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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이 떠오르던 하늘

1241(49.161) 2024.04.08 14:54:26
조회 84 추천 0 댓글 0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런 생각을하면서 흐린 모텔 창 밖을 내다본다. 홀연한 나체지만 부끄럽지 않다. 안과밖의 온도차로 뿌옇게 낀 성애를 가만히 문지르자 창 건너편이 보다 선명히 드러난다. 크리스마스다. 누군가들의 웃음소리를 환청처럼 듣고 7층 아래 지상에서 도란도란 손을 맞잡은 커플들과, 가열차게 붉어진 얼굴로 만면의 미소를 띈 채 무리지어 움직이는 남자다섯, 치마가 과하게 짧은 여자 세명을 번걸아 바라본다. 어디가는걸까. 커플은 가볍게 한 잔 마시고 모텔로 들어가고, 무리들은. 헌팅을 할까. 다섯명이면 너무 많다. 확률이 없다. 그렇다면 먹고마시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염없이 그들을 바라보다. 헐 벗은 몸에 갑작스레 느껴지는 한기에 한차례 몸을 떤다. 차를 마시자. 커피포트에 화장실 세면대의 물을 따른다. 생수는아까 섹스 한 다음 다 마셨다. 어둠속의 테이블에 홀연히 커피포트 점등빛만 선명하다. 붉은색. 무주의 맹시를 계속하자 이내 몽롱해지고 귓전으로 물 끓는 소리가 들린다. 종이컵에 따르고 녹차티백을 부욱 찢어 담근다. 비린찻잎 냄새가 가만히 떠오른다. 한 모금 마신다.

나도 줘.

그녀가 잠에서 꺤 모양이다. 아마도 어쩌면. 목소리가 막 잠에서 일어난 사람같지는 않다고. 그런 생각을하면서 다른 종이컵에 물을따른다.

물이 부족한데.

그냥 줘. 많이부족해 ?

어. 쓸것같애.

그럼 네 걸 줘.

그래.

나는 반쯤마신 녹차를 조심스레 건낸다. 침대 머리맡에서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온 그녀가 녹차를 받아든다. 손목의 흉터. 강팍한나체. 혼란스럽고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든다. 후루룩. 이제 그녀는 차를 마신다. 나는 담배를 피울 요량으로 부족한 물이담긴 종이컵을 앞으로 끌어온다. 담배에 불이 붙는다. 가만히 피운다. 어둠이라 마음이 편하다.

나도 줘.

내건 독한데 괜찮아 ?

아까 산다는거 깜박했어.

나는 담배를 한 대 건내고 종이컵의 위치를 침대 머리맡으로 바꿔둔다. 그녀가 가만히 담배를피운다. 스으읍. 그녀는 담배를 피울 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남들보다 크다. 손목의 흉터가 많다. 이인감을 자주 느끼고 알약을 여섯개인가 먹고 밖에선 멀쩡하다. 내가 아는 사실은 거의 이것이 전부고 나머지는 모른다. 이름이 사실인지 나이가 사실인지. 어젯밤 술을 마시면서 들었던 지난한 흉터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우린그저 벌이에는 과분 할 만큼 술을 마셨고, 입었고, 흘러보내다 섹스를했다. 그것도 사실이군. 나는 담배를 하나 더 피우기로한다.

밖엔 어때.

그녀가 어둠속에서 툭 묻는다. 담뱃불이 점멸 할 때 마다 얼굴이 드러났다 사라진다. 맞아. 저런 얼굴이었다.

무슨 밖 ?

아니. 아까 창 밖을 나체로 보고있길래 뭐 있나 해서.

좀 부끄럽다는 생각이든다. 변태인줄알면 어떻게하지. 특이성향은 없는데.

그냥봤어.

푸하핫. 아래서 보면 미친변태인줄 알겠다.

그녀의 웃음에 따라웃는다. 안보이지 아래에서는. 성에도 많이꼈고.

그래 ?

그녀가 내 말에 반색하더니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난다. 검은실루앳을 걸친 몸을 가만히바라본다. 그녀가 도도도 걸어 창문앞에선다. 얼굴을 창에 가까이 붙인다.

차갑다.

차갑지.

음.

음.

흠.

흠. 뭐가 보여 ?

하니 그녀가 한참 창 밖을 바라보더니.

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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