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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향기는 어디서 오는가모바일에서 작성

ㅎㅋㅎㅋ(124.61) 2018.09.12 23:03:18
조회 108 추천 0 댓글 1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겨왔다.
배를타고 30여분을 넘게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그 곳에 다다르자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2018년 5월 24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남들은 자식의 도리를 지킨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어머니가 나를 자식으로 생각했을지는, 글쎄 모르겠다.
내 기억 속 어머니는 우직한 사람이셨다. 아버지를 잃고 나서 더욱 그러셨던 것 같다. 나를 부족하지 않게 키우고자 여러 곳의 잡일을 도와가며 생계를 유지하셨기에 자식에게 나쁜 소리를 듣게 하지 않으려 그러셨을 것이다.
어릴때부터 어머니는 강하게 나를 훈육 하셨다.
어머니에게 혼이 나고 밖에서 어머니의 화가 풀리기 까지 기다리고 있노라면, 항상 그 아이가 나를 데리러 오곤 했다. 그 아이를 따라가면 향긋한 복숭이 향이 나는 과수원이 있었다.
과수원 안에서 그 아이와 신나게 놀고, 그 아이의 아버지가 태워주시는 차를 타고 집에 돌아 오면 어머니는 항상 나를 안아 주셨다.

아마 그 아이는 내게 첫 사랑, 그 쯤 되었을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불안하게도 평화로웠던 어느 날.
낡은 운동화의 신발끈이 말끔히 묶였던 어느 날
그 아이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아이의 유일한 가족이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친척들이 그 아이를 데려가셨다. 자연스리 과수원은 없어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복숭아 향 만큼은 계속 내 코를 멤도는 듯 했다.

내가 엇나가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 부터였다.
마음 한쪽이 비워지자 그 자리는 금새 다른 것으로 채워 졌다. 어린 나이에 담배를 배우고, 술을 배웠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마음속 빈자리를 더 커지게 할 뿐이였다.

그리고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어느날.
엄마 몰래 산 옷이 유난히도 깔끔히 다려졌던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는 반 쯤 부숴진 벽돌이 들려있었고, 내 눈에는 반쯤 망가진 자동차가 보였다.
나는 그 상황을 마주 할 수 없었다. 곧 바로 나는 집으로 들어가 어머니의 통장을 남김없이 꺼내왔다.
도망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오랜 시간동안 갱신되온 통장 중 돈이 있는 통장을 찾아 돈을 찾는 것도, 옆집에 살았던 매표소 누나에게 학원을 알아보러 나간다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섬을 나갈때 쯤, 평생 내 코를 멤돌던 복숭아 향이 옅어져 갔다.

그렇게 집을 나가고 13년, 어머니가 돌아 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슬프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 소유의 집을 정리하기 위해 그 마을에 다시 왔을 뿐이다.
이제 마을에는 복숭아 향이 멤돌지 않았다. 급격한 개발로 인한 부작용이였을까, 마을은 복잡해져있고 지독한 하수구 냄새가 났다.
어머니가 살았던 집에 들어가자 먼지 냄새,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50년은 넘게 지난 듯한 바깥 모습과 달리 집은 모든 것이 그대로 였다. 옷장, TV의 위치마저 같았다. 그런데 유독 구석에 있는 서랍이 눈에 띄었다. 기억이 맞다면 어머니가 통장을 넣어두시던, 그리고 내가 그날 밤 통장을 꺼내갔던 그 서랍이였다.
서랍을 열어보려고 하자,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얇게 떨려왔지만 이내 진정하고 서랍을 열어 보았다. 여전히 서랍에는 통장이 가득했다.
어머니도 참... 이라고 생각하며 습관처럼 통장을 펼쳐 읽어 보았다.
2006-09-24 아들 결혼 자금 500,000
2006-10-24 아들 결혼 자금 500,000
.
.
.
아.
그 순간 살짝 열린 창문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복숭아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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