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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테이크 - 이혜미

ㅇㅇ(220.118) 2023.11.29 21:46:33
조회 585 추천 6 댓글 4

원테이크

이혜미

 

그러니까 우리가 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갓 내린 영혼을 테이크아웃해 온 거라고 믿는다면. 하나뿐인 몸에 일렁이는 마음. 다시 돌아가 무를 수도 없는 첫 모금이 시작된 거라면

너를 봤어.

넌 태어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문가에 앉아 있었지. 얼음이 녹아갈 때 마음의 겉면은 맑고 슬픈 액체를 흘린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잠시

너는 플라스틱 컵, 깨진 액정, 한쪽뿐인 이어폰, 이면지, 어설픈 맞춤법, 끝물 과일을 사랑한다고 했어. 불완전해서 유일해진 것들만을

 

인간은 자신 아닌 모든 것을 영원이라 부르지. 미래는 이미 끝나 버렸고 옛날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까. 일회용 컵을 씻어 다시 물을 마시고 구멍을 뚫어 흙을 채우고 식물을 심으며, 다시 태어날 것을 몰래 믿으며

매장에선 끝없이 음악이 흘러나왔어. 다정한 사람들이 무심히 노인이 되어가는 동안. 다시 들을 수 없고 2절 없는 단순한 무한

너를 훔쳐보며 하루치의 시간을 마시다가 지금이 나의 마지막 신이라는 걸 눈치 챈 순간 남아 있던 영혼이

뜨겁게

탁자 위로

엎질러졌다

버려진 영수증을 주워 펼치면 음용시 주의사항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지 ; 오늘의 감정에는 오늘의 책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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