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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가 너무 맛있어서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잊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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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로키스는 시도조차도 해보질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피자가 있긴 하네요!

훌륭한 야구팀을 만드는 요소는 뭘까요?

맛난 수제 반죽, 붉은 소스에 뒤덮힌 신선한 으깬 감자,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뜨거운 치즈, 그리고 잘 양념된 페퍼로니도 빼먹으면 안되죠.

잠깐만, 이건 피자 레시피인데...

메이저리그의 모든 팀들은 트레이드 데드라인 기간동안 적어도 한번씩은 트레이드를 진행했습니다.

모든 팀들 중 콜로라도 로키스만 빼고요. 프런트 직원들을 위해서 피자 파티를 열고 있었거든요.

예, 진짜로요.

로키스 구단 내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다른 모든 구단들이 포스트시즌 혹은 더 나은 미래를 목표로 하고 움직일 동안 로키스 프런트는 파이나 씹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하하,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의 피자 파티는 위층에서 매년 지켜지는 전통 같은 겁니다. 대체 뭘 하는 걸까요? 누가 알겠습니까." 구단 내 정보원이 한 말입니다.

야구계 관련인들 대다수가 로키스의 멀뚱한 모습에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꼴찌인데다, 50경기 가량을 남겨둔 현재 다저스에 25게임차로 뒤지고 있는 팀이 저러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로키스 단장 빌 슈미트는 언론의 질문에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우리는 데드라인 때 선수와 연장계약을 한 유일한 팀이기도 합니다. 다른 29개 팀들은 아무하고도 연장계약을 맺지 않았어요."

슈미트는 37살 불펜 대니얼 바드와 2년 19M 계약을 한 걸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허튼 소리를 했습니다.

브레이브즈가 프랜차이즈 3루수 오스틴 라일리와 10년 212M 계약을 맺고, 같은지구 팀인 샌디에이고가 홈타운보이 조 머스그로브와 100M짜리 계약을 맺은 걸 무시해버린 거죠.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코미디인데, 놀랍게도 '이번 주 로키스 구단의 발언 중 가장 병신같은 것' 순위에서 슈미트의 말은 1위를 간신히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버드 블랙의 듣기 괴로운 수준의 괴상망측 비유와 경합을 펼쳤거든요.

"우리도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남들이 탐낼만한 선수들이 있거든요." 로키스 감독 버드 블랙이 한 말입니다.

"직접 말할 순 없지만,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려드리죠. 팀 A가 우리 선수 하나를 원한다고 치면, 그쪽 프런트가 '얘 마음에 드네요'라고 말할 겁니다. 그럼 우리 프런트는 '뭐, 그럴만 하죠. 좋은 선수니까. 그럼 그 선수로 얘기를 진행해보죠.' 라고 하는거죠.

근데 이런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여, 당신들한테 레인지 로버가 있네요. 우리가 레인지 로버 받아갈테니, 그쪽엔 혼다 어코드 드릴게요.' 여러 팀들이 저런 거래를 하고싶어합니다.

우리가 왜 그걸 받아줘야 하죠? '아니 레인지 로버 왜 안 팔았어요?' 왜냐면 우리가 계속 레인지 로버를 갖고싶으니까요! 그걸 스바루하고 바꿔먹는것보단 나으니까!"

블랙은 그 후 '한발짝 물러서는 것처럼 보일까봐' 셀링팀이 되는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로키스는 그런 짓 안 한다네요.

저러는 사이에, 로키스는 2018년 2등을 찍은 이후 지난 3년간 계속해서 4위를 마크했습니다. 두 발짝을 물러섰군요.

그 사이 레인지 로버들이 아무런 반대급부도 없이 자기네 차고에서 계속해서 떠나가는 걸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로키스를 까는 건 텅 빈 체육관에 있는 샤킬 오닐이 두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덩크슛을 넣는 것보다 쉬운 일입니다. 깔 거리가 너무 많거든요.

금방 잊혀져버린 또하나의 웃음거리는 디애슬레틱의 기사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존 그레이의 에이전트가 그레이에게 콜로라도의 제시안보다 좋은 계약을 찾아주려고 했다는 이유로, 로키스 구단이 아직도 존 그레이의 에이전트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었죠.

로키스가 자기네 선수들을 과대평가 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과대평가 때문에 전임 단장 제프 브리디치 재임 기간동안에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적은 양의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팀이 되기도 했었죠.

과대평가를 하다보니, 자기네 에이스에게 다른 팀들이 그 이상의 돈을 주겠다고 달려드는 모습을 예상하질 못하는 겁니다.

그레이는 항상 유망주들을 안겨줄 완벽한 후보군이었습니다. 로키스가 그의 메커니즘을 마구 바꾸고, 마운드에서 던지는 방식을 '수리' 하고, 성적이 나빠지자 헌신짝처럼 내버려서 '멘탈이 약하다'는 꼬리표를 붙여버리기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요.

게다가 그레이는 쿠어스와 다른 구장들에서의 성적차이가 나자, 홈과 원정에서 다른 피칭 스타일을 보여주며 쿠어스를 정면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다시 로키스의 수장 슈미트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슈미트는 작년에 곧 떠날 예정이었던 그레이와 트레버 스토리를 팔 것을 주저하다 결국 못 팔았던 전적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 화요일 인터뷰에서 또다른 "진심으로 하는 헛소리"를 했습니다.

