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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톨랑》앱에서 작성

아기다리고기다리(211.176) 2023.06.24 00:15:27
조회 1785 추천 73 댓글 15

눈을 떴다. 나는 알몸인 채로 갇혀 있었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누구지, 여긴 어디지, 왜 여기 있지. 아무 기억도 나질 않아. 내 눈에 들어온 건 시커먼 벽과 빨간 옷 뿐이었다.

벽을 지지대 삼아 일어났다. 발목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고 앞으로 넘어졌다. 발목에 시선을 옮기니 태그가 부착되어 있었다. 태그에는 그저 3글자만 적혀 있었다.

김 천 우

내 이름인가 보다. 김천우, 김천우, 김천우. 다시 까먹지 않기 위해 글자를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글자를 외운 나는 다시 주위를 살폈다.

벽은 시멘트 재질에 회색이었고, 문은 있지만 강철로 만들어져 혼자서 열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문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있었다. 마치 옛날 아파트 문에 있는 우유 투입구 같았다.

구멍이 덜컥하고 열리며 뭔가가 들어왔다. 먹거리였다. 살짝 역한 냄새가 나서 먹기 싫었지만, 먹지 않으면 죽음 뿐이라는 생각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희미한 빛을 내던 전구가 꺼졌다. 그리고 눈을 감아도, 떠도 어둠 밖에 없었다. 나는 구석에 몸을 눕히고 잠을 청했다.





불이 켜졌다. 기상 시간인가 보다. 문에서 어제 먹었던 음식이 들어왔다. 나는 음식을 뱃속에 넣기 시작했다.

배가 부르자 원초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난 왜 갇혔는가. 올드보이라는 영화를 아는가? 영화의 주인공 오대수는 입을 잘못 놀린 아주 사소한 죄로 10년이 넘게 독방 생활을 했다. 나도 뭔가를 잘못해서 여기에 있는건가.

나는 일어서 벽으로 향했다. 그리고 큰 보폭으로 걸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여섯 걸음을 걷자 반대 벽에 도착했다. 내 걸음이 한번에 1미터를 걸을 수 있다면, 이 방은 6미터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미칠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화조차 할 수 없다. 시계도 없다. 사회와 단절됐다. 난 누굴까.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음식이 들어왔다. 난 뚜껑이 닫히기 전에 손을 집어 넣었다. 뭔가 잡혔다. 단단하고, 털이 나있는. 그래, 다리였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여긴 어디죠? 전 누구죠? 왜 갇혀있죠? 그 중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하나였다.

"여기서 꺼내주세요!"

크고 두툼한 손이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고 거칠게 구멍 안으로 넣었다. 곧바로 뚜껑이 닫혔다.

눈물이 흘렀다. 밖에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랑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 난 사회와 분리된 것이다. 옆에는 음식이 엎어져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다. 아마 방금 구멍에 돌진할 때 엎어졌을 것이다. 난 음식을 손으로 집어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

어둠이 찾아왔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뜨거웠다. 이제 그만 울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저 멀리서 쇠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마치 문이 열리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 걷는 소리가 났다. 나갔다! 누가 나갔다! 그리고 발소리는 멀어졌고, 그와 동시에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강 알겠다. 불이 켜지면 금방 밥이 들어온다. 그리고 가만히 있다 보면 그 다음 밥이 들어온다. 또 시간이 지나면 밥이 들어온다. 그 후, 많은 시간이 지나면 불이 꺼진다.

나는 친구를 만들었다. 이름은 황룡이다. 황룡이 손을 흔든다. 나도 같이 손을 흔들었다. 난 황룡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우린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하던 도중, 세번째 밥이 들어왔다. 오늘은 고기가 들어있다. 황룡은 혼자 먹으라는 듯이 웃었다.

불이 꺼졌다. 어제 들었던 쇠 끌리는 소리가 났다. 나도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황룡이 나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밥이 왔다. 오늘도 똑같다.

불이 꺼졌다. 황룡이 내 기분을 물었다. 죽고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황룡이 내 옷을 벗겨 밧줄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내 목을 졸랐다. 숨을 쉴 수 없다. 공기가 없다. 의식이 멀어졌다. 그리고 옆옆 방에서 쇠 끌리는 소리가 났다.





불이 켜졌다. 나는 일어났다. 내 목엔 자국이 남아 있었다. 황룡이 미안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난 괜찮아, 룡아. 일단 밥 먹자. 오늘은 같이 먹을까?

밥이 두그릇인 줄 알았는데 한그릇이네? 신기한 경험이다.

룡이가 새 친구를 소개했다. 이름이 민준이구나. 초등학생이야? 만나서 반가워, 민준아.

어둠이 찾아왔지만 난 좋다. 룡이랑 민준이가 있잖아. 옆방에서 쇠 끄는 소리가 또 났다.





황룡이랑 다퉜다. 이유는 모르겠다. 난 밥을 던졌고, 민준이는 울었다. 그리고 나도 울었다. 민준이를 꼭 안고 울었다. 미안해, 민준아. 다시는 안 싸울께.

자는 데 민준이가 말했다.

오르톨랑이라는 새가 있대. 그 새는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데, 눈을 뽑고 새장에 가둔 다음, 음식을 먹여 살 찌우고 술에 넣어 익사시킨 후에 요리한대.

무슨 말이야, 민준아? 돌아봤다. 민준이가 없다. 반대쪽을 봤다. 룡이가 없다. 얘들아, 어딨어? 혼자 두지 마.

문이 열렸다. 벗은 남자 두 명이 말 없이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고 같이 걸어갔다. 아니, 끌려갔다. 복도 끝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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