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장례식》앱에서 작성

아기다리고기다리(211.62) 2023.06.29 12:25:11
조회 1519 추천 59 댓글 14

고모의 울음소리와 향 냄새가 한데 섞였다. 아버지는 구석에 앉아 육개장을 안주 삼아 소주를 홀짝이고 계셨다. 아버지는 조문객들이랑 맞절할 때 빼고는 내내 앉아 계셨다. 고모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민수야, 니네 아빠랑 아직도 화해 안 했니?"

나는 말 없이 방명록을 넘겨 빈 페이지를 찾았다. 아버지랑 말을 안 한지 지금으로 3년이 됐다. 이유는 사소했다. 바로 군대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두 분 다 해병대를 나오셨다. 언제나 해병대 출신인 것에 자부심을 느끼셨다. 그러던 중, 내가 육군을 가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휴가 때는 물론, 면회 한 번을 오지 않으셨다. 전역 후, 아버지는 고생했다는 얘기 없이 한 마디를 뱉으셨다.

"​나가라. 네 살 길 찾아 가라​."

나는 그 날 이후로 아버지와 연을 끊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어느덧 중반에 접어 들었다. 밖에서 군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신발도 신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경례 소리가 들렸다.

"필! 승!"

어찌나 크던지 식사 중이시던 손님들이 놀라 숟가락을 육개장에 떨어뜨릴 정도였다. 아버지는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내 앞에 데려왔다.

"황민수. 여기는 손 박사님이시다. 인사 드려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좋은 아버지 행세를 하겠다 이거였다. 나는 썩은 표정으로 고개 숙이고 하던 일을 마저 했다. 아버지는 손님을 데리고 구석으로 가 같이 술을 드시기 시작했다.

"그래, 요즘 몸은 어때? 괜찮나?"

"아주 좋습니다! 역시 젊음이 최고입니다!"

"조심하게. 아직은 격하게 움직이면 안돼."

"알겠습니다!"

그리고 둘은 옛날이 좋았다느니, 더 젊어졌으면 좋겠다느니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밖으로 나갔다. 난 아랑곳 않고 하던 일을 마무리했다.



어느덧 밤이 되고 나와 아버지만 빈소에 남았다. 고요했다. 원수끼리 남아도 지금보다 시끄러웠을 것이다. 난 아버지를 보기도 싫어 아버지를 등지고 벽을 보며 잠을 청했다.

1시쯤 됐을까, 아버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대체 어딜 가는건가 싶어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몰래 뒤를 따라갔다.

우리가 있는 장례식장은 병원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저 앞에 누군가 있었다. 아버지는 낯선이와 대화를 하더니 병원에 들어갔고 나도 뒤를 따라 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시체 안치소였다. 아버지가 자물쇠를 살짝 만지자 자물쇠가 사라졌다. 그 옆에 있던 사람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어깨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은 시체 안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난 숨을 죽이고 둘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지금 30분이 지났다. 지금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왜 둘은 나오지 않는걸까. 이 일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난 숨을 틀어막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둡다. 그리고 기분이 나쁘다. 시체랑 같은 방에 있다니, 그 것도 모자라 본 적도 없는 시체들이랑. 저 코너 너머에 아버지가 있다. 코너를 넘어 보려는 그 때,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가, 아쎄이."

"아. 육개장보다 좋습니다."

"옛날 느낌이 나나?"

"몇 십 년 됐으니 당연합니다."

맙소사, 그건 아니겠지. 그건 아닐꺼야. 신이시여.

"아들이 보면 어떨 거 같나."

"이해할 겁니다. 이 답답한 건 벗어도 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그래."

정체 모를 물체가 날아왔다. 가발이었다.

"헉!"

그 순간, 아버지가 나를 덮쳤다.




정신이 들었다. 내 팔다리가 결박되어 있다. 그리고 군가를 콧노래로 부르며 톱과 가위를 보는 손 박사가 있었다.

"정신이 드나?"

"이게 뭐야! 빨리 풀어!"

"시끄럽군. 신사적으로 하려 했는데."

손 박사는 행주로 가위날을 닦고 내 입에 재갈을 채우며 말했다.

"다시 한 번 소개하지. 손 으로하는수술은뭐든지잘해 라고 한다네. 의무병으로 복무했지."

그러고는 내 이마를 들추고 매직으로 선을 그었다.

"진시황을 아나? 죽지 않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했지. 그리고 나는 완전히 알아냈어."

시끄러운 바리깡 소리. 그리고 머리카락이 조금씩 밀렸다.

"시계에 건전지를 가는 느낌이지. 아니, 시계를 교체하는 느낌일까?"

큰 손이 내 머리를 잡고 고정시켰다.

"​잘 자렴​."

아버지가 말했다.

아니,

할아버지가 말했다.





