 사건 당시 다함께는 당을 깨고 나왔고, 이 시기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을 했다. 이것이 현재 노동자연대로 이어진다.


3. 노동자연대의 정치적 입장

3-1. 클리프주의와 국가자본주의

노동자연대의 사상적인 기반은 "클리프주의"이다. 조직의 특이한 점은, 소련과 중국, 북한을 동류 사회주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점에 있다. 오히려 그들은 중국과 북한이 붕괴되어야할 자본주의 국가 체제라고 바라본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국가자본주의> 이론이다. 노동자연대 측의 설명에 의하면, 레닌의 5단계 발전론, 즉 원시제 -> 봉건제 -> 자본주의 -> 사회주의 -> 공산주의에서 사회주의는 공산주의로 향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체제이다. 그런데 스탈린이나 마오쩌둥은 그 사회주의의 과도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잘못 이해했다. 요지는, 사회주의에서는 국가라는 개념이 중시되어서는 안된다. 국가는 노동자들이 사회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적 개념에 불과하지, 국가가 앞장서서 자원을 분배하고 노동력을 배치하면 주객전도가 된다는 것이 노동자연대의 주장이다.


마르크스에게 사회주의는 국유/국영 체제와 관계가 없었어요. 필요하면 국유화와 국영화를 수반하는 것이지, 본질적인 측면은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이었어요. 즉, 사회주의는 노동자가 경제와 생산을 통제하는 것을 뜻했죠. 국유화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중요한 점은 누가 국가를 지배하느냐였죠.

- 김인식, <최일붕 노동자연대 운영위원 인터뷰: 소련 붕괴와 좌파>中 , 마르크스21 제40호


문제점은 여기서 출발하는데,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국가는 노동자들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지 노동자들이 국가를 이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연대는 북한과 중국이 그저 "국가주의"적인 체제에 불과하지, 사회주의적이지는 못하다고 본다. 사회주의는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무엇인가를 해야하는데, 북한은 국가가 뭘 하면 노동자들이 따르기 때문에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주의라는 것. 그래서 노동자연대는 북한이 무너져야한다고 본다.


그러나 동시에 반미적, 반제국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유연함을 보이는것도 특징이다.


다른 사람의 사상이 내가 동의하지 않는 사상일지라도 그 사상을 이유로 그가 국가 탄압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의 핵심인 사상 표현의 자유의 기본이다. (...) 이런 점은 보안법 적용의 진정한 목적이 다른 데 있음을 보여 준다. 윤석열 정부가 떠들썩하게 “간첩 사건”을 부각시키며 대중에게 위기감과 공포심을 부추기는 진정한 목적은 반제국주의 운동을 분열시키고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물론 노동운동의 분열과 고립화도 또 다른 목적이다.

- 이현주, <북한 국가에 비판적이면서도 친북 활동가 탄압을 반대할 수 있다> 中, 노동자연대 2023년 2월호


요약하자면, 노동자연대는 큰 차원에서는 북한과 친북적 운동가에 반대하지만, 현재 보수주의 정부가 파시즘에 가깝고 친북을 빌미로 다른 운동가들을 탄압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유연함을 갖춰야한다는 입장이다. 사상이 다르고 반동적 성향을 갖고 있더라도 더 큰 악이 존재한다면 기꺼이 맞서 싸워야한다는 <현실주의적> 입장을 지닌 것이 노동자연대만의 특별함이라고 볼 수 있다.


3-2. 현실 정세 인식

비슷하게,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인식이 남다르다.


이재명에게 찍지 말라든가, 아예 대선 투표에 불참하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그렇기는커녕 투표를 앞두고 우리는 이재명에게 찍으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 그러나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이재명 찍기(또는 심상정 찍기)에서 더 나아가는 것이다. 이재명에게 찍더라도(아니면 심상정에게든) 그의 사회민주주의보다 훨씬 급진적인 대안, 곧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에 도전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건설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 노동자연대 사설 <이재명은 사회민주주의 정치인이다> 中, 노동자연대 제379호


