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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4화 (셰파즈 파이 시점까지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5 18:56:19
조회 314 추천 5 댓글 2
														

#4



◇ 존 셰파즈파이


마법사는 고금을 불문하고 요리를 경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요리를 즐기는것 자체가 죄라는 듯이 생각하는 사람조차 있다. '단순한 영양보충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 '요리하는 시간에 낭비되는 시간이 아깝다'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마법을 배우고 연구에 매진하여야한다' '게으른 돼지가 문화라고 그럴듯하게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등등 나쁜 식으로 말하는 자는 많으며, 미식을 이해하고 즐기는 자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 그마저도 요리를 즐기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면 '마법으로 음식을 만들어낸다고 한다면, 기왕이면 맛있는게 좋겠지'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법에 의해 요리의 제작은 단순한 인스터드 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요리가 가지는 섬세한 맛과 향기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야지 나타나는 법이며, 그 요리법도 마법 만큼이나 오래된 연구와 혁신적인 도전 끝에 쌓아올린 귀중한 것이다.

요리를 마법만큼, 아니 마법보다도 우위에 두기에 셰파즈파이는 '맛있는 것이야말로 최고' 라는 간단하고도 알기쉬운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맛있는 것이야 말로 최고, 자신의 표어인 그 말을 중얼거리면서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커튼사이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이 눈이 부셨기에 눈을 살짝 찌푸렸다. 이 정도의 빛이라면 아침이나 저녁 정도인가...

눈이부셔도 표어는 바뀌지 않는다. 맛있는 것은 최고. 맛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눈부심도 졸음도 맛있는것 보다 위에 설수는 없기에 셰파즈파이는 몸을 일으키기 위하여 팔꿈치로 침대를 짚었다. 단순한 피로 이상의 위화감이 느껴진다. 아래층에 떨어졌을 때의 부상은 단순한 타박상으로, 뼈가 휘거나 금이가거나 한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신체적인 데미지가 아닌 정신적인 데미지 탓일 것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자신이 입은 정신적 충격은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드러누워 있을수는 없는것이다. 셰파즈파이에게는 책임이 있다.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모든 것은 이 날을 위하여 준비한 것이다. 온동과 학업, 마법, 예술 그 무엇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따분하게 받아들인 셰파즈파이였지만, 오늘을 위한 준비는 결코 따분하지 않았으면 괴로운 시간도 아니었다. 그 무엇에도 열정을 가질수 없었던 셰파즈파이가 유일하게 열정을 가질수 있었던 것은 미식이었으며, 미식으로 향하기 위한 요리였다.

몸을 일으킨다.

맛, 그 이외의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준비해둔 눈부신 식재들의 산을 떠올린다. 수많은 종류의 신선한 야채들, 돼지의 고기와 뼈, 꿩, 생선과 제철의 과실들 이외에도, 소의 정강이살과 뼈, 샐러리, 파, 부케가르니 등등 수많은 식재를 준비해두었다. 요리되기 전의 식재들은 그 신선함을 자랑하는 듯한 자태가 아름답기 그지 없으며, 요리로 완성된 후의 맛을 떠올리게 하여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아, 이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고기를 해체하여 자른다. 뼈의 마디를 가른다. 섬세하지만 대담하게. 간편함을 추구하는 마법이라는 수단이 동원됬을 뿐인 인스턴트 요리에는 요리사의 기술이... 아니, 이렇게 까지 근원적인 행복을 추구한다고 한다면, 기술이라기 보다는 창작활동이라고 칭해야 할것이다. 눈을 돌리자 극한까지 불순물을 제거한 투명한 황금빛의 부용과 맑은 호박색을 띄는 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것은 이미 예술 작품이나 마찬가지이다. 음식의 정수라고도 말해지는 스프와 소스는 금방 변질되어버리는 섬세함을 가지고 있기에 요리사를 괴롭히지만, 마법사의 손으로 만들어진 보관고에 넣어둔다면 영원히 만들어진 상태 그대로 유지할수있다. 마법에 모든 것을 다 맡겨버린다면 인스턴트 요리와 별반 다를바 없지만, 마법도 요리도구와 마찬가지 처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 사용한다면, 좀 더 높은 영역에 발을 들일수 있게된다. 단순한 호스트로서의 대접이 아닌, 셰프로서 손님들이 즐길수 있는 요리를 만든다.

