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너와함께떨어지고싶어3앱에서 작성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8.02 01:02:17
조회 179 추천 0 댓글 0


   

“여..여보세요?”  

   

“추미애씨 인가요? 경비실이에요. 당신에게 택배가 몇 개 와있어요.”  

   

“어.. 저 주문한 거 없는데..”  

   

“여기.. 보시면 Air – La femme d’Argent의 LP판이랑.. 낙하산이 달린 로봇도 있는걸요..? 마지막으로 당신을 위한 남자도 있답니다. 정확히 10분 후 엘레베이터를 타세요.”  

   

전화는 끊겼다. 경비아저씨의 말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다. 미애는 당황했다. 불안감에 휩싸였다. 주문하지도 않은 LP판은 무엇이며, 경비아저씨는 어떻게 낙하산이 달린 로봇을 알고 있는 거지? 그리고 나를 위한 남자, 내가 생각하는 그 남자가 맞는 건가? 스케치북에 그려놓은 로봇의 눈이 날 바라보았다. 지금 미애에게 로봇은 보물과 같았으며 옥상에 있던 남자는 신과도 같았다.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들이었다. 10분이 지났다. 미애는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엘레베이터를 안 탈 이유는 없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상우는 103동으로 향한다. 핸드폰으로 원재형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103동 엘리베이터 앞 도착”  

   

답장이 왔다.  

   

“내가 메시지 보낼 때 까지 타지마.”  

   

상우는 Moonrise Kingdom 수록곡 Noye, Take Thy Wife Anone을 스피커로 튼다.  

메시지가 왔다.  

   

“지금 타”  

상우는 엘레비이터에 탔다. 14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상우는 마음이 떨렸다. 문라이즈킹덤의 수록곡이 작디작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려퍼졌다.  

   

“14층에서 그녀가 타지 않는다면 난 죽어버릴 거야”  

   

   

10층  

11층  

12층  

13층  

엘리베이터는 14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상우의 심장도 멈췄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미애가 들어왔다. 미애의 모습, 상우의 두 눈으로 똑바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순간의 모습으로도 미애는 아름다웠을 뿐이다. 지나치게 아름다웠기에 상우는 점점 더 작아지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은 상우의 인생에 있어 가장 강렬했던 순간일 것이다. 상우가 죽기직전 스치는 주마등 속 첫 번째,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난 미애와의 순간임은 이미 상우의 머릿속에서 뇌법관이 호르몬망치로 ‘땅땅땅’ 내리 찍은 지 오래였다. 엘리베이터의 불이 갑자기 꺼진다. 원재형이 전기실에서 103동 엘리베이터 전기를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상우와 미애가 탄 엘리베이터는 완전히 멈춰버렸고 폐쇄된 공간이 되었다. 상우는 마치 이 우주속에 미애와 나 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도 고독하고 황홀한 느낌이었다. 미애는 엘리베이터를 탄 후 층수 버튼 만을 바라보고 상우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상우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 속에서 편지를 꺼냈다.  

   

“저기....”  

   

미애는 조금 놀란 듯 하며 상우를 바라보았다.  

   

“이거.. 당신을 위해서 쓴 거에요.”  

   

상우는 미애에게 편지를 건넨다. 미애는 상우의 편지를 받는다. 그 둘의 손은 맞닿았다. 상우는 미애의 손결을 느꼈고 너무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순간 상우는 미애와 눈이 마주쳤다. 미애의 눈동자는 어둠속에서도 시골 밤하늘의 별보다 더 반짝였고, 새벽 산 속에서 바라보는 나의 오토바이 헤드라이트보다 아름다웠다. 상우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엘리베이터를 탄 순간부터 긴장을 많이 했기에, 너무 아름다웠기에. 상우는 그대로 쓰러졌다.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어두웠고 미애는 상우가 쓰러지는 걸 받쳐줬고 벽에 기대어 앉았다. 미애는 상우를 눕힌 체 편지봉투를 찢었다. 핸드폰 라이트를 킨다. 어둠 속 상우의 편지지만이 밝게 비춰지고 있었다.  