노동자연대는 사회주의 조직 중 유일하게 이재명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2022년 대선 때 이재명에 투표하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을 뿐더러, 2024년 총선 때는 공개적으로 더불어민주연합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유는 이재명이 반동적이고 보수주의적인 면을 갖고 있더라도, 윤석열의 극렬한 우익적 사고관에 비해서는 비교적 개혁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는 둘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덜 나쁜 쪽을 일단 찍고 보자"라는 것이 노동자연대 특유의 현실주의적 현실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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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새끼들은 그냥 당 깨고 분당해 나가버려라> 2023년 9월 노동자연대


이를 위해 노동자연대는 <개혁주의 정당> 대 <혁명주의 정당> 그리고 <사회민주주의> 등의 개념을 사용한다. 노동자연대의 세계관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이준석 등은 언급하기도 같잖은 우익 파시즘 진영에 속한다.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녹색정의당 등은 개혁주의 정당에 속한다. 세 정당의 현실 인식 정도는 모두 다르고, 좌편향의 정도도 모두 다르지만, 결국 자본주의의 전면 철폐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 개혁적"이라는 것이다. <혁명적 정당>은 공산당을 의미하는데, 노동자연대는 한국에는 현재 공산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결국 <사회민주주의 정당>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혁명가들은 진보당이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한 것은 잘못된 방침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 정치가 민주당이 설정한 수위 아래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의 공천 과정은 이 점을 보여 준 한 사례다. 그렇다고 해서 더불어민주연합을 노동계급 진보 염원층의 투표 대상에서 배제하자는 것은 대중의 현재 의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좌파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 체제의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배계급이 우경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총선에서 져도 노동계급을 공격할 것이다. 이에 맞서는 데서 대중 투쟁보다 훨씬 더 부차적인 선거에서의 투표 문제를 놓고 노동운동과 진보 염원층 안에서 지나친 반목을 키우기보다는 공동의 저항을 위한 연대의 기초를 놓는 것이 필요하다.

- 노동자연대 성명 <녹색정의당·진보당·더불어민주연합·노동당에 투표하는 것을 권유한다> 中, 노동자연대 제499호


노동자연대는, 그렇다면 결국 녹색당이든, 정의당이든, 민주당이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개혁주의적이라면, 결국 될놈을 뽑는게 낫지 않겠냐고 말한다. 같은 선상에서 정의당과 노동당 역시 지지한다.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민주당 모두 노동자연대의 정치적 성향과 큰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연대는 끊임 없이 민주당과 이재명을 비판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재명을 비롯한 개혁적 정치인을 제외하면 대안이 없음을 강조하면서, 선거 때는 결국 이들과 연대해야함을 주장한다. 더 나아가 민주당과 진보당을 배제하고자 하는 정의당, 노동당 일각에서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두드러진다. 노동자연대는 이재명 체포 동의안 정국 당시 정의당의 찬성을 비판하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결론적으로, 노동자연대의 목표는 이재명과 같이 검찰독재에 반대하는 비교적 개혁적인 정치인을 뽑아 자신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거기서 공산주의를 홍보하는 등 지반을 넓혀 장기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과 1대 1로 맞서 싸울 수 있는 공산주의 정당을 조직해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다.


4. 노동자연대의 세력 확장 전술

이렇게 보면 나름대로 현실 정세 인식이 뛰어나고 주체사상에도 반대하는 깨어있는 조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노동자연대는 운동권 판 안에서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세력 확장 전술로 악명이 높다. 노동자연대의 사상은 비주류 중의 비주류이다. 정통 트로츠키주의자들에게도 비정통이라고 비난받는다(한국의 트로츠키주의 계열 조직인 "볼셰비키"가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노동자연대가 30년동안 미약하게나마 세력을 계속 유지, 확장시키고 있는 것은 그 특유의 폭력적인 전략 전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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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각 정파와 조직을 판매전략에 비유하자면, 정의당은 가맹점 퀄리티 관리가 전혀 안되는 유명 프렌차이즈라고 볼 수 있다. 진보당은 세금은 잘 안내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열심히 나와서 풀빵 굽는 시장 노점상에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연대는 세력은 작지만 한번 물면 끝까지 놔주지 않는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연대의 홍보 전략은 다단계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몇천원, 몇백원 내면 살 수 있는 당보를 지하철 입구마다 놔두고 판매한다.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큰 시위나 노동절 대오가 있을때마다 깃발과 확성기를 들고 신문 사가라고 부탁을 한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 나오면, 서명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면 서명한 사람에게 계속 전화를 걸고 문자를 넣어서 끈질기게 자기 조직으로 끌어들이는 식이다. 열에 아홉은 떨어져 나가겠지만, 남은 한명은 새로운 트로츠키주의 전사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당보를 팔고 전화를 거는 조직원이 된다.