-그것을 위하여 배우고 익힌 모든 기술을 쏟아 붇는다.

셰파즈파이의 텐션이 올라간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재료와 요리의 과정만이 아니다. 손님들이 즐길수 있는 메뉴를 결정할 때에도 만전을 기해야한다.

노인에게는 부담이 갈 기름기 많은 것을 피하는 동시에, 아이들도 좋아할법한 푸딩이나 아이스크림을 쁘티 포의 후보에 올렸다. 이번에 대접할 손님들 사이에는 서민 출신도 섞여있다. 그렇다면 정식 매너가 요구되는 코스 요리라면 마음에 부담이 갈지도 모른다. 머리 아픈 매너에서 신경을 끄고 마음이 가는대로 고를수 있고, 대화상대를 바꾸는데도 어려움이 없도록, 별도로 자리가 지정되지 않은 뷔페식으로 하는 편이 손님들도 즐길수있을것이다. 그렇다면 주류의 도수는 낮추고, 애주가 사이에서 이름이 높은 엔틱 와인보다는 대중적인 애플 브랜디를 골랐다. 아이들을 위해서 준비한 음료는 갖가지 과일의 과즙을 짜내어 각각의 풍미를 해치지 않게 배합하여 만들어낸 신선한 과즙 주스다.

누구의 간섭도 방해도 받지 않으면서 만들 요리의 목록을 완성해 나간다. 식전주는 뭐가 좋을까? 식전주의 선택에도 요리사의 개성과 센스가 배어나오는 법이다 신중하게 골라야한다.

-그렇지... 나의... 나의 요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침대에 앉아있을 수는 없다. 무릎에 손을 얹어, 피로를 이기기위하여 이를 악물고 일어선다.

정식 코스요리가 아니라면 메뉴의 폭이 넓어져 간다. 셰파즈파이가 가장 사랑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삼은 요리, 【셰퍼드 파이】는 손님으로 받아들인 마법사에게 대접하기에는 너무 수수한 요리였지만, 뷔페형식이라면 좋을지도 몰랐다. 신선한 소고기를 다지고-양 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셰파즈파이의 취향이었지만, 이번에는 메리를 배려하여 빼기로 하였다- 에포와즈와 발효 버터, 벚꽃나무로 훈연한 스모크베이컨, 올리브 오일 약간, 거기에 숨김 맛으로 생크림을 넣고 버무려, 매쉬포테이토를 듬뿍 얹어 오븐에..

-후훗, 후핫하하하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군침이 멈추지를 않았다. 이건 절대로 맛있다. 전 재산을 걸고 말할수 있다. 파이에는 그 정도의 자신감이 있다. 입에 대는 순간 사람들은 그 맛을 찬양할것이다. 셰파즈파이는 딱히 손님들을 존경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몸을 움직여 요리를 만들어서 그들을 기쁘게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특별한 마음을 품고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인정하고 칭찬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셰파즈파이가 【요리】라는 분야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다. 박수, 환호, 칭찬, 놀람과 기쁨에 가득찬 목소리. 그러한 것들을 원한다.

잠옷을 벗어던지고, 침대 옆의 옷장에서 로브를 꺼내 입었다. 피로로 인하여 더욱 무거워진 다리를 질질 끌듯이 옮겨, 문에 다가가 손잡이를 잡아당겨 문을 연다. 빛이 쏟아진다. 눈이 부실 정도이다. 셰파즈파이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한쪽 손으로 빛을 가렸다. 마치 자랑스러운 앞날을 가리키는 듯이 아름답게 빛나는 태양의 빛이....

