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고요속에서 고독이 다시 밀려오는게 느껴져. 아름다운 익사체가 떠오른 해변에서 쏟아져 오는 밀물처럼, 아무 말도 없이 다가오는 꿈의 물결처럼, 앙상한 나무 가지 같은 메마른 두 팔을 활짝 열고, 하얀 잿더미 같은 죽은 자의 냄새를 풍기면서 나를 감싸 안으면, 나를 에워싸는 죽은 여인의 고독, 메마른 그녀의 두 팔 너머로 보이는 어머니의 바다. 만과 수평선이 맞닿는 경계에서 어둠이, 어둠이 사랑의 고뇌라는 그림자를 끌고 오면서 경계를 덮고 있어. 이윽고 내 발자국의 흔적을 지우고 가는 잔물결들. 파도에 실려오면서 얽히어지는 두 마디씩의 화음들. 암녹색의 거울 같았던 바다의 수면을 사랑의 고뇌가 완전히 감싸 안으면, 새까만 천상의 궁륭에서 쏟아져 나오는 하얗고 반짝이는 가슴들. 아아. 별들이여. 별들이 쏟아지는 도시여. 한때 내 운명의 좌표였던 크롬의 성좌여. 여왕이여. 파도가 속삭이는 말들을 듣고 있겠지. 사랑의 고뇌가 쏟아내는 물거품들의 소근거림이 그대의 쇄골에서부터 곡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것이 보여. 나의 고장난 신경 회로조차 하나 둘씩 백혈구들이 깨어나고 있어. 그들이 슬그머니 눈을 뜰 때마다, 내 머리를 때리는 고통. 그래서 뜨거워진 눈을 지긋이 감으면서 파도가 연주하는 화음들에 집중하지. 마침내 당신의 어깨에서 두 마리의 올빼미들이 날개를 펼치면서 날아오르네. 이윽고 나의 백혈구들은 세상의 베꼽으로 몰려가지. 당신의 둥근 배위에 모여있는 뜨거운 피들. 여왕의 신탁이 오길 기다리며, 명상에 잠겨 있지. 파도가 뿜어내는 화음에 귀 기울이며. 옴팔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