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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주택

람쥐썬드어어(59.3) 2018.07.15 21:56:36
조회 174 추천 1 댓글 4

임대 주택



화장실에서 전화벨까지는 너무 멀어서

전화가 왔을 때 나는 덜 마른 손으로 수화기를 들고

그것을 기어코 받고 말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파주에 평당 8만 원짜리 땅을 사라는 전화였어요

그때 나는 너무 화가 나고 슬퍼서

여태껏 참아온 욕을 퍼부었어요

상대는 상담을 원하시면 별표를 누르라고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오늘은 됐습니다

통화가 끝났을 땐 몸이 다 말라 있었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 시간

이다음 해야 할 일도 모두 까먹은 채로

나는 의자에 쭈그려 앉았습니다

화장실에는 바깥으로 이어진 창문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깥으로 이어진 가난이기도 했고

또 바깥의 가난이 들어오는 통로이기도 했습니다

건너편에서는 가끔 누군가가 담장에 팔을 기대고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오랫동안 바라보곤 했습니다


오늘 집에 온다는 사람은 없고

혼자 스스로 움직이는 건 어려워요

반찬거리 장난거리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만 계속 하는데 무슨 충돌이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다 큰 개 한 마리가 서글프게 우는 소리만 들립니다

또는 오래된 우물에 대한 기억

나는 사막과 이별하여 어느 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곳에는 천만 누베의 흙을 실어 나르던 트럭만 남아 있겠죠

친구인 것처럼 혹은 코끼리처럼

곧 찾아올 시간에 하나의 초조함도 없이 멈춰서

나로 하여금 트럭을 생각하게 합니다

닿지 않는 연락처럼 시동은 걸리지 않고

문의 두 열쇠구멍 중에 하나는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계란을 깨뜨리는데 사용되는 손가락들로

오늘의 밥그릇을 쥐고 허기진 속을 채우는

조용한 의자 그 자체는

매일 사진을 쥐고 바다로 향하는 이와 닮았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잘한 빗줄기가 내리는 환한 낮에 일어나는 몸

아주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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