"엥?"

무심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눈이 부실정도로 빛이 내리쬐는 것이 당연했다. 벽이 없으니까. 아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남아있기는 했지만 벽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수 있을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무참히 무너져내려 따스한 빛이 더 이상 실내라 부르기 힘든 실내에 내리쬐고, 얼마 남지 않은 벽을 무시하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올려다보면 한층은 커녕 그 윗층도, 그 위의 윗층도 모조리 무너져내려, 사라지고 없어진 바람에 구름 한점없이 맑은 하늘이 보였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몸을 비틀거리며 가까운 벽에 손을 짚으려다가, 직전에 멈추었다. 이런 잔해에 손을 대면 그대로 무너져버릴것 같았다.

셰파즈파이는 뒤돌아서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마음은 전혀 조용하다고 할수없었지만, 감정에 맡긴채 문을 닫는다면 지금 서있는 이 방조차 무너져 내릴지도 몰랐다. 문을 열었을 때 살펴본 것을 떠올려보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남아있는 것은 거의 없었으며, 아래에는 한때 벽과 천장이었을 것이라 예상되는 잔해의 산이, 그럭저럭 한곳에 모여있던 것을 떠올리면 어떻게든 뒷정리는 되고있는것 같았다.

이마에 손을 얹었다. 자신은 얼마나 긴 시간을 잔것인가. 자고있는 사이에 무슨일이 있으면 이렇게 되어버리는 건가.

건물처럼 무너져 내리려는 몸과 마음을 질타하고, 셰파즈파이는 다시금 문을 열고 주방으로 향하였다. 할수만 있다면 벽에 달라붙어서 가고싶기는 했지만, 그랬다가는 벽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니 그럴수도 없었다.

본관 주변의 수목들이 몇십그루인가가 쓰러져 있는것이 보인다. 지하실의 입구는 엉망징창으로 파괴되 있었다. 안뜰로 향하는 복도의 천장은 무너져서 막혀있었다. 사이가 나쁜 마법소녀 둘이 결투라도 한것인가? 아니면 폭발사고라도 일어난것인가? 어딘가의 연구실에서 연구되고있던 키메라가 단체로 탈주하여 날뛰기라도 한건가?

-그러고보니, 손님들은?

이 섬에 초대받은 손님들은 무사할까? 호스트로서 게스트의 신변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 뒤에 떠오른 것은 두명의 마법소녀였다. 첼시와 메리가 이 사태에 휘말리지는 않았을까?

손님과 고용인들을 걱정하던 셰파즈파이는 한가지 가능성을 떠올리고, 몸을 떨었고 그에 따라 뱃살이 출렁거렸다. 첼시와 메리가 무사하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그녀들이 이 사태를 벌인것은 아닐까 라는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셰파즈파이는, 그녀들을 의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듯이 좌우로 흔들었다. 흐트러진 얼마 없는 머리카락을 오른손으로 쓰다듬어 가다듬고 다시 앞을 향해 걸어나갔다. 확실히 첼시는 바닥을 붕괴시켜 구멍을 냈고, 메리는 그 구멍에 셰파즈파이를 밀어서 떨어트려버렸지만, 여기까지 심한짓은 벌이지 않을 것이다. 아니 하지만 이 무너진 방식은 고의가 아니면 힘들지 않을까?

계속해서 부정하지만, 셰파즈파이를 현혹시키는 의혹은 바닥에 달라붙은 껌과 같이 질척하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 셰파즈파이씨!"

마법소녀도 마법사도 아닌 여성이 손을 흔들면서 달려온다. 8부 정도의 길이에 발목을 드러내는 하의를 뭐라 하더라? 무슨 영화의 제목에서 따왔다는것 만은 어렴풋이 기억하지만, 상세한 부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얀 셔츠는 흙으로 더러워져 있으며 소매 부근이 찢어져있었다. 약간 웨이브가 들어간 갈색의 머리를 지금은 뒤쪽에서 묶어두었지만, 평소에는 풀어두고 있는것은 아닐까? 연령은 20 전후 손가락은 길었으며, 손톱은 가지런하게 다듬어져 있었으며, 유독 검지의 관절부분이 도드라져 보였다.

