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오직 TVA만을 기준으로 작성한 글이다. 따라서 〈반역의 이야기〉 및 그 뒤를 다루지 않으며, 후속작에서 공개된 설정이나 변경된 설정 등도 다루지 않는다. 왜냐하면 TVA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이며, 당초 계획에선 후속작이 예정되지 않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마마마 TVA에 대한 감상은 여러가지인데, 그 중 특히 유명한 감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연상된다"는 류의 반응들이 있다. 물론 제작진이 마도카를 예수처럼 보이게 했을 거라고 확정할 순 없다.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면 재패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일본 내 내수 시장을 겨냥하며, 일본인 제작진들이 일본인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이야기에서 예수의 알레고리를 의도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일본의 그리스도인 비율은 약 1%이다) 설령 신약성경의 기초적인 내러티브가 교양적인 의미에서 일본인들에게 널리 알려져있다고 전제하더라도, "제작자가 의도했을 의미"라는 건 시청자에게 근본적으로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쓰는 감상문은 어디까지나 수용 미학(Rezeptionsästhetik)적 관점에서, 즉 가톨릭 신자인 '내'가 본작과 대화하면서 얻은 '감상문'이다. 다만 본작과 대화한 많은 사람들이 나와 유사한 감상을 얻어냈기에, 나 역시도 자신감을 가지고 적어보는 것이다. 이는 즉흥적으로 얻은 감상이 아니라, 여러 해 동안 거듭된 대화를 통해 얻은 감상문이다.

1) 텍스트가 내용을 그릇처럼 자체 안에 담고 있지 않으며, 텍스트의 의미는 오히려 독서 행위를 통해서 성립된다는 데서 출발하는 문학 이론. 여기서 텍스트는 독자와 상호 작용을 해야 하는, 반쯤 비어 있는 독서 지침으로 파악된다. 수용 미학에 의하면 문학 유형에 따라서 텍스트의 의미는 많거나(예: 스마트폰 사용 설명서) 혹은 적게(예: 픽션) 확정되어 있다.

나는 마도카의 행적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았다. 신약성경의 〈필리피서〉에 의하면,

ㄱ. 예수는 하느님의 모습(morphē )2)을 지니고 있었으나,
ㄴ. 오히려 자기 자신을 비우고 사람의 모습3)을 취하였다.(하강)
ㄷ. 그는 자신이 죽음의 소명을 가졌다는 것을 받아들였고, 죽었다.(하강)
ㄹ.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하느님은 예수를 드높이 올렸고(상승)
ㅁ. 예수에게 하느님의 이름이 주워졌다.(상승)

6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7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8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10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11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필리피서 2장 6-11절)

2) 여기서 말하는 '하느님의 모습'은 시각적인 외모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신적 현실'을 말한다.
3) 역시 여기서도 '인간적 현실'을 말한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하여 죄로 만드시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이 되게 하셨습니다."(〈코린토2서〉 5장 21절)

이번에는 마도카의 행적을 보자.

ㄱ. 그녀는 마법소녀가 될 필요가 없었다. 모두를 내팽개치고 혼자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ㄴ. 그러나 오히려 그녀는 마법소녀들을 위하여 스스로 마법소녀가 되었다.
ㄷ. 그녀는 마법소녀들을 지배하는 저주를 모조리 짊어지고 마녀가 되지만
ㄹ. 원환의 섭리가 된 그녀에 의해 이 저주가 없어진다.

저주를 받은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주 받은 자들을 위하여 스스로 저주를 뒤집어쓰고 연대하여 저주를 없앤다는 점에서, 마도카는 예수 그리스도를 연상시킨다. 또한 〈히브리서〉 2장 14-18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14 이 자녀들이 피와 살을 나누었듯이, 예수님께서도 그들과 함께 피와 살을 나누어 가지셨습니다. 그것은 죽음의 권능을 쥐고 있는 자 곧 악마를 당신의 죽음으로 파멸시키시고, 15 죽음의 공포 때문에 한평생 종살이에 얽매여 있는 이들을 풀어 주시려는 것이었습니다. 16 그분께서는 분명 천사들을 보살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후손들을 보살펴 주십니다. 17 그렇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했습니다. 자비로울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충실한 대사제가 되시어, 백성의 죄를 속죄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18 그분께서는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이들을 도와주실 수가 있습니다.

