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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싫은 뿌리 <유영철>

흑단나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7.28 03:42:33
조회 589 추천 1 댓글 29

네가 잠겨 있는 밤은 영원히 사라질 수 없는 밤이다. 나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차디찬 빙산 위에 위태롭게 매달린 채로 공허의 거리를 홀로 누볐다. 여러 인파들을 지나치며 수 많은 주황빛 나트륨등燈 뒤에 어지러이 널려 있는 네 자취들의 행렬을 발견함에 나는 소등消燈 했다. 이것은 마치 묵빛 사신 하나가 서슬퍼런 낫을 들고서는 천정이라는 썩은 가식의 동아줄을 나의 우물 위에서 썩둑 하고 내리 끊는 것이었다. 저 멀리 외곽으로 자리 잡은 검은 소나무들이 바람에 휩쓸리면서 아득한 소주燒酒향을 몰고 올 동안 이것은 나를 더욱 비참토록 만들 것이요, 또한 나를 현실 속에서의 퇴각退却으로 매몰차게 내동댕이 쳐 버릴 것이다. 나는 깃발 잃은 자의 설움에 빠져 백지의 거리를 너털 너털 걷다가 오늘 만큼은 처절히도  바랜 그 도로를 나 홀로 질주 하고 나서야 드디어 고삐 풀린 우스운 망나니가 되어버렸다. 사방에는 그저 터져나오는 빛들과 울림 없는 나팔소리들 뿐, 한낱 고개 위로 떠오르는 상념想念들 마저도 연거푸 깨어지면서 나의 어깨 위로 쏟아져 내렸다. 나는 빈 집 마다 누군가를 찾아다니며 노크하는 정신병자 마냥 커다란 소쩍새와 함께 밤 산행을 하기도 하며 그 흔한 생채기들을 자연스레 하나씩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와 그녀의 자취들과 그리고 어설펐던 꿈의 자욱들을 저 솔방울 버려진 어두운  아래에 계음戒飮을 시작하고는 묻어 버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여러 해가 지남에 따라 그것은 더욱 더 깊은 곳으로 침식해 내리며 골수骨髓에까지 뿌리  뻗음에 나는 결국 해의 마지막 날 마다 그 오만방자한 잎사귀들을 단단히 쥐고서 당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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