셰파즈파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 비상시기에도 여성이라면 세밀한 부분까지 관찰해버리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마법소녀를 포함하여, 여성들이 그려내는 선은 예외없이 예술적이었으며, 분야는 다른다 한들 그 예술적인 자태를 관찰하는 것으로 요리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게 해주는 것이다.

셰파즈파이가 논리가 사라진 엉망징창인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그녀는 무언가를 얘기하려고 하는것 같아보였지만, 여기까지 달려오는 사이에 호흡이 거칠어져, 정작 셰파즈파이의 앞에 도착하고나서는 양손을 무릎에 얹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숨을 고르기에 바빴다. 셰파즈파이는 그런 그녀를 보며 평소보다 10배의 시간에 걸쳐 숨을 들이 마쉬고 내쉬었다.

"메리인가?"

"엣? 어, 어떻게? 어떻게 알아보신건가요!"

여성은 놀라서 몸을 비틀거리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셰파즈파이는 손을 내밀까 고민했지만 그러기에는 컨디션이 너무 나빴다. 여성은 스스로 일어나, 펌프스의 코부분으로 바닥을 몇번 두드려 신발에 묻은 말라붙은 진흙을 떨어트렸다. 신발까지 흙으로 더러워져 있었다는 것은 털어내기 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너는.. 파스텔 메리겠지?"

"네에.. 그런데요.. 저, 지금 변신 안하고있죠? 어떻게 알아보신건가요?"

우선 분위기가 닮아있었다. 그리고 검지은 굳은살과 미대생같은 복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취미가 있거나 직업으로 삼고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 파스텔 메리의 마법을 연상시켰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을 부를때의 호칭과 느껴진 어조에서 확신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설명할만한 상황도 아니었으며, 과거에 자랑스러운 듯한 기분으로 그런 것을 설명했다가 불미스러운 눈빛을 받은 적이 몇번이고 있었기에, 셰파즈파이는 적당히 이유를 얼버무렸다.

"감이다"

"하아..."

"그리고 넘어지는 것을 보고 확신을 얻었다"

"그런 분별법은 쓰지마세요"

"넘어지지 않았으면 됬을것이다. 그보다 마법소녀 때와 체격이 다르다고 했지 않았었나"

셰파즈파이는 메리를 내려다 보았다.

"별반 다르지 않지 않은가"

"미묘하게 다르다고요"

"다른 마법소녀는 더욱 차이가 있어도 넘어지지 않지않는가"

"미묘한 차이기에 더 힘든거라고요"

변명을 하는 사람은 이렇게나 한심해 보이는 것인가. 자신이 변명할 때도 남들은 분명 봐주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교사라는 것은 몇살이 되어서도 필요한 법인것이다.

셰파즈파이는 깊은 숨을 토해내었다. 이렇게 잡담을 나눌만한 기운이 남아있었다는 것은 알수있었지만, 이런데에 시간을 오래 들일 틈은 없다. 심지어 이 잡담은 쓸모도 없었다.

"지금은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앗, 그래요! 큰일, 큰일이에요!"

"큰일이라는 것은 보면 안다"

"아니에요. 이런것보다 더욱 큰 일이라고요"

훅 하고 의식이 날라갈뻔했다. 본관이 반파된 이상으로 무슨 큰일이 일어났다는 말인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호스트인 셰파즈파이에게는 들어야하는 의무가 있었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다는 것인가..."

"마법사 분들이 쓰러지고, 마법소녀 분들의 변신은 풀려서.."