   

상우의 귓가에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상우는 눈을 떴다. 밝은 빛이 몰려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병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원재형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상우야. 괜찮냐? 야 거기서 기절을 하면 어쩌라는 거야”  

   

“제가 기절했어요?”  

   

“너만 기절한 줄 알아? 내가 엘리베이터 전기 다시 올리고 1층 오니깐 둘 다 쓰러져 있더라 참나 ”  

   

   

“걔도 기절했어요?”  

   

그 순간 옆자리의 커튼이 걷혔다. 미애였다.  

   

“당신이 준 편지 잘 봤어요. 근데 보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저도 모르게 기절했어요. 원래 저혈압이거든요. 아, 혹시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네.”  

   

“큰 운동장에서 30명이 서로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봐요. 5초가 지나고 모두가 손을 때고 7명씩 다시 서로 짝을 만들어야 하는 그 순간 당신은 어떻게 할꺼에요?”  

   

상우는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그리고 말했다.  

   

“멍해있을 꺼 같아요. 저가 원래 관계 속에서 찐득함 따윈 찾아볼 수 없는 멍청이 이거든요. 결국 마지막까지 서로의 손을 잡지 못하고 끝내 벌칙을 받는 술래가 되겠죠. 근데 있잖아요. 그 30명 중에 당신이 있다면 멍청하고 느려 터져도 전 당신이 손을 잡은 그 짝에 나도 손을 잡기 위해 개처럼 달려들 꺼에요. 나도 소외되기 싫은 다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니까요.”  

   

상우의 대답을 들었고 미애는 미소지었다.  

   

“10점 만점에 9점이에요.”  

   

“제가 그 운동장에 있었다면, 그리고 당신도 있었다면 저 또한 멍하니 선 채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빠르게 짝을 짓는 모습을 바보같이 바라보기만 하겠죠. 근데 인원이 30명이잖아요. 7명씩 짝지어지면 남는 사람은 2명이에요. 당신과 나, 저였으면 둘이 손 잡고 벌칙 받을꺼에요. 당신과 함께 받는 벌은 그 무엇보다 소중해요. 당신 편지에 써졌던 글처럼.”  

   

   

상우의 편지  

   

전 당신이 누군지 몰랐어요. 몇 살인지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심지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몰랐어요.  

전 단지 당신이 택배로 주문한 앨범들을 보고 당신을 사랑했어요.  

전 사랑이 뭔지 모르는 불쌍한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당신을 사랑한다고 나 자신이 일부로 착각했어요.  

스토커마냥 캠 달린 로봇을 당신이 살고 있는 층으로 떨어뜨렸어요.  

정말 잔인하게도 그 캠은 당신의 모든 걸 찍어버리더군요.  

당신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전 너무 역겨웠어요.  

생각하면 할수록 전 정말 이상한 놈이에요.  

   

학창시절 저와 짝이 되면 책상을 띄우던 여자애와는 반대로 생겼어요.  

당신이 저와 짝이 되면 한없이 웃어줄 꺼 같아요.  

학창시절 저와 친했다면 당신과 함께 꼴찌를 달리는 상상했어요.  

청춘시절 저와 친했다면 당신과 함께 위험한 오토바이를 타는 상상했어요.  

당신과 함께 위로 올라가는 상상은 하지 못했어요.  

당신과 함께 어둠으로 떨어지는 상상만 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옛날부터 그랬어요.  

저 밑으로 계속 떨어지다 보면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흙속에 파묻혀 숨을 헐떡이는 뼈들을 만나고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곳으로 가면  

나와 같은 사람들이 누워서 담배나 쫙쫙 피며 어서 오라고 인사해주겠죠.  

맞아요. 전 미친놈이에요.  

근데 있잖아요.  

