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3. 그런데무엇을 끌어올리는건데? 어떻게 끌어올리는건데? 왜?
A3.
"우리는 인류의 우물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아낸 최초의 사람이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잊혀지고 부정당해오며 지금 대부분은 느끼지 못하지.
소수의 사람만이 그 존재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을 뿐이야.
하지만 카르멘만큼은 존재를 확신하고 우리를 설득했어.
존재한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그 우물에 접근 또한 가능하다는 것일테니,
세계의 병을 치료할 해결법은 우물과 관련있을 것이라고 말야. (잠깐, 여기서 세계의 병은 아까 죽음의 본능이라고 해석해봐.)
우리가 카르멘의 뒤를 이어 진행한 연구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성공이었네.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가능성이 담겨있는 태고의 바다를 세상 밖으로 건져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냈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두레박 을 쥐어준다면 모두가 각자의 우물 에서 자신만의 물 을 끌어낼 수 있을 지도 몰라.] ★
대단한 일이지.남모르게 오만한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가.
인류가 잊고 살았던 태고의, 생명의 물이자 불을 일깨워 줄 수 있겠다고 말이야." -47일, 아벨
"그리고 그 처참함 속에서 너는 모순적이게도 희망(=카르멘이 생체적합도가 적합함)을 발견했지.
두레박의 원 재료이며,
모든 사람들의 강물, 그 속으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 말이야.
너는 그녀를 통해 만든 두레박을 다른 사람들의 우물 속에 내리기 시작했어.
그 사람 만의 우물에서 그 사람 만이 퍼낼 수 있는 물이 담긴 채 두레박은 올라가지.
세계가 생기기 전부터 밑바닥에서 흐르고 있었던 태고의 샘이.
그 사람과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저 끌어올려진단다." -비나, 에피소드4
=> 태고의 샘에서, 인류의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그 사람의 물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카르멘이 말하는 '정신치료'를 할 수 있어.
그렇다면 빛의 씨앗은 발아되면 각자 자기만의 두레박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거네!
"카르멘의 육체를 재구축하고 분화시키고 증식시켜가며 너는 두레박을 만들어냈고,
코기토라고 불리는 죽음과 생명의 액체를 추출해냈지.
당시에는 아주 소량의 액체만이 추출되었지만, 어째선지 그 액체는 무한히 솟아나기 시작했고, 마치 웅덩이 처럼 고여있단다." -비나, 에피소드 5
"그래, 그대가 원하는 대로 비로소 깨지 않는 꿈을 꿀 거야.
곧 직원들이 코기토를 투여할거야.
이 자에게는 어떤 강이 흐를까, 또 어떤 세계가 나올까,
사람마다 품고 있는 세계는 무한히 다르기에 지켜보는 재미는 제법 볼 만 하지.
(중략)
아무도 이 장면을 보지 못하지…
그렇기 때문에 지금 네가 보는 것처럼 모두가 눈과 귀를 가린 채로 코기토 양을 내 지시에 따라 조절하고 있는 것이지." -비나, 에피소드4
=> 코기토를 투여하는 것은 카르멘으로 만든 두레박으로 그 사람의 우물에서 그 사람의 물을 퍼올리는거야.
코기토를 투입하는걸,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그 사람의 물을 퍼올리는 것이라고 비유한거네!
=>코기토를 투입하는건 카르멘으로 만든 두레박으로 사람들의 원형을 끌어올려, 존재에 대한 뿌리를 내리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이 기계와 달리 존엄하고 특별한 존재임을 증명할 수 있네!
Q4. 잠깐, 그렇게 코기토를 투입해서 만들어진 환상체가 카르멘이 원했던 정신치료의 결과물이라는거야?
A4. 아니야. 하필 환상체가 되는건 부작용이야.
아까 읽은 내용에, 특정 단어에 집중해서 읽어보자.
"그녀의 빛 바랜 이상이 담겨 있는 두레박과 타인의 자아가 만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너는 그녀를 통해 만든 두레박을 다른 사람들의 우물 속에 내리기 시작했어.
그 사람 만의 우물에서 그 사람 만이 퍼낼 수 있는 물이 담긴 채 두레박은 올라가지.
세계가 생기기 전부터 밑바닥에서 흐르고 있었던 태고의 샘이.
그 사람과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저 끌어올려진단다.
그녀의 빛 바랜 이상이 담겨 있는 두레박과 타인의 자아가 만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 비나, 에피소드 4
내 우물에서는 내 두레박으로만, 나만이 퍼낼 수 있는 물이 있어.
그런데, 카르멘으로 만든 두레박으로 내 우물에서 멋대로 내 물을 퍼내면, 부작용을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거야.
그리고 그 변화의 결과로, 환상체라는 괴물이 탄생하게 되는거야.
"당신이 환상체라는 존재를 만난지 많은 날들이 지났어요.
이제 당신에게 환상체는 첫만남처럼 마냥 미지의 존재는 아니겠죠.
다시 물을 게요. 당신은 환상체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오, 제발 이제 와서 세상에 갑자기 나타난 괴생명체이니, 우리가 격리를 해야 하는 존재니 같은 말을 계속해서 믿고 있는 건 아닐 거 아니에요.
환상체는 이야기 속에서 등장할만한 악한 괴물들이 아니에요.
죄를 묻기위해 우리에게 내려온 초자연적인 신도 아니죠.
세계의 제일 밑바닥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흐르고 있던 강(=태고의 샘)이 있어요.
인간이라는 종이 잊고 있던 모든 것의 근원(->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장소)이죠.