혹시 자신의 컨디션 불량의 원인도 그건은 아닐까? 질병인가, 가스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인 것인가. 본관의 기능은 그럭저럭 파악하기는 했지만 이 섬의 모든것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혹시 셰파즈파이는 원인에 짐작이 가는게 있다던가.. 하지 않나요?"

"없다. 전혀 모르겠군"

"저택에 이상한 마법이 걸려있다던가, 그 마법이 폭주하고 있다던가 하는건 아닌가요?"

"마법의 힘이 폭주할때는 더욱 눈에 띄는 형태로.. 그래, 폭발이나 화재같은게 일어난다"

"뭔가 연구하고 있던것이 흘러나왔다던가 하는것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한다만..."

유산을 분배하는 것으로 마법의 아이템은 본관의 창고에 정리해두었다. 목록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전문성이 높은 아이템이 많았기에, 전문가가 아니 셰파즈파이가 어떤 아이템이 어떤효과를 발휘할지 모두 파악할수 있는것도 아니었다.

"무너진 곳은 여기 뿐인가?"

"네에, 여기 뿐이에요"

즉, 창고는 무사하다는 것이다. 마법의 아이템이 원인인것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단언할수 없기에 마법이며 마법의 아이템인 것이다.

"가능하다면 전문가의 의견을 묻고싶다만.."

"그러니까 다들 쓰러졌다니까요"

"그렇게나 심한건가?"

"남자아이 한명을 제외한 모든 마법사들이 신음하고 몸부림치고 있다고요. 구원을 요청하기위해 문을 향한 마법소녀 분들도 있고.. 그보다 셰파즈파이씨 잘도 걸어다녔군요. 마법사인데"

몸이 무겁기는 했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것도 뱃살 덕분인가, 아니면 요리에 대한 집념이... 요리라는 말이 머리에 떠오른 셰파즈파이는 고개를 들었다.

"요리... 그래, 요리는?"

"마법사분들은 먹을만한 상황이 아니지만, 마법소녀분들은 변신하지 못하면 배가 비니까요. 일단 섬을 조사하기 전에 배를 채우자는게 되서 주방에 있던 요리를 드셨습니다만.. 괜찮았겠지요?"

셰파즈파이는 발을 굴러, 쓰러지려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였다. 현기증이 인다. 주방에 있던 요리를 먹었다고 이 여자는 말했다. 그것이 대체 무슨 소리인건가. 셰파즈파이는 달려나갔다. 정확히는 기분만이지만 달려나갔다. 평소보다도 무거운 몸이 마음을 쫓아갈수는 없었기에 실질적으로는 속보였지만, 어쨌든 서둘렀다.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쫓아온다.

"그래서 셰파즈파이씨는 뭔가 모르냐고 다들! 알고있으면 알려줬으면 한다고! 듣고계신가요! 셰파즈파이씨.. 아아아앗!"

쫓아오던 여자가 비명을 지르고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이어졌다. 어차피 무언가에 발이 걸렸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넘어진 것일 것이리라. 셰파즈파이는 뒤돌아보지 않았으며 물론 손을 뻗는 일도 없었다. 셰파즈파이는 그저 조급한채 이를 딱딱 부딪혀가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주방에 요리는 없다. 재료는 어디까지나 재료일 뿐, 폰이나 부용은 어지간한 요리 만큼이나 손이 들기는 했지만 그대로 먹기 위하여 만든 것이 아니다. 이제 부터 손을 대어 요리로 탄생시켜 손님들에게 대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계획이 마법소녀들에 의해 무너지려하고 있었다.

셰파즈파이는 요리를 사랑하고 요리를 만들어낸 사람들을 존경하고 있었지만, 요리사도 아닌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은 아니다. 박애주의자도 인도주의자도 아니며, 어리석은 자들을 혐오한다. 당연히 여기서 어리석은 자들이란 완성되지 않은 요리를 멋대로 먹어대는 요리를 모독하는 존재들이었다. 마법사고 마법소녀고 상관없다. 요리를 모독하는 존재는 용납하지 못한다.