예수가 사람이 되고 사람의 실존을 겪었기에 사람을 도와줄 수 있었듯이, 마도카 역시도 마법소녀가 되고 마법소녀의 실존을 겪었기에 마법소녀들을 도와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 질문은 마마마 그 자체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성경으로 본작을 주석하는 것에 가깝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한다면 중대한 문제에 우리는 봉착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말해서 예수의 승천은 '승리'이며, 영광의 세계로 건너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마도카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호무라는 원환의 이치가 죽음만도 못한 끔찍한 상태라 말하지 않았나? 그러나 본편의 스토리 자체만으로 보자면 이는 끔찍한 상태가 아니다. 이쯤에서 마도카와 호무라의 대화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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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무라는 마도카가 혼자가 되는 것은 끔찍하다고 말하지만, 마도카는 혼자가 아니라 말한다. 마도카는 모두와 함께 있을 것이며, 언제나 어디서나 있을 것이다.4) 비록 보지도 듣지도 못하겠으나, 마도카는 호무라 곁에 늘 현존할 것이다. 그리고 호무라는 자신이 마도카를 잊을 것이라며 슬퍼하지만, 그녀는 호무라가 그녀를 잊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더군다나 원환의 이치에 의해 인도된 마법소녀들이 최후에 구원을 받는다면, 그녀들과 일치한 마도카 역시도 그녀들과 함께 구원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4) 이는 비유가 아니다. 마도카는 역사의 시간축을 벗어나있으며, 마법소녀들의 구원을 위해 '지금 여기'에서 활동한다. 그리고 승천한 마법소녀들은 마도카와 늘 함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편 마지막의 문구를 살펴보자:

Don't forget.
Always, somewhere,
someone is fighting for you.
As long as you remember her,
you are not alone.
잊지 마라.
언제나 어디서나
누군가 당신을 위해 싸우고 있다.
당신이 그녀를 기억하는 한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적어도 본편 기준으로는, 호무라가 마도카를 기억하는 한 호무라는 혼자가 아닌 것이다.

아주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예수의 승천을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예수는 하느님 나라로 건너갔으나, 예수의 친구들(=교회)이 그렇다고 예수와 헤어진 것은 아니다. 성경에 의하면 승천 이후에도, 예수는 교회에 현존한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며, 정말로 말 그대로 예수가 교회에 현존한다는 것이다.

〈루카 복음서〉 24장 13-32절에서는, 부활한 예수의 발현 이야기 하나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13 바로 그날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14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15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16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중략) 27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28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29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30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31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성경을 강론하고 빵을 떼어 나눈다는 점에서, 마치 교회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곧, 교회의 삶 속에서 부활한 예수는 현존한다는 것이다. 21세기의 그리스도인인 내가 동네 성당에서 강론을 듣고 빵을 먹는 바로 그 현장에, 예수 그리스도는 참으로 현존하신다. 비록 루카 복음서에서는 그리스도가 자신의 손으로 빵을 들고 21세기의 성당에서는 사제의 손이 빵을 든다는 차이는 있으나, 21세기의 교회가 살아가는 자리에서도 예수가 현존한다는 건 성경의 분명한 가르침이다. 사도 바오로가 말하였듯이,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티아서〉 2장 20절)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교회 안에, 특히 성사 안에 언제나 현존하십니다.
-《가톨리 교회 교리서》의 발행에 관한 교황령 中(1992.10.11)

나는 '프란치스코의 기도'로 알려진5) 익명 저자의 기도문이 마도카를 잘 나타낸다고 본다.

5) 진짜로 성 프란치스코가 이 기도문을 작성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성 프란치스코의 정신을 나타내준다.

주님,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마도카 역시도 그렇게 살았다. 마법소녀들에게 미친 저주를 파괴한 것은, 다름 아닌 희생이었고 마도카의 자기 비움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아둥바둥 발버둥쳐도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었던 마법소녀들은, 비로소 저주에서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마도카를 통하여 마도카와 함께 마도카 안에서(Through Her With Her In Her)!!

이제 감상문을 마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겠다. 나에게 있어서 마마마는 단지 예수 모티프의 캐릭터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넘어서,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경륜을 묵상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애니메이션이다. 이는 우스꽝스럽게 보일지 몰라도, 어설프게 그리스도교를 모티프로 한 애니메이션들보다 마마마가 훨씬 더 예수의 면모를 훌륭하게 나에게 제시하였다. 당연히 마도카는 예수가 아니다. 그녀는 선재하는 하느님이 아니다. 그러나 "꽃은 '아름답다'"는 말과 '그 여자는 '아름답다'"는 말에서 '아름다움'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비(類比)를 이루고, 모든 사랑이(성적인 사랑도 아가페적 사랑도) 유비(類比)를 이루듯이, 마도카와 예수 사이에는 어떤 유비(類比)가 성립한다고는 충분히 말할 수 있다. 나에게 마마마는 그러한 애니메이션이다.

〈지옥에 내려가신 예수〉 Spanish Chapel, S. Maria Novella, Florence, Ita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