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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모바일에서 작성

H.(223.131) 2017.12.30 01:58:18
조회 113 추천 0 댓글 0

자꾸만 흔적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사진 한 장, 손자국 한 번 남기는 것도 조심스러워 하던 내가 아이러니하다. 이 글은 내 몸 구석구석 남겼던 너의 손자국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또한 흔적에 집착하는 내가 그 흔적들을 지워나가는 과정이며 모순이다.

기억은 많은 것들과 닮아 있다.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네 발자국을 따라 이제 혼자 걷는 이 길처럼, 함께 손을 넣고 걸었던 코트 주머니 속처럼 기억은 함께 했던 모든 시간과 풍경 속에 서 있다. 미련하게 아직 너의 온도가 머물러 있는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걷다보면 유난히도 추운 이 겨울에게 고마웠다. 너를 닮은 기억을 따라 이 길을 걷다보면 함께였던 그날의 우리가, 하얗게 쌓인 눈 위로 이어진 너의 발자국을 따라 그려진다. 지금 내가 그날의 뒷모습을 걷고 있을 때, 너도 어디선가 우리를 닮은 기억을 보고 있을까? 아니면 그 기억들을 돌돌 말린 담배처럼 태워버렸을까.

네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에는 네가 피워올린 담배연기처럼 새하얀 김이 뻗어나올만큼 뜨거운 물로 몸을 씻었어. 내 몸 구석구석 찍혀 있는 너의 손자국들은 몸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처럼 너의 흔적들을 하수구로 흘려보내고서야 나는 잠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에 찍혀 있는 베개자국 처럼, 다시 남아 있는 너의 흔적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나의 하루는 되돌아 간다. 다시 나는 그 길 위를 걷는 우리를 따라 걷고 밤에는 너를 씻어낸다. 너를 닮은 기억을 따라가고 싶어서 나는 어제의 내 흔적들을 지운다. 다시, 나는 너를 닮은 기억을 사랑하게 되었나보다. 미련하고 멍청한 나는 다시 너를, 다시.

흔적을 지워간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 어제의 나를 지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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