누구도 그 존재를 몰랐지만 세계의 어딘가에서는 강과 통할 수 있는 아주 조그만 틈이나 구멍이 있어요
때때로, 외곽의 ‘검은 숲’(태고의 샘과 닿아있어 자연적으로 코기토와 닿은 인간이 존재해서 태고의 샘이 있음을 증명하는 곳)에서는 그 틈을 통해서 기어나온 존재들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당연하게도, 로보토미의 에너지를 충당하기에는 그곳의 숫자는 너무나 부족해요.
우리의 신기술이라는 것은 환상체로부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환상체를 창조하는 것, 그 자체에요.
우리가 잊고 있던 것에서 나왔기에 그것들은 불완전 했고, 불완전 했기에 우리는 두려워 하였으며, 두려워 하였기에 지하에 격리를 시켰어요.
하지만 환상체는 씨앗의 일부에요. 제가 전에 말했던, 그 ‘가능성’이죠." - 42일, 앤젤라
드디어 밝혀지는 빛의 씨앗의 존재 이유!
카르멘으로 만든 두레박으로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리는건 부작용으로 환상체가 되어버려. A는 그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A는 빛의 씨앗을 발아시켜서, 모두에게 빛의 씨앗을 뿌려서 각자가 빛의 씨앗을 발아실 수 있는 기회를 주는거야. 빛의 씨앗을 성공적으로 발아시킨 사람은 자기만의 두레박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자기만의 우물에서 자기만의 물을 길어 올릴 수 있게 되는거야. 그렇게 각자 자기만의 물을 길어 올림으로써, 각자가 존재에 대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는거고, 우리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드디어 밝힐 수 있게 되는거야!
그렇게 함으로써,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대표되는 근대 철학의 궁극적인 목표를 A와 카르멘이 증명할 수 있게 되는거야.
([댓글보고 추가함]참고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원어로 "Cogito ergo sum"이야.
코기토가 이름이 코기토인 이유는, '사람은 생각할 수 있으므로 존재한다'를 증명하는 물질이니까 이름 정말 잘 지은거 같네)
Q5. 그렇다면 왜 애초에 기계인 앤젤라는 빛의 씨앗을 훔쳐도 아무런 이득이 없잖아.왜 빛의 나무를 탈취한거야? 순전히 복수?
A5. 아니, 앤젤라는 빛의 씨앗을 '해방의 빛'이라고 부를 정도로 빛의 씨앗을 필요로 했어.
오히려, 로보토미의 핵심질문에 완벽하게 답을 하기 위해서 빛의 나무는 3일 뒤에 탈취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어.
띠용? 하고 뭔 소리여 하는 사람들이 많을꺼야.
하지만 이제껏 글을 읽으면서, 반박하고 싶은 찜찜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게 아래 논증이라면 박수를 보내고 싶어.
스스로 철학자라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꺼 같아.
카르멘이 생각했던 삼단논증:
(대전제: 태초의 샘에서 물을 끌어올려 존재의 뿌리를 내리는 것은 존재하는 존엄한 이유가 있는 것을 보이는 것이다.)
(소전제: 모든 사람이 그 사람만의 두레박으로 모든것의 근원인 태초의 샘에서 그 사람만의 물을 끌어올릴 수 있다.)
(결론: 인간이 기계같은 다른 존재들과 달리 존재하는 존엄한 이유가 있다.)
이 논증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그러니까, 만약에.... 이런 삼단논법이 성립한다면... 카르멘의 논증은 물거품이 되어버려.
(대전제: 태초의 샘에서 물을 끌어올려 존재의 뿌리를 내리는 것은 존재하는 존엄한 이유가 있는 것을 보이는 것이다.)
(소전제: 앤젤라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다. 그런데 앤젤라도 100만년의 시간과 4일치의 빛의 씨앗을 통해 두레박으로 앤젤라만의 물을 끌어올릴 수 있다.)
(결론: 인간 말고 앤젤라도 존재하는 존엄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많은 기계가 앤젤라처럼 태초의 샘에서 물을 끌어올려 존재의 뿌리를 내리게 된다면 인간이 기계와 다를 것이 사라진다.)
기계는 두레박으로 태초의 샘에서 길어 올리지 못해야 카르멘이 생각했던 삼단논증이 성립할 수 있는거야.
인간은 전부 되고, 인간이 아니면 전부 되지 않아야 의미가 있으니까.
카르멘의 논증은, 핵심 질문에 대해서 말 그대로 7분의 3쪽짜리 대답인거야.
또, 앤젤라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앤젤라는 A에게 기계라고 수도없이 까였어.
그런데 앤젤라가 두레박으로 자기가 인간처럼 존재하는 존엄한 이유가 있다고 증명할 수 있다?
그건 앤젤라에게 '인간의 노예인 기계'에서 '인간과 같이 존엄한 존재'로 해방될 수 있다는걸 뜻해.
이것이 앤젤라가 빛의 씨앗을 탈취하면서 "해방의 빛이 필요해"라고 한 이유야.
그러니까, 로보토미의 핵심질문에 대해서 카르멘의 대답이 100%가 되려면,
앤젤라가 자기만의 두레박으로 자기만의 물을 길어 올릴 수 없어야해. 앤젤라가 카르멘이 말하는 '영혼치료'를 실패해야해.
기계 입장에서 신과 같은 존재인 인간과 같아지기 위해서 앤젤라는 바벨탑을 세워야 하고,
앤젤라는 자기만의 물을 4일치 빛의 나무로 태초의 샘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온갖 지식을 쓸어모아 도서관을 세워 연구해야 하고,
결국 바벨탑이 무너지면서 앤젤라의 카르멘에 대한 반역이 실패해야해.
그러면 남은 4일 치의 빛의 씨앗이 모두 세상에 뿌려지면서 드디어 문프로젝트의 핵심 질문에 대한 대답이 완성되는거야.
기이이이인글 차근차근 읽어줘서 정말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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