뒤에서 발소리가 간간히 구르는 소리와 함께 따라온다. 셰파즈파이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주방의 문을 열고 스토브의 위에 얹어진 냄비를 들여다보고 '아아...' 하고 신음을 내쉬며 무릎을 꿇었다. 냄비에 가득했을 부용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야채의 꼭지와 껍질이 봉투에 채워져있었다. 저것도 써버린건가. 테이블 위에 소스가 묻은 접시가 겹겹이 쌓여져 있었다. 접시를 한장 들어올려 냄새를 맡아본다. 통조림 토마토소스다. '거기에 있었으니까'라는 이유로, 제대로 맛도 확인하지도 않고, 시판된 소스를 궁리하지도 않고 엄선된 신선한 식재에 퍼부은것이다. 다시금 '아아..' 하고 탄식이 흘러나온다.

"아앗! 또 주방에!"

뒤따라온 발소리가 주방에 들어오자마자 책망하는 소리가 들이닥쳤다. 하지만 셰파즈파이에게는 책망 받을 이유가 없다. 멍하게 얼굴을 들어올리자 메리가 화난듯한,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로 무언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무언가는 쌓아올려진 접시들이 방해되어 셰파즈파이의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에 한손을 짚고 천천히 일어서자 접시 더미의 너머에서, 한껏 몸을 웅크리고 수프 접시를 끌어안고 있는 샤워 가운을 걸친 여성이 보였다. 본 기억이 있다. 드리미 첼시가 변신하기 전의 모습니다.

샤워 가운의 여자는 한손에는 수프 접시를, 다른 한손에는 스푼을 쥐고는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아니야, 이건, 내가 나쁜게 아니야"

"나쁜겁니다. 나쁘지 않을리가 없지요. 다른 분들은 여러모로 탐색중인데 우리들만 게으름 부리고 있어서 괜찮을리가 없잖아요. 첼시씨, 틈만 있으면 주방으로 돌아와서 수프를 먹고 있었잖아요. 점심시간은 한참 전에 끝났는데"

"영양소가 필요하다고"

"다른 사람들은 점심만으로 충분하였습니다"

"난 연비 나쁘다고"

"그런 헛소리를... 아앗! 수프 다 먹었잖아요!"

"어쩔수없잖아, 그럴게 이 스프 맛있는걸.. 아, 셰파즈파이군!"

수프 접시를 핥아먹던 샤워가운의 여자가 얼굴이 빛났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듯한 조난자와 같이 기쁨에 가득찬 얼굴이었다.

"이 수프 엄청 맛있었어! 최고! 지금까지 먹어본적이 없을 정도로 맛있었어! 그레이트! 저기, 레시피 알려주라! 집에 돌아가면 엄마한테 만들어달라고 하게"

"적어도 스스로 만든다던가..."

"나보다 엄마가 더 요리를 잘 하는걸"

"아니, 뭐, 그건 그렇겠지요"

샤워가운의 여성은 말했다. 이 스프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이걸 더 이상 먹을수 없다니 사는 보람이 없다며, 이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기운이 솟아 오른다고. 도중에 메리가 '기운이 솟아났으면 일하러 가죠'라고 중얼거렸다. 

셰파즈파이의 탱탱한 볼이 샤워가운의 여성이 스프를 칭찬할때마다 느슨해져 무심코 미소를 짓게되었다. 요리는 완성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상쾌할 정도로 만족감으로 가득차올랐다.  의자를 끌어당기고 쓰러지듯이 주저앉았다. 찬장의 유리문에 반사된 자신의 얼굴은 지금까지 본 어떤 표정보다도 평온해보였다. 이대로 만족한채 쓰러지고 싶었지만, 여기에서 쓰러져있을수는 없겠지 하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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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이랑 병행 번역하면서


흑 끝나면 번역량+@로 올릴려고 했는데


드리미 첼시가 너무 극혐이라 하차하고 한번에 올림


흑은 계속 번역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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