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조국을 사랑하는가.

경상북도 포항군 면서기 황군출 씨는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했다.

'조국(대일본제국)과 민족(야마토민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황군출 씨는 벽에 걸린 일장기와 내선일체 액자, 훈1등합방기념욱일장 등을 보면서 회상했다.

"당장 도장을 찍으시오!"

"네 이놈!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들어와 주상 전하를 겁박하느냐!"

"입닥쳐 씨발년아!"

"따흐흑!"

"아니 황 상, 노무 시무한 고 아니므니까? 그로케까지 안 하셔도..."

그렇게 한일 아니 일한합방에 앞장서고

만주에서 마적떼(독립군)를 토벌한 공로로 훈장을 받고 포항군 면서기 자리에까지 올랐던 것이다.

'몸뚱아리밖에 없는 나에게 이렇게 은혜를 베풀어주시다니...'

덴노헤이카의 은혜를 생각하니 뜨거운 눈물이 솟아나올 지경이었다.

"이 한몸, 조국(대일본제국)과 민족(야마토민족)을 위해 불사르리라!"

나 하나 죽어서 대일본제국이 승리할 수만 있다면 1+0+0(백)번 아니 1+0+0+0(천)번이라도 목숨을 바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도움이 되는 일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황군출 씨는 면사무소 직원과 승합차를 타고 다니며 선전하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 좋은 일자리를 주겠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기술도 배울 수 있고 장교가 돼서 권총 차고 칼 차고 다닐 수도 있소!"

그렇게 청년들을 모아서 사이판, 괌 등 태평양 섬으로 보냈다.

입대한 청년들은 선봉에 앞장서서 용감하게 미군들과 싸웠고 일하러 간 청년들은 탄광에서 하루 24시간 열심히 돌 깨는 기술을 익혔다.

해방 후 황군출 씨는 겸손하게 그의 애국행위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이름을 황근출로 개명하고 해병대를 창설하여 다시 한번 나라를 위해 일할 청년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비록 조선인청년들이 이름도 못 들어본 이역만리 외딴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 사소하고 앙증맞은 찐빠가 있었지만,

해병국가유공자법(싸젯말로 반민족행위처벌법)에 의해 포상(斷罪) 받았으니 그야말로 해병애국자(民族反逆者)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