시대가 바뀌고 인터넷이 종이를 대체하게 되자, 노동자연대는 이에 맞춰 홍보 전략전술을 크게 변화시켰다. 다른 많은 좌익 조직들은 인터넷 관리에 신경을 쓰지 못해서 망한 반면, 노동자연대는 좌파 뿐 아니라 주류 레거시 미디어를 제하면 가장 효과적인 온라인 홍보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편이다. <노동자연대> 홈페이지는 왠만한 인터넷 신문사보다 잘 꾸며져있어 조직이 잘 갖추어져있다는 인상을 준다. 또 대략 10년 전부터 노동자연대가 추종하는 국내외 사상가들의 글을 싣고 맑스주의를 연구하는 <마르크스21>을 분기마다 발행하고 있는데, <월간조선>이나 <신동아>에 꿇리지 않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인터넷 사이트도 아주 정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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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천의 통일>: 마르크스21


홍보가 잘 안되면 물리적 전술도 곧잘 사용하는 편이다. 관련된 사건으로 <강남 지구당 점령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민주노동당 강남지구당은 그 특성상 매우 규모가 작았는데, 노동자연대 측이 기반이 되는 지역구 조직을 만들겠다고 강남지구당을 점령해버린 사건을 의미한다. 노동자연대(그때는 "다함께") 소속 충성 조직원 수백명이 하루아침에 강남구로 위장전입을 시도하고, 민주노동당 강남지구당으로 소속을 옮긴다음, 기존 당원들을 모조리 내쫓고 자기네들끼리 당직을 나눠가졌다. 이런 방식으로 몇년 안에 노동자연대는 서초지구당은 물론 종로지구당까지 점령했고 지역구 관리는 단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지역구 조직을 당보 배포, 시위 조직의 거점으로 삼았다. 때문에 <양재천에는 反다함께의 도도한 물결이 흐르고 있다>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


노동조합에 대한 침투 전술도 대단하다.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노동자연대의 침투는 전설로 평가받으며, 이 일로 노조와 관계가 험악해져 민주노총과 관계가 일찍이 끊어진 상태이다. 노동자연대의 투쟁, 조직 확장 전술은 운동권 내부에서도 너무 악명이 높아서, NL과 PD 모두 학을 떼고 노동자연대와 되도록 엮이지 않으려 한다. 때문에 노동자연대는 현재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중 어느 정당에도 참여하지 않고 제4의 조직으로 잔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5. 한계와 의의

노동자연대는 한국에서 가장 특이한 정파 집단으로, 35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비주류적 사상인 신트로츠키주의를 소개하고 한국에서 가장 활동적인 공산주의 조직으로 존속했다는 의의가 있다. 1990년대, 소련 해체 이후 공산주의를 고쳐보겠다며 윤소영의 사진연(알튀세르주의), 푸코와 들뢰즈를 추종하는 포스트모던집단, 진중권 등의 사회민주주의자, 사진연을 계승한 전국학생행진 등이 등장했지만, 결국 이들은 모두 보수로 전향해버렸다. 반면 노동자연대는 조직이 작고, 폭력적인 전술로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음에도, 현재까지 공산주의와 마르크스주의라는 대의를 포기하지 않고 지키고 있다. 그 점에서는 상당히 평가할만하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좌파 조직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전략적이고, 치밀하고 지능적으로 활동하는 집단은 노동자연대가 아닌가 싶다. 그랬기에 그러한 비주류적인 사상을 지니고도 35년이나 세력이 작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해가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주시해야할 집단이다. 진보당이 10년에 걸친 활동으로 재기했다시피 노동자연대 또한 향후 언제든지 현재의 규모에서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조금 위험한) 집단이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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