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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앱에서 작성

아기다리고기다리(211.176) 2023.06.19 21:28:57
조회 958 추천 40 댓글 13


1987년 10월 10일

"젠장. 또군."

나는 현장에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오늘따라 성냥에 불이 붙질 않았다.

"선배님, 오늘로 5명째 아닌가요?"

후배 형사인 A가 불을 주며 물었다. 연예인보단 못하지만 훈훈하게 생긴 얼굴에 그에 맞지 않는 다부진 몸을 가진 놈이다. 나는 연기를 들이 마시고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맞아.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끔찍해."

이번 피해자도 다른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항문이 파열되어 있었다. 뭔가가 반복적으로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마찰의 흔적이 보였다.

"제가 보기에는 고문 받다가 죽어서 밖에 내다 버린 것 같은데요?"

"그것 뿐만이 아니야. 들리는 말로는 부검 결과 모든 장기의... 뭐라 해야되지. 입출구가 동일한 간격으로 넓혀짐과 동시에 마찰 자국이 있어. 목구멍까지 말이야."

A는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웩, 그럼 30미터가 넘는 꼬챙이를 넣었다 뺐다 한거에요? 진짜 역하네."

나는 담뱃불을 끄고 A에게 현장 보존을 명령한 다음 퇴근 준비를 했다. 오늘은 집에 들어갈 수 있겠군.



1987년 10월 13일

이번 사건의 용의자를 만났다. 용의자의 이름은 B, 나이는 35. 직업은 흥신소 사장이었다. 현장 근처를 돌아다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A가 검거했다고 한다.

"어이. 뭐 생각나는 거 없나?"

"저는 몰라요! 아니, 누가 그렇게 사람을 쉽게 죽입니까!"

A가 덧신을 신었다.

"이제부터 지방 방송은 끄고 묻는 거에만 대답한다."

"아니, 그게 무슨-"

A가 가슴팍을 걷어찼다. 그와 동시에 B는 의자와 동시에 넘어갔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말했다.

"빨리빨리 협조합시다."

B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니, 키랑 근육이 엄청 큰 빨간 옷 입은 사람이 와서 '돈 떼먹은 사람 좀 찾아주소.' 라고 물어보니까 알겠다고 말했죠. 언제 어디서 뭘 하는지 다 말해 줬어요. 그거 말고는 없어요. 진짜로요."

이상하다. 어디서 들어 본 이야기다. 나는 A에게 일단 데리고 있으라고 말했다. 그 전 사건 용의자 증언을 살펴 봐야겠다.

내 예상이 맞았다. 다른 증언에서도 동일한 부분이 있었다.

-키와 근육이 엄청 큰 빨간 옷-

나는 곧바로 반장한테 가서 이를 알렸다. 반장은 365일 가죽 잠바를 입은, 배가 살짝 나온 사람이었다.

"그럼 지금 몽타주를 그려서 배포하지. 용의자는 어딨나?"

"지금 A가 데리고 있습니다." "선배님!"

말하기 무섭게 거칠게 숨을 쉬며 A가 달려왔다. 그리고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

"그래서, 화장실에 보내 줬더니 죽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짝-

"후장이 뚫려서?"

"죄송합니다." 짝-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뺨을 맞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A의 뺨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죄송합니다." 짝-

"이런 씨발, 왜 경찰서에서 좆 같은 일이 일어나냐."

반장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포항 시내에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뭘 물어보면 신고하라고 전단지 뿌려. 그리고 이 새끼, 책임지고 옷 벗으라고 해."

"예."

오늘은 퇴근이 늦어질 듯 하다.



1987년 11월 17일

이번 사건은 신문에 대서특필 됐다.

-포항 청년 납치 살해 사건... 범인은 붉은 옷을 입었다.
-경찰서 내부서 용의자 사망... 경찰, 이대로 괜찮은가.

1달이 지났고 피해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의 인상착의를 알리고 난 후부터였다.

A는 옷을 벗었다. 그리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자신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리고 그 사건은 밤 중에 일어났다.

"아버지, 편지 왔는데요."

학력고사를 대비하던 아들이 편지를 두 장 들고 왔다. 한장은 A한테서, 다른 한장은 발송자가 없었다.