톱날이 돌아간다.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59

고정닉 4

5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공지 해병대 갤러리 이용 안내 [443] 운영자 08.09.24 92281 130
316512 공군 비행학교 습격사건이 분기점이 되는것 같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46 16 2
316511 북괴를 향해 조준된 해병 자주포 분대 [2] ㅇㅇ(49.237) 11:43 34 4
316510 2016년부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임 ? [2] ㅇㅇ(39.7) 11:24 82 5
316508 황근출 해병님, 황근출 해병님은 정말 해병의 자격이 있는 겁니까? [3] Nilro9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8 35 6
316507 악! 쥬지피터 해병님! [1] 해갤러(118.235) 11:03 49 4
316506 요즘이름 vs 좆기합이름 [2] ㅋㅋㅋㅋ(106.102) 10:04 117 7
316505 요즘애들 이름 vs 좆기합 이름 ㅋㅋㅋㅋ(106.102) 10:02 33 0
316503 황근출 저 새끼는 또 지랄이네 [2] 해갤러(118.235) 08:53 93 3
316501 영국 해병축제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8 39 2
316500 주계장 멤버가 누구누구지? [4] ㅇㅇ(223.33) 08:13 60 2
316499 해병대 로고 독수리 보고는 역돌격 안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1 21 0
316495 [AI]흘러빠진 아쎄이(OPEN AI)교육 중간보고 - 67주차 '창작' [4] 손 으로하는조교는뭐든잘해(139.162) 05:07 105 14
316492 왜 해병대는 해병마크 속 독수리는 냅두는거냐 ㅇㅇ(118.235) 03:22 31 2
316491 아니 왜 여군 중대장을 쉴드를 쳐주냐?? [3] 해갤러(14.6) 02:44 162 7
316490 기합기합 해병비문학.talk [8] 윤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4 210 13
316488 [해병힙합] 박철곤 - 아쎄이 shoes (Feat. 무톤듀오) [2] 갱갱갱(210.95) 00:58 50 6
316486 개씹오도기합 생물 [10] ㅇㅇ(39.125) 00:08 307 21
316485 캐르릉... 캐르릉... 황조롱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2 43 0
316484 해병대는 짜세라도 있지, 육군은? [2] ㅇㅇ(222.234) 05.30 78 0
316483 요즘 뭘 써야 할지 고민이다 [1] 해갤러(165.132) 05.30 70 5
316482 여군애들 무개념 많냐? [1] 해갤러(172.219) 05.30 87 3
316481 [공군문학]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 - 4부 [8] ㅇㅇ(121.168) 05.30 123 15
316478 해병대 상징깃발 이걸로 바꿀걸 제안한다 해갤러(203.100) 05.30 126 3
316477 해군팬아트)감찰관 부처님(butcher) 센갈곤 [15] 니미유두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399 27
316476 근데 왜 항문을 벌렁거리는 건 황근출밖에 없음? [2] 청매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70 3
316475 비키니시티는 어쩌다 생긴 설정임? [2] 해갤러(116.43) 05.30 89 1
316474 개쩌는 드립좀쳐줘 해갤러(220.116) 05.30 31 0
316473 황근출 일러스트 다시 그려야 하는거 아니냐? [7] DDAL Man(211.251) 05.30 296 11
316472 만 약에김치가없었다면무슨맛으로밥을먹을까 [1] ㅇㅇ(112.168) 05.30 72 1
316471 황근출은 40kg 완전군장 푸쉬업 가능함? [4] ㅇㅇ(106.101) 05.30 167 0
316470 곽말풍이 아쉬운게 [1] 해갤러(118.235) 05.30 59 2
316469 해병대 최종합격 점수 해갤러(121.171) 05.30 57 0
316467 ⭕ 해병망호 ⭕ (기열계집주의) [12] 탈레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30 43
316466 장교 vs 부사관. 스트레스 어느쪽이 심함? [1] 해갤러(106.101) 05.30 79 2
316465 내 얼굴 평가좀 [6] 저능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222 0
316464 험박아는 ㄹㅇ 100만 넘을 듯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83 5
316463 황근출 해병님이 만드신 해병 짜장은 뭐가 다름? ㅇㅇ(61.245) 05.30 42 2
316461 실시간 본인 좆됐다 [16] 장수말BE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228 37
316460 해병문학에 제빵사 해병도 있나? [2] ㅇㅇ(61.245) 05.30 78 2
316459 의외로 원본인 거 ㅇㅇ(123.109) 05.30 118 0
316458 [해병?팬아트] 해병 초코파운드와 카스터드 빵 [12] ㅇㅇ(118.235) 05.30 756 37
316457 빈 병 대 해갤러(58.142) 05.30 32 0
316456 공군으로 전역해버린 나를 받아주겠니? [15] 뚯뚜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88 24
316455 해병 전우회 컨테이너들은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6 1
316454 킴-졀니 이쁘시지 않나 ? ㅇㅇ(39.7) 05.30 53 5
316452 [개한민국 군가] 멸펨의 횃불 [5] 사탄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294 9
316451 해변대 여간부 출신 소신발언하나 할게... [9] 해갤러(121.158) 05.30 383 36
316450 악! 다리에 포신이 달려있는 기합찬 생물을 발견했습니다! [1] Nilro9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175 8
316449 채상병 대대장 "황룡"형에 처해짐 [3] ㅇㅇ(123.214) 05.30 241 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