"전 이 팀을 믿습니다. 저흰 기대치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만, 여러 분야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주 밝은 미래를 가지고 있어요."

시즌 전에는 69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현재 70승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팀을 두고 한 말입니다.

"저희를 같은 지구 팀들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저흰 그들과 같은 수준의 재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 갖고있는 자원들로 최대한을 뽑아내야만 합니다."

도시 권역이 점점 성장하고 있고, 관중도 많이 오는 로키스를 왜 다른 팀들과 비교하면 안되는 건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로키스보다 더 작은 시장 규모를 갖고있는 파드레스는 머스그로브와 연장계약을 한 후, 슈퍼스타 후안 소토를 영입해서 콜로라도를 더블헤더에서 와장창 박살내버렸습니다. 거기다 매니 마차도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엄청난 금액을 퍼붓고있기도 하죠.

이런 사실들은 로키스에게 전혀 자극이 되지 않습니다. 30년동안 지구 우승을 못한 걸 보면 그런 데에는 관심도 없나 봅니다. 자기들이 가장 자주 만나는 상대팀들의 에이스들이 누군지도 모르는 것 같아요.

돈을 퍼부어서 이기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근데 콜로라도보다 돈 훨씬 적게 쓰면서 플옵 노리는 팀들도 많이 있어요. 돈을 아끼고 싶다면, 야구팀은 길게 바라보며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가장 저렴하게 먹히는 분야에 투자를 해야 하죠. 젊은 유망주 들입니다.

하지만 로키스는 최악의 팜 3위로 꼽히는 그들의 팜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데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몇몇 어린 선수들이 언젠가 메이저에서 살아남을만한 선수가 될 순 있겠죠. 하지만 높은 단계로 올라오기까지 좀 도움을 줄수도 있을 텐데요.

로키스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평균연령 높은 로스터를 보유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팜 시스템 개선은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적인 겁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로키스에서 뛰고있는 평균 이하의 유격수 호세 이글레시아스와 로테이션 끝자락 선발투수 채드 쿨을 유망주 한두명하고도 바꾸지 않은 게 참 재미없는 일이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멀뚱멀뚱 가만히 있는거하고 이번주에 온갖 개소리를 늘어놓은 게 무슨 플레이오프를 향한 대장정에서 범해진 실수 라던가 하는 거창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냥 로키스는 정상에 오르려는 계획이라곤 없고, 계획을 세우려는 마음도 없다는 증거일 뿐이죠. 그런건 안중에도 없거든요.

딕 몽포트(로키스 구단주)는 그다지 유식한 사람으로는 안 보입니다. 그러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 얘기를 하면 못 알아들을지도 모르겠군요.

로키스를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들은, 로키스의 과거를 봄으로써 로키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시시포스처럼 바위를 아무리 굴려봐야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뿐이예요.

아니면 야구 얘기로 비유를 해 볼까요. 제가 올해 초에 몽포트 바로 뒤에서 로키스 경기를 봤을 때 얘기입니다. 헤르만 마르케즈가 경기 중반에 갑자기 잘 던지기 시작하길래 제 형제한테 "흐름을 탔나 봐." 라고 말했었습니다.

공 몇개를 던진 후에, 마르케즈가 6회에 결승타가 될 법한 홈런을 맞더군요. 그러자 몽포트가 절 돌아보더니, "징크스를 건드리셨구만" 이라고 말하더라구요. 마르케즈와 로키스를 향한 희망이 담긴 제 말을 두고 그런거죠.

몽포트가 그런 말을 한 이유는 누군가 로키스에 희망을 갖기 시작하면, 로키스는 곧장 그 희망을 무너뜨릴거라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알베르 까뮈는 뭔가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당신에겐 세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삶으로 돌아가서 신경쓰지 않기, 무의미함을 끝내기, 반항하기.

덴버의 많은 시민들은 두번째 선택지를 고른 것 같습니다. 한동안 야구, 그리고 로키스와의 관계를 끝내는 거죠.

로키스 내의 몇몇은 첫번째 길을 골랐습니다. 버드 블랙도 그 행렬에 합류했네요.

세번째 길을 선택하신 분들께는, 지금은 따로 드릴만한 말씀이 없군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 하나는, 슈미트가 원흉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도 결국은 언젠가 대체당할 꼭두각시일 뿐이죠.

매일매일 더 깊은 바닥을 뚫고 들어가고, 극악의 확률로 한번씩 성공을 해내는 이 기이한 프랜차이즈가 갖고있는 여러 문제점들의 축소판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게 로키스 야구입니다. 야구팀이라기 보다는 추상화에 가까운, 후들거리는 프랜차이즈의 야구입니다.

멋진 구장에서 팬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는 뙤약볕과 맥주밖에는 없는 팀의 야구입니다.

뭐 좋은 부분을 찾아보자면, 로키스 프런트가 맥주 팔아서 번 돈으로 맛있는 피자를 먹을 수 있긴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