먼저 A의 편지를 뜯어서 봤다.

~~~~

선배님. 저 A입니다.
포항 외곽 짓다 만 해병대 건물 있잖습니까.
거기에 범인이 있나 봅니다.
제가 그 놈 잡겠습니다.
비록 옷은 벗었지만 할 수 있습니다.
지켜봐 주십쇼.

1987. 11. 16
A가

~~~~

나는 편지를 읽은 후 다른 편지를 뜯었다.

~~~~

김 형사님 댁으로 알고 있습니다.
23시 정각에 공원 놀이터에서 뵙겠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니까 꼭 혼자 오시길 바랍니다.

~~~~

어떻게 내 집을 알고 있는거지. 느낌이 쎄하다. 본능적이었달까, 나는 아들한테 소리쳤다.

"문 꽉 잠구고 나든 누구든 열지 마!"

나는 삼단봉을 숨긴 가죽 잠바를 입고 공원으로 향했다.

----------

인기척이라곤 하나 없는 공원, 벤치에 누가 앉아 있었다. 그는 모자를 눌러 쓰고 코트를 입고 있었으며, 손에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악수를 청했다.

"김 형사님 맞으십니까. 무모칠입니다."

그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훝어봤다.

"무슨 일이길래 불렀지?"

그는 가방을 살짝 열어 나에게 슬쩍 보였다.

"690만 원입니다. 기부받은 금액인데, 이걸 받으시고 수사는 그만하시죠."

이 새끼 봐라? 나를 돈으로 사려고 한다.

"날 매수하려고? 너 이 새끼, 형사를 무시해?"

안주머니에서 봉을 꺼내려는 순간, 등 뒤에서 검은 손이 나타나 내 손목을 꽉 쥐었다.

"이런 씨발!"

아무도 없는 공원에 뼈 부러지는 소리만 공허하게 울려퍼졌다. 무모칠은 주머니 안에서 삼단봉을 꺼내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좋게 해결하려 했는데, 안됐네."

그리고 뒤의 거한에게 말했다.

"톤정이, 김 형사님이 싫다 하신다! 그럼 어떡할까?"

그리고 그의 입에선 못 믿을 말이 나왔다.

"아드님이 잘 생기셨더라고요? 해병대 지원하면 이쁨 받겠어요~."

그리고 뒷통수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1987년 11월 18일

이런 씨발, 눈을 뜬건 병원이었다. 빨리 집에 가야한다.

집은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현관문은 뜯겨 있었고 핏자국이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 새끼들이다.



1987년 11월 21일

수사고 뭐고 그 새끼들을 죽이러 가야겠다. A가 말한대로 폐건물에 놈들이 있다면 모가지에 바람 구멍을 뚫어주리라 라고 다짐하며 권총 1정, 총알 수십개를 챙기고 배에 복대를 찼다.

해병대 건물에 도착한 나는 부대 문을 열었다. 경첩이 뻣뻣한지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나는 왼손에 권총을 쥐고 부러진 오른손으로 천천히 총알을 장전했다.

부대 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역시 폐건물이라 그런지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고, 비라도 왔는지 물때가 흥건히 있었다.

계단을 오르자 저쪽 모퉁이에서 소리가 났다. 분명 그 새끼다.

모퉁이를 돌자 내무반이 나왔다. 그 중 1번 내무반 문이 방금 열렸다가 미처 닫히지 못한 듯이 슬며시 열렸다. 나는 왼손에 권총으로 조준하고 관물대를 하나씩 조심스레 열었다.

그 순간, 저 끝 관물대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달려가 관물대를 열고 총알을 정신없이 박아 넣었다.



화약 냄새가 독하게 풍겼다.


그 속에는



5일 전 여기 먼저 왔던 A가 비닐에 싸여 있었다.



그리고 다시 뒷통수를 맞고 쓰러졌다.

눈 앞이 희미하다. 귀에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톤정이야. 황근출 해병님이 좋아하겠어. 며칠 전에 비축해둔 아쎄이가 다 떨어져서 고민했는데."

"톤."

"그 분의 30미터 포신은 받아들이기 힘드니까, 여기랑 아래에 지원자가 둘이나 있고."

무모칠은 허리를 숙여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안녕히 주무시게, 김 형사."

그리고 어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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