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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다리고기다리(223.62) 2023.06.15 07:53:02
조회 1915 추천 64 댓글 13

포항 외곽엔 해병대 부대가 있었다. 어르신들께서는 해병대가 아니라 인신매매 집단이었다, 사이비 종교였다, 사람을 먹었을 것이다 등의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최근 저출산과 군부대 축소로 인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수능이 끝나고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내 친구 김 군과 함께 호러스팟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이제 곧 성인이 될터라 무서운 일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

11월 25일 밤 11시, 나는 해병대 부대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김 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김 군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미안, 좀 늦었지. 엄마가 일어나셔서 몰래 나오느라 늦었어."

"아냐, 괜찮아. 어디 간다고 얘기했어?"

김 군은 아니라고 고개 저으며 얘기했다.

"당연히 아니지. 빨리 가자."

우리는 부대로 발길을 돌렸다.

------

걸어서 10분 거리였던 터라 우리는 수능은 잘 봤냐, 정시로는 못 갈거 같다 등 시답지 않은 이야기만 하다가 부대에 도착했다.

부대는 상당히 크고 무서웠다. 마치 부대가 아니라 큰 성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운동장에는 크고 붉은 봉고차가 하나 서있었다.

"그냥 집에 가는게 좋지 않을까?"

"야, 괜찮아. 사람은 몇 년 전이 마지막이래매."

김 군은 흥분한 듯이 이야기했다. 이런 무서운 것에 흥미를 느끼던 김 군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문을 열었다.

------

안 쪽은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났다. 살짝 더러운 냄새, 개씹샹내? 아무튼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살짝 맡기만 해도 기절할 듯한 냄새였다.

"여긴 뭔데 이런 냄새가 나냐? 우리 학교 화장실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좀 썩은내가 나긴 하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안쪽까지 들어가 봐야지."

김 군은 캠코더를 꺼내 내부를 찍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살짝 무서워졌는지 내 손을 잡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우린 현관에서 좌측으로 꺾어 들어갔다. 이 쪽 명패에는 '휴...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 옆의 '생활수칙' 공고의 글씨가 더럽게 얼룩져 있었다.

생활수칙

1. 병사 상호 간의 ... 지킵시다!
2. ...식은 주...장에서!
3. ...실은 밖에 있습니다!
4. 안전은 ...히!

"여기 너무 더러운데?"

"들어가볼까?"

김 군이 손잡이를 잡고 "아니..."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열어 버렸다.

안쪽은 평범하게 깨끗했다. 탁자와 의자는 언제 썼는지도 모른채 뒤집히고 눕혀져 방치되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그 옆에는 유치원에나 있을 법한 그림책과 단어장이 있었다.

'뭐야, ~소곤소곤 말해요.~? 여기 군부대인데, 어린 아이들이 있었나?'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었다. 나는 캠코더로 여기저기를 찍는 김 군에게 이 이야기를 했지만,

"야! 간부들이 애들 데려왔었겠지!"

라고 할 뿐이었다. 찍을 건 다 찍었는지 김 군은 나와 같이 옆으로 향했다.

------

걷다 보니 계단이 나왔다. 계단에는 '윗층은 생활관, 아래층은 주계장'이라고 나와 있었다.

"야, 김 군아. 우리 아래는 가지 말자."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그냥 뱉은 말이 아니었다. 뭔가, 아래로 가면 다시는 못 올라 올 느낌을 받아서였다. 김 군도 똑같이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윗층으로 올라갔다.

------

윗층은 '...활관층'이라고 적혀 있었다. 벽면에는 포스터와 부대 공고가 붙어 있었다.

~부대 공고~
맛동산이 P.X에 ...고되...습니다.
대민 지원 공고, 7월 ...일 ~ ...일, 포...내
필요물품: 휘...유, ...냥, 마대자루, 빗자루

~포스터~
절수를 생활화!!
때려잡자, 공...
다시 한번 생각하고 말해요!!

상반되는 부대 공고와 포스터의 분위기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내가 이 것들을 보던 중 김 군이 생활관 문을 열어 제꼈다.

"말도 없이 열면 어떡해!"

"괜찮아, 임마! 아무도 없을텐데!"

이러면서 나를 진정시키는 김 군이었다. 생활관 내부에는 더럽혀진 군복과 빨간 옷, 군사 장구들이 너저분히 있었다. 김 군은 그 옷가지들을 헤쳐보더니 깨끗한 수첩 하나를 찾았다.

"여기 수첩 있는데? 암구호 같은게 적혀있나?"

김 군은 수첩을 들어 펼쳐 보았다. 그리고 주의깊게 읽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뭔데... 야, 김 군아..."

나는 수첩을 빼앗아 읽어 보았다.

~~~~~~

​11월 10일

두 고등학생이 우리 해병 성채에 견학을 온다고 한다!
고맙게도 인력난에 시달리던 해병 성체에 자진 입대를 한다니 여간 기합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해병대 일동은 그들을 반갑게 맞을 것이다!

11월 15일

박철곤 해병을 통해 학생들의 이름을 알아보도록 시켰다!
키 크고 기합차게 생긴 해병-미남 상의 아쎄이는 김 군,
젖꼭땡을 잘 하게 생긴 아쎄이는 황 군이었다!
아주 성대하게 환영 인사를 해주자고 무모칠 해병이 말했다!
새끼... 기합!

11월 22일

내일이면 두 아쎄이들이 밤중에 수줍게 온다고 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온다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주계장에 내려온다면 황룡 튀김과 짜장면을 배 터지도록 먹인 후 해병 우유와 해병 맥주를 먹일 것이다!

11월 23일

아쎄이들이 들어왔다!

​~~~~~~

씨발, 여기서 나가야 한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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