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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 김해남은 폐급 중에 폐급이었다."앱에서 작성

아기다리고기다리(211.176) 2023.06.14 00:23:55
조회 3598 추천 119 댓글 20

"이병 김해남! 죄송합니다!"

"해병이, 죄송해?"

"이병 김해남! 아닙니다!"

"해병이, 아니야?"

주계실 뒷편에서 김해남이 말할 때마다 박구철 병장의 군화가 가슴을 때렸다.

"안되겠네. 야, 붙잡아."

"일병 정숙수! 알겠습니다!" "상병 곽철. 알겠슴다."

구타는 10분 동안 이어졌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하지 못하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

김해남은 몸에서 생선 비린내가 났다. 삭힌 홍어 냄새를 맡아본 적 있는가. 꼬릿하고 코를 찌르는 생선 냄새 말이다. 김해남의 몸에선 그런 냄새가 났다. 오죽하면 천사 같은 최민호 병장도 눈쌀을 찌푸렸겠는가.

"좀 씻고 다녀라, 새꺄."

"이병 김해남! 알겠습니다!"

계속 되는 냄새 때문이었을까. 선임들은 점점 험악해져 갔다. 말에서 뺨으로, 뺨에서 주먹으로, 주먹에서 발로.

"야, 생선 대가리. 니는 씻고 다니는 걸 모르나?"

그는 김해남에서 생선 대가리로 불리게 되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특히 병장 박구철, 그는 김해남을 굉장히 싫어했다, 아니, 혐오했다. 오죽하면 뒷통수에 대고

"쟤 고등어 나오면 못 먹어. 고등어 가지고 뭐하는지 알아? 화장실로 들어가서~"

박구철은 온갖 이유로 김해남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침 구보 도중 군가를 반 박자 늦게 불렀다, 식사 중 의자를 끌었다, 화장실에 같이 들어가서 10초 늦게 나왔다 등등...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꼬투리를 잡았고, 상병 곽철과 일병 정숙수랑 같이 복날에 개 잡듯이 팼다. 김해남은 언제나 몸이 파랬고, 박구철은 그를 고등어처럼 만들었다며 흡연장에서 자랑스레 말하고 다녔다.

----

어느 날, 김해남과 같이 근무를 서던 중, 김해남이 말했다.

"채강선 병장님, 질문 하나 해도 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바다, 좋아하시는지 여쭤봐도" "그 놈의 여쭤봐도. 그거 나한테 하지마라."

"이병 김해남. 알겠습니다."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후,

"저는 바다가 좋습니다. 이 바다 냄새가 너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바다 속에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몸에서 나는 비린내는 싫습니다."

"그래."

"정말 잘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고 아무 말도 없이 근무가 끝이 났다.

----

박구철의 군화 소리, 군복을 세게 쥐어 잡는 소리, 김해남의 신음 소리가 섞여 파도 소리에 묻혔다.

"이 새꺄! 새꺄! 새꺄!"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 보인다. 보면 안 된다. 기억해서는 안 된다. 박 병장은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순간,

파도 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뭔가가

깨졌다.



침묵을 깬 건 박구철이었다.

"조졌다."

4명의 감정의 소용돌이. 그것들은 한데 모여 파도 소리조차 집어 삼킬 만큼 큰 소음이 되었다. 그리고 돌이 소용돌이 속으로 던져졌다.

"이게 다 박 병장님 때문입니다."

돌을 던진 건 정숙수 일병이였다. 그리고 박구철은 정숙수를 벽으로 밀어 붙였다.

"이게 왜 나 때문이야! 니들이 손만 놓지지 않았어도 벽돌에 박을 일은 없었어! 그리고 채강선, 너무 과열됐다 싶으면 말렸어야지, 왜 보고만 있어?"

말도 안 되는 궤변. 그들은 이 사태를 해결하는게 우선이 아니었다. 잘잘못을 따지는게 최우선이었다.

그리고 같이 있던 곽철 상병이 말했다.

"생선이니까 바다에 던지면 되지 않겠습니까."

----

그렇게 김해남은 가혹행위를 당하던 중 탈영 후 실종으로 처리되었다. 어쩔 수 없었다. 사실대로 말했다면 우리가 죽었을테니까.

----

그렇게 김해남을 잊고 살던 어느 날 밤.

옆 생활관을 쓰던 정숙수와 곽철이 실종되었다. 부대원들 모두 찾아 다녔지만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상급 부대에서는 3명이 사라졌다고 대규모 수색 작업을 펼쳤지만 그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박구철이 주계장 뒷편 나무에 목을 맨 채로 발견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김해남이 사라진 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그랬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시체에서는 바다 냄새가 났다.

그리고

지금 내 옆 침대에서

바다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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