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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 의도’로 막힌 세상 뚫어보자

운영자 2009.01.15 14:15:55
조회 1607 추천 5 댓글 3

  ‘역설적 의도’란 역경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거꾸로 생각하여 밀고 나가라는 말인데, 제일 좋은 예를 불면증의 치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잠이 안 올 때는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일부러 잠을 쫓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앉아서 책을 읽든지 일을 하든지 말이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쓰러져 저절로 잠이 들게 되는 것이다. 수면부족과 불면에 대한 근심은 잠들고자 하는 ‘과잉의도’를 가져오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잠을 빼앗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돈이나 출세, 이성관계 등에도 다같이 적용된다. 유명한 대중가요 가운데 남인수가 부른 <청춘고백>이 있다. 그 첫줄은 “좋다할 땐 뿌리치고 싫다 하면 부여잡는..”으로 시작되는데, 역설적 의도를 통속적으로 잘 비유한 가사가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예수나 석가가 가르친 것도 모두 다 ‘역설적 의도’에 의한 섭세법이었다. 마음이 가난한 자, 즉 욕심이 없는 자가 오히려 복을 받으며, 재물(色)을 얻을 수 있다는 진리, 이것은 죽은 뒤에나 천당이나 극락에 가보자는 현실도피적 가르침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있는 동안에 ‘복’을 받을 수 있는 실천원리였다. 이충무공의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 즉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왠지 일이 잘 안 풀리고 초조해질 때면 모든 것을 뒤집어 생각하고, 엄마 개구리가 동쪽으로 가라면 서쪽으로 가고 서쪽으로 가라면 동쪽으로 갔다는 ‘불효자 청개구리’식의 억지나 떼를 써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일이 술술 풀려나간다. 실제 심리치료에 있어서도 말을 더듬는 사람의 경우 “말을 더 더듬어봐야지”라는 강한 의도는 오히려 말을 더듬지 않게 만드는 효력을 지닌다.


  빅터 프랭클은 우리가 고난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과 친숙해지는 것, 즉 그것의 존재에 공포를 느끼지 않고 그것을 가까이 하려는 태도가 오히려 고난을 없애주는 유일한 방도라고 말하고 있다. 고난은 또한 인생의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인생은 마라톤이자 한편의 드라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의 ‘완성도’를 가지고 따져야지 부분을 가지고 그 성패를 따질 수는 없다.


  모면키 어려운 극한상황에 직면했을 때, 피치 못할 운명, 불치의 병에 걸리거나 그밖에 절망을 눈앞에 둔 한계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에겐 가장 높은 가치의 심오한 의미, 즉 ‘고난의 의미’를 실현하는 최종적인 기회가 주어진다. 이것은 곧 ‘궁한상태’를 통하기 위한 밝은 조짐으로 보는 역(易)의 사상과 그 발상의 틀을 같이하는 것이다.


  유태인이었던 빅터 프랭클은 나치정권에 의해 그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용되어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그의 유명한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인데, 이것은 주문왕(周文王)이 장기간의 옥살이 끝에 역(易)의 기초를 구상할 수 있었다는 사실과 유사하다 하겠다.


  물론 프랭클이 말한 ‘생의 의미’란 다분히 기독교적 정신주의나 데카르트식 이성우월주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쾌락원리에 따라 지배되는 동양의 실용주의나 현실주의와는 상당히 어긋난다. 하지만 인간이 기독교사상에서처럼 영혼의 정화를 통해서 의미를 찾든, 실제적인 부(富)나 안락 등의 쾌락을 통해서 의미를 찾든, 찾는다는 사실 자체는 마찬가지다. 아무튼 인간은 죽을때까지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럴 때 그 ‘추구’를 현실로 실현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역설적 의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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