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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도 ‘병’도 아닌 동성애

운영자 2009.02.18 11:07:38
조회 4004 추천 10 댓글 3


 여섯째, 동성애형(同性愛型)-동성애란 말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입에 담기 껄끄러운 말로 되어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동성애를 다룬 영화 ‘크라잉 게임’이나 ‘패왕별희(覇王別姬)’ ‘M.버터플라이’ ‘필라델피아’ ‘토탈 이클립스’ ‘네이키드’ 등이 수입 상영되면서,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차츰 고조되고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동성애자 수가 점점 더 늘어나 사회단체까지 결성하고 있으며(한국에도 동성애자 단체가 생겨 소식지까지 발간하고 있다), 이젠 정신의학적으로도 동성애를 ‘병’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동성애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 사회에서는 당연한 성애로 인정되었고, 중국에서도 그랬다. 동성애는 본질적인 동성애와 양성애를 겸한 동성애로 나눌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여성스러움을 타고난 남성의 경우나 남성스러움을 타고난 여성의 경우에는 본질적인 동성애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여성의 불친절과 남성화현상에 염증을 느낀 보통 남성들은 양성애자가 되기 쉽다. 여성 역시 남성의 억압과 횡포에 대한 반발로 양성애에 빠져든다. 또한 이성에게서 사랑의 상처를 받은 이들 역시 동성애에 빠져들 확률이 높다고 한다.


 동성애 문제는 음양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이성애만을 추구하는 보통사람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현실이 현실이니만큼 그것을 죄악으로 보거나 변태로 볼 수는 없다고 본다. 굳이 동성애가 늘어나는 원인을 추리해보자면, 결국 인간의 창조적 상상력이 무한하여 계속 별스러운 쾌락을 추구한 나머지 도달하게 된 특이한 애정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남성에게는 용감하고 정력적인 남성상만을, 여성에게는 복종적이고 부드러운 여성상만을 강요해왔기 때문에 빚어진 반동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입장에서 동성애 문제를 조명해본다면, 나는 동성애가 인간의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의식’과 창조적 미의식의 결합에 의해서 생긴 가장 변태적인 성행동이라고 본다. ‘변태’라는 말은 여기서 ‘창조’와 거의 동일한 의미로 쓰인 것이다(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부정적 의미의 변태는 없다).


 인간은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 ‘변태’를 창조해내어 눈부신 문화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진화론에서도 인간이 다른 유인원들과는 다르게 고도의 사고능력과 언어능력을 가진 동물로 발전해간 근거로 ‘돌연변이’를 든다. 그런데 이 돌연변이란 바로 변태에 다름아닌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리스의 대철학자인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은 물론 그 이후의 수많은 천재적 사상가나 예술가들 중엔 동성연애자가 많았다. 이는 음양의 자연법칙까지 깨가며 보다 창조적이고 인공적인 성적 엑스타시를 추구해보려는 천재들의 도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특히 남성동성애자 가운데 여성적 아름다움을 동경하여 주위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사한 치장에 전념하는 여장 남성들한테서 그들의 미에 대한 열정과 적극성을 발견하고 묘한 감동과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 그들은 내가 좋아하는 매니큐어칠한 긴 손톱이나 화려한 장신구, 그리고 그로테스크하리만치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데, 이는 보수적 여성해방론자들이 주장하는 “여성의 화장은 오로지 남성들의 강요에 의한 것이다”의 허구성을 입증하는 좋은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진심으로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며, 관능적 아름다움에 대한 자유로운 추구가 제한된 기존의 남성상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남성은 반드시 용감해야 하고 미적 치장에 무관심해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로 강요된 것이지 타고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남성을 전쟁터로 몰아내기 위해 긴 세월에 걸친 세뇌로 만들어진 진정 불평등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남성도 여성처럼 인공미를 통해 아름다움을 가꿔나가고, 여성해방론자들도 지금처럼 ‘남성 닮기’를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갖고 있는 미적 본성을 십분 발휘하는 것은 목표로 삼을 때, 그때 비로소 지구상엔 전쟁이 사라지고 유미적 쾌락주의를 통한 복지지상주의(福祉至上主衣)의 실현과 영구평화가 이룩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손톱을 길게 길러 정성껏 가꾸는 여성은, 손톱이 부러지는 것이 겁나 다른 사람을 마구 할퀼 수 없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군인들에게 머리를 길게 기르게 하고 화장과 몸치장을 허락하면 전의(戰意)를 상실(물론 좋은 의미에서)하게 될 게 뻔하다. 양쪽 다 전의를 상실하면(다시 말해서 비겁해지면)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동성애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성을 단지 ‘생식을 위한 성’으로서가 아니라 ‘미적 탐닉을 통한 쾌락으로서의 성’으로 바꿔나가려는 인류의 무의식적 노력이, 인구폭발에 대한 집단무의식적 방어심리와 결부되어 상징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동성애는 지금까지 지배자들에 의해서 고착된 남녀의 고정적 성패턴과 성역할을 거부하여 보다 당당한 미적 추구의 자유와 주체적 쾌감을 확보하려는 급진적 노력의 소산이요, ‘천명’에의 거부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어쨌든 ‘인간의 힘으로 선천적 운명 이기기’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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