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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 회 엽편 경연] 식사.

김호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1.28 01:25:09
조회 163 추천 0 댓글 6


변깃물 내려가는 소리가, 꿀럭꿀럭, 방 안에 감돈다. 화장실 벽을 타고, 내 방 벽 속 파이프를 따라서, 윗 집 배설물이 내 방을 지난다. 나는, 가만히 벽에 귀를 댄다. 꿀럭꿀럭, 하고 벽이 운다. 벽을 핥아본다. 벽 맛이다. 아니, 벽지 맛, 먼지 맛. 먼지가 붙은 종이 맛, 벽지 맛. 이 맛은 따스한 맛이다.

이참에, 유리도 핥아 본다. 차갑다, 매끈하다. 혀가 창문을 타고 미끄러져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내려온다. 매끈, 하다. 맛은, 물 맛이다. 겨울이라 창문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먼지와 물과 유리, 차가운 맛이다.

따스한 맛과 차가운 맛은 같은 공간에 존재했다. 그렇다면, 방안에 있는 책과 이불과 컴퓨터와 모니터와 담배 꽁초와 나무와 CD와 그밖 소소한 모든 것들의 맛은, 따스한 식탁 맛일 테지.

전등을 끄고, 창가에 섰다. 창문은 열지 않은 채, 유리에 얼룩진 가로등 불빛을 바라봤다. 어릴 때, 내가 한창 울다가 바라봤던 태양과 같은 모양이었다. 둘이 같아 보인다는 것은, 내가 지금 울어 마땅한 상황이란 것이다. 하지만, 울 수 없다. 나는 지금 식사 중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맛봐야 한다. 이것은 내 권리이며, 마땅히 해야할 소업이다.

옹벽에 앉아 탐내던 60평형 아파트, 그 발코니, 그 넓직한 거실, 그, 단란한 모습들. 나는, 그것을 보느라, 이것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라도, 맛,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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