전 살아있고 젊고 한 없이 이상하고 역겹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아름답습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공지 ☆★☆★알아두면 좋은 맞춤법 공략 103선☆★☆★ [66] 성아(222.107) 09.02.21 48894 56
공지 문학 갤러리 이용 안내 [99] 운영자 08.01.17 24235 21
291500 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 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220.121) 07:43 2 0
291499 … … Making Noise… … … … Making Sound… … 장소원 (220.121) 07:42 2 0
291498 … Bell… Caution… Ring… Silence… Warning… 장소원 (220.121) 07:42 2 0
291497 %%%%%%%%%%%%%%%%%%%%%%%%%%%%%%%%%%%%%%%% %%%%%%%%%%%%%%%%%%%%(220.121) 07:42 2 0
291496 비린내 ㅇㅇ(211.234) 07:41 6 0
291495 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 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220.121) 07:14 8 0
291494 … … Autumn… … … … Fall… … … … Winter… … 장소원 (220.121) 07:13 6 0
291493 … … Adventure… … … … … … Venture… … … … 장소원 (220.121) 07:13 5 0
291492 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 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ㅛ(220.121) 07:12 4 0
291491 … … Any… … … … Some… … … … Summer… … … … 장소원 (220.121) 07:11 5 0
291490 … … … Door… … … … … … in… … … out… … … … 장소원 (220.121) 07:10 5 0
291489 … … Cogito… … … … Ego… … … … Sum… … … … 장소원 (220.121) 07:09 6 0
291488 %%%%%%%%%%%%%%%%%%%%%%%%%%%%%%%%%%%%%%%% %%%%%%%%%%%%%%%%%%%%(220.121) 07:08 5 0
291487 동이 트기 전 ㄱ..(223.33) 04:51 17 0
291486 오징어 꼴뚜기 같은게...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55 32 0
291485 올챙이 왕자? ㅋㅋㅋㅋ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6 38 0
291484 그냥 생각나서 왔다 찌질이(211.234) 02:05 17 0
291483 문갤 갓입문한 졷밥이 쓴 시 [1] 반찬거리(211.195) 00:44 38 0
291482 꼴뚜기왕자는... [1]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1 31 0
291481 제가 쓴 시 봐주세요 [4] 이 소(106.101) 05.27 80 2
291480 하남자 런던공고 오들덜뽕두탄 a 시티팝fm 니그라토 [1] 반찬거리(211.195) 05.27 49 0
291474 자존감이 낮아서 아무나 좋아한다고 하면 거의 다 받아주는 편 [2] 시티팝f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33 0
291473 무성애자 인구수를 생각할 때마다 왤케 우울해지나....... 시티팝f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21 0
291471 창작시 (못씀) 문갤러(106.101) 05.27 36 0
291464 베르사이유의 장미 챌린지 [2/2]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37 0
291463 프랑스어 공부 35/100 일차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25 0
291462 오늘의 추천 시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34 1
291461 생각에 잠긴다 [10]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52 1
291460 모닝커피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26 1
291453 성숙은 탁해짐인가 [1] 비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40 0
291452 <어느 날 점심 즈음의 이야기> [2]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58 4
291451 도널드는 또 실명이 #조용기 니? 목사 하겠다 목사 하겠어 a(39.7) 05.27 25 0
291450 천진우 이 새끼가 제일 문제 맞네 a(39.7) 05.27 23 0
291449 위즈덤 ㅇㅇ(106.101) 05.27 17 0
291447 노노노 문갤러(210.115) 05.27 18 0
291446 퍼센테이지갤러 사라졌네? 문갤러(210.115) 05.27 19 0
291445 문학은 낙이 없다는 뜻인가? [1] 문갤러(210.115) 05.27 26 0
291444 문학 문갤러(210.115) 05.27 15 0
291442 !!! 문예갤 완장질 tautology 문갤러(1.233) 05.27 123 7
291437 문학의 길 ㅇㅇ(14.32) 05.27 28 0
291436 갱스터 파라다이스 ㅇㅇ(14.32) 05.27 26 0
291435 부도의 말 ㅇㅇ(14.32) 05.27 22 0
291434 몀춰 ㅇㅇ(14.32) 05.27 18 0
291433 비하를 멈춰주세요 ㅇㅇ(14.32) 05.27 24 0
291431 너의 말은 뭔데 ㅇㅇ(14.32) 05.27 17 0
291430 더 이상은 아무것도 ㅇㅇ(14.32) 05.27 19 0
291429 하나가 시작된다면 [1] ㅇㅇ(14.32) 05.27 20 0
291428 야들야들해 보이네요 ㅇㅇ(14.32) 05.27 2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