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아 천국에서 만나자

보이스톡 너머로 할머니 힘든 숨이 들린다

다음 날 새벽 비행기

열여섯 시간 정도를 날아 내가 도착한 곳은

응급실이 아닌 장례식장

비행기 안에서 일부러 기도 하지 않았다

기도까지 하면 정말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한 평생 개고생만 한 할머니가

그 작은 액자에 갇힌게 화가 나서 많이 울었다

우진아 천국에서 만나자

할머니 나 하나님을 믿지 않아요

할머니 짐을 정리하다 나온 감사헌금 봉투

\'수련회 잘 마치게해주어 고마습니다. 박병수 권사\'

손자들은 의사도 됐고 유학도 갔는데

우리 할머니는 진심으로 썻다 \'고마습니다\'

나는 그게 또 억울하고 화가 나서 많이 울었다

사망 신고를 하고 동사무소를 나서면서

종이로 처음 만난 할머니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동생분들

아, 할머니도 가족이 있었는데

할머니도 처음엔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언니 혹은 누나

나는 할머니가 애초에 할머니로 태어난 줄 알았다

작년의 불행을 넘어 진짜 내가 하고싶던 말